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유머에는 첫 글이네요. 반갑습니다. :-)
아쉬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연말연시의 차분한 혼란도 잠시, 올 겨울 최고라는 냉랭한 한파가 찾아와
온 정신을 휘청이게 하는 것 같네요. 항상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몇 해 전에 직장동료분께서 여자분을 소개해 주셨었어요.
예쁘시고 성격도 밝으신 분이셨는데, 제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는 둔감한 성격이라 확신을 갖지 못하고
한 걸음 더 다가서지 못했었네요. 네 번을 만났는데, 시간을 더 가져보자는 말을 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서 결국 마지막 인사를 드렸었어요.
그렇게 두 해 정도 시간이 흐르고 있던 지난 연말 즈음, 예전에 자리를 마련해주셨던 직장동료분께서
정말 조심스럽게 그 여자분을 다시 만나 볼 생각이 없는지 물어보셨어요. 뜻밖의 제안이었고 무척 조심스러웠지만,
저도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고, 신중한 고민 끝에 한번 만나 뵙고 싶다고 말했죠.
약속 날짜와 장소를 정하고, 2년여 만에 처음 만나던 날, 그분은 다소 차갑고, 침착한 분위기였어요.
그 당시엔 이야기도 많이 하고, 의사 표현이 적극적이셨거든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다소 긴장을 해서 그런지
아무 말 대잔치에 가까운 이야기를 나누고, 짧은 만남을 가진 뒤 귀가했습니다.
이후로 안부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해도 답변이 없거나 짧게 단답형으로만 말씀을 하셨어요.
저녁 식사 제안을 해도 연말이라 약속이 많이 잡혀 있다고 하고, 왠지 저를 피한다거나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신중히 고민을 하다가 며칠 후에 다시 연락을 드렸어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았고, 이후로도 회신을 주지 않으셔서 결국 장문의 문자를 보냈죠.
서로 연락하고 만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시는 것 같은데, 불편을 드려서 미안하고, 잘 지내셨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문자를 보낸 뒤 퇴근을 하는데 바로 문자 알림음이 울렸어요. 운전을 하고 있던 터라 귀가 후에
확인해 봤는데, 그 분도 장문의 문자를 보내셨죠. 한번 만나 보고 그리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대체 어디 있고,
상대를 위하는 것은 좋은데 너무 진중한 자세는 자신에게 짐이 될 수 있다, 잘 지내시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전화를 해봤는데, 통화를 피하셨어요..
머릿 속으로 정리가 되질 않았습니다. 일방적인 판단으로 실수를 한 것인지, 표현하기 어려웠던 마음을 정리할 기회가
주어져서 이참에 확실한 의사를 전한 것인지 조금 혼란스럽습니다.
그리곤 아직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렇게 마무리를 짓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연락을 해 보려고 해도,
더욱 반감을 안기며 뜻하지 않은 상황이 그려질 것 같아서 염려스럽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없는 이 마음도 조금은 바래고 엷어질까요.
그리고 어떤 색깔로 덧입혀질지 궁금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것인지,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