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76545
검찰 공소장에서 발견된 추가 원세훈 지시·강조말씀
"국가정보원의 할 일은 대북첩보 수집, 종북 세력 척결이며, 대통령 직속기관으로서 국정과제 지원은 당연한 업무로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온 길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 (2013년 1월, 전부서장회의)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이 퇴임을 앞둔 올해 1월, 전 부서장회의에서 남긴 말이다.
불 과 한 달여전인 2012년 12월에 민주당 등의 추적으로 국정원 심리정보국 소속 김아무개씨의 불법적 활동이 노출된 상태였음에도, 그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동안 국정원이 벌여온 인터넷 여론조작을 이렇게 정당화했다. 불법적인 인터넷 여론조작으로 드러난 활동에 자부심을 가져 달라는 취지의 발언은 그가, '국가안보기관'이 아닌 '정권안보기관'의 수장으로 일해왔음을 보여준다.
원 전 원장의 이 발언은 지난 14일 검찰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발표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서 추가로 공개됐다. 발언은 원 전 원장이 전부서장 회의에서 지시하거나 국정원 내부 전산망에 '원장님 지시·강조말씀'(이하 원세훈 지시)으로 게재된 내용이다. 전부서장회의는 국정원 본부의 각 실·국장 이상 간부와 전국 지부장이 참석하는 자리다. 지난 3월 진선미 민주당 의원의 폭로로 원세훈 지시 25건이 공개된 바 있다.
검 찰에 따르면 원세훈 지시는 매달 열리는 전부서장회의와 일일 아침 브리핑과 내부 전산망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통해 전달됐다. '말씀'은 이종명 3차장과 민병주 심리정보국장(검찰은 '심리전단장'으로 표현)을 통해 사이버팀장에 이어 팀원의 순으로 지시가 전달되며, 직원들은 인터넷상의 활동을 통해 그 활동 내역을 지휘체계 역순으로 원 전 원장에게 보고했다.
"인터넷 자체를 청소한다 그런 자세로 종북세력 끌어내야" 먼저, 원 전 원장은 2009년 5월, 국정원장으로 취임한 뒤 연 첫 전 부서장 회의에서 앞으로 국정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당시는 국정원 3차장 산하의 심리전단을 독립부서로 편제하고, 사이버팀을 두 개의 팀으로 확대했을 때다.
" 우리의 임무는 국시를 지키면서 정부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인 만큼 넓은 시각에서 국가정보업무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는 상황이 다르므로 민주적이고 국민 지지를 받는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그간 위축됐던 국가정보원의 업무를 좀 더 공격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2009년 5월 15일) 바로 이명박 정부의 홍보기관이자 정권연장기관이 되자는 것이다. 국가안보에 관한 정보 수집, 배포와 수사라는 국정원 직무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 수행을 지원하고 국정을 방해하는 세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그것도 "넓은 시각에서 공격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같은 지시와 함께 원 전 원장은 종북세력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나온 원세훈 지시를 보자.
"업무 수행과정에서 보수, 진보 분류를 형식적, 도식적으로 할 필요가 없으며, 대한민국의 정체성 확립, 국정 수행이 제대로 되도록 협조하는 측과 이유 없이 이를 흔들려고 하는 측을 잘 판단해야 한다." 이 후 원세훈 지시에는 '종북좌파'를 보는 원 전 원장의 적대감이 드러났다. 특히 2011년 11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자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진선미 의원이 폭로한 '박원순 영향력 제압' 문건이 실제 국정원에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재보선에서 서울의 경우, 비정당, 비한나라당 후보가 시장이 됐는네 그쪽에서 내놓은 게 문제다. 두 번째 공약이 국가보안법 철폐하겠다는 거고, 세 번째가 국가정보원 없애겠다. 이런 쪽에 있는 사람이 시장이 됐는데 우리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2011년 11월 18일) 2010년 1월에는 "지방선거가 이제 있는데, 좌파들이 북한 지령 받고 움직이는 사람들이니까 그런 사람들에 대한 확실한 싸움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후 확실한 대책을 말한다. 2011년 10월 21일에는 "인터넷 자체를 청소한다, 그런 자세로 종북세력을 끌어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인터넷 자체가 종북좌파 세력들이 다 잡았는데, 점령하시다시피 보이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을 우리가 제대로 안 세우고 있었다. 전 직원이 어쨌든 간에 인터넷 자체를 청소한다, 그런 자세로 해서 그런 세력들을 끌어내야 된다."(2011년 10월 21일) 검찰은 원 전 원장의 종북세력 대응이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국정 수행에 비협조적인 사람과 단체 모두를 종북세력 내지 그 영향권에 있는 세력이라고 규정했다"며 "그 결과 종북세력 대처를 강조하면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 시민단체, 노조 등에 대해서 종북세력과 동일시, 국정 홍보 과정에서 공박 대상으로 삼을 것을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선거에 대응 못하면 국정원 없어진다는 엄포까지 선거를 앞두고 나온 선거개입 발언은 노골적이다. 원 전 원장은 지난 제19대 총선을 두 달 앞두고서는 "진짜 금년 한 해가 아주 중요한 한 해 아니냐"며 "이제 총선도 있고, 대선도 있고 종북 좌파들은 북한과 연계해가지고 어떻게 해서든 다시 정권을 잡을라 그런다"고 말한다. 이어서 원 전 원장은 "확실하게 조치를 하고 대응을 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며 "국정원이 잘 못 싸우면 국정원이 없어질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
18대 대선을 6개월 앞두고는 "종북세력이 활개치고 있는데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모두는 새로운 각오로 이들이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함으로써 국정원의 존재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을 그렇게 많이 하고도 제대로 평가를 못받는 정부가 지금 현재 이 정부 같다. 우리 정부가 과연 홍보에 제대로 신경을 썼느냐, 정말 제대로 싸워 왔느냐 그거에 대해서는 우리가 반성도 해야 한다... 그래서 계속 홍보에 대한 여러 번 지적도 하고 지시도 했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어요. 진짜 금년 한 해가 아주 중요한 한 해 아닙니까. 이제 총선도 있고, 대선도 있고 종북 좌파들은 북한과 연계해가지고 어떻게 해든지간에 다시 정권을 잡을라 그러고. 야 당이 되지 않는 소리하면 강에 처박아야지 4대강 문제라 뭐 이렇게 떠들어도 뭐. 일은 죽도로 해놓고 여태까지 여러분들 보니까 일은 우리가 했는데 왜 우리가 가만히 있어...우리가 좀 확실하게 조치를 하고 대응을 하는 금년 한 해가 돼야 한다. 우리 국가정보원은 금년에 잘 못 싸우면 국가정보원이 없어지는거야 여러분들 알잖아."(2012년 2월 17일) "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뿐 아니라 국내 종북좌파를 척결하는 것은 물론 그 동조세력들도 면밀하게 점검해야 할 것임. 종북좌파 세력들이 국회에 다수 진출하는 등 사회 제 분야에서 활개치고 있는데 대해 우리 모두는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해야 함. 직원 모두는 새로운 각오로 이들이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함으로써 국정원의 존재의미를 찾아야 할 것임."(2012년 6월 15일) 검찰은 지난 14일 원 전 원장을 기소하며 "국정원의 고유기능인 대남심리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주의·주장에 동조하는 세력은 물론 북한의 동조를 받는 정책이나 의견을 가진 사람과 단체도 모두 종북세력으로 보았다"며 "이같은 그릇된 인식하에 국정원 직무 범위를 넘어선 불법적인 지시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에게는 공직선거법 제85조 1항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항목과 국정원법 제9조 '정치관여 금지' 항목이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