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를 나와 현역에서 길진 않지만 2년정도 일을 했던 전 영화학도 입니다.
베오베에 있던 스크린 독과점 글이 너무나도 가슴에 사무쳐 글을 올려봅니다.
참여했던 작품중에서 정말이지 흥행은 커녕 올린지 한달도 되지 않았던 작품들이 주를 이뤘던 케이스라 베오베자료에 너무 몰입했었네요.
이와 관련되어 다른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한국인의 영화 보는 방법에 대한 분류입니다.
이글은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며, 통계적인 자료도 없을뿐더러 제가 보고 듣고 느낀 것 위주로 적었습니다.
절대적인 글이 아니며 대부분을 지칭하는 글도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첫번째
한국인들 만큼 평점에 민감한 감상인은 없는 것 같습니다.
대다수의 친구들에게 영화추천을 받았을때 대답을 해준다면 십중 팔구는 이렇게 물어옵니다.
'그영화 네x버 평점이 몇점이야??'
'검색해 보니 평점 졸 구린데 엄청 재미없는거 아냐?'
'리뷰 한걸 봤는데, 재미없다는 글이 더많네!! 안볼꺼야~딴거볼래'
평소 영화를 굉장히 많이 보고 자라왔던 터라 영화추천을 많이 받은 입장에서 위와 같은 반응이 나오면,
평소 잘사용하지 않는 말이지만 속된말로 암이 걸릴것 같습니다...
저의 영화 지론은, 재미없는 영화를 까더라도 내가보고 내가 까자 라는 주의입니다.
세상천지 어느영화의 시놉시스에 짤막한 예고스토리에 재미없어 보이는 내용이 들어간 영화 광고가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화란 것은 자신이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지 않는 이상 어떠한 전개인지 어떠한 결말일지 전혀 알수 없습니다.
'보고온 친구가 그랬는데 재미없데' 다시한번 암에 걸립니다.
영화를 보는것은 각자의 기호가 있는 음식을 먹는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맵고 짠 음식이 좋다. 나는 달고 느끼한 음식이 좋다. 처럼
나는 코믹액션이 좋다. 나는 멜로드라마가 좋다. 등등 음식의 맛에도 종류가 있듯이 영화도 장르라는게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류가 있죠.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수의 사람들이 영화를 볼때 자신의 취향보다도 인터넷 별점과 리뷰 그리고 친구의 말을 듣고 결정을 해버립니다.
물론 친구와 영화보는 취향이 완벽하게 같다면 어느정도 고려되는 상황은 있겠죠.
그영화의 연출, 배우의 연기력, 미장센, 음악 등등의 취향이 전부 같다면, 하나씩 조목조목 이야기 하며 비추를 할수도 있겠죠.
음식에 비유하자면, '여기 순대국밥은 내장부위는 부드럽게 잘 손질되어서 괜찮은데 순대에서 누린내가 조금 나는것 같다. 그래서 나는 다데기를
많이 넣어서 먹으니 그맛이 조금 중화되지만 나랑 입맛이 잘맞는 너도 누린내 때문에 힘들수도 있으니 그닥 추천은 안하지만 혹시라도 먹게된다면,
이러이러하게 해서 먹는게 좋을것 같다.' 라는 경우인데, 영화쪽은 이런경우를 거의 보질 못했습니다.
'그영화 어때?'
'재미없어~너도 나랑 영화 보는데 재밌는거 잘 맞잖아??근데 이건 재미없어~'
이런식의 대화만 듣게 되었죠.
최근에 나온 킹스맨을 예시로 제가 실제 겪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선배중에 정말 영화를 좋아해서 이야기가 잘통하고 저와 취향도 비슷한 선배가 있습니다.
킹스맨을 보고나서 리뷰를 남겼는데, 첫줄이 남주의 정장모습이 별로인것과 감독의 정신없는 갑툭튀하는 상황 연출만 아니었으면 더 재미있었을
영화 라고 글을 남겼습니다.
저는 남주의 정장핏때문에 덕후가 양산되었으며, 매튜본 감독 스타일 자체가 그러하니 그부분도 저는 재미있게 보았구요. 오히려 이야기 결속력이
조금 약한듯하고 시나리오에 동기부여가 안되는 장면이 많이 나온것 같다고 생각한다.
라고 남겨 놓았죠.
저와 선배는 서로를 존중하며 이렇게 영화에대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심지어 취향이 거의 비슷한데도 킹스맨 영화 한편에서 보는 시각이
벌써 이렇게 다릅니다.
그밑에 달린 댓글은 가관입니다.
선배 이영화 잔인하다는데 보지 말까요?
