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사진은 짤방
고객은 왕입니다.. 개당 30만원씩 이익남는거 5만원 남긴다고 걔네들 안굶어죽으니
무조건 깎읍시다 ㅡㅡ;; 전 용산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있어서..
<이전에 카메라 동호회에 있던글을 옮긴건데 캠코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어디에라도 응용은 되지요.....>
### 캠코더 구입방법 : 연재를 시작하며...
이 글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 바탕하여, 캠코더를 구입하고자 하는 초보자가 매장에서 바가지 쓰지 않고 원하는 모델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씌여졌습니다.
물론 모든 매장에서 이와 같은 짓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양심적으로 장사하고 있겠죠. 그러나 일부 매장에서 얍삽한 짓을 일삼는 이상, 고객의 입장에서도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겠지요. 그런 차원에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주머니사정을 조금이나마 밝게 해 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본문에서는 존칭을 생략하겠습니다.
### 캠코더 구입 방법 : 매장에 나가기 전에
매장에 나가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세 가지 있다.
첫째, 밥을 든든히 먹을 것. 그래야 오래 돌아다니면서 가장 저렴한 곳을 찾을 수 있다.
둘째, 구입하고자 하는 모델을 결정할 것. 특정 모델을 결정하지 않고, 일단 나가서 둘러본 후에 사겠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렇게 되면 절대적으로 바가지를 면치 못한다.
반드시 특정 모델을 결정하고 매장에 나갈 것을 권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많은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일단 캠코더의 스팩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고, 자신의 사용목적과 예산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 게시판 등이 많은 도움이 된다.
한 번 결정된 모델은 바꾸지 않는다. 적어도 매장에서 설득당해서 바꾸는 것만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일단 매장에 나갔다가, 집에서 결정하고 온 모델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길 권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사용목적과 예산을 고려하여 자료를 모으고 검토를 거쳐 모델을 바꾸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다. 하루 더 걸려서 캠코더를 장만하는 것이 얼결에 20만원이상 바가지 쓰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한 번 매장에 나갈 때는 한 모델만 본다. 이것이 바가지를 쓰지 않는 철칙이다. 중간에 매장의 상술에 휘둘려서 모델을 바꾸게 되면 만사 땡이다.
셋째, 기준가격을 알아볼 것. 캠코더 장만은 얼핏 대단해 보이지만 그 본질은 "돈을 내고 물건을 사는 것"이므로, 일단 모델이 결정되었다면, 나머지는 오로지 돈의 문제가 된다. 인터넷 쇼핑몰의 가격비교 사이트나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검색하여 원하는 모델의 최저 가격을 알아본 후에 집을 나서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며 또한 당연한 일이다. 이 기준 가격은 구매의 상한선이 된다. 매장에 나가서 그보다 비싸면, 인터넷에서 그 가격에 사면 되기 때문이다.
### 캠코더 구입 방법 : 매장의 분위기에 대한 이해
캠코더를 취급하는 곳은 크게 용산, 테크노마트, 남대문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용산과 테크노마트는 비슷하고, 이들과 남대문은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물론 이것은 나의 주관적인 판단이므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남대문은 외형만으로 보면 비교적 소규모이다. "보고가세요, 잘 해 드릴께요" 어쩌구 하는게 없어서 둘러보는데 마음은 편하다. 남대문의 특징이라면 "기준 최저가"가 쉽게 나온다는 점이다. 어처구니 없게 높은 가격을 부르지도 않지만,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지도 않는다. 아마도 전체적인 매장의 수가 적으므로, 그들 사이에 일종의 합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개 그만그만한 수준에서 가격이 나오지만, 대충 인터넷 등에서 알아본 최저가격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크게 무리가 없다.
용산과 테크노마트는 서로 비슷하다. 이곳의 특징이라면 "다양한 제품"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가격면에서는 어처구니 없이 높은 가격부터 알아본 최저가격을 10만원 이상 밑도는 가격까지 형성된다. 싸게 살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바가지 쓸 위험도 그만큼 높은 곳이라 할 것이다. 참고적으로, 용산은 전자상가와 전자랜드에서 캠코더를 취급하는데, 최저 가격면에서는 랜드 쪽이 상가 쪽에 비해서 저렴하게 나오는 편이다.
