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편향·막말수업’ 장기고 교사 수업받은 학생들 “편집된 녹취물만 보고 어떻게…" 입력 : 2011-11-08 10:47:47 노출 : 2011.11.08 10:47:55
“너무 왜곡됐어요.”
“학기 초에 저희한테 (자신의 의견에 대한) 양해를 구했고 저희도 동의했습니다.”
“기껏해야 6분짜리 동영상보고...'몇 분짜리도 저런데 한 시간은 어떨 것 같냐'고요?”
(장기고등학교 국사수업을 들었던 학생들) 최근 막말·좌편향 교사라며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으로부터 집단적인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김포 장기고교의 국사 교사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반응이다.
해당 교사는 지난달 말 국사 시간에 “박근혜 아줌마 왜 안나오는지 알아? 나오면 맞잖아”, “대통령, 이명박 정부 물러나야 해, 그지? 조만간 물러날 것 같은데….”, “1년에 피부샵 다닌다고 1억씩 쓰는 여자가 서민들 교통비, 버스비 100원 올리는 것에 대해서 마음이 울릴까?” 등의 발언을 한 녹취파일이 언론에 공개됐다. 이 때문에 여러 언론들로부터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 교사의 발언을 비판하는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하나같이 ‘전체 수업과정에서 나온 일부일 뿐’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수업에는 흐름이 있는 것인데 해당 녹취파일은 특정 부분만 뽑아 알린 것일 뿐이라는 내용이 주류였다. 실제로 그러한지 알아보기 위해 7일 장기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했다.
교문에 들어선 순간 풍기는 학교의 분위기에서는 언론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이 느껴졌다. 교사를 포함한 학교 당국이 언론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려 했다. 장기고 교감은 “교사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 전부”라며 “그밖의 어떠한 내용의 기사도 다시금 비난 여론을 불러일으켜 힘들어질 뿐”이라고 밝혔다. 장기고는 이번 사태가 그저 조용히 묻히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해당교사 역시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학교 당국과 다른 교사들에 의해 번번이 차단당했다. 동료 교사들도 취재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앞선 언론 보도로 인해 해당 교사가 큰 상처를 받은 데 따른 것이라고 교사들은 설명했다.
반면에, 학생들은 언론에 알려진 내용이 진실과는 크게 다르다고 반박했고, 매우 적극적이었다. 해당 교사의 수업을 들었던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랬다.
1학년생 이종현군은 “(사람들이) 너무 부풀려서 말한 것이다. (녹취록이) 1~2분(실제 6분짜리)밖에 안되지만, 애들 졸릴 때 깨우고 집중하게 하려고 말한 것”이라며 “마치 그런 말 하느라 진도도 못나간다는 말도 안 되는 기사도 있었다”고 반박했다.
다른 1학년 여학생 2명은 “왜곡된 것이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학년생 이재웅군은 “엄청나게 왜곡되고 있다”며 “선거 앞두고 특정당 밀어주는 것 아니냐. 기사 이슈로”라고까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함께 있던 고재영군은 ‘정치주입식 교육을 했다’는 비난에 대해 “(정치)주입식 그런 게 전혀 아니다. 수업중 그런 의견을 말할 땐 처음에 꼭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하고 나서 한다”며 “평소 학생들과 공감대가 잘 형성돼있다”고 밝혔다.
1학년 때 해당교사로부터 국사수업을 들은 2학년생 김아무개군 등 2인은 “항상 ‘내 생각은 이렇다’고 밝힌다”고 강조했다. 다른 학생들도 “선생님은 수업중간에 육두문자 사용하는 것도 양해를 구한다. 그것도 학생들이 모두 동의한다. 정치 얘기하실 땐 항상 내생각일 뿐이라고 분명히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녹취본에 많은 편집이 가했음을 알 수 있다.
2기 학생회장 출신인 3학년생 김동희군도 “(일부 매스컴과 댓글들의 비난처럼) 그러실 분이 아닌데 왜곡된 면이 없잖아 있다. 인터넷을 통해 과장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1학년생 유아무개군, 박아무개군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까 선생님 의견이 그럴 수 있는 것”이라며 “자기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비난받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4일 한나라당은 “편향된 정치활동을 하고 교실에서 욕설을 가르치는 교사, 법적 조치해야”라는 제목의 성명을 낸 것에 대해 1학년생 유아무개군, 박아무개군은 “상황이 안 좋게 되면 (선생님께서 징계를 받게 되면) 서명운동이라도 할 것”이라며 “(학생들이) 많이 참여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재웅군과 고재영군도 “(선생님께서)징계 받으시면 그 수위라도 낮추려고 (개별적으로) 반마다 돌면서 서명운동 중”이라며 “자발적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 교육청은 지난 4일 장기고교를 방문해 현장실사를 벌인 바 있다.
기사 원문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8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