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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흐뭇하게 웃고는 다시 한장을 넘기려는 찰나... 아래쪽에 이상한 문구가 시선을 잡았다.
"이건 또 뭐야?"
윤성호는 신문을 들어 자세히 읽어 갔다.
- 화술의 달인을 구합니다-
모집인원 : 100 명
일당 : 삼백만원
평소에 자신이 말을 잘한다고 생각하시는 분!!!
또는 그런 말을 많이 들어보신 분!!!
평소에 자신이 논리적이라고 생각하신분!!!
또는 그런 말을 많이 들어보신 분!!!
위에 해당하시는 분들은 아래번호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Tel : 02- 783-695X
H.P : 010-2550-912X
"삼백만원?"
광고를 읽은 윤성호의 표정에 의심의 빛이 나타났다.
"이거 사기 아냐? 삼백만원이 얘 이름인 줄 아나보지?"
윤성호의 입에선 예의 그 독설이 쏟아졌지만, 손은 이미 핸드폰 폴더를 열고 있었다.
수사팀이 광고를 넣은 다음 날 새벽부터 전화통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광고보고 전화 했어요, 근데 무슨 일인지 먼저 여쭤봐도 될까요?"
"여보세요? 네... 광고봤습니다.. 300만원 짜리 일이란게 뭐죠?"
"구인광고 낸 데 맞죠? 뭘 하면 됩니까? 당장 갈께요..."
20대 청년을 시작으로 무한 통화 러쉬가 시작되었다.
"네.. 일단 오십시오.. 여기 위치가 어디냐면..........."
처음에 의심을 보이는 사람도 거진 절반가량은 되었지만, 이곳의 위치를 듣고난 후엔 의심을 거두었다.
"아니 무슨 경찰서에서 돈이 남아 돕니까? 이거 엄청 위험한 일 아닙니까?"
"직접 오셔서 들어보시고 결정하셔도 됩니......"
"일단 경찰청에 직접 문의 해 보겠습니다. 문제 없을 시 방문하도록 하죠"
전화를 건 사람들의 말은 논리적이었고, 걔 중에는 극히 신중한 사람도 제법 되었다.
기원을 제외한 세명이 교대로 전화를 받을 동안 기원은 문서에 파묻혀 있었다.
"이상한데..."
기원이 의문의 빛을 띄우며, 중얼거렸다.
"이상하다니, 뭐가?"
영민이 지친 표정으로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99년도 7월 달에는 자살자가 없어..."
"뭐? 너 그거 벌써 다 본거야?"
"날짜만 대강 훑었지...뭐.."
"혹시 네가 빠트린 거 아냐?"
"그럴리는 없어.."
기원이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헛... 이 많은걸...."
그곳에는 기원이 날짜별로 차곡차곡 정리한 파일들이 있었다.
영민이 놀라워하자 기원이 싱긋 웃었다.
"두가지 중 하나야... 99년도 7월달에 붉은 사쿠라가 움직이지 않았거나...."
"그리고?"
"그리고 누군가 죽었지만 단순 자살자로 처리 된 경우..."
"두번째 아냐? 그녀는 50년 전부터 규칙적으로 활동했어. 잘못 처리 된게 아닐까?.."
기원이 고개를 저었다.
"아냐.. 가능성이 높은 건 첫번 째야..."
"어째서지?"
"붉은 사쿠라가 죽인 사람들을 봐... 한가지 걸리는 거 없어?"
"글쎄... 모르겠는데.."
"그들은 모두 정부에게 발견됐어... 모두 발견하기 쉬운 장소에서 자살했고.."
"..........."
"일반적인 자살자들의 통계를 떠 올려봐... 그들은 몇 날 며칠을 방치 될 수도 있어,
또 일부는 가스폭발 같은 걸로 완전히 으깨질 때도 있고 말야.."
"아..."
"하지만 붉은 사쿠라가 접근한 인물은 모두 하루안에 발견이 되지.."
"그들은 얼굴을 상하게 하지 않아... 마치 미소를 보존해야 할 것 처럼..."
"그..그럼"
영민이 큰 단서나 잡은 것 처럼 흥분했다.
"붉은 사쿠라는 소기의 목적을 가지고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야.."
"메시지?"
"그래... 자신이 규칙적으로 죽이고 있다고 알려 주고 있는거지.."
"뭣 때문에?"
"난 모르지... 하지만 99년도 7월에 분명 뭔가가 일어났어."
기원이 눈을 가늘게 떴다.
"김경사님, 교대 좀 해줘요... 갑자기 신호가 오네.."
최경장이 배를 움켜쥐고 소리를 질렀다.
"알았어."
영민이 가버리자 다시 기원이 혼자 남았다.
"분명 뭔가 있었어, 목적을 거스를 만큼의 절실한 뭔가가..."
