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디선가 보고 스크랩해뒀던 글인데, 이 글을 올렸던 당시, 오히려 TK를 역으로 '깐다'는 이유로 반대가 상당히 많았었지만..
한 번 정도는 읽어둘 만 한듯 하여 여기에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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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설계회사에서 약 5년간 근무한뒤 이명박씨의 위대한 업적이 된 어떤 프로젝트를 하면서 내가 속해 있는 업(業)에 한계와 회의를 느껴 유학을 결정하고, 현재 도시재생과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다.
내가 겪었던 몇가지 황당하고 재미있는 그래서 당황스럽고 씁쓸했던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내가 겪고 느낀 이 일들이 일반화 시킬 수 없는 일들임은 글을 읽는 이들도 알고,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영남사람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조금만 깊이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정중하게 부탁드린다. 특히, 공부하고 있는 젊은 대학생 친구들께 부탁드린다. 앞으로 주인공이 될 사람들은 지금 젊은 친구들이니까.
첫번째 이야기.
2001년 경의 일이다. 대구에서 대학을 나와 지역건설업체였던 w건설 부도 후 나와 함께 일하게 된 대구출신의 선배는 w건설의 부도가 김대중 정권의 경상도 업체 죽이기였고, 그런 피해를 입은 회사가 하나둘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이었다. 난 노태우 정부시절 주택 200만호 건설 당시 특혜를 통해 무리한 확장과 수도권진입에 성공한 그 회사의 비정상적인 성장자체가 문제였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 당시 TK세력의 200만호 건설과 건설사 특혜가 정권이 PK로 넘어가기 전에 소위 말해 막판에 한탕 해먹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어느 도시전문가의 분석과 근거 자료가 담긴 논문을 제시하며 사실관계와 다르지 않냐고 따졌다. 결국, w건설의 특혜를 등에 엎은 무리한 확장과 비자금, 그리고 방만한 경영이 IMF와 함께 터져 결국 부도가 났다고 주장해보았지만, 그 선배는 막무가내였다. 김대중이 정권을 잡아서 그렇게 된것이라는 것이다. 하긴 노태우-김영삼 정부를 거치며 어찌됐건 버텨왔던 자신이 속한 회사가 부도가 났으니, 누구라도 탓하고 싶지 않겠냐...하는 마음으로 이해하려고도 해보았지만. 은근히 그의 일방적 논리와 그의 막무가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지역이기주의에 조금 화가 났다. 그래서... 그럼 선배 말대로 김대중 정권이 잡아서 영남기업들이 모두 박해를 받았다고 하자. 우리 정치수준이 그런 상황이라면 그 반대의 경우, 지난 50여년 동안 영남기업들이 특혜를 받고 다른 지역들이 정책에서 소외되었다는 점도 인정할 수 있겠는가를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김대중만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IMF의 책임이 김영삼 정권에 있는데도 김대중이 나쁜 놈이라는 것이다. 하긴 요즘엔 IMF책임도 김대중한테 완벽하게 떠넘기고 있으니... 어쩌면 그 선배는 통찰력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두번째 이야기.
2003년쯤의 일이다. 지금의 아내가 공부하고 있는 곳에 가기 위해 비행기편이 없어 서울에서 부산으로 KTX를 타고 내려가, 김해공항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와 이야기를 나누다. 어쩌다 그 얘기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단호하게 주장했다. 김대중은 빨겡이라서, 북한에 퍼주기를 하고 있고, 노벨상은 돈주고 사온것이며, 무엇보다도 독도를 일본에게 넘겼다는 것이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여기는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결론은 김대중은 전 대통령이 아니라 역적인 것이다. 그 확신에 찬 발언에... 난 그냥 "아... 그런가요..."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 박정희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남북대화의 특수한 관계를 설명하기도, 김영삼 정부 시절 원칙없는 외교로 냉탕과 온탕을 반복하며, 더 많은 현금 지원이 있었다는 사실도, 노벨상을 돈주고 사온 것이라고 떠들어대는 것이 노벨상의 정치적 성향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결코 우리에게 이롭지 않은 일이며, 결국 국가적 망신이라는 설명을 하기도, 독도에 관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박정희가 추진한 한일수교 당시 김종필과 오히라의 밀약에 있을 것이라는 설명을 하기도... (이것은 2년 전쯤 월간중앙의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한일회담 당시 한일양측이 앞으로 영구히 독도의 영유권을 서로 주장하지 않겠다는 내용)
난 솔직히 귀찮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만났던 대부분의 영남친구들의 토론을 통해 경험적으로 이미 결론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어떤 논리적 설명도 듣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솔직히 내게 돌아올 결론을 이미 알고 있었다. 늘 결론은 그랬다. 반미주의자, 친북좌파.
