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짝사랑중인 남잔데 고민이 있어서 글을 올립니다.
저는 37살이며 백화점 푸트코트 주방에서 일하고 있구요.
주방경력은 7년 정도 되는데 이 곳에 온지는 3달이 조금 지났네요.
제가 좋아하는 그 분은 영업팀에 근무하시는 분인데
푸드코트를 관리/담당하시는 분들 중 한 명이에요
나이는 30대 초중반이고 성함은 여태 몰라요.
첫 일주일은 업무파악 하느라 가게 일말고는 신경쓸 틈이 없었어요.
그러다 하루는 잠시 쉬는 시간이 생겨서 일반 로드매장에서 일하던 때처럼 노래를 틀어놓고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 분이 오시더니, 노랠 틀면 안된대요. 알겠다고 공손히 답했죠.
사장님한테 이런 일이 있었다고 했더니 신경쓰지 말라고 노래 듣고 싶으면 볼륨 작게해서 들으래요.
며칠 후에 그 분이 오시더니 노랠 끄라고 좀 굳은 얼굴로 말하길래 그냥 무표정으로 알겠다고 말하고
아~ 백화점은 좀 빡신 곳이구나 느꼈어요.
하루는 엄청 바쁜 주말이었어요.
저녁 타임이 끝나고 마감 정리 설거지 하고 있는데,
설거지하는 곳은 사람들 다니는 통로와 마주하고 있고 이 통로는 보조 개념이라서 폭이 좁죠.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카트를 끌고 왔다갔다 하는 거에요. 저 와의 거리는 2m 정도.
알고보니 그 분이었어요. 마칠 시간인데 카트를 끌고 다니다니 뭐 하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때만 해도 좋아한다는 감정은 없었고 요새 좀 자주 보이네 정도였죠.
그 후로 언제부턴가 그 분이 저에게 먼저 웃으며 인사를 하셨어요.
식사를 하러 갈때나 화장실 갈때 다른 곳에서 마주치면 그 분이 먼저 제게 인사했고 제가 후에 하는 편이었어요.
저는 안경을 벗으면 시력이 마이너스 인데다 땅을 보고 걷는 습관이 있거든요.
관리자 직원이기도 해서 저도 예의를 갖춰서 공손하게 허리 숙여 인사했죠.
그 분은 서류나 전화를 하면서 제가 일하는 곳을 왔다갔다 하기도 자주하고
제 앞을 지나갈 때도 먼 곳으로 안가고 대부분 제가 작업하는 통로와 바짝 붙어서 지나갔구요.
제가 고개를 들면 바로 앞에서 보이는 거리였죠.
그 때 부터였던 거 같아요. 몰래 좋아하는 감정이 생긴 건...
같이 일하는 분중에 저랑 죽이 척척맞는 기혼자인 여성분께,
저 직원이 이러이러해서 좋은 감정이 있다고 하니,
그건 다른 직원들한테 다 하는 행동이라며, 저 사람 좋아해? 하길래, 너무 좋아하지마라며 저 사람들 원래 다 저래 하시더군요.
그렇구나, 내 왕자병이 또 도졌구나 했어요.
며칠 후, 그 분 사무실 앞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코너에서 그 분이 나오더니
아, 씨~ 하면서 지나갔어요.
순간적으로 마주친거라서 나한테 그랬을리는 없고 상사한테 깨졌나 생각했죠.
하지만 속으로 다음에 마주치면 "저도 욕할 때가 있고 관리자님 방구소리를 들은 게 아니니 다행이죠, 뭐. 저는 괜찮아요~^^"
하고 첫 대화를 해볼까 하며 혼자서 연습도 하고 그런 상황을 상상하면서 웃기도 했죠.
근데 그 분을 일주일 정도 볼 수 없었어요. 일을 그만 두셨나 싶을 정도로.
그 날도 엄청 바쁜 주말이었어요. 물을 마시러 정수기로 가다가 그 분을 뵈었어요.