기원의 으르릉 거리듯 중얼거렸다. 그리곤 벌떡 드러누웠다.
한참을 천장을 보던 기원이 별안간 벌떡 일어났다.
"이봐 김경사, 일본에도 수사팀이 있다고 했지?"
우렁찬 소리에 영민이 어리둥절해졌다.
"그래... 일본은 우리 보다 훨씬 오래 됐지..."
"전화걸어서 물어봐.. 지금 당장!!"
"뭘?"
"1999년도 7월달에 자살자가 발견 됐는지 물어봐.."
"아... 알았어"
영민이 컴퓨터로 뭔가를 두드리는 사이 기원이 밖으로 나가 버렸다.
두시간 쯤 후에 기원이 돌아왔는데, 누군가를 대동한 채 였다.
"누구야?"
기원의 옆에는 40대의 평범한 사내가 서 있었는데, 아주 커다란 시계를 차고 있었다.
"내 히든카드..."
기원이 대답하자 영민이 실실 웃었다.
"일본에 알아보니 니말이 맞았어.. 거기도 99년도 7월달에만 조용했다더군.."
"흠..."
바쁘게 이틀이 지났다.
그 날은 지원자들의 면접이 있는 날이었다.
채비를 하는 기원의 귀에 영민이 속삭였다.
"저 사람 뭐하는 작자야?"
기원이 데려온 40대 남자가 소파에 벌러덩 누워 있었다.
"이름은 김중호... 말했잖아 내 히든카드라고..."
말을 마친 기원이 밖으로 나섰다.
"무슨 히든카드가 저렇게 멍청하게 생겼담... 맘에 안 들어.."
영민이 부리나케 기원을 뒤따랐다.
둘이 도착한 곳은 경찰서 2층에 위치한 강당이었다.
강당안은 족히 수백명의 사람들로 웅성대고 있었다.
그들은 기원과 영민이 들어서자 일제히 입을 다물고 둘을 바라보았다.
"저기 책상을 보고 줄을 서 주십시오.."
기원이 말하자 그들은 또다시 웅성거리며 줄을 서기 시작했다.
"자 첫번째 분..."
기원이 자리에 앉자 제일 선두에 선 자가 다가왔다.
"네..."
"지금부터 제 말에 논리적으로 반박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작합니다.... 당신은 왜 그런식으로 생겨 먹었죠?"
눈앞에 30대 남성이 어이 없는 듯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곧 얼굴에 능글능글 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제 얼굴은 어머니의 X 염색체와 아버지의 Y 염색체가 융합된 산물입니다,
저라고 이렇게 태어나고 싶었겠냐마는 면접관님을 보니 부모님에게 큰 절이라도 해야겠군요..."
기원의 입이 씨익 벌어졌다.
선두의 남자가 기원의 옆으로 책상을 가져오자, 줄이 두개로 나뉘었다.
두개의 줄은 세개,네개... 순식간에 불어나서 일곱개째가 되었다.
면접은 두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종료됐다.
고르고 고른 백명을 빼고는 모두가 실격처리 되었다.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그들이었지만, 남은 백명이 워낙 강해서인지 순순히 물러났다.
"김경사, 다음 단계 시작하지... 가서 광고내고 와..."
"어..... 알았다.."
영민이 나가자 기원이 단상위로 올라섰다.
"여러분, 주목해 주십시오.."
백 쌍의 눈이 기원을 향했다.
"3일 후 여러분은 다시 이 자리에 모이게 됩니다... 여기서 한명의 여자를 말로 굴복시키는 것이
여러분의 할 일입니다."
강당안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그녀는 지독한 죽음 옹호론자로서 여러분이 같이 상대해야 밀리지 않을 것입니다"
기원이 그들의 자존심에 불을 당겼다.
"아니 고작 여자 한명 때문에 우리가 모였단 말이요?"
"나 혼자 상대하지..."
"내가 상대할꺼야.."
"다들 가만히 있어... 한마디도 못하게 해 줄테니까.."
백명이 흥분한 망아지 처럼 날뛰었다.
"만약의 경우에 여러분들이 그녀에게 설득되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기원이 큰소리로 외치자 대부분이 노골적으로 비웃어댔다.
"자 봉투를 하나씩 드리겠습니다. 안에는 현금 300만원과 각서 한장이 보이실 겁니다."
"각서?"
"그렇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자살했을 시를 대비한 것이니, 지금이라도 신중히 생각해 주십시오"
"자살 좋아하네... 이제 인생 재밌어 지려는 판에..."
백명이 망설임 없이 서명을 끝내자 기원이 모두 회수했다.
그 시각 영민은 신문사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만 고객님, 정말 이렇게 내보내는 게 맞습니까?"
