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기만한 이들은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다
검찰이 드디어 국정원의 대선 및 정치개입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불구속 기소!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빛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여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더불어 이종명 전 3차장, 민모 전 심리전단장, 김모 심리전단 직원 등 3명, 외부 조력자 이모씨 등 6명이 기소유예되었습니다. 이들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저질렀지만, 상명하복 관계의 조직 특성이 감안되었네요. 이 외에도 고발되지 않은 심리전단 직원들은 입건 유예됐으며, 수사 과정에서 별도로 고발된 박모 전 국정원 국장은 수사가 계속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또한 국정원 의혹을 폭로한 국정원 직원 정모씨에게는 국정원직원법 위반 및 선거법 위반 혐의, 전직 직원 김모씨에게는 선거법 위반 혐의가 각각 적용되었습니다.
이번 사건 또 하나의 산맥인 경찰쪽을 볼까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공직선거법 위반·경찰공무원법 위반·형법상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고, 김기용 전 경찰청장에게는 범행 가담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그 외에도 서울경찰청 압수수색 과정에서 '데이터 회복방지기'를 실행해 업무용 컴퓨터의 삭제파일 복구를 불가능하게 만든 사이버범죄수사대 박모 증거분석팀장을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채동욱 검찰청장, 결국은 한 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구속 기소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수사팀과 채동욱 검찰총장은 원 전 원장에 대해서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반대 의견을 냈죠. 일각에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도록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구요. 이에 대해 법무부와 검찰은 '통상적인 의견 교환'이라고 주장했지만, 54일의 수사기간 중 보름 이상 의견 조율을 한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군요. 정치적 외압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검찰이 되겠다던 채동욱 검찰청장의 말이 무색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채동욱 검찰총장이 정권으로부터 '외압'을 막아줬다는 등의 보도를 했지만, 글쎄요...과연 당연한 일을 놓고 딜을 한 것이 잘한 일이라고는 말 못하겠네요.
국정원, 새누리당 SNS 불법선거사무소?
이번 사건의 첫번째 '산'인 국정원에 대한 검찰의 발표를 보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로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 사이트 수십 곳에 특정 후보를 지지 혹은 반대하는 댓글을 올리고, 이에 대한 찬반 표시를 한 후 원 전 원장에게 보고되었다고 합니다. 댓글을 쓴 직원은 9명으로 판단했으며, 이들은 대선 당시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 통합진보당과 이정희 후보, 그리고 안철수 예비 후보를 비판했습니다. 또한 검찰의 조사 결과, 국정원이 지난 대선 뿐 아니라 2010년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 때마다 조직적으로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났습니다. 명실상부하게 국정원이 새누리당의 SNS 불법선거사무소였다는 결론이 나오네요.
경찰, 대놓고 사건 축소·은폐. 아무리 짜고 치는 판이래도...
그리고 두번째 '산'인 경찰에 대한 검찰의 발표를 보면,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국정원 여직원 사건 수사 당시 국정원 여직원의 컴퓨터에서 나온 댓글 분석 키워드를 축소하도록 지시하고 대선 직전 "국정원 직원의 정치관여 댓글이 없다"는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해 선거에 개입한 혐의입니다.
또한 검찰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실의 작업상황을 녹화한 영상 캡쳐 사진, 녹취록을 공개했는데...정말 가관입니다. 이것을 살펴보면, 국정원의 여론조작 활동 증거를 포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수뇌부가 정한 결론에 맞춰 사건을 축소·은폐해가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거든요. 증거 분석 초기만 해도 "닉네임이 나왔다"며 박수를 치는 모습이 있었는데, 정작 이들이 올린 분석보고서는 '국정원의 불법 활동은 없었다'였거든요. 그런데 이 녹취록 속에는 이들이 '이것은 나중에 파쇄해', '마지막에는 무조건 다 파쇄. 누가 보면 나라를 구하는 줄', '결과적으로 없는 것으로 하자', '진짜 이건 우리가 지방청까지 한번에 훅 가는 수가 있어요...'라고 말한 대화 내용이 담겨있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부 분석관들은 분석 결과보고서에 '혐의사실 관련 내용 발견치 못함'이라는 내용에 서명을 거부했다는데요. 이렇게 경찰이 위에서부터 바닥까지 썩어있는 시점에서 이번 경찰수사에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양심고백을 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비롯하여 양심을 지키려 했던 분들이 있다는 것이 어두움 속에 한 줄기 빛이 됩니다.
국민들이 주목해야 할 이 다음 과정은?
일단 국정원 내부에서 지시를 내린 사람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라는 것이 확인이 되었습니다. 검찰에서는 원 전 원장이 북한의 대남심리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동조를 받는 사람·단체까지도 종북세력으로 보는 그릇된 인식으로 인해 직무범위를 넘어서 불법적인 지시를 하게 됐다고 판단했는데요.
여기서 우리가 눈을 번뜩여야 할 부분은 이 모든 사건의 머리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냐, 아니면 더 큰 머리가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과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오로지 자신의 의지만으로 국정원을 새누리당의 선거운동사무소로 사용을 했을까요? 그리고,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오로지 자신의 의지만으로 이러한 사실들을 축소·은폐하려고 했을까요? 국정원장과 서울지방경찰청장 두 사람이 넘쳐 흐르는 충성심에 의해서? 그렇다면 이 충성은 누구에게 향한 것일까요?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바로 MB.
이야기가 이쯤까지 오면 MB의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MB가 서울시장 시절부터 함께 해온 심복 원세훈. 2009년 국정원장에 임명된 그는 4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국정원장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전문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아! MB에 대한 충성에서는 최고 전문가이긴 하죠. MB는 과연 왜 자신의 심복 원세훈을 국정원장에 임명했을까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임 기간동안 선거 때만 되면 새누리당의 불법선거사무소인냥 행동해왔던 국정원. 묘하지 않나요?
내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에는 아직까지도 봄이 오지 않았다
앞으로는 2가지를 지켜보려고 합니다. 첫번째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에서 '머리 혹은 꼬리 자르기'가 되느냐 마느냐. 개인적으로 원 전 원장의 됨됨이를 살펴볼 때 혹시 더 큰 윗선이 있더라도 밝혀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네요.
두번째는 과연 이들이 어떠한 처벌을 받느냐는 것입니다.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된 정보·보안 및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국가정보원이 정치판에 껴서 댓글 알바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사를 해야 하는 경찰은 이를 축소·은폐 했습니다. 얼마나 국정원과 경찰이 썩고 곪았는지, 대한민국의 요소요소가 '정권의 개'가 되어 있는지, 얼마나 기득권이 이 나라를 쥐고 흔들어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반드시 뿌리뽑아야 합니다. 이번에 뽑지 못하면, 다시 뽑을 겁니다. 국가가 하지 못하면 국민이 움직일 거구요.
이번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사건을 보면서, 내가 사랑하는 이 나라 대한민국에 아직도 꽃이 피워질 봄이 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