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하고 시위도 많이 달라졌죠. 시간도 많이 흘렀고 시민들의 인식도 많이 바뀐겁니다.
한대련. 얼마나 많은 비판을 받습니까? 님들이 그런 짓거리를 하면 국정원 보다도 더 욕먹을수 있어요.
며칠 전에 같은 주제로 글을 썼던 경찰관입니다. 오늘도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출근했다가 방금 퇴근해서 글을 씁니다.
아까의 집회 현장에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고 어느 장면이라고는 말 못하지만 영상에도 종종 등장합니다;;
먼저 집회를 마친 시민에게 경찰이 최루액을 발사했다는 기사 내용에 부연설명을 덧붙입니다.
오늘 집회의 성격에 대한 정의가 가장 먼저 언급되어야 하는데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에 열린 어제와는 달리
이번은 신고된 집회가 아니라 '문화제'였습니다. 이것은 '기자회견'과 더불어 신고가 필요없는 집회 형태이기에
경찰에서 폭력성 등을 이유로 금지통고 혹은 제한통고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종종 편법으로 이용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무제한적으로 허용된다면 집회 신고의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과도한 피켓팅이나 구호제창, 점거 등의 제한이 따르고 이를 넘어설시 문화제가 아닌 시위로 인정되어
경찰 측에서 자신해산명령을 내리게 되는 겁니다.
아까 올라론 어버이연합과의 충돌을 다룬 영상에서 경찰이 촛불집회 측을 지켜준건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어제는 한대련 측의 촛불집회가 신고된 합법집회였고 어버이연합이 미신고 집회였기 때문입니다.
단, 어버이연합도 '문화제'식으로 '기자회견'의 형태로 진행하였기에 모이는 것 자체가 금지되지 않았던 겁니다.
오늘의 경우 양측 모두 신고되지 않은 집회였지만 각각 문화제와 기자회견이라는 이름으로 열렸고
당연하게 피켓팅과 확성기 사용, 구호제창등의 이유로 경찰에서 자진해산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것도 남대문 경찰서와 종로경찰서가 각각의 현장에 대하여 거의 동시에 같은 횟수로 자신 해산명령을 내렸고
양측 모두 3회 이상 경고가 누적되어 법률과 지침에 규정된 강제 집행절차의 요건을 모두 충족시켰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만으로 경찰이 강제 해산 절차를 밟는 경우는 결단코 없습니다.
경찰이 개입하는 건 묵과할 수 없는 위법 행위 혹은 직접적으로 공공의 안전에 위험이 발생할 때 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집회하는데 경찰이 다짜고짜 최루액을 퍼부었다'라는건 완벽한 왜곡입니다.
실제로 경찰도 계속 자신해산명령을 내릴 뿐 강제집행을 미루다보니 우리끼리는 '17차'라고도 부르는 지경에 이릅니다.
2천명의 경찰이 목각처럼 서있는 서너시간 동안 3차,4차,5차를 넘어 20여차례에 달라도록 명령만 내리는거죠.
오히려 오늘의 경우 양측에서 한명씩 빠져나와 상대방의 시위 현장에 난입하여 욕설과 주먹질을 하곤 했고
경찰은 미신고 불법집회임에도 양쪽의 집회가 온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며 이들의 충돌을 막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도 멱살이 잡히고 욕을 얻어먹었지만 그냥 참는 편입니다. 일선 파출소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죠.
이후 8시를 전후로 어버이연합측은 자진해산했지만
한대련 측은 9시 경 종료 후에도 해산하지 않고 피켓을 들고 구호를 제창하며 인도를 나와 차도를 점거했고
이는 허용할 수 있는 한도를 넘은 명백한 불법집회였기에 경찰과 충돌이 일어난 것입니다.
하지만 바로 모퉁이 돌아서 서있었던 제가 모를 정도였으니 일시적인 소규모 마찰이었음이 분명합니다.
보통의 집회 현장에서 최루액이 나올 정도의 충돌이면 거진 집시법 도로교통법 공무집행방해 등의 이유로
현행범 체포하기 때문입니다. 남대문 경찰서 정도의 레벨이라면 더더욱이고요.
경찰이 사용하는 최루액도 80년대 최루탄처럼 해산을 목적으로 하는 위험한 장비가 아니라
경찰과의 몸싸움이 일어날시 부상 및 장비피탈을 막기위한 목적, 즉 이격을 위한 장비이며
내용물은 CS같은 살벌한 장비가 아닌 양파 깐 손으로 눈 비빈 정도의 '캡사이신'입니다.
이게 가까이서 쏴제끼면 튕겨서 경찰도 맞기 때문에 서로 짜증나는 장비긴 합니다.
아무튼,
시위대의 최초의 도로 점거 행진은 경찰 차벽차량에 의해 차단되었지만 이후 광화문 세종로 일대로 흩어졌고
밤 10시를 조금 남겨두고 모든 상황이 종료되어 경찰도 부대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가 한 치의 가감도 없는 현장 설명입니다.
여담이지만 곁에 서있던 선배가 양측의 집회를 보면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쪽(한대련)은 논리에 모순이 있고, 저쪽(어버이)은 아예 논리가 없다."라고요.
어느쪽이 맞든 그르던 간에 경찰은 의사 표출을 최대한 존중하며 시작과 끝을 함께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 입니다.
저도 야간수당 시간당 2,500원 남짓 받지만 열심히 밥값 하면서 살겠습니다.
그럼 이만, 즐거운 밤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