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은 마음껏 보복심리를 느끼라고, 군생활 3년은 되야지 2년 배워서 뭘하겠어요를 외치라고 하고 있지만 머리는 다른 것을 말하고 있기에 여기에 글을 풀어 올립니다.
요즘 군 복무기한 24개월 환원으로 시끄럽네요.
기사를 읽어보고 전문 밀리터리에 지식이 없어보이는 일반적인 예비역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24개월은 되야 군생활에 숙련될 수 있다는 게 이유로 나오더군요.
군인정신도 24개월은 되야 생긴다는 말도 있고...
근데.
군인정신을 확보하기 위해서 24개월 복무한다고 하면 그거만큼 웃기는 이야기가 어디 있을까요.
예비역 여러분들 솔까말 24개월 강제복무하면서 군인정신 제대로 생기는 병사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군인정신이 전투에서 물론 중요한 요소이긴 하겠지만 단순히 군대에 오래 가둬놓는다고 간단히 생기는 마인드가 아니란 건 다들 아셔야 할 겁니다.
오히려 복무기간과는 관련이 없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전에 참전하여 어머니에게 드리는 글을 적은 수첩을 남긴 채 전사했던 한 학도병의 예를 보더라도 자신의 가족과 터전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다면 군인정신은 자연히 따라오게 되어 있는 정신적인 문제입니다.
하여간에, 현대전으로 올 수록 정말로 중요해지는 요소는 군인정신의 강조같은 구일본황군의 잔재같은 정신력 드립이 아니라 사람 목숨과 피로 막아야 할 거를 대신 막아줄 수 있는 고성능 최첨단 전투장비의 확보입니다.(고성능일수록 비싸지만 비싼만큼 제 값을 합니다. 이것은 밀덕들 사이의 진리로 통하는 문구입니다.)
장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는 멀리서는 이미 걸프전 때 압도적인 수의 병사를 가지고도 병사 수로만 전쟁하려다가 미군한테 [개]처발린 이라크의 경우가 있고, 가까운 예로는 한국 특전사가 주한미군 기지를 야간에 침투하는 대항전 훈련 때 개인마다 야간암시장치와 열상감시장치 가지고 있는 미군수비병력에 침투해 들어갔던 특전사들 제대로 손도 못 쓰고 전멸한 경우가 있습니다. (야간암시장치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야간에는 야간암시장치 낀 병사 한 명이 보통 병사 다섯은 최소한 상대가능합니다.
운좋게도 한국군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그 분의 정책적인 후원으로 국방개혁 2020을 실행하여 그것에 힘입어 해군, 공군이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이루어 냈습니다.
그전까지 해군은 기동전단을 꿈에서만 접할 수 있는 단어였으며 이웃 일본의 몇 개나 되는 기동전단을 보며 유사시에는 목숨을 다 바쳐도 영해를 지켜내지 못할 것이라는 굴욕을 맛보던 형편이었습니다. 실제로도 학살이었구요.
하지만 지역방공이 되는 KDX-2급 이지스구축함 건조를 시작으로 이제는 일본 해자대(해상자위대) 전력의 30~40%까지 따라잡았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즉, 한 방은 노려볼 만한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 되었다는 것이죠.
공군의 경우에도 종래에는 장거리 폭격수단이 없어 전략적인 작전구상이 경직적이었지만 차기 전투기 획득사업으로 F-15K를 도입하여 중국 동부, 북한 끝까지, 동경 및 일본 주요 거점을 타격 사정거리에 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본에도 F-15J가 있지만 제공능력(공중전투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F-15K의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소나타 최초기형과 YF소나타의 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육군의 경우에는 흑표가 있지요. 이건 전차계의 불곰이라고 보면 됩니다. 지금은 파워팩때문에 시끄럽지만 이것만 해결되면 미군의 M1A2나 독일의 레오파드2A6가 부럽지 않은 강력한 전차입니다. 북한 신형 전차 폭풍호로 요전에 잠깐 시끄러웠는데 흑표 한 대 뜨면 폭풍호가 몇 대가 뜨던지간에 폭풍호가 대응 못 하는 원거리에서 찢어발길 수 있는 능력이 됩니다. 근거리라도 강력한 방호력과 공격력을 내세워 1:5정도는 기본으로 상대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몇 십 가지 되는 사업이 성공하였거나 진행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국방관련 예산이 반토막/삭제 당했죠.