수화기 너머에서 당황스런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자 영민이 소리를 질렀다.
"아 글쎄.. 그렇게 하라니까.. 몇 번을 물어보는 거요.... 철컥"
영민은 곧 다음 신문사로 전화를 걸었다.
그 날 저녁 수사팀 전부가 한자리에 모였다.
"정말 그녀가 올까요?"
조순경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묻자 최경장이 동의했다.
"아니 광고를 볼지 안 볼지도 모르는데 괜한 돈 날린 거 아닐까요?"
짜증이 난 영민이 소리를 빽 질렀다.
"시끄러워, 이미 다 끝났는데 재수없게스리..."
"붉은 사쿠라는 기필코 옵니다...제 시나리오상 그렇게 돼 있거든요..."
기원의 눈에서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헌데 조순경님.. 일전에 제가 말해 논 거 준비 됐나요?"
"아... 그거는 내일 중으로 도착할 겁니다"
긴장과 흥분의 삼일이 지나갔다.
아침일찍 사우나를 다녀온 기원이 말끔한 모습으로 강당에 나타났다.
"어라... 수염...밀었네.."
영민이 눈이 희둥그래져서 물었다.
"중요한 날이잖냐.."
강당안에는 이미 절반 가량이 착석해 있었는데... 다들 상기된 표정이었다.
"슬슬 긴장되는데?"
기원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제 약속시간까지 한시간....."
영민이 중얼 거리며 이리저리 서성거렸다.
40분이 지나자 약속한 백명이 모두 도착했다.
변호사, 선생님, 대학생, 주부, 종교인, 기자.....등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다가올 설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간 다 됐다... 넌 이제 나가라..."
"그..그래... 조심해라.."
영민이 부리나케 빠져나가자 기원이 준비한 물건을 꺼내들었다.
바로 그 순간 강당의 문이 끼이익 열렸다.
장내는 순간 정적이 찾아왔고, 모두의 시선이 입구로 모아졌다.
그곳에서 한 여자가 걸어 들어왔다.
여자는 붉은 색의 일본식 기모노를 입고 있었는데, 땋은 머리가 바닥까지 늘어져 있었다.
여자의 얼굴은 눈꼬리가 올라간게, 영락없는 고양이 상이었다.
여자의 뒤를 이어 8살 쯤의 꼬마가 들어왔는데, 피부가 무척 창백해 보였다.
"큭... 왔구나.. 붉은 사쿠라..."
기원의 눈에서 안광이 폭사됐다.
여인이 단상에 오르자 사람들이 발광했다.
"고작 당신 따위가 우리를 상대해? 시간이 아깝다.."
"어이 일본년 같은데 한글은 뗐나?"
"한마디만 해봐.. 아주 박살을 내주지.."
사람들이 격렬하게 쏘아붙였다.
- 여러분 -
여자의 입이 열리고 상냥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원은 황급히 특수제작된 방음기를 귀에다 착용했다.
사람들이 여자를 물어 뜯을 듯이 으르렁 거렸다.
- 제 말 좀 들어 보십시오-
바야흐로 전무후무한 백대 일의 대결이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여기까지가 2부고 아래가 3부
기원은 청력이 완전 차단된 채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들뜬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기원이 재빨리 시선을 돌려 사람들의 상태를 관찰했다.
몇 명이 마구 흥분하여 삿대질을 해대고 있었다.
그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제법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다시 조용해지자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녀의 표정은 시시각각으로 변했으며... 때로는 무척 격한 몸짓을 보였다.
'독순술이라도 배워 둘걸...'
기원은 그녀의 입모양을 뚫어져라 노려봤지만... 헛수고였다.
그 때 옆자리에 있던 사람이 벌떡 일어섰다.
기원이 바라보니 유명 비평가인 윤성호씨였다.
윤성호는 싸늘한 표정으로 여자와 단독 대화를 시작했다.
윤성호가 따지면 여자가 바로 받아쳤다.
둘의 대화가 3분이 넘어서자 장내의 모두가 들썩 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그리고 왜 딴 사람들은 가만 있는 걸까?'
기원이 초조한 낯빛으로 발을 굴렀다.
5분이 더 지나자 윤성호가 후련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 때부터 붉은 사쿠라의 눈빛이 달라졌는데,
말을 하면서 손을 떠는가 하면, 미친듯이 경련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녀의 입모양은 쉴새 없이 움직였고, 짐작컨대 속사포 처럼 말을 쏟아 내는 것 같았다.
'잠깐만 들어볼까...'
기원이 망설이며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아까전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눈빛은 몽롱해졌고 다리는 천박하게 떨리고 있었다.
"스윽"
기원이 방음기를 떼어 냈다.
