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호의 '저그'는 공격적인 스타일이긴 했지만, 저그라는 종족 공통 속성이 '맞춰가는 능력'이 좋아야 합니다. 그리고 대단히 변화무쌍하며 유연한 종족이지요.
스타크래프트를 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해처리라는 메인 생산 건물 하나에서 모든 유닛이 다 튀어나옵니다. 단지 테크에 필요한 건물만 필요할 뿐이죠. 그래서 저그는 급격한 생산유닛 변화가 가장 손쉽게 일어납니다.
저그의 다수 뮤짤이라던지, 히드라 웨이브도 다 이런 속성에 기인하거든요.
홍진호는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상당히 좋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 기본 속성인 '정직'이 포함된거죠. 그래서 그는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고, 그 신뢰감을 바탕으로 좋은 연대를 잘 만들어내서 승리하는 정공법적인 타입입니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는 임요환과 별 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발상의 전환이 한번씩 대박을 치는거죠.
임요환은 뭐 옛날부터 독고다이 체질이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팀플 할때도 많이 털렸고, 상대방을 보며 맞춰가는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플레이 스타일을 완벽하게 연구해와서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늘어져서 한방에 숨통을 끊어버리는 전략을 자주 구사해왔죠. 그래서 그는 임기응변 자체는 그렇게까지 뛰어난 스타일은 아닙니다. 맞춤전략이 대단히 훌륭하죠. 스타크래프트 역사상 상대방에 대한 맞춤전략은 임요환이 최고였습니다. 단지 그 피지컬과 종족상성의 문제가 좀 컸던게 크죠.
둘은 공통속성인 '승부사'근성이 상당히 뛰어납니다. 프로게이머 출신이라서 그런지 1:1 게임만 돌입하면 눈빛이 달라지죠.
다시 임요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임요환은 그래서 맞춤 전략을 잘 쓰는 타입입니다. 처음 해보는 게임에 대한 대응력은 떨어지지만, 한번 더 하게되면 그에 대한 파해법을 분명하게 만들어오는 선수라는거죠. 이는 지난 데스매치에서 잘 나타나 있었습니다. 유정현의 말 한마디, 게임을 전체적으로 판단하면서 그의 플레이스타일, 습성을 완벽하게 꿰고 왔고 4연승으로 초전에 이겨버렸습니다. 그 이후는 그냥 요식행위일 뿐이었죠.
또한 홍진호와 반대되는 속성중 하나 '승리를 위한 강한 집념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파격'입니다. 임요환은 채팅으로 블러핑을 해서 상대방을 이기기도 했고, 얼라이 마인이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써서 상대방을 제압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승리를 위해서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합니다.
지니어스2기 우승을 '승리'의 목적으로 둔다면...
그가 정말로 0가넷 전략을 준비해왔던, 그렇지 않던.. 그는 사실 생존에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을 쓴거나 마찬가지 입니다.
0가넷은 솔직히 타겟이 되면 그게 더 이상한거에요. 임윤선이 임요환을 찍은것도 사실 그 상황에서 '조유영, 은지원, 노홍철'의 단단한 친목라인을 깰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장 약해보이는 임요환을 찍은거죠. 덕분에 거지매치가 되었고요.
사실 데스매치에 먼저 선택된 입장에서 상대를 고를때는 당연히 '다수의 가넷'을 지닌 사람을 찍게 마련입니다. 일단 가넷이 많으면 어떻게든 활용할 가능성은 분명 있거든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건 역시 임윤선도 그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실제로 그 이후로 마지막 최종 3인에 올때까지 임요환은 데스매치에 가지 않습니다. 가넷 0개인데 싸워봐야 의미가 없죠. 유정현(?)은 생각대로 임요환을 대신해서 조유영, 노홍철, 은지원을 차례로 치워주면서 3인깢 끌어올려준거죠.
임요환이 메인매치를 아얘 망칠 생각으로 게임을 하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전형적인 독고다이 싸움꾼이었어요. 그래서 그는 협동하는 법도 서툴렀고, 상대방에게 신뢰는 주는것도 상당히 어려워했죠. 그런데 그의 '승리에 대한 모토'야 말로 사실은 가장 지니어스에서 필요한, 그리고 기본적인 자세입니다.
애초에 강한 연대 혹은 친목라인이 형성되어서는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한번 정도 손을 잡을 순 있어도, 그 관계는 사실 깨끗히 청산 되었어야 하는거죠. 그런데 그렇게 되버리면서 임요환은 호구왕, 트롤킹이 되어있었습니다.
사실 그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상당히 노멀한 방법을 많이 구사했고, 나쁘진 않았어요. 세력에 의해서 와해된게 많아서 그렇지, 물론 허당짓도 많이 했구요.
뭐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 홍진호와 임요환은 자신의 성격과 플레이 스타일대로 게임을 진행했고, 나름대로 잘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무협소설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강한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자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끈기 있게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살아남아 거기까지 간거죠. 그가 무슨 나쁜짓을 해서 그 자리에 올라갔다면 비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부분은 없었으니까요.
스타1 시절 임요환은 정말 포기를 모르는 선수였습니다. 남들 같았으면 다 포기했을 게임도, SCV 마지막 한기가 터질때까지도 포기하지 않던 남자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온게임넷 역사상 스타1 VOD 1위를 찍은 도진광과의 패러독스의 대역전극을 써내려갔습니다. 박지호와의 8강전이었나요? 맵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나는데.. 다 진 경기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역시 대역전 했습니다. 그런 사람이에요. 홍진호도 나름 1.5~2세대 프로게이머로서 근성의 게이머였지만.. 임요환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매력이에요.
그의 화려한 컨트롤과 기가막힌 전략만 보고 그를 좋아했다면 한 단면만 본거죠. 진짜는 그 무시무시한 근성이죠. 그게 사람의 피를 끓게 만듭니다.
권투에서 그렇게 얻어터지고 쓰러지고 또 쓰러져서 시야도 잘 안보이는 와중에 '파이팅 포즈'를 취하면서 더 싸우겠다고 덤비고 결국에는 상대방을 이기는 '록키'에 사람들이 열광했던건 그 투혼인것처럼, 황제에겐 그런 투혼이 있죠. 요즘 프로게이머들은 그런거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