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인 딸이 공책을 왼쪽에만 쓰고 오른쪽에는 안 쓰고 또 중간에 두 장 정도 안 쓰고 뒤에다 쓰고 그랬거든요.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이 책상에서 아이 공책을 보시더니 이건 쓰레기야 하면서 공책을 바닥에 집어 던지셨대요. 그러고는 반성일기 써 오라고 하셨다네요.
아이한테는 공책을 차례대로 쓰지 않은 건 잘못한 게 맞으니까 반성일기를 쓰라고 했어요. 그리고 선생님이 공책 던지신 건 잘못하신 거라고 아마 선생님도 후회하고 계실 거라고 했구요.
그랬더니 아이가 선생님한테 전화하면 안되냐고 하네요. 전화하면 뭐라고 하실 것 같냐니까 그건 모르겠지만 엄마가 전화하면 다시는 안 그러시지 않겠냐네요.
그냥 아이는 잘 달래서 재웠어요. 그리고 선생님께 아이가 잘못한 건 맞고 엄마인 제가 제대로 챙기지 못한 점 죄송하다, 하지만 쓰레기라며 공책을 바닥에 던지신 건 지나친 처사인 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어요. 앞으로 아이 공책 잘 쓰게끔 챙길테니 선생님도 잘 지도바라신다고 했어요. 최대한 정중하게요.
아이 아빠는 욕하면서 당장 교육청에 전화하라고 난리예요.
공책을 한 면만 쓰면 제대로 쓰라고 말로 하면 되지 않았을까요?
너무 속상해서 전화해서 막 따지고 싶었지만 아이에게 불이익이 생길까 최대한 정중하게 문자를 보냈는데, 그래놓고도 괜히 보냈나 싶어요.
아이가 잘못하면 선생님께 혼나는 게 맞아요. 하지만 저런 식으로는 아니지 않나요? 게다가 공책을 한 면만 쓰는 게 그렇게 혼날 일인가 싶네요.
아이도 자존심이 있고 생각이 있는데, 반 아이들 다 보는 데서 자기 공책이 바닥에 던져지는 걸 보는 기분이 어땠을까요. 울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는 아이 말이 너무 속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