난 중도보수주의에 가깝다. 또한 난 자본주의자, 시장주의자고 자유주의자에 조금 더 가까운 성향을 가졌다. 난 그런 환경에서 자랐고, 교육받았다. 하지만 그런 논쟁들은 늘 날 좌파로 규정하고 낙인찍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들에게 보수주의적 가치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파나 좌파의 개념도 잘 몰랐고, 뭐 중요하지도 않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단지 중요했던 것은 내가 누구편인가 였고.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는 보수주의자는 없는 것이었다. 즉, 김대중을 조금이라도 옹호하면 난 결국 친북좌파인것이다. 또한, 미국을 조금만 비판해도 반미주의적 성향을 가진 사람인 것이다.
사실, 나는 김대중 용미(用美)주의자였고, 일본과도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터넷을 도배하듯 글과 사진을 올리는 사람을 보면. 김대중은 반미주의자인데다가 친일파이기도 하다. 뭐. 상관없다. 내가 김대중이 아들도 아니고. ㅎㅎㅎ 하지만, 객관적이고 냉정한 시각은 늘 아쉽다.
세번째 이야기.
2005년쯤에 대구에서의 일이다. 장인어른과 함께 택시를 타고 가던 중 앞에 가는 차가 못보던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아버님께 말을 걸었다. 저게 새로 나온 번호판인가봐요... (난 새번호판을 그때 처음봤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택시기사가 조금 퉁명스럽게 툭 내뱉었다. 저게 새 번호판인데... 대구는 저거 별로 보기 힘들다. 난 물었다. 왜요? 택시기사는 그것도 모르냐는 듯 다시 내뱉었다. 대구 경제가 망해서 새 번호판 단차는 안돌아다닌다는 것이다. 그리고 광주, 전라도에는 지천으로 깔렸다는 것이다. ㅎㅎㅎ
난 속으로 아.. 유언비어가 이렇게 퍼지는 거구나. 하며 어이가 없었다. 벌이도 잘 안되신다는데 택시운전하시면서 언제 광주도 다녀오셨나보다... 장인어른, 장모님도 모시고 맛있는거 먹으러 가는데... 그냥 좋게 생각하자면 씁쓸하게 웃고 말았다.
난 설계회사를 다니면서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상당 부분 참여를 했었다. 턴키설계를 했기때문에 당선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큰 규모의 프로젝트엔 일단 거의 다 참여했다고 보면 될것 같다. 또, 전공 탓도 있고, 여행을 좋아했던 탓도 있고, 직업도 그렇다 보니, 전국의 왠만한 중규모 도시까지 다 가보았다. 내가 회사에서 했던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거의 서울이었고, 일부 경기도, 그리고 영남이었다... 이 세지역을 합치면 내가 한 프로젝트의 80%가 넘는다. 아니... 90%정도 되겠다. 물론 대부분이 서울 경기 수도권에서 벌어진 사업들이다. 영남에서 했던 프로젝트는 뭐가 있었을까...부산신항만, 거가대교,포항시청사, 달성군청사, 대구 디자인문화센터, 부산 센텀시티... 잠깐 기억해봐도 이렇다. 전라도, 충청도... 김대중 노무현 덕분에 많이 개발됐다고 한다. 내가 했던 프로젝트엔 뭐가 있었을까... 기억을 더듬어봤다. 광주 문화센터,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 별로 기억에 없다. 아. 월드컵 경기장. 대학원때 전주 월드컵 경기장 프로젝트에 잠시 연관이 되었었다. 나는 솔직히 도대체 경상도 사람들은 왜 김대중, 노무현때문에 나라가 망했다고 하는지,(이건 서민경제의 어려움이니 별개로 하더라도)
영남지역경제가 망했고, 특히 "개발이 안되었다"고 하는지. 솔직히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회사에 있던 시기. 2000년 부터 2005년 사이의 일이니, 난 분명히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벌어진 많은 개발사업에 참여를 했다. 그런데 영남사람들을 만나면 한결같은 목소리를 낸다. 김대중, 노무현때문에 영남지역경제가 망했다. 지역개발이 안되었다고.