아래의 글들은 주로 용산과 테크노마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씌여 졌음을 밝힌다.
### 캠코더 구입 방법 : 매장의 가격시스템에 대한 이해 - 원가
매장의 가격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은 구입을 위한 가격협상에서 참고할만한 중요한 정보가 된다. 알아야 할 것은 네 가지다. 원가, 마진, 빽마진, 되도리. 일단 원가부터 보자.
= "손님, 탁 까놓고 말해서 이 모델 원가가 100만원입니다. 어딜 가도 그 이하로는 구할 수 없습니다. 밑지고 파는 장사가 어딨습니까?"
매장의 이 말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고객은 이를 믿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할 필요 없다. 고객의 입장에서 매장이 제시하는 원가는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보통 고객은 원가라고 하면 '그 물건을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을 생각한다. 하지만 매장에서 말하는 원가개념은 그게 아니다. 매장에서 말하는 원가는 다음과 같은 공식에 의해서 산출된다.
* 매장이 말하는 원가 = (매장에서 물건을 들여온 가격) + (기본 마진)
위 공식을 보면, 가끔씩 물건을 원가에 내준다는 매장의 말이 이해될 것이다. 매장에서 말하는 원가에는 이미 기본 마진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원가는 상가 내의 모든 매장이 같을까? 천만의 말씀. 절대 그렇지 않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회사에서 제품을 매장에 넘기는 가격은 매장별로 다르다. 따라서 매장마다 물건을 들여온 가격에 차이가 나고(예를 들어, 코카콜라를 보자. 대형할인점에서는 코카콜라 1.5리터를 800-900원에 팔지만, 동네 슈퍼에서는 1300-1500원에 판다. 그럼 동네 슈퍼가 400-700원 더 남을까? 아니다. 코카콜라 회사는 아예 할인점에는 800원 이하에, 동네 슈퍼에는 1000원 이상에 제품을 넘기는 것이다), 매장마다 기본마진으로 붙이는 액수도 조금씩 다르다. 극단적인 경우, A매장에서 원가 100만원이라고 한 모델을, B매장에서는 90만원에 팔 수도 있다.
그러므로 고객의 입장에서는 매장이 말하는 원가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고객은 다만, 더 싼 가격에 물건을 들여와서 조금 덜 남기고 파는 매장을 찾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원하는 모델을 싸게 파는 매장을 찾기에도 바쁜 마당에, 매장의 원가타령을 듣고 있을 틈이 있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매장에서 "원가가 100만원이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다음과 같이 해석하면 된다.
= "우리 매장의 능력으로는 이 모델을 90만원에 들여올 수 밖에 없었고, 최소한 10만원은 남겨야 하기 때문에 100만원 이하로는 팔 수 없습니다. 어쩌면 다른 매장에서는 80만원에 들여왔을 수도 있고, 5만원을 남기려고 할지도 모르죠. 그런 매장을 찾으신다면 85만원에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가끔씩, 원가 테이블을 공개하는 매장이 있다. 더 이상은 내려갈 수 없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만약 매장에서 원가 테이블을 공개했다면 망설이지말고 매장을 떠나도록 한다. 장사꾼은 절대로 진정한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미 그 원가 테이블에는 기본마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며, 원가 테이블까지 공개한 마당에 그 이하로 내려갈 리가 없기 때문이다.
원가 테이블의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고 해도 떠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돌아봐서 그만한 가격에 파는 매장이 없으면 다시 오면 된다. 아직은, 더 싸게 들여와서 더 적은 마진을 남기고 파는 매장을 찾아볼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원가 테이블을 공개하는 매장은 대체적으로 기본 마진도 높다.
### 캠코더 구입 방법 : 매장의 가격시스템에 대한 이해 - 마진
= "손님, 저희도 가게세 내야지요, 직원들 월급 줘야지요, 뭐가 남아야 장사를 할 것 아닙니까?"
맞는 말이다. 매장은 마진을 남기려 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매장이 알아서 할 문제이지, 고객이 신경써 줄 문제는 아니다. 매장의 입장에서는 마진이 없으면 안 팔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든 팔고자 한다면, 얼마가 되었든 마진이 있다는 얘기다.
