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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5년 전 편입 카페였다.
내가 사는 동네, 특히 내가 다녔던 학교는 편입 준비하는 사람이 흔치 않았는데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을 찾다보니 너와 연락을 시작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학교에 동갑이었고 원하는 학교도 같은 학교였다.
연락처를 주고 받은 이후로 자주 카톡하며 힘든 수험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나는 편입에서 떨어졌지만 너는 붙었다.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그 과정이 정말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너라도 가게 되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편입 합격하고 난 뒤 너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 합격했으니 연애도 하고 좋겠다 생각했다.
공교롭게도 그땐 나도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편입 시험 몇달 전 헤어졌지만.
너는 내게 이번에는 합격해서 같이 졸업하자고 했다. 나도 그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힘든 시기를 같이 했던 너와 함께 졸업하고 싶다고 기도하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공부했다.
운이 좋았는지 1차 필기에서 합격했다. 너는 네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줬다.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난 또 떨어졌다.
내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아는 지인들이 위로를 해줘도 슬프지 않았는데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는 너의 카톡을 보고 그날 밤에 펑펑 울었다.
그 뒤로 내가 먼저 연락하지 못했다, 아니 연락하는 일이 부담이었다.
전적대에 대한 열등감만으로 편입을 한 것이 아니었다.
시작은 열등감이었지만 힘든 수험생활에 만난 너를 통해 나는 전우애를 느꼈다.
같은 학교에서 졸업하자던 약속, 힘든 시기를 같이 보낸 너와 함께하고 싶었다.
그 사이에도 여러번 너와 연락을 했지만 너에게 이유 모를 부채의식을 난 항상 갖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의 일상에서 잊혀지는 줄 알았는데 어제, 너에게 새로운 카톡을 받았다.
큰 시험을 준비하느라 졸업이 늦어졌다며, 이제 곧 졸업한다는 네 소식을 들었다.
힘들게 편입해 원하는 목표를 눈앞에서 아쉽게 놓친 너와
일하면서 최종합격 문턱에서 엎어진 내 모습이 오버랩됐다.
신기하게도 우린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오로지 카톡으로만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너에게서 전우애, 고마움, 든든함,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졸업은 함께할 수 없지만 재수하면서 그때 당시 만났던 사람보다 큰 힘이 되어준 너를 한번 만나고 싶어졌다.
그리고 어쩌면 너와 나 사이의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기도 전에 이미 김칫국 열 사발 들이킨 것일지도 모른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나를 성장시키고 부지런하게 살아가게 만들었다.
그랬기에 힘든 수험생활을 한번 더 할 수 있었다.
대학원은 같은 학교에 다니자는 새로운 약속은 꼭 지킬 것이다.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얼굴 모르는 너를 올 겨울이 지나기 전에 꼭 만나고 싶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어떤 감정을 느낄지 모르겠지만
너는 꺼져가던 내 의지를 불태우게 만들어준 사람이다.
그런 너를, 나는 꼭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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