- ....고 있는 것이죠 -
- 진짜 존재의 내기에 백만번이 지속 되는 것입니다. -
- 자 요약하겠습니다. 들어 보십시오. -
"스윽"
기원이 재빨리 방음기를 착용했다.
가슴이 두근 거렸고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무슨 말일까.... 진짜 존재? 백만번?'
기원이 골똘히 생각에 빠진 사이 오분의 시간이 더 지나갔다.
'응?'
서늘한 기척에 기원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붉은 사쿠라는 보이지 않았고,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이봐요!! 다들 잠깐 멈추세요!!"
기원이 방음 장치를 집어 던지고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하나 둘 강당을 빠져 나갔다.
"여봐요, 윤성호씨!! 윤성호씨 저 좀 봐 주세요!!"
기원이 재빨리 윤성호의 팔을 움켜 쥐었다.
"왜 그러시죠?"
윤성호가 묘한 표정을 거두지 않은 채 물었다.
"무슨 말을 들었나요? 대체 그녀가 무슨 말을 했길래...."
"같이 안 들으셨나보군요,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윤성호가 슬며시 손을 뿌리치고는 결국 나가버렸다.
"하........."
기원이 멍한 표정으로 출구쪽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영민과 두명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괜찮아? 어떻게 됐어? 여자가 뭐라는지 들었어?"
"당장......"
"응? 뭐라구..?"
"당장 저들에게 경찰을 붙이라구!!"
기원이 소리를 빽 질렀다.
한 시간 뒤 동시에 백명이 목숨을 끊었다.
경찰이 붙은 사람은 혀를 깨물었고, 나머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죽음을 선택했다.
영민이 윤성호를 맡았었는데, 완전 포박에 혀에 물린 헝겊도 소용이 없었다.
윤성호는 숨을 들이 마시지 않는 방법으로 질식사를 택했다.
이 엄청난 사건에 수많은 기자와 카메라가 취재를 해갔다.
하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뉴스와 신문은 조용했다. 완전 묻혀 버린 것이다.
쇼크 상태에 빠진 기원이 어디론가 나가버리자, 영민이 수사팀의 해산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말하기 좋아하는 그들이 어째서 반박을 못했을까...'
기원은 빗방울이 조금씩 내리는 명동거리에 있었다.
'진짜 존재...? 신을 말하는 걸까.? '
여자의 말이 귓속에서 계속 되풀이 되고 있었다.
'백만번이 뭘 뜻할까..... 백만번...백만번...'
주위엔 젊은 연인들이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문든 자괴감이 밀려들었다.
'나로 인해 100명이 죽었어... 불 지옥에 떨어지겠구나...'
기원이 씁쓸하게 웃었다.
"부스럭"
그 때 뒤에서 누군가 옷자락을 만졌다.
"응?"
기원이 돌아보자 창백한 얼굴의 한 꼬마가 서 있었다.
꼬마의 손에는 비디오 테잎 하나가 케이스 채로 들려 있었다.
"찰칵"
꼬마가 케이스를 열자 테잎과 쪽지 하나가 드러났다.
"스윽"
꼬마는 쪽지만 꺼낸 뒤 기원에게 내밀었다.
"꼬마야, 이거 나한테 주는 거니?"
기원이 몸을 숙여 쪽지를 건네 받았다.
"02- 642-00XX......? 이게 뭐지?"
쪽지에는 전화번호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다.
"휘익"
꼬마가 말없이 왔던 곳으로 걸어 가기 시작했다.
"흠...."
기원이 슬쩍 비디오를 봤지만, 첫글자인 ' 노' 자만 확인 할 수 있었다.
묵묵히 쪽지를 보던 기원이 한순간 화들짝 놀랐다.
"아!! 사쿠라....."
붉은 사쿠라가 강당에 들어 올때가 떠올랐다. 그 때 뒤따르던 꼬마의 얼굴도 기억이 났다.
"저 꼬마였구나..."
기원이 황급히 꼬마가 간 방향으로 뛰어갔다.
한참을 뛰던 기원이 일순 멈추었다.
'아니지... 내가 가서 뭘 어쩌겠다고... 가봐야 죽을 뿐이지...'
기원이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그럼 이건 사쿠라의 직통 번호겠구나....'
묘한 흥분이 전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움츠릴 때다...'
기원이 번호를 외우곤 쪽지를 불태웠다.
'많다고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최소 성인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 필요해...'
기원이 곰곰히 생각했다.
'예수나 석가....? 아니면 공자나 노자...? 그들이라면 상대 할 수 있을까?'
'성철스님이 계셨더라면 어땠을까.... '
기원은 이미 입적하신 성철스님을 떠올렸다.
'성철스님의 경지라면 그녀를 알고 있지 않았을까?'
'아........ 혼란스럽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지...'
기
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산으로 가서 수련이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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