앞서 살펴본 바대로, 매장에서 말하는 원가에는 이미 기본마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더 이상의 마진, 즉 추가마진은 글자 그대로 '바가지'일 뿐이다. 따라서 "마진도 생각해 달라"는 매장의 말은 다음과 같이 해석하면 된다.
= "기왕 쓰시는 거, 조금 더 쓰시죠. 그래야 저희도 술도 먹고, 차도 굴리고 할 것 아닙니까?"
단 1원만 남아도 판다. 그것이 장사의 본질이다. 따라서 고객은 매장에게 1원 이상의 마진만 제공할 의사가 있다면 일단 물건을 살 자격을 갖추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매장은 기본마진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부자임이 분명한 매장의 경영을 걱정하여, 빡빡한 주머니 사정에도 불구하고 캠코더를 구입하는 고객이 덤으로 바가지를 써 줄 필요는 전혀 없다. 매장에서 부르는 마진은 최대한 낮춰야 한다.
고객의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과연 캠코더 한 대 팔면 얼마나 남을까?"일 것이다. 매장은 까놓고 10-30만원 남는다고 말한다.
= "저희도 장사꾼인데, 많이 남기려고 하죠. 보통 10-30만원 남깁니다. 솔직히 나이든 아저씨들 오시면 30만원 남기고 팝니다. 이 물건 원가가 100만원이니까 아저씨들한테는 130만원에 팔죠. 지난주에도 한 대 그렇게 팔았습니다. 아저씨들은 한 번 사가면 땡이거든요. 하지만 손님은 젊은 분이시니까 단골이 되시면 계속 찾아오시죠. 그거 보고 제가 딱 5만원만 남기고 105만원에 드리는 겁니다."
이 말을 믿어야 할까? 물론 아니다. 속내를 들어보자.
= "이 모델은 100만원에 팔면 되요. 이미 거기에 기본마진으로 매장 유지에 필요한 비용은 다 들어 있는 거니까요. 어쩌다가 급하면 이 가격에 파는 경우도 있긴 있죠.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아저씨들 오시면 거기에다가 30만원 더 붙일 수 있죠. 사실 이 30만원은 거저 먹는 겁니다. 손님은 젊으신 분이니까, 제가 딱 5만원만 더 거저 먹고 드리겠습니다."
한 매장에서는 본체(물론 기본 악세사리는 포함된다)만 구입하고 가방이나 삼각대를 다른 매장에서 사야 하는 것도 바가지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다. 매장은 어떻든 10-30만원을 남긴다. 만약 본체에서 딱 5만원만 더 붙였다면, 나머지 5만원은 가방, 삼각대, 기타 악세사리에 붙여서 결국은 10만원을 남긴다. 물론 이것은 기본마진이 아니라 추가마진이다.
한 매장에서 최대한 저렴하게 본체를 구입하였다면 일단은 그 곳을 떠난다. 그리고 다른 매장에서 역시 최대한 저렴하게 가방 등을 구입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매장에서 "본체에 약간의 마진을 붙여 주시면, 나머지 악세사리는 원가에 주겠다"는 말은 이렇게 해석하면 된다.
= "일단 본체에서 조금 덜 남기고, 악세사리에서 남길 겁니다. 원가라구요? 그럴 리가 없죠. 본체야 비교적 싸게 사셨지만, 우리 매장에서 다른 물건까지 같이 사시면 결과적으로 우리 매장에서 남기는 마진 총액은 본체를 비교적 비싸게 산 것과 같아 집니다."
다른 곳에 가서 나머지 악세사리를 알아보고, 본체를 구입한 매장보다 결코 싸지 않다는 것이 확인된 후에 다시 돌아가도 늦지 않는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카드로 구입하는 경우에는 본체를 구입한 매장에서 악세사리를 구입하는 경우라도 시차를 두는 것이 유리하다.
