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26 재보궐선거에서 20~40대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한 한나라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젊은층 공략'에 나섰지만, 내용없는 형식적인 접근으로 오히려 누리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당장 젊은층 소통 강화에 나선 박근혜 전 대표의 페이스북 계정을 놓고서도 비난 여론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 16일 개설된 박 전 대표의 페이스북 계정 이름은 '수첩공주'.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수첩을 든 공주 이미지의 캐릭터를 볼 수 있으며, 프로필엔 "수첩공주는 책임감이 있으며 약속을 잘 지킨다. 발랄하고 상냥하고 검소하다. 그리고 예쁘다"란 내용이 적혀 있다.
개설 기념 이벤트도 진행 중인데, '파티룩', '오피스룩', '큐티룩', '스마트룩', '스포티룩', '니트룩' 등 6가지 옷을 입은 '박근혜 아바타'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를 수 있다. 이를 두고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자폭 수준이다. 박근혜 안티가 기획한 것 아니냐"고 평하기도 했다.
'수첩공주'란 예명을 두고서도 말이 많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댓글을 통해 "정말 박근혜님의 공식 페이스북이 맞느냐"고 반문한 뒤 "'수첩공주'의 원뜻은 '말하는 것이 마치 초등학생 국어체 읽듯이 문어체로 더듬더듬 말해서 마치 수첩을 보고 그대로 읽어나가는 듯한 느낌', '측근들이 수첩에 미리 적어주지 않는건 하나도 대답 못한다', '기자회견 등에서 딱 수첩만 읽고 질문 답변 절대 안하고 내려간다'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 그 뜻을 알고서도 공식 페이스북에서 '수첩공주'를 사용 중이라면 대단한 배짱인 듯"이라고 비꼬았다.
다른 페이스북 이용자 역시 "스스로 수첩공주라고 칭할 게 아니라 '유신공주'라고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것"이라며 비난 댓글을 올렸고, 박 전 대표의 지지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 역시 "웬 수첩공주냐"며 "공주와 서민은 너무나 거리가 많다. 이거 민주당에서 만든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박 전 대표 측은 페이스북에 "'수첩공주'라고 하니까 놀라시는 분들이 많네요.^^ 놀리시는 분들도 계시구요.-_-"라며 "더 열심히 적을게요. 예쁘게 봐주세요~적자! 적자! 적자생존!"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모티콘이 섞인 이 댓글을 놓고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SNS 소통이 각광을 받는 건 '소통'이기 때문"이라며 "직원 써서 사진 올리고 오그라드는 멘트 날리는게 SNS 소통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날렸고, "SNS는 수단일 뿐 목표는 아니다. 무엇보다 메시지의 진정성과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반면 "(수첩공주란) 역발상에 당당함이 묻어난다"는 긍정적인 평도 있었다.
발등에 불 떨어진 한나라, 젊은층 소통 나섰지만…"나꼼수 아류냐"
한나라당도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타운미팅', '드림토크' 등을 통해 젊은층 표심 공략에 나섰지만, 일각에선 "안철수의 '청춘콘서트', 김어준의 '나는 꼼수다'의 아류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주최하는 '드림토크'는 내달 5일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광주, 대전, 춘천 등 전국의 대학에서 열릴 예정이다. 행사의 형식도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진행한 '청춘콘서트'와 유사한데, 방송인 조혜련 씨와 산악인 엄홍길 씨, 양준혁 전 프로야구 선수 등이 '드림멘토'로 참여해 토크 형식의 강연회를 연다.
이밖에 홍정욱, 정두언, 황영철, 서병수, 주호영, 진수희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오피니언 리더'란 이름으로 이들 멘토들과 함께 강연에 참석한다.
홍준표 대표 역시 청년층 소통을 위해 거리로 나선다. 홍 대표는 28일 의원총회에서 "변화와 쇄신을 위해 내주부터 지도부를 중심으로 '타운미팅'에 나서겠다"며 "20~40대 등 우리를 멀리하는 계층의 고민이 무엇이고 그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목소리를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듣겠다"고 밝힌 바 있다.
SNS를 통한 소통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홍 대표는 재보궐선거 다음날인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디지털 노마드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의지를 다졌고, 김기현 대변인 역시 첫 브리핑을 통해 "SNS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의 명망가를 영입하고, SNS 관련 어플리케이션 개발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소통의 내용없이 '형식'에만 의존한다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선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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