흑표도 원래 노무현 대통령 때 천 대를 찍을려고 계획을 세우고 국방예산도 올려놓고 했는데 지금은 반토막 이하로 잘려버렸습니다.
알시다시피 군 현대화는 예산과 직결됩니다. 그래서 국방개혁 2020이 2030이 되고 그것마저 희미하다는 한숨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구요.
떼여진 예산때문에 더욱더 벌어져버린 강력한 주변 잠재적국과의 전투력 간극을 뭘로 메우냐?
이게 바로 군대 복무기간 24개월 환원인 겁니다.
전투장비로 막을 희생을 군인들 몸과 피로 막는다는 중공군 또는 구일본군스러운 발상이죠.
스타로 치면 병사를 생산할 때 돈 비싸다고 불곰 안 뽑고 마린만 뽑아대는 겁니다.
군 복무 24개월은 되야 나라지킨다구요?
비슷한 경우의 다른 나라의 예를 봅시다.
NATO회원국 중의 하나이고 냉전시절 유사시 구소련의 2만 전차 웨이브를 몸으로 막아야 했던 처지의 독일군도 현재는 [11개월] 의무복무입니다.
냉전이 끝나서 다소 위협은 낮아진 상태이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유럽에 대해 잠재적인 특급 위협국입니다.
그래도 독일은 유럽 땅덩이 중에서 육군에서만큼은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고 있고 냉전 때의 구소련도 쉽게 뚫을 생각을 하지 못한 방어력을 구축했습니다.
11개월 의무복무와 러시아를 상대로 버티는 독일육군의 원동력이 뭔지 아십니까?
현대화된 장비입니다.
독일에는 PZH2000이라는 자주포와 레오파드2A6라는 자주포와 전차계의 람보르기니가 있습니다.
PZH2000이라는 자주포를 훨씬 싸게, 그러나 기능이 좀 낮은 자주포가 바로 한국이 자랑하는 명품 삼성테크윈 K-9자주포입니다.
K-9만 해도 국내외가 알아주는 A급 자주포입니다.
그런데 그런 K-9이 한 수 접어주고 굽혀들어가야 하는 게 독일의 S급 자주포 PZH2000이라는 거지요.
레오파드2A6는 제대로 된 전차전 실전경험이 없어서 그렇지 역전의 용사 미군의 M1A2 TUSK도 절대 우세를 장담할 수 없는 독일의 명품전차입니다.
그래서 상대적인 규모는 작을 지 모르지만 개별 유니트의 전투력이 쩔어주기 때문에 독일 육군은 유럽최강 육군의 칭호를 듣고 있습니다.
이해 좀 가십니까?
우리나라, 독일처럼 무시무시해질 만한 돈 있습니다.
근데 그 돈이 국방예산에서 삽으로 뜨여져 어딘가로 처박히고 있지요.
그 구멍을 메우는 것이 24개월 복무기간 연장으로 인한 땅개 머릿수 확장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저글링이죠.
그런데 숙련된 전투인력 확보를 위해 강제복무하는 인원을 늘리는 것보다 훨씬 효과좋은 방안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직업군인 비율의 향상을 통한 직업적 전문 전투인력, 즉 직업군인 수의 확대인데 그러려면 돈이 많이 듭니다.
근데 그 돈이 어딘가 삽으로 떠져 뭉텅이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장비 확보에 필요한 예산도 잘리는 판국에 직업군인 확대는 어림도 없는 소리고, 그걸 땜질하려고 강제로 더 많은 병사들 끌어와서 잘 생기지도 않는 군인정신 강요하면서 직업군인이 담당했다면 돈 몇 백만원 받으면서 할 일을 시키는 겁니다.
장비 살 돈 아껴서 다른 [좋은 곳]에 쓸 테니 강제로 끌려온 늬들이 그냥 몸과 목숨으로 때워라 이겁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복무기간 연장은 "장비로 막을 희생을 수많은 목숨으로 막는 저글링 전법"에 지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