본체 가격 100만원에, 악세사리 가격 10만원으로 흥정이 끝났다고 해 보자. 구입 총액은 110만원이 된다. 이것을 카드로 결재하면 수수료로 3-5%를 더 요구한다. 수수료를 5%로 보면, 결재할 총 금액은 115만 5천원이 된다. 그런데 일단 본체만 먼저 결재하면 수수료를 포함해서 105만원만 내면 되고, 다음날 가서 악세사리 10만원을 카드로 결재하면 대개는 여기에 수수료를 안 붙인다. 결과적으로 시차를 두면 악세사리 부분에 대해서 카드 수수료를 안 내도 되는 것이다.
### 캠코더 구입 방법 : 매장의 가격시스템에 대한 이해 - 빽마진과 되도리
빽마진은 일종의 리베이트다. 예를 들어, A회사의 대리점인 X매장이 있다고 하자. 대리점에서는 A회사의 B모델을 80만원에 들여와서 마진을 붙여 판매한다. 대리점이 B모델을 판매하면, A회사는 대리점이 B모델을 판매한 것에 대한 일종의 수당으로 5만원을 지급한다. 이 5만원이 빽마진이다. 결과적으로 대리점은 B모델을 75만원에 들여온 셈이 된다.
이 빽마진을 고려한다면, A회사의 B모델을 사고자 할 경우에는 A회사의 대리점을 찾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일단 A회사의 대리점이라면 B모델을 다른 매장보다는 싸게 들여올 것이고, 거기에 판매하면 빽마진이 올 것이므로 판매 마진을 좀 낮춰 잡아도 크게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고객이 A회사의 대리점인 X매장이 아니라 Y매장에 와서 B모델을 찾는다면 어떻게 될까? 대리점이 아닌 Y매장은 대리점인 X매장에서 B모델을 구하여 이를 고객에게 판매한다(이것이 X,Y 모두에게 훨씬 유리하다. 얼핏 보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지만 자세히 계산해 보면 답이 나온다). 그리고 X매장에 일종의 ?font color=FF001E style=background-color:FFF000;>캠珂鳧막?1-2만원을 건넨다. 이것이 되도리이다. 자기들끼리 주고 받으면 상관 없지만, 대개 그 되도리를 고객에게 전가시키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 "B모델 100만원에 드릴께요. 이거 원가가 95만원입求? 정말 딱 5만원 남기는 거예요."
- "지금 재고 없다면서요?"
= "연락해 뒀으니 갖고 올겁니다. 참, 이렇게 사시면 2만원 더 붙는거 아시죠?"
- "예?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럼 차라리 제가 그 가게 가서 사는게 낫죠."
= "아니죠, 손님. 원가가 95만원인데, 그 가게라고 마진 안 붙이겠습니까? 한 10만원 붙이죠. 그러면 105만원입니다. 매장끼리야 원가에 넘기니까 저희가 95만원에 가져다가 그냥 저희 마진 5만원 붙여서 손님 드리는 거죠. 손님이 직접 그 가게로 가셔서 아무리 잘 얘기해도 매장끼리 넘기는 가격보다야 아무래도 비싸게 사시지 않겠습니까? 물론 매장에서 물건 빌려오면 되도리로 한 2만원 주는 것은 있어요. 그래도 손님한테는 이익이죠. 안 그래요?"
당연히 안 그렇다. 고객 주머니에서 되도리 2만원이 나간 이상, 고객은 그만큼 손해본 것이다. 계산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X매장에서 5만원 남기고 팔아주면 딱 100만원에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참고적으로 되도리의 마진 구조는 이렇다. 대리점인 X매장은 A회사에서 들여온 가격인 80만원만 받고 B모델을 Y매장에 넘기고, 그것도 판매한 것이므로 A회사로부터 빽마진 5만원을 챙긴다. Y매장은 대리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리점에서 받는 가격에 물건을 들여와서 자기들 마진을 붙여서 판다. 여기서 B모델을 Y매장이 들여오는 가격과 X매장이 들여오는 가격의 차이(즉, 대리점과 비대리점의 차이)만큼을 Y매장에서 X매장에 되돌려주는 것이 되도리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대리점인 X매장은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하고 물건을 팔아서 빽마진에 되도리 챙기니 좋고, Y매장은 자기들 마진 다 챙겨서 좋다. 그 틈바구니에서 되도리 지불한 고객만 피보는 것이다.