네번째 이야기.
부산출신의 한 후배는 도시계획 박사과정이다. 그는 부산의 지역경제가 망했고, 그것은 노무현때문이라고 열을 올렸다. 그러면서도 수도 이전을 '정치적인 이유'로 반대했다. 사실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그 정치적인 이유란것도 별것 아니었다. '노무현'이 하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다. 더욱 재밌는 것은 부산지역에도 공공기관 이전이 예정되어 있는데 지역경제가 망했다고 울분을 토하는 그가 다른 대안도 없이 그냥 반대했었다는 사실이다. 난 또 절망했다. 공부를 하는 사람이 그것도 다른 전공도 아닌 도시계획을 공부하는 사람이 도시문제를 정치적인 이유로 반대한다는 것... 이게 쉽게 이해되는가?
나 역시 수도이전과 같은 방식이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도권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있고, 이런 국토도시구조를 가지고 있는 비정상적인 국가는 없다는 것이다.
지방균형발전을 반대할 전문가는 없을것이다. 다만 그 방법론에 이견이 있을지는 몰라도. 하지만, 한나라당은 어떻게 했는가. 다른 대안은 내놓지도 않았고, 조중동의 '천도'반대논리로 일관했다. 지금이 조선시대인가? '천도'라니...
다 좋다. 당시 시장 이명박은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막고 싶다.고 하고 한나라당이 보안법에 이어 두번째로 크게 들고 일어났다...대안은... 없었다. 원하던 헌재판결을 받아내고. 땅값은 이미 올라버렸고, 충청민심은 동요했다. 충청민심이 동요하자 그들은 국회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을 합의로 처리한다. 그리고 나와서 또 딴소리...자신들은 공공기관 이전을 반대한다고 했다. 그리고 또 충청도 가서는 자신들이 행복도시법을 통과시켰다고 자랑했다. 이유는 있었다. 총선이었는지, 지방선거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충청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게 이제는 전설이자 신화가 되어버린 박근혜의 얼굴 자상 입원실에서 깨자마자 물었다는 "대전은요?"와 관련된 정치적 제스쳐였다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영남사람들만 모를뿐... 영남사람들과 얘기를 하면서 그들의 인식은 한결같다. 노무현이 충정도 행정수도 이전한다 해놓고, 땅값올려놓고 지들이 돈 먹고 그만 둬버렸다.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쪽이 문제일까. 대안도 없이 반대하고 덮어씌우는 쪽이 문제일까. 영남친구들은 또 어떤 대답을 할지 모른다. 그래서 물어보기 두렵다.
간혹 그들이 이런 나올 수 있는 대답이 자명한 질문에 대해, 인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그 뒤에 나오는 논리는 한결 같이 똑같았다. "다 똑같이 나쁜 놈들이지. 다 도둑놈들이지" 그래? 그럼... 다 똑같은 도둑놈이니까. 한나라당 아니고 다른 도둑놈 찍어도 똑같겠네. 다른 도둑놈 찍어줘봐... 바뀔게 있을지 아냐? 에이... 그건 안되고, 우린 한나라당이 있으니까 그나마 이정도 사는거야. 우린 한나라당 찍어야돼. 열린당 놈들은 안돼... 이유는 없다. 열린당이 아니라면 될까? 아니라고 본다. 왜 한나라당일까? 무슨 도움을 줬을까? 아니, 다른 당을 찍어본 뒤에 그들이 잘못해서 다시 한나라당을 찍었다면... 이해가 된다.
그리고 또 나오는 똑같은 이야기. 전라도 놈들은 90% 몰표를 주는데 영남은 아니란다. 전라도는 빨겡이냐면서...그래도, 전라도보다는 낫다는 얘기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물었다. 그래도 전라도는 노무현이 영남사람인데 찍었잖아. 김대중이때문에 찍은거지... 하... 그럼 김대중이 때문에 찍었던 어쨌든 영남사람인데 찍었잖아. 노무현이 김해 아냐. 전라도래. 하... 이건 또 무슨 소리? 아버지가 전라도 강진인가 어디서 빨치산하다가 도망쳐왔대. 그럼... 노무현이가 전라도에서 태어난거야? 그건 아닌데... 아버지 고향이 전라도니까. 전라도야. 이상해서... 한번 물어보았다.
