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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베에 화려한 글 솜씨로 미군부대 이야기를 하신 분이 있기에...(물논 저는 그렇게 못합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 하나 썰을 풀어볼게요.
군대 갔다온 사람은 다 알지만, 군대는 탁 하고 배속되면 쭉 거기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파견"이 생각보다 자주 있는데, 누구나 알듯이... 파견이 "알"입니다. 호시탐탐 파견 기회만 노리죠.
뭐 여러 가지 파견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전국 방방곡곡 흩어져 있는 "사격장 관리"파견 입니다.
거기 상주 인원이 있긴하지만 그걸로는 경계를 서기가 턱없이 부족하기에 파견인원들로 경계를 서게 되죠.
특성상, 타 부대가 없는 오로지 우리밖에 없는 생활이라는 게 얼마나 편할지는 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보통 소대 단위...)
가끔 훈련부대 들어오면 별들이 줄줄이 날아와서 긴장감도 주고요... 사격장 오래 서다보면 별의별 부대를 다 보게되고, 영관급은 그러려니 하고 보게 되는 무심함도 지니게 됩니다. (그 마인드를 자대로 가지고 가면 한동안 적응을 못하는 단점이...)
서두가 길었는데요.
이건 제가 상병 꺾이고 파견을 가게 되었을 때 일입니다.
소대 밖에 없으니 제 위로도 달랑 3명인가? 뿐이었죠.
거기다 우연의 우연이 겹쳐서 견장을 안 달게 된 이유로 책임질 것도 없는 널널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그렇게 아무일 없이 위병 근무를 서던 어느 날...
여느 때 처럼 미리 연락 없이 부대가 하나 들어왔습니다.
사실 미군 부대가 가끔 들르긴 했는데요... 문제는 텐트치고 눌러 앉아 버렸다는 겁니다. 사격장에 말이죠...
우리는 "미군이네 미군. 씨레이션(전투식량)이나 모으자. ㅋㅋ" 이러고 있었습니다.
미군 애들은 우리 물건 신기하게 보는 경우가 많아서 쌀국수 이런 거랑 미군 씨레이션을 교환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여군도 꽤 많고 (일반 병과입니다. 여군도...) 거인들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우리야 그냥 구경이나 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갑자기 청천 병력이 떨어집니다.
소대장 : "큐브야"
큐브 : "상병 큐브"
소대장 : "뭐해? 쟤들도 들어왔으니까 경계 나눠서 서자고 말하고 와."
큐브 : "... 잘 못들었습니다???"
소대장 : "뭘 잘못들어? 못들은척 할래? 빨리 갔다와."
아 깜빡하고 있었죠.
사격만 하는게 아니고 훈련부대가 주둔을 할 경우는 경계를 나눠서 서게 된다는 것을요...
한국부대면 그냥 가서 말하면 되는데 미군이라니... 미군이라니...
당시 소대 막내랑 둘이 미군 CP에 갔다오라는 소대장의 명령을 받고 나서야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했죠.
큐브 : "... 막내야."
막내 : "이병 막내."
큐브 : "... 영어로 경계가 뭘까?"
막내 : "... 잘 모르겠습니다."
큐브 : "... 가서 뭐라고 해야 하는 거지?"
내용은 하루를 절반으로 나눠서 주간 경계는 우리가 서고 야간 경계를 맡기는 거였는데... 이걸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캄캄했죠.
여하튼 소대장의 갈굼으로 일단 나오긴 나왔는데... 미군 CP로 가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CP텐트는 미군 부대들 텐트 펴놓은 한 가운데 있어서 미군들 사이로 걸어들어가는데...
미군들은 "얘들은 여기 왜왔지?" 이런 눈으로 쳐다보더군요.
'역시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바닥부터 잘못되어있어. 회화교육을 신경써 줬다면 중학교부터 6년에 대학교 영어회화까지 들었는데 왜 아무말도 생각 안나겠냐고.'
따위의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어버버 하고 있다가 어느 새 가장 큰 천막 앞에 왔습니다. 미군 한명이 묻더군요.
미군 : "쏼라쏼라~(내 귀에는 이렇게 들림)"
큐브 : (분명히 왜 왔냐는 말이겠지...?) "I'm looking for command center"
말하고 나서 생각했는데 아무 생각없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한 말이... 커맨드센터?? 스타를 너무 많이 했나??
그렇지만 뜻은 통했는지 일단 들여는 보내 주더군요.
들어가보니 한 눈에도 계급이 좀 있어보이는 사람들이 원형으로 의자에 앉아있었습니다.
들어가니까 다들 한번에 쳐다보더군요. (진짜 심멎...)
그 중 한 가운데, 그러니까 가장 계급이 높아 보이는 한 명이 딱 봐도 동양계열이었습니다. 아마도 한국이지 않을까 싶은 외모였습니다.
음. 외모로만 따지면 배우 릭 윤 씨랑 비슷하게 생겼더군요.
그 사람을 제외하고는 다 흑인 백인...
그래서 그 사람을 발견하고는 속으로 '휴~ 살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묻더군요.
? : "무슨 일로 왔어요?"
??? 저는 분명히 그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람을 보고 있었는데 그 사람은 말을 안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주 유창한 한국어로 누가 물어봤습니다.
그 옆에 앉아있던 흑형님이 말이죠.
큐브 : " ???... 아 저 경계근무 때문에 왔는데요..."
어버버 하며 대답했더니 갑자기 그 흑형이 다시 유창한 영어로 그 아시아계 상관에게 설명을 하더군요...
흑형 : "경계 어떻게 해줄까요?"
큐브 : " 아.. 저... 저녁 9시부터 아침 9시까지만 서주시면 주간은 저희가 서겠습니다."
흑형이 다시 뭐라고 뭐라고 영어로 그 분이랑 주고 받더니.
흑형 : "네.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정말 아주 친철하고 네이티브한 한국어로 얘기하시더군요.
어버버한 채로 부대로 돌아왔더라는...
쓰고 보니 재미없네요. 어떻게 마무리하지.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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