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의 한 작은 공장단지.
주둥이가 끔찍하게 잘린 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간에 들어가는 것 조차 두려워 더러운 차 시트에 앉아 불안하게 떨고 있는 작은 잡종개가 있었습니다.
무엇이 이 개를 이렇게 불안에 떨며 사방이 다 뚫린 곳에서 항상 도망칠 생각만 하게 하였을까요.
부천에서 일을 하시는 한 아주머님과 이현주님의 급한 도움 요청으로, 며칠전 이 아이가 살고 있는 현장에 가보았습니다.
이 작은 개의 얼굴은, 예전 쥐덫에 물려 있던 개 '콩쥐'의 절단된 채 부패되어 달려 있던 아래 턱과 그 때의 구조상황을 연상케 하는, 너무나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었습니다.
주둥이의 윗 부분이 코와 함께 모두 잘리워져 끔찍한 붉은 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고, 그 부분을 계속 혀로 핥고 있어서 염증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은 채 추운 겨울 오랜 시간 그렇게 떠돌고 있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와 연계병원인 바우 동물병원 원장님의 진단을 종합해 본 결과, 공장의 남자들이 그 아이를 잡아 먹으려고 강하고 날카로운 끈으로 묶었고 그 아이는 도망치려고 하는 과정에서 끈이 밀려 주둥이에 조여져 주둥이와 코 그리고 그 위의 뼈가 모두 절단되고 치아까지 부러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 아이의 절단된 코의 윗부분은 칼로 그은 듯한 선명한 선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입술의 마지막 선이 모두 잘라져 있었습니다.
안면신경은 다른 조직보다 훨씬 예민할 터인데,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습니다.
작은 기침까지 하는 것을 보니 건강 상태도 매우 걱정되었습니다.
제보하신 아주머니는 이 개를 발견하고 부천시에 구조 요청을 하였지만, 부천시와 위탁 관리를 맺은 곳에서 개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며칠 있으면 죽을 것 같으니 그냥 놔두라며 돌아가버렸다고 합니다.
다급한 마음에 아주머니는 이현주님에게, 그리고 제게 연락이 왔던 것입니다. 그 아이를 잡아 먹으려다 놓친 공장의 남자들은 또 다시 그 아이를 잡으려고 계속 유인을 하였습니다.
그 고통스런 모습을 하고 살겠다고 도망다니는 아이를 먹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인간의 마음이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구조를 위해 방문한 첫날, 아주머니가 먹이를 주자, 경계를 하면서도 허겁지겁 먹어 치우고는, 그리 멀리 도망가지 않는 것을 보고 구조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아주머니와 시간을 두고 친해져서 잡는 방법을 택하고는 계속하여 먹이로 유인하였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예상 외로 그 아이는 조금씩 경계를 풀어갔습니다.
그렇게 삼일 째 되던 날, 아주머니의 부름에 반가워 어쩔 줄 모르며 몸을 꼬는 그 아이의 행동...
반짝 안아 올리는 데에도 전혀 사납게 행동하지 않고 차에 태운 뒤에는 편한 자세로 드러누워 잠을 자는 것을 보니 그동안 사람의 정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 개가 살아가는 내내 항상 고통일 것이라는 병원 원장님의 말씀에 안락사를 생각하였지만, 조금이라도 더 살려보고 싶어하는 이현주님이 더 고민하고 노력해 본 후 다시 판단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주머니와 저는, 코에 수난을 당했고 코가 다시 날거라는 뜻으로 '코난'이라고 이름 부르기로 하였습니다.
인간에 의한 끔찍한 고통을 잊고 사람의 품에 다시 안겨 준 코난에게 기적이 일어나 다시 건강하게 뛰어 놀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건 너무나 큰 바람일까요.
기적이고 터무니없는 바람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기도하고 싶습니다.
(출처=동물사랑실천협회 박소연 님 글)
유머글은 아니지만 오유인들이 보셨으면 해서 올립니다..
너무 안타깝고 슬프네요..
사람인 저도 사람이 무서워지는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