전라도 출신 아빠와 경상도 출신엄마가 전라도에서 애를 낳았어. 고향은? 전라도
전라도 출신 아빠와 경상도 출신엄마가 서울에서 애를 낳았서. 고향은? 전라도 왜? 아빠가 전라도니까. 허허허. 이거 참...
경상도 출신 아빠와 전라도 출신엄마가 경상도에서 애를 낳았어. 고향은? 경상도
경상도 출신 아빠와 전라도 출신엄마가 전라도에서 애를 낳았어. 고향은? 전라도. 왜? 전라도에서 태어났잖아. 허허허. 이거 참...
경상도 출신 아빠와 전라도 출신엄마가 서울에서 애를 낳았어. 그런데 할아버지가 전라도야. 고향은? 당연히 할아버지가 전라도면 전라도지...
그렇구나. 이제 좀 알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경상도에서 태어나도 할아버지 아버지가 전라도라면 전라도인 것은 알겠는데... 그럼 언제부터 경상도에 살아야... 몇 대조 조부부터 경상도에 살아야 경상도 사람이 되는걸까? 아니... 가만 생각해보면 끝이 없는 것 아닌가? 아버지의 고향을 기준으로 한다면 내 아버진 경상도에 태어났어도 아버지의 아버지인 할아버지는 전라도 사람이면 아버진 경상도 사람이 아니라 전라도 사람이 되고. 아버지가 전라도이니 그 애도 전라도가 되고... 이건 뭐... 조선시대 종놈씨앗은 종놈인것도 아니고.. 인도의 카스트보다 더 무섭네. ㅎㅎㅎ
거짓말같은가? 실제로 그런 사람을 난 지금까지 6명을 만났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6명이 위의 질문에 조금씩 다른 대답을 했다는 것이다. 아직 그 기준은 통일되지 않은 모양이다. ㅎㅎㅎ 이게 이해가 되시는가? 어떤 원칙도, 어떤 기준도 없다. 그리고 저 기준은 전라도에만 적용된다. 왜일까....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그는 왜 어째서... 전라도 사람에게 사기를 당했나? 피해를 입었나?
묻고 물어보면 겨우 하나 건지는 대답은 군대에서 만난 전라도 고참이 아주 거지같았다는... ㅎㅎㅎ
(이것도 영남친구들의 공통적 대답이다. 군대에서 대구출신의 거지같은 고참을 만났던 나는 경상도 놈들은 다 형편없는 놈들이야. 원래 그런 놈들이야... 라고 생각해야 맞을까?)
아니다. 부모가 어렸을때부터 전라도놈들은 빨겡이라고 김대중은 빨겡이라고... 그랬을지도 모르지.
그래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야 그렇다고 해도 소위 진리를 추구한다고 하는 사람이...공부를 한다는 사람이. 평소에 멀쩡한 사람이 특정 정치사회문제에서는 뇌의 한쪽 부분이 마비된 것처럼 이런 어이없는 말도 안되는 답을 한다는 것이다. 이해가 되시는가? 이런 사람이 주변에 없는가? 하긴. IMF터졌다고 생난리치던 사람들이 대선에서 김대중과 이회창이 2.3%? 그래서 공작정치로 희생되었다고?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을 정도로 지지해주는 사람인데... 모두들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김대중 정부 초대 총리로 김종필 임명했는데. 한나라당이 안받아줘서. 김종필 총리서리로 6개월 일했지. ㅎㅎㅎ 김종필도 굴욕이었겠지. 총선은? 역시 한나라당이 다수당 되었지. IMF때 그리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야. 다들...
또 다른 얘길 해볼까?
내가 대학원에 있을때 제주도에는 두가지 프로젝트가 있었다. 실시설계를 하던 것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교수님의 잔심부름도 좀 했었다. 그것은 제주 롯데호텔과 컨벤션 센터 프로젝트였다. 컨벤션 센터는 아펙을 목표로 만들어지고 있는 건물이었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이 부산에서 아펙을 개최했다. 아펙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를 받았다. 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부산 사람들이 혜택을 보면 그 뒤에 제주도의 손해가 있다는 사실. 그 당연한 사실을 당연히 이해하고 조금은 미안함을 가질 줄 알았다. 하지만 그 후배는 노무현의 경남에 대한 일종의 특혜, 정치적 구애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능력으로, 제주도의 상실감은 무시해버렸다. 결정권자가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노무현이라고 대답했다. 그럼 노무현은 부산에 도움을 줬는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 말도 안되는 질문과 대답이 이해가 되는가?
