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이었습니다.
3년째 저는 친구들과 함께 매년 여름 방학마다 서울의 한 고아원으로
봉사활동을 다녔습니다.
대학 시절 시간을 채우기 위해 시작했었지만
저희가 갈 때마다 반겨주는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이 너무 예뻣기 때문이죠.
거기다 이번에는 고아원 수녀님(가톨릭 제단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입니다.)께서 저희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셨습니다.
바로, 6세-9세 아이들을 데리고 수영장에 데려갔음 한다는 이야기였죠.
인원도 20명정도였고, 마침 이번에 아이들을 위한 예산이 따로 마련되어
꼭 좀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저희는 이번 고아원 봉사자들끼리 모여
이 수영장 데려가기 프로젝트를 위한 회의를 시작했고
늘 같이 하던 저와 제 친구 셋(27), 재작년에 봤던 w양(24), 올해 처음이라는 s양(30), 4년만에 왔다는 g군(28), 모두 7명의 봉사자와
신부님 수녀님이 함께 했습니다.
제가 이 수영장 데려가기 행사장을 맡고, w양은 미니버스 대절, g군은 수영장 섭외, s양은 인원체크 및 모자 구입
(아이들을 잃어버릴 것을 대비해 모두 노랑색 수영모를 씌우고 그 위에 매직으로 이름을 적음)
이렇게 며칠간의 준비를 마치고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수영장으로 떠낫습니다.
모처럼 나온 아이들도, 물을 본 봉사자들과 신부님 수녀님 역시 너무 신이 났지만
저는 거기에 어울릴 수 없었습니다.
유치원 교사를 해 본 분이라면 알겠지만, 이런 어린아이들은 언제 없어질지 몰랐고
행사장을 맡은 전 물 밖에서 우리가 놀던 곳을 벗어나는 아이가 보이면
바로 호루라기를 불어 봉사자들을 보내야 했으니까요.
50분 놀고 10분 쉬고를 2번 반복 후 인원점검을 했을 때,
저는 가슴이 쿵쾅거림을 느겼습니다.
하필 다른 봉사자들이 아이들에게 줄 간식을 사러 간 사이
한 아이...7살짜리 한 아이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이름도 기억나죠... 민준이....
전 제 친구들에게 잠시 다른 아이들을 봐달라 한 후 수영장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미친듯이 그 아이를 찾았습니다.
다른 봉사자들과 마주쳤을 때도 민준이의 이름만 불렀고,
화장실, 다른 풀장, 성인풀장까지 미친듯이 달리며 아이를 찾았죠.
혹시나 모자가 벗겨졌을까봐 맨머리 아이들 중 체격이 비슷한 아이는
얼굴까지 일일이 확인하던 도중
저희 풀장 근처에서 s의 손을 잡고 들어가고 있는 민준이를 발견했습니다.
울컥했고 살짝 눈물이 고였지만 일단 찾았다는 맘에 잠시 안심하고
잠깐 친구에게 호루라기를 ㅡ맡긴 채 s를 조용히 불렀습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죠.
"저기... 얘 어디 데리고 갔다왔어요?"
"화장실. 내가 남자화장실은 못 가서... 여자화장실로 다녀왔지...요."
그렇습니다. 화장실에서 못 찾은건 여자화장실이어서였죠.
"그럼... 누구한테 말 하고 다녀왔어요?"
"그냥... 얘가 마렵다길래...."
"간다면 간다고 누구한테 말이라도 하고 가든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분명 잃었던 아이를 찾았으면 기뻐해야 하는데, 오히려 안심해야 하는데, 내 맘은 이게 아닌데도
무의식중에 s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도 눈에 계속 눈물이 나서 그 후론 선글라스를 끼고 아이들을 돌봤습니다.
그날 아이들은 즐겁게 수영장에 다녀왔고, 또 가고 싶다며 우리들에게 보챘으며
신부님도 우리에게 수고했다며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자며 고깃집으로 갔습니다.
그러며
"오늘 하루 수고한 m(작성자)을 위하여!"
건배를 해 주시는 등 다들 기쁜 분위기였지만
저 구석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s가 계속 눈에 보였습니다.
수영장에서 소리지른 것땜에 그런거 같아
전 잠시 s를 밖으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저기.... 아... 아까 소리지른거 미안해요..."
S는 말이 없었습니다.
"왜그랬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잃었던 아일 찾으면 분명 기뻐해야 하는건데..."
여기까지 말하자 s는 제 머리 위에 손을 살짝 얹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죠.
"아냐, 나도 나 나이있다고 너 무시했던거도 있고 첨이라 실수한거잖아. 그리고... 넌 잘못없어."
이렇게 말하며 다른 손을 제 어께에 올리더니 살짝 안았습니다.
"왜... 왜이래요? 부...부끄럽게..."
"왜? 싫어? 너 아까랑 눈빛이 비슷한게 꼭 울거 같아서 안아줘 봤다."
그렇습니다. 밖에 나왔을 때부터 술김에 아까 일로 인해 살짝 글성거리던 제 눈을 보고 s는 나름 배려를 해준 거였죠.
그리고 안았을 때 이미 전 s의 어께 위에 살짝 눈물을 떨어뜨렷습니다.
그리고 제 등을 살짝 두들겨주자 소리죽인 채로 1분정도 울었습니다.
그리고 살짝 떨어지며 말했습니다.
"쪽팔리게.... 여자품에서 울었네요."
"그게 그렇게 쪽팔려?"
"그럼요? 제 애인도 아닌 여자한테 눈물보인거잖아요. 그것도 안겨서!"
"그럼 오늘부터 1일. 댓니?"
"예???"
"말귀 못알아듣네. 사귀자고! 그럼 안쪽팔리지?"
이렇게 s의 정신 번쩍나는 한마디로 인해 저는 꿈에서 깼습니다.
아 시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