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어와서 사진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중고나라에서 FM2(알고보니 고장난...)을 사다 쓰고 그 녀석을 데리고 쿠바, 네팔을 여행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명의 이기를 쫓아 D700 을 사서 근 1년간 사용했습니다. 1년 남짓 쓰고 나니 제가 지나치게 장비병이 들려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반사적으로 사진을 찍고 색을 따질 뿐 사진에 메세지가 담기지 않는 사진을 보면서 상심했습니다.
그래서 장비들 (삼각대, 스트로보, 24-70 표준줌, 단렌즈 3개, 카메라) 모두를 처분하고
사진의 본연인 메세지로 돌아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허파에 어떻게 바람이 들었는지.
'라이카의 감성이 뭔지 알아보자!!!'
라고 생각하며 스르륵 장터에서 200만원에 라이카를 업어왔습니다.
이녀석이 그 주인공입니다.
80년대에 탄생하였고 조용하고 미러쇼크가 없는 '쩔꺽" 하는 셔터 소리. 그리고 RF 방식의 초점 방식이 새로웠습니다.
이중상합치에 적응이 안되어 매번 핀이 나갔지만 현재는 지나가면서 찍어도 대부분 초점이 잘 맞더라고요.
사람들은 말합니다.
"왜 그 비싼 돈을 주고 그렇게 불편한 장비를 사냐. 초점도 느리고, 필름에다가, 측광도 정확하지 않은데"
글쎄요. 저는 아직도 이 문제에 분명히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좋은 카메라라면 요새 나오는 소니, 니콘, 캐논에서 많이 나오는데 왜
굳이 가격이 미칠듯이 높고, 불편한 라이카를 쓰는지.
일단은 카메라가 정말로 예쁩니다...
실버바디에 빨간색 점이 찍혀있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처음에 봤을 때도 보자마자 한 말이 "이쁘다" 였고 지금 제 앞에 놓여있는
녀석도 보면 참 어떻게 카메라가 이렇게까지 이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두번째로 사진을 찍으면서 '재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SLR (일안식) 카메라로 느끼지 못했던 시원시원스러운 뷰파인더, 묵직하면서도 조용한 셔터소리, 직접 돌리는 셔터다이얼 이런것 모두가
재미있습니다. 제가 사진을 만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을 찍고 집에서 현상을 하고 스캐너로 스캔을 하는 모든 과정을 제가 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제가 만들어간다는 재미가 아무래도 라이카를 쓰는 가장 큰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도 매번 밖을 나갈때 가지고 돌아다닙니다. 매번 셔터를 누를 때마다 새로운 쾌감을 느낍니다. 찍은 사진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설레임이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나올까? 잘나왔을까? 망하지는 않았겠지?"
이런 점이 제가 라이카를 쓰는 이유라고 할 수 있네요.
마지막으로 제가 가지고 다니면서 찍었던 흔적들을 보여드리고 글 마치겠습니다.
@교토
@압구정역 가기전 지하철에서
@제주도 송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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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야마(교토)
@나라 (눈이 내리고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