이 후배가 바보 멍청이라서? 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서? 사리분별을 못해서? 아니다. 이유는 감정적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부산지역경제를 망친 원흉인데...그 전제를 벗어나는 어떤 대답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난 이 모순된 현실과 답답함에 절망했다. 그리고 뻔뻔스러울 정도의 지역이기주의에 또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디섯번째 이야기.
내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곳은 영남사람들이 무척 많은 곳이다. 주로 부산 경남. 그 다음이 대구 경북. 그리고 서울경기 약간, 그리고 호남 1-2명 정도로 거의 없다. 그런데 영남에서 온 이 친구들과 얘기를 하면 답답함을 느낀다. 의사소통을 하기가 쉽지가 않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토론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근거자료들은 애당초 필요가 없다. 토론이 깊어지면 트러블 메이커가 될 각오를 해야한다. 아는 척하고 문제 일으키는 사람이 된다. 자신들의 주장에는 한없이 목소리를 키우면서도 상대방의 주장은 가볍게 무시해버린다.
제일 답답함을 느낄때는 이런 경우다. 인천 출신 후배와도 이 얘길 나누다 많이 공감을 했었다. 영남친구들과 소통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뭘까? 글쎄요... 문화적 차이일지도 잘 모르겠는데요... 예를 들면, 수도권 출신들은 자기 경계가 분명한만큼 상대방의 경계를 잘 침범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만약 잘못된 점이 있으면 내가 사과를 하고, 상대방에게도 잘못된 부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죠. 그럼 자연스럽게 한발씩 물러나주는데... 영남친구들은 내가 사과를 하면 그 물러난 곳으로 더 밀고 들어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물러나준 내가 조금 당황스러울 때가 있어요. 사실은 타협을 위한 제스쳐이지 실제로 내가 그렇게 잘못한게 아닌데도. 결국 내가 완전히 잘못한것이 되어버려요... 그래서 다음부터는 물러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해요.
나도 크게 공감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몇몇의 영남친구들에게 난 될 수있으면 물러나지 않으려고 한다. 물러나면... 원인과 결과에 관계없이 내가 완전히 뒤집어써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이런 경험을 한나라당의 지난 10년(특히, 지난 5년은 아주 절정이었다)동안 매우 자주 봤었다.
예를 들면, 전효숙 재판관 임명건이 있다. 대법원의 법률적 자문을 받고 임명절차에 들어갔으나, 조순형 의원이 절차상의 하자를 제기했다. 당연히 한나라당과 야3당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대통령은 사과를 하면. 즉 절차상의 하자를 인정하고 보완하면 그 다음 절차로 넘어갈 것인가를 물었다. 한나라당은 확답을 피한채 일단 사과를 요구했다. 다른 야3당은 절차상의 미비점을 사과하고 그 부분을 보완해서 다시 오면 절차대로 추진하겠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리고 청와대는 사과를 했다. 그러자. 이번엔 한나라당이 절차상의 잘못을 책임지고 임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당황했다. 다른 3당도 당황했다. 조순형의원도 당황했다. 문제제기를 했지만 이런 식으로 끌고가려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야3당이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헌법수호를 운운하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사과를 했다는 것은 잘못된 것을 인정했다는 것이고, 잘못된 것이었으니, 임명을 철회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번엔 헌법학자들이 나섰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서울대 법대 교수를 비롯한 꽤 유명한 헌법학자, 그리고 헌법학회의 꽤 많은 교수들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검토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연일 맹공을 퍼부으며 헌법을 무시하는(?) 노무현을 공격했다.
노무현은 난감했다. 타협을 위해 한발 물러섰더니. 이제 가진 것을 모두 내놓으라는 것이다. 이제 노무현도 버티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엔 전효숙을 압박했다. 별의별 소리가 다 나왔다. 그렇게 헌재소장이 되고 싶냐는 비아냥까지. 코드인사라서 안된다는 둥. 살짝 의심이 들었다. 혹시 전라도라서 안되는 것은 아니고? 난감하기는 야3당도 마찬가지였다. 민노당, 민주당, 국민중심당이 중재에 애를 썼다.
