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 중 하나인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사업이 결국 좌초되게 되었다. 함께 하겠다는 민간 업체가 한 군데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사업'은 외국에 한식을 알리기 위해 미국 뉴욕에 150억원 규모의 고급 한식당을 차려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알리는 사업으로 '한식재단'(명예 이사장 김윤옥)의 대형 주축사업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한식재단에서 공모한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개설 운영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에 참여한 기업이 한 곳도 없어, 결국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다.
'사모님 예산' 논란까지 일으키며 정부가 추진했던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사업이 무산돼 예산 배정 과정에서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졸속으로 예산을 배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업은 처음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 시작됐으며, 이곳 미국의 현지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시성 사업으로 비치며 미주 한인들 사이에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사업이 무산된 배경과 김윤옥 여사가 직접 챙기고 있는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들여다 봤다.
<시몬 최 취재부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야심차게 진행했던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가 결국 실패의 쓴 맛을 보고 있다. 영부인 김윤옥 여사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뉴욕에 150억원 규모의 고급 한식당을 만드는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했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한식재단에서 공모한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개설 운영사업 민간 사업자 공모'에 참여한 민간업체가 한 곳도 없어 이 사업은 결국 백지화되게 되었다.
지난달 말 <뉴시스>의 보도에 의하면 "한식세계화 민간추진기구인 한식재단은 지난달 13일까지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개설·운영사업 민간사업자 공모’를 실시했지만 신청자가 한 곳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민간업자에게 5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공모에 나섰지만 신청업자들도 100억원을 투자해야 해서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외면당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이번 사업이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김 여사의 적극적 의지에 의해 졸속으로 예산 배정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 한식 세계화 관련 전체 예산 311억원 중 16%에 달하는 50억원을 고급 한식당 건설 비용으로 책정했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논평에서 “농림수산식품부가 사업에 대한 충분한 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은 결과 국가예산만 낭비하게 됐다”며 “더구나 지난해 국회 예결특위 심의과정에서 여야 의원 대부분이 반대했음에도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하며 은근슬쩍 포함돼 통과시켰던 꼼수예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민간사업자 공모 공고
쪽박사업에 투자하라고?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사업은 미국 뉴요커에게 한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한식당의 품격을 높여보겠다고 시작한 사업이다. 뉴욕에 한식당을 개설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150억원으로 계산해서 50억 원은 국비로, 나머지 100억원을 투자할 민간 사업자를 모집했던 이번 공모에 단 한곳도 신청하지 않았다. 이 사업은 요식업계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예견했던 속칭 '쪽박 사업'이었다.
그동안 이 사업은 시작부터 말썽을 부리며 많은 논란을 빚어왔다. '국민의 세금을 불투명한 사업에 투자할 필요가 있는가'부터, 왜 '영부인이 앞장서서 진행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었다.
영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앞장 서 추진한 덕분에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국정감사와 예산 심의 과정에서 농식품부가 청와대 눈치를 보고 있다는 예산 스캔들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농식품부는 해외에 한식당의 수가 많지만 세계 시장에서 한식이 싸구려, 저가 이미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이를 바로 잡겠다는 입장이었다. 세계 시장의 파급효과를 감안 국제 경제 중심지인 뉴욕 한 가운데에 세우면 한식에 대한 이미지도 개선되고 한식세계화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었다.
하지만 반대로 일각에서는 민간에서 해야할 일에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결국 민간의 수익사업으로 전락할 일에 왜 정부 예산을 쓰냐는 것이다. '사모님 예산'이라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이런 논란에도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농수산식품부에 관련예산 50억원을 주기로 했고, 이 예산이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사업에 배정되었다. 하지만 보류사업으로 결정되며 예산은 배정하되 사업 진행은 당분간 보류로 되었는데 멋대로 공모를 했고, 그 결과 1년이 넘도록 아무도 신청하지 않는 창피를 당하게 된 것이다.
정부가 50억원이나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민간 투자자들은 선뜻 나서지 못했다. 민간 업체도 100억원을 투자해야하는데 현 경제상황에서 이를 감당할만한 사업자가 없었던 탓이다.
또 문제는 150억원이 들어가는 대규모사업에 50억원의 국민 혈세가 지출될 예정이었지만, 매입부터 식당 운영, 관리 등 모든 것을 민간사업자가 하기 때문에 사업이 추진됐어도 추후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했던 사업이었다.
또 식당이라는 비즈니스가 돈만 들여서 가능한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망각한 무지와 민간사업자의 배만 부르게 할 수 있는 위험요소가 많았던 사업이어서 이 프로젝트의 무산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욕 현지의 사업자들은 정부의 돈으로 한식당을 만든다는 계획의 현실성 여부와 100억원(약 1,000만달러)이라는 초기투자자금에 대한 부담, 그리고 정부의 장기적인 보조 계획이 불투명한 점 등을 들어 대부분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총 150억원의 자금도 맨하탄에 건물을 구입해 대형 식당을 운영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는 평가도 나왔다.