너무 반가워서, 웃으면서 허리 굽혀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했는데... 네. 하면서 휭~ 가셨어요. 순간 뭐지? 했어요.
하루는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그 분이 다른 남자분과 재밌게 대화를 하면서 저 앞에서 걸어오시길래 서로 눈으로 쳐다만 보고 지나쳤어요. 저는 쫌 서운했어요.
며칠 후, 일 마치고 탈의실로 가는 도중에 저 앞에서 그 분이 보였어요.
그 곳에서 그 분 사무실까지는 걸어서 4~5분 거리에 있어서 인사를 하고 대화를 좀 해볼까 하는 마음에 반가웠죠.
제가 "안녕하세요, 수고하셨습니다~"하며 고개 숙여 인사했더니 그 분도 웃는 얼굴로 인사를 받으셨는데
갑자기 전화를 꺼내면서 여보세요~ 하는 거에요.
좀 이상했어요.
아무리 쑥맥인 제가 생각해도 이건 일부러 전화 받는 척 하는 거 같은데... 란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다른 직원이랑은 대화도 하면서 걸어가던데 내가 말거니까 전화 받는 척을 하네. 내가 싫은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그 뒤로도 그 분과 마주치면 그 분이 먼저 인사했어요.
뭐 관리자 직원이니까 하며 저도 예의상 인사를 했어요.
일하는 제 앞을 자주 지나다니시고 웃는 얼굴로 인사를 먼저 해주셔서 저도 살짝 서운했던 게 풀어졌고,
하루는 편의점에서 예쁜 병에 담긴 음료수를 팔길래 저걸 드리자고 샀죠.
산지 2주일만에 드렸어요. 이래저래 드릴 기회가 많지 않았거든요. 괜히 그 분 사무실앞을 얼쩡거리기도 했었죠.
암튼 음료수를 드리는데 처음엔 다른 남자직원과 걸어가는 걸 보고 오늘도 틀렸구나 했어요.
볼일 보고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그 분이 저 앞에서 혼자 걸어가시길래 뒤에서 부르면서 드렸죠.
그러면서 제가 '쌤'이라고 불러도 되냐고 웃으면서 말하니, 쌤? 담당이라고 부르세요. 하고 웃으면서 말하시더군요.
하루는 약간 후미진 곳에서 그 분을 뵈었어요.
서로 인사하고 돌아설 때 제가 쌤! 하고 불렀어요.
서류 필요한 거 준비했는데 더 필요한 거 어디서 찾아보냐고 그런 사무적인 대화를 나누는데,
바로 그 분과 마주보면서 얘길 나누는 것이 참 좋았어요.
그 분도 제 눈을 쳐다보고 저도 그 분 눈을 쳐다보면서 5분 정도 말헀어요.
말하고 난 후 도무지 무슨 말을 나눴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였어요.
그 날 저녁에 너무 좋아서 퇴근 후 편의점에서 다른 음료수를 샀고 쪽지도 썼어요.
며칠전에는 제 앞을 똑같은 행동을 하면서 지나가시길래 저도 활기차게 고개숙여 인사했어요.
그 분도 웃으면서 받아주셨구요. 음료수를 건넬 적절한 시기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며칠 전, 같이 일하는 27살 남자애가, 이 친구도 저랑 죽이 척척 잘맞는 녀석이라서 제가 잘 챙겨줘요.
"형, 어제 내가 화장실 가고 있는데, 그 사람이 뒤에서 아는 척 하더니 나랑 이런이런 얘길 했다" 하는 거에요.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한텐 먼저 말도 안걸어주고 마주쳐도 왠지 대화가 길어질 거 같으니 전화하는 연기나 하고
웃으며 인사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에게처럼 똑같이 하는 인사겠지? 내가 싫은가?
또 혼자 왕자병 걸린 건가?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한다고 김칫국 마시는 건가? 하는 생각만 들었어요.
그 분은 저에게 어떤 감정... 아니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까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반반이에요.
오유회원님들 생각도 듣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