사실, 누가 봐도 이렇게 크게 문제가 될만한 일은 아니었다. 결국, 야3당도 나가떨어졌다. 표결을 하자고 얘기가 나왔다. 중재하던 야3당도 돌아선것이다. 한나라당은 버텼다. 원칙이라며... 이 때 난 정말로 한나라당이 다른 원칙도 이렇게 소중히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노무현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길은 전효숙 스스로 물러나는 길이었다. 그리고 사임을 했다. 한나라당은 승리했다. 그리고... 전효숙의 물러남에 이렇게 일갈했다.
스스로 물러난 것은 임명절차와 임명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아... 난 정말 질려버렸다. 저들은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승리했는데. 끝까지 처절하게 밟아버리는 저 비열함... 저 잔인함.... 지난 5년동안 나는 저런 식의 한나라당의 승리를 많이 봐왔다.
그리고 그만큼 민주주의에 대한, 한국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대한 기대도 줄어갔다. 이것이 어디 영남만의 잘못이겠는가만... 영남은 그 중심에서 한번도 떠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보다 더 비굴하고 비열한 몇몇을 또 만났다. 또 어떤 사회문제에 대해서든 한나라당의 논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그들을 보고 질려버렸다.
나는 경상도를 미워하게 된 것일까?
내 형수님은 부산출신이고 아내는 대구출신이고... 경상도와 인연이 깊은 나는 영남에 대해 지역감정이 생길 지경에 이르렀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내가 만나는 영남사람들만 이러는 것이겠지... 사실 생각해보면 좋은 사람도 많다. 군대에서 만난 후배 하나도 영남사람인데 지금 친혈육과도 같다. 고등학교때 만나 지금까지 내 가장 친한 친구도 경북출신이다. 또, 영남사람이 많은 이곳에서도 참 좋은 선배, 후배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겪은 이 몇 가지의 일들이 일반화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잘 알고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영남사람들은 조금만...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주셨으면 한다.
자신들이 이런 사람은 아니었는지.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이 글이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벌어진 에피소드를 담고 있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글 가운데 밝혔 듯 영남은 내게 소중한 지역이기도 하다. 내 아내가 나고 자란 곳이기 때문이다. 나를 아껴주시고 걱정해주시는 내 장인어른과 장모님 그리고 아내의 친척들과 친구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내 형수님이 나고 자란 곳이고, 사돈어른들께서 계시고, 형수님의 친구와 친척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영남사람들이 우리 공동체 모두를 생각하고 조금 관대해지고, 양보할 줄 아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른 지역들의 아픔도 같이 이해해주고, 그들의 낙후된 모습에 조금은 미안해할 줄 도 알고, 안타까워할 줄도 알고, 조금은 이해해줄 수 있는 아량과 관용을 가졌으면 한다. 스스로 보수라고 자부하는 그 만큼 원칙을 소중히 생각하고 엄격함을 유지하고, 일관된 잣대로 현상을 파악했으면 좋겠다.
보수와 무원칙, 보수와 부패, 보수와 불의, 보수와 비열함, 보수와 비굴함은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지 않은가?
마지막 이야기...
내 장인어른은 공장을 하신다. 속된 말로 조금 먹고 살만하다. 영남은 50년동안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을 받아서 공업화의 중심이 되었고, 그 혜택을 참으로 많이 받았던 곳이다. 이것은 도시계획의 전문적 자료를 들이대지 않아도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알고있는 일이다. 장인어른도 그런 말씀하신다... 여기선 도회지로 나와서 기술을 배우면 먹고 살만한 자립기반이 마련되었다. 그렇게 자리잡으신 장인께서 조카를 불러들이고, 처남을 불러들이고 해서 모두 자립해서 지금 먹고 살만하다.
