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가롭고 따사로운 날 바닷가에 각종 게들이 모여 집단 난투극을 벌이고 있었다.
꽃게 영덕대게 돌게 농게 참게 홍게등등 각 게들의 대표가 나와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게판이었다.
싸움은 서로 막상막하라 끝이 나지 않았다.
물고물리는 난투극속에 서서히 지쳐가는 게놈들...
원래 서로 친했던 이들이 싸우게 된 이유는 단지 맛살때문이었다.
각게들이 모여 김밥을 싸서 소풍을 가기로 했을때까지는 정말 분위기가 좋았었다.
문제는 그 김밥에 맛살을 넣느냐 마느냐 하는것 때문에 시비가 엇갈려 이렇게 되고 만 것이었다.
김밥엔 무조건 맛살을 넣어야 한다는 파와 아무리 맛있어도 어떻게 동족으로 만든 게맛살을 넣느냐 하는 파로 갈려서 서로 치고박고 하게
된 것이었다.
해가 늬엿늬엿 저물자 이들도 지쳐가기 시작했다.
이때 이들의 싸움터 옆을 가재 한 마리가 지나가기 시작했다.
"잠깐!"
극심한 결투로 인해 다리 한개가 떨어져나간 영덕대게가 소리쳤다.
"우리가 이렇게 끝이 없는 소모전을 할 것이 아니고 저 지나가는 가재한테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지 누구 편을 들 것인지 물어보고 이 싸움을
끝냅시다!"
그러자 각 게들이 가재한테 달려들어 서로 자기 편이 되어달라고 읍소하기 시작했다.
가재는 갑작스러운 이 상황이 너무 난감했다.
어릴적부터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지겹게 들은 그 말!
'가재는 무조건 게편이니라.'
게와 새우가 싸워도 게편!
게와 고래가 싸워도 게편!
심지어 게가 개와 싸워도 게편! 무조건 게!게! 게편이니라!
그러나 지금은 모두 게들이 아니던가!
대게 홍게 돌게 참게 등등 게 아닌것이 없었다.
자! 당신이 가재라면 누구 편을 들 것인가!
인생이 사지선다형이면 좋으련만 그럴 수는 없다. 게와 게 아닌것이 싸우면 아무 생각없이 게를 응원하면 된다. 하지만 세상은 너무 복잡해졌다.
너무나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세상에 나는 혼자 일 수 없다. 내가 그가 되고 너가 되고 우리가 된다. 우리는 내가 되고 그가 되고...
어차피 내가 가재인 이상 누구 편은 들어야 된다. 세상은 논리 싸움이다. 논리에 정답은 없다. 단지 논제 논거 논지만 있으면 된다.
부정선거, 파업,국정원,종북...이런 단어들을 보는 사람들은 딱 세 부류로 나뉜다. 지지, 반대, 관전...
문제는 지지자든 반대자든 모두 저 단어들이 포함한 의미에 대해 각기 서로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과 지하철파업 그리고 종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손수조씨에게 물어보면 분명 논리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대답할 것이다. 그것도
똑 부러지게...
물론 그 대답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말도 안되는 것이겠지만 말했잖은가 논리엔 정답이 없는 것이라고.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관전자들이다. 그들은 관심이 없다. 차라리 지지든 긍정이든 싸움판에 입장을 밝혔으면 좋겠다.
대신 최소한의 공부를 하고 말이다. 그래야지 나중에 가재끼리 싸우게 될때 지나가던 게가 도와줄 수 있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철도파업이 공익을 위해서 잘했다고 지지를 해주던가 아니면 지들만 살겠다고 파업하는 개cibural 분들하며 욕을 해주던가 이렇게 의견을
세워주었으면 좋겠다.
만약 모두 의견을 세웠는데 내가 생각한 의견과 정 반대의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면 이민이라도 가게 말이다... 더 이상 가망 없는 나라라서 말이다.
하지만 의견이 반반이면 좀 더 단단한 논리를 만들어야지.
혹시나 내 의견이 더 많다면 그 땐 어떻게 해야 될까?
아무튼 내 자식들은 정말 상식이 통하는 그런 세상에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이게 그리 어려우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