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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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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에요?”
어릴 적 내가 자주 하던 말들이었다.
세상을 잘 몰랐던 어린아이가 자신 앞에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가장 쉬운 방법.
바로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 당시의 나는 모든 것이 어려웠었다.
등에 짊어진 가방도 무거웠다. 학교 교과서부터 학원 문제지까지.
8살짜리 꼬맹이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가혹한 과제가 아니었나 싶었었다.
그래서, 종종 부모님에게 조금만 생각해도 막히는 문제들을 묻곤 했었다.
그게, 나에게 있어선 가장 어려웠던 문제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1
점점 커가고 내가 풀던 문제들은 나에게 있어서 쉬워졌지만
나에겐 숨돌릴 여유조차 없었다.
문제가 쉬워지면 쉬워질수록, 세상은 내게 더 어려운 문제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신발장 앞에 있던 나는 호기심에 아버지의 구두를 신어보았다.
너무나도 무거웠다. 13살짜리 꼬마에게 있어서, 40살 아버지의 구두는 너무나도 무거웠다.
그 옆에 있던 가방도 들어보았다.
깜짝 놀랬다. 나의 가방의 두 배는 되는 무게였다.
그 신발을 신고 걸어보려 했지만 자꾸 넘어졌다.
그 가방을 들고 걸어보려 했지만 자꾸 떨어뜨렸다.
내게 있어서, 그런 가방을 드는 아버지는 나의 우상이었다.
2
세월이 흘렀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얻었다.
여전히 내게 주어진 문제들은 전보다 어려웠다.
이미 풀은 문제들은 이제 쉬웠지만, 주어지는 문제들은 갈수록 어려워져 갔다.
여태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았다.
여러 번 실패하기도 했었다.
어떤 때는 절망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한번의 실패로 인해 절망에 빠져있었다.
잠시 생각에 빠졌다.
왜 실패했을까? 변명을 해봤다.
실제로 그 일들은, 내게 있어서 너무나도 무거웠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아버지 생각이 났다.
나의 우상이던 아버지도 나처럼 실패했었을까.
무거웠던 아버지의 가방이, 구두가 생각났다.
그렇게 무거운 가방이라면 큰 구두라면, 한번쯤은 넘어지시지 않았을까.
그리고 깨달았다.
그 가방이 내 가방이라는 사실을…
3
또 세월이 흘렀다. 가족이 생겼다.
실패하는 일은 줄어들었다.
여전히 절망에 빠질 때도 있었지만, 금새 일어났다.
단지, 기분이 조금 안 좋을 뿐이었다.
그렇게, 절망에 빠져서 기분이 조금 안 좋은 날이었다.
아이가 내게 물어왔다. 자신의 숙제를 도와달라고.
그러나, 내 일만으로도 너무 피곤했다.
내가 보기엔, 조금만 생각해도 금새 풀 수 있던 문제들이었다.
그런 생각에, 아이를 밀쳐냈다.
아이는 울면서 나갔다.
4
밤을 새서, 내 일은 끝났다.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러자 바닥에 아이가 버리고 나간 숙제가 눈에 띄었다.
내게 있어선 너무 쉬운 문제들이었다.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참았으면…’하는 생각이 머리에 내비쳤다.
또 자책하고 싶어졌다.
확실히, 8살짜리 아이가 풀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문제였을 지도 모른다.
방문이 열렸다.
둘째가 일어난 모양이었다.
손엔 책이 들려있었다.
그리고 물어왔다.
“이건 뭐에요?”
나는, 자신이 한때 어린이였다는 사실을 잊는 바보 어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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