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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40752
    작성자 : 청귤차
    추천 : 20
    조회수 : 3970
    IP : 222.103.***.237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8/01/26 14:00:06
    http://todayhumor.com/?love_40752 모바일
    망개팅 이야기
    작년 초여름쯤 소개팅을 했습니다. 
    몇 다리 건너는 소개팅이라 저도 반신반의 하면서 나간 자리였구요. 


    연락처 주고받고 약속을 잡는데 말투도 차갑고 좀 안내켜 한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하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약속 당일, 조용한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갔습니다.
    (사실 카톡 할 때 그런 느낌을 받은터라 괜히 커피도 얻어마시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들어서)
    10분 정도 일찍 카페에 도착해서 제 커피를 시켜서 진동벨을 받아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저는 먼저 도착했어요~ 도착하시면 연락주세요~" 하고 톡을 보냈는데 
    카페 안 어딘가에서 엄청 크게 "카톡!!!" 알림이 울리더라구요ㅋㅋㅋ

    그리고 잠시 후 어떤 남자분이 말도 없이 스윽 제 앞자리에 앉는거예요. 
    앉으셔서 고개를 푹 숙이시고 눈도 잘 못 마주치시면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시더라구요. 


    저도 인사하고, "커피는 시키셨어요? 저 먼저 도착한 줄 알고 제껀 시켰어요~" 
    라고 했더니 그 분께서
    "아..그럼 저도 같은걸로" 이러시는 겁니다.
    ㅇ_ㅇ????????????



    전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죠. '뭐지?? 왜지?? 나보고 커피 사오라는건가????'
    (*소개팅에 남자분이 꼭 계산해야한다!라는 생각은 아닙니다. 
    오히려 상대의 배려로 저희 집 가까이에서 만날 때는 저희 동네까지 오셨으니까 커피는 제가 살게요~ 하기도 하거든요ㅜ 
    근데 이렇게 대놓고 커피를 사오라는 분은 처음이라ㅠㅠ)


    지금 생각하면 황당하지만 막상 그 순간에는 그냥 아;;네...;;; 하면서 카운터로 갔어요ㅠ
    가서 커피를 한 잔 더 시켜서 자리로 왔습니다.

     

    어색하게 날씨 얘기로 한 두마디 하던 중 진동벨이 울렸고
    이번에도 그분은 가만히 계시길래 제가 커피까지 갖다드렸습니다...
    (저 막 그렇게 공주대접 바라는 여자는 아니구요 또르르...)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야기도 잘 안이어지고 저와 맞는 부분도 잘 없으시고(아, 저도 그분도 30대 중반입니다.)
    참 조용하시고 한 마디로 쑥맥같은 분이셨어요.;;

    너무 뻘쭘하고 어색해 하셔서 소개팅 이런거 참 어색하고 싫죠~ 소개팅 많이 해보셨어요?하고 물었더니
    몇 번 해보셨다고 하시면서 ㅇㅇ씨는 이런데 나올분이 아닌것 같은데 어쩌다 나오셨냐고 하시고;;;
    남녀가 만나는 데에 있어서는 부부의 인연이 닿아야하는 것 같다, 하시며;; 너무 어르신처럼 말씀하셔서 전 계속 삐질삐질; 
    그냥 빨리 일어나고만 싶었어요ㅠ
    카페는 조용해서 혼자와서 공부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셨는데 저희 얘기 다 듣는 것 같고 엉엉




    한 시간 정도 지나고 나서 그만 일어날까요, 하고 일어났습니다. 
    일어날 때도 역시나, 컵을 두고 그냥 가버리시길래 제가 트레이정리하고 따라 나가는데 갑자기 카운터로 가시는게 아니겠습니까???

    (심지어 주문카운터가 아닌 리턴카운터;;;)
    뭐 휴지같은거 필요하신가 싶어서 가까이 갔는데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시며

    "여기 얼마예요?"
    하시는거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 (이사람아 왜 그래ㅠㅠㅠ)




    저 뿐만 아니라 알바생도 벙쪄서 어버버 하고 있길래 제가 뒤에서 "아까 계산 했어요" 했더니
    그 분도 좀 당황하시면서 "아,예..예..." 하시면서 카페를 나왔습니다. 
     

    길에서서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하고 헤어져서 집에 왔구요. 
    주선자 언니한테 전화했더니 "뭐야 그분... 90년대에 잠드셨다가 이제 깨어나신거야? 냉동인간이야 뭐야???"
    언니도 직접적으로 알고 소개해준 분이 아닌걸 알아서 원망은 안했어요ㅜ



    소개팅도 몇 번 해보셨다고 했고 회사다니시는 분인데 요즘 카페 시스템을 모를 수가 있나요...
    점심시간이나, 요즘은 회식하고 술대신 커피 마시는 곳도 많던데ㅠㅠ
    소개팅은 호텔 커피숍에서만 하신걸까요ㅠㅠㅠ

    후에 연락이 왔는데 (당일 아니고 몇 일 지나서) 정중히 거절했습니다ㅜㅠ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라면
    (요즘 카페시스템?을 몰랐다치고!) 그런 상황이 된거라면 한 마디 정도는 했을 것 같아요. 
    제가 선불인지 몰랐다, 죄송하다, 커피 잘 마셨다 정도의 언급은 했을 것 같은데 소개팅 당일에도
    후에 연락에도 그런 말씀은 없으셔서...


    아무튼 그런 망개팅이 있었습니다~

    날씨 너무 추워요! 품에 안길 분 없으시면 옷이라도 따숩게 입고 다니자구여 엉엉






    청귤차의 꼬릿말입니다
    모르는 분 커피도 사드리고 했는데 난 왜 아직 솔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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