▲2009년 5월 한식세계화추진단 출범식의 김윤옥 여사(가운데)와 한추위 관계자들
기존 식당업주들 거센 반발
이 프로젝트는 발표 초기 협력자로 손잡아야 할 이곳 현지의 사업자들로부터도 되레 거센 비판에 부닥쳤었다. 정부가 운영하는 한식당과 경쟁하게 된 뉴욕 요식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우리 보고 죽으라는 소리냐”는 볼멘소리가 돌아왔다. 뉴욕의 ‘우래옥’, 뉴저지의 ‘코리아팰리스’ 등 유명 한식당들이 문을 닫는 등 민간사업자들도 경영난에 허덕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두고 당시 뉴욕의 많은 한인 식당 업주들은 기존 한식당의 피해를 우려해 불만을 드러냈었다. 어렵게 해외에서 한식업에 종사하고 있는 재외동포를 뒷받침하고 보호해야 할 정부가 뒤늦게 '한식세계화'를 명분으로 직접 고급 한식당을 차려 오히려 '영세상인'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은 아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그들은 "한식을 세계화 한다는데, 도대체 뭘 가지고 세계화를 할 것이냐"고 반문한 뒤, "진짜로 한식을 세계화하고 싶다면 식당 짓는데 돈을 투자할 것이 아니라 한국문화원 같은 곳에서 (현지 식당직원에 대한) 철저한 트레이닝을 해주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가 나서서 고급 한식당을 만들 경우 상대적으로 기존 영세 업소가 받게 될 타격에 대해 우려했었다.
게다가 김영목 뉴욕총영사 조차도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면 (상업성보다는) 공익성을 조금 더 앞세웠으면 좋겠다"며 "농수산식품부에서 예산을 반영할 때, 아무래도 현지 사정을 모르니까, 그런 것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반영한 것 같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었다.
이 프로젝트는 결국 뭔가 보여주기 식의 전시성 행정이 낳은 예견된 실패라는 지적이다. 사모님 예산', '청와대 눈치보기' 등 말도 많고 잡음도 많았던 뉴욕 한식당 사업은 정확한 시장조사와 검증도 거치지 않고 전시행정 위주로 시작하면서, 날치기로 돈을 받아 내고 강행했던 전형적인 영부인 치적쌓기에 동원된 홍보 사업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한식의 세계화라는 명분으로 펼쳐지고 있는 사업이 영부인의 치적쌓기에 동원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 김윤옥 여사는 청와대를 찾은 동자승들에게는 고래밥과 색소음료를 내놓은 반면 한국 주재 외국 대사관 부인들에게는 직접 한식을 만들어 대접했다.
1억짜리 김윤옥 요리책 발간
농림식품수산부는 지난 9월22일 보도자료를 하나 내놓았는데, '뉴욕에 부는 한식바람, 숨은 공로자들'이라는 제목에서 김윤옥 여사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때 각종 언론에는 김윤옥 여사가 한인 요리사들과 식당업주, 그리고 유명 블로거와 함께 찍은 사진이 도배되었다.
신문기사만 보면 마치 김윤옥 여사가 뉴욕에 부는 한식 바람에 큰 공로를 세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 자리에 참석한 대다수는 정부예산의 지원이나 혜택을 받지 못한 오로지 자신들의 노력으로 성공한 인물들이었다.
그들이 해외에서 힘들게 노력하고 성공하여 한식을 알리고 있을 때, 정부는 한식세계화 명분으로 책정된 예산 141억5000만 원 중 32억원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 흔한 한국메뉴판 지원 사업도 올해 9월이 가도록 메뉴판 지원은커녕 제작할 사업자 공고만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으면서 예산은 예산대로 받아내고, 해외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공로를 가로채고 있는 것이다.
또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이 한식을 즐긴다는 현지 언론 보도 중 일부는 미국 내 한식홍보 대행을 맡고 있는 홍보기획사가 배우나 잡지사 측에 대가를 지불하고 ‘기획’한 작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농림식품수산부는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자화자찬식 과잉홍보라는 지적을 받았다.
김윤옥 여사는 국비 9950만원이 투입된 '김윤옥의 한식이야기'라는 요리책을 발간했다. 한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제작된 요리책의 제목에 굳이 자신의 이름까지 넣었다. 이 책에 김윤옥 여사가 손주들에게 즐겨 해주는 음식들과 한식을 요리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손주들을 사랑하며 손수 음식을 만들어주고, 몸에 이로운 음식을 생각하던 김윤옥 여사는 청와대를 방문한 동자승들에게는 '고래밥'과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사주기 힘든 색소덩어리 음료수를 주어 많은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사기도 했다.
‘한식 세계화’ 사업이 지나치게 전시성 프로젝트에 치우치고 LA를 비롯한 미국 내 한인사회 민간 부분과 갈등을 빚는 등 문제점들을 드러내면서 표류하고 있다.
남가주를 비롯한 서부지역에서의 한식 세계화 사업 관련 정부기관인 한국 농수산물유통공사 산하 ‘LA aT센터’(지사장 신현곤)도 추진 사업들이 전문성이 떨어지고, 한인사회 민간 주체인 ‘한식 세계화 미서부위원회’도 서로 손발이 맞지 않아 사업 방향 등을 놓고 의견대립을 벌이는 등 제 궤도를 찾지 못해 실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LA aT센터는 올 상반기 애나하임에서 열렸던 세계 자연식품 박람회에 설치했던 ‘한국관’에서 간판 반쪽이 행사 도중 떨어져 망신을 샀고 천편일률적 제품 전시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식 세계화 미서부위원회도 지난해 출범 이후 내부 분란을 겪은 데다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미서부위원회 이사회는 지난 2월 이기영 전 회장을 해임하고 운영진을 새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었다. 지난 10월 22일 개최하기로 한 비한인 대상 ‘한식축제’는 장소문제로 연기되기도 했다.
미주 한인신문 선데이저널 시몬 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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