선배 이영화 남주정장핏 쩔어염 왜 멋이 없어요~
선배 이영화 재미있나요?
선배 저도 이거 볼까요?
위와 같은 평가글과 질문글이 얼굴책에 달려 있었습니다.
심지어 영상과를 전공하고 평소 영화를 많이 본다고 자랑하던 아이들이 말이죠 ㅋㅋㅋㅋㅋㅋ
영화는 기호식품 같은 겁니다.
기성복이 아닌 맞춤정장이죠.
감독만의 스타일 배우만의 연기스타일 음악감독만의 스타일 편집감독만의 스타일
수많은 스타일의 조합으로 수많은 경우의 수를 낼수 있는게 영화라는 문화생활겸 예술이라는 장르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크린 독과점 상태에 깊게 빠진 한국인들은 영화를 취향대로 입맛대로 골라보는게 아닌, 추천과 검색 평점과 리뷰에 의존해서
선택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것 같습니다.
많은 영화를 보고 싶어도 우선적으로 대기업배급사의 영화가 극장에 쫙 깔리면, 많은 인원이 그영화를 보고 리뷰를 적죠.
평점을 매기고 글을 씁니다.
그럼 수많은 사람들이 그 글과 리뷰와 평점을 보고 극장으로 달려가서 '다른사람이 많이 본영화니까 재미있구나 나도봐야지'라는 심정으로
극장으로 몰려갑니다.
분명 제주위의 사람들은 그래왔고, 독과점이 계속되고 많은 장르의 풍부한 영화가 관객들과 친해지지 않는이상 이현상은 계속될겁니다.
명작영화가 별점테러를 맞아 쓸쓸한 뒷골목으로 사라진 경우도 수없이 많으며, 별시덥지도 않은 영화가 수많은 관객을 끌어모으는 모습을
수업이 봐온 분들이 분명 계실겁니다.
제가 말한 명작과 시덥지도 않는 영화라는 표현은 어느영화를 내기깔거나 비교를 하자는게 아닌, 순수한 대결이 아닌 낚시라는 마케팅과
독과점이 들어간 영화에 대한 평가입니다.
둘째로 이야기 하고싶은 것엔 이런 면이 들어가 있습니다.
둘째
사람들이 많이본 영화가 무조건 최고다라고 생각하는 듯한 뉘앙스 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흥행에 무척이나 성공했지만 영화자체의 작품성과 상관없이, 무조건적인 찬양을 하는 상황이 꽤 일어납니다.
위에 적었듯이 영화는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감정에 맞게 보는 것이기에, 자신이 재미없다면 재미없는겁니다.
남들이 재밌다고 뭐라고 해도 재미없으면 재미 없는거에요.
근데 여기서 강요가 들어갑니다.
'넌 왜 재미가 없다고해?'
'와 이게 재미없다니 ㅋㅋㅋ 너 영화볼줄 모른다 ㅋㅋㅋ'(실제로 들은말 ㅋㅋㅋㅋ)
'그럼 니가 추천해봐 뭐가 재미있나 ㅋ'(실제로 들은말 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추천해줬더니)'뭐야 배우부터 구리네 ㅋㅋㅋㅋ 이거 졸린 예술 영화 아니냐 ㅋㅋㅋㅋㅋ'(물론 그게 코엔형제 영화긴 했지만요 ㅋㅋㅋ)
저뿐만 아니라 영화를 사랑하시고 즐겨관람하시는 분들중에 지인이나 누군가로부터 저런비슷한 뉘앙스의 말이나 글을 받으신적이 있으실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재미없는 영화를 보고 이영화는 재미없으니 보지마라 라고 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영화 재미없던데, 너는 나랑 다르니까 또 모르지, 니가 보고싶어 했던거라면 니가 직접봐 그리고 재미없으면 까고 재미있으면 그걸로
된거 아니야 라고 하는 주의입니다.
어느새부턴가 우리는 남들이 많이 본다기에, 남들이 재미있다기에, 남들이 재미없다기에,남들이 많이 안본다기에, 영화를 선택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남들이라는 단어보다는 나는 이영화가 보고싶다, 나는이영화의 뭐가맘에 들어 보고싶다. 이런 소리가 먼저 나올려면, 역시 스크린 독과점 체제와
수많은 영화사이트의 별점에 무조건 의존하지 않는 자신만의 영화감상 주관이 존재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제 뻘글을 읽고 다시 한번더 생각하고 영화관에 찾아 주셨으면 합니다.
'남이 재미없다는 영화는 안볼생각이면, 대체 당신이 좋아하는 영화는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