큰 기업들과 큰 공장들이 많았기 때문에 객지생활의 설움이라는 것이... 겨우 경남 출신인 장인께서 대구에 정착하신 정도이다. 구미... 아니면 울산이나 포항이나... 결국 같은 영남 안에서 말이다. 하지만 타지역은 어떤가. 왜 그들은 지금 그렇게 적은 인구와 고령화에 시달리면서 피폐해져가고 있는가. 인구가 그렇게 빠져나갔을까. 선거철이 되면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된다. 전라-충청을 합쳐도 영남보다 작은 인구. 평야지대와 논밭이 많아 물산도 풍부하고 살기 좋았던 그곳이 산이 험해 살기 힘들었던 영남보다 못해진 지금도 영남은 알수 없는 차별의식과 지역이기주의로 그들을 내몰고 있다. 하긴 강원도는 더 불쌍하다. 사람들이 별 신경도 안쓴다.
그렇게된 원인도 지금의 결과도 영남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 그저 나만 잘살면 되는 것이다. 난 어려서부터 대형서점과 미술관과 음악회, 연극공연 등과 같은 그런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아내는 대구엔 그런 기회가 적었다고 한다. 그럴 곳이 없었다고 한다. 대구는 부산다음 가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변변한 문화시설도 없고, 변변한 공연도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하물며 광주와 대전은 말해 무엇할까. 광역시 하나 없는 강원도는 말해 무엇할까.
난 지역감정을 말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지방이 다른 지방을 비난하는 구조가 아니라. 모든 행정,경제, 문화,예술이 집중되어 있는 서울과 수도권을 비난해야한다고 본다. 비정상적으로 비대한 서울과 수도권은 앞으로도 계속 경부축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인구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될 것이다.
내가 어렸을 적 서울은 제법 운치도 있었고, 외곽으로 나가면 밭도 있었고, 무엇보다 지금처럼 답답하게 아파트가 빽빽히 들어서서 숨쉬기 조차 힘든 그런 곳은 아니었다. 어차피 서울이 중심적인 도시이고 서울이 발전해야한다면 고밀화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고밀화라는 것이 인구의 49.8%를 먹고도 탐욕스러움을 멈추지 못하는 지경이라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 그런데... 상황이 이런 지경인데도, 영남은 호남을 비난하고 조롱한다. 왜 그렇게 가학적인가. 왜 그렇게 비열한가. 그리고 또 다시 대운하를 통해 경부축을 강화하려고만 한다. 서울과 구미-대구-부산만 잘 살면 좋은 것일까? 그런데 운하를 파면 정말 경상도는 발전할 것인가? 정말 경기가 좋아질까? 내륙항구가 되면 정말 좋은 것일까?
대구는 전국에서 토지집중율이 가장 높은 도시이고, 임대아파트의 비율이 가장 낮은 도시이고, 세입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이다. 그런데... 대구는 50년의 경상도 정권과 한나라당이 자신들에게 큰 혜택을 주었다고 착각을 한다. 환경의 질이 가장 낮은 도시에, 부의 편중이 가장 심한 도시에 살면서. 오직 하나... 그래도 우리가 정권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으로 자위하는 것 같다. 그런 착각을 전파한 대구의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교활하기 그지없다. 실질적인 혜택은 과연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운하파면 서민경제가 나아질까?
공사장 인부들이 밥집와서 밥먹고, 호프마시고, 통닭먹고, 짜장면 먹어주니... 좋아질것이라고 유혹하고 있다. 그럼 만사 오케이인가? 다 죽어나가도 겨우 그런 정도의 콩고물을 먹고자 쌍수를 들고 국토를 절단내려고 하는가? 정말 간곡히 부탁한다. 깊이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내 아내도 어렸을 적에 전라도에 가면 차에 기름을 안넣어주고, 전라도는 빨겡이라는 얘길 듣고 자랐다고 한다. ㅎㅎㅎ 장사꾼의 아들인 난 그 소리를 듣고 미쳤군. 이란 말이 먼저 나왔다. 어떤 미친 놈이 기름을 안넣어주고, 물건을 안팔아... 다른 이유가 있다면 모를까. 그 다른 이유가 만약 한(恨)이고, 피해의식이라면... 영남사람들이여, 그 정도 보듬어 줄 수 있는 아량도 관용도 없이 경상도 싸나이!!!라면서 폼을 잡고 있었단 말인가?
당신들이 부모가 되어서 또 다시 자식들에게 그런 말도 안되는 거짓말로 나라를 분열시키고 지역을 나누고 싶은가. 이제 그만하고 국가의 장래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대운하와 같은 미친짓에 부화뇌동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