매장에 따라서는 고객이 없는 물건을 찾으면 아예 되도리를 가격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가격이 올라가서 고객에게 비싸다는 느낌을 주게 되므로, 대개는 탁 까놓고 "되도리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원래 고객이 부담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곳이 많다. 이 말은 이렇게 해석하면 된다.
= "손님이 처음부터 X매장으로 가셨더라면 100만원에 살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 매장에 오신 이상 2만원 더 쓰셔야 합니다."
### 캠코더 구입 방법 : 매장의 가격시스템에 대한 이해 - 고객의 대응
매장의 가격시스템을 알고 있다고 해서, 고객이 매장에서 실제로 물건을 들여오는 가격에 원하는 물건을 구입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매장은 단 1원이라도 남지 않으면 팔지 않을 것이므로 진정한 원가는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매장의 가격시스템을 이해하였다면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가슴에 새기자.
- "어차피 매장도 장사하는 거니까 마진을 남기는 것이야 당연하겠지. 하지만 굳이 내가 나서서 바가지 써 줄 필요는 없는 거라구. 어차피 내 돈 내고 사는 거, 가능하면 최저가로 구입하는게 좋지. 또 매장에서 최저가라고 해도, 거기에는 이미 남을 만큼의 마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니까 내가 테이프 하나 쯤 더 달라고 하면서 미안해 할 필요는 없어. 물론 너무 심하다고 할지도 모르지. 그러면서도 판다면 마진이 남는다는 말이잖아? 안 팔겠다면 다른 매장으로 가면 그만이야. 최악의 경우 다시 돌아와서 이 가격에 사가면 되지 않겠어?"
### 캠코더 구입 방법 : 매장의 이익분배 시스템에 대한 이해
매장의 이익분배 시스템에 대해서는 나도 정확히 모른다. 실제로 확인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종합해서 추측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 이는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추측일 뿐이므로 무시해도 상관은 없다. 배경은 용산으로 한다.
매장에는 사장과 직원이 있다. 사장이야 자기 가게니까 열심히 장사할 것이겠지만, 직원들은 자기 가게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열심히 고객을 끄는지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는가? 이것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물건을 팔 때마다 직원에게 떨어지는 것(인센티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뿐이다.
만일 사장이 직원에게 인센티브 없이 월급만 준다고 해 보자. 직원의 입장에서는 힘들게 고객을 유치해서, 몇 시간씩 상담하고 물건을 팔아야 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나오는 것은 월급 뿐이므로, 누구도 더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러면 가게는 결국 망하게 될 것이므로, 어떤 사장도 이런 식으로 직원을 고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장의 입장에서는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든 판매한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만일 사장이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되, 한 대 팔 때마다 얼마씩 준다고 해 보자. 이렇게 되면 직원의 입장에서는 비싸게 팔 이유가 없다. 직원의 수입은 얼마에 파는지가 아니라, 몇 대를 파는지에 따라서 결정된다. 어차피 고객은 가능한 싼 가격에 사고자 할 것이고, 그렇다면 최저 가격을 부르는 것이 한 대라도 더 팔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된다. 그러나 같은 물건의 가격이 최고 50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모든 매장이 이 방법을 택하고 있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뿐이다. 추가마진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것. 일단 사장은 물건을 들여와서 거기에 기본마진을 붙여서 원가라는 것을 만들고, 직원은 그 원가에 다시 얼마간의 추가마진을 붙여서 고객에게 판매한다. 사장과 직원 사이에는 그 추가마진에 대한 분배율이 약속되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사장이 A모델을 90만원을 주고 들여왔다. 일단 사장은 여기에 10만원의 기본마진을 붙여서 원가 100만원으로 만든다. 고객이 매장을 찾으면 직원은 장시간의 상담을 통해서 원가 100만원에 20만원의 추가마진을 붙여서 120만원에 A모델을 고객에게 판매한다. 여기까지, 총 마진은 30만원이다.
이 중에서 기본마진 10만원은 사장의 몫이다. 나머지 20만원의 추가마진은 사장과 직원이 약속된 비율로 분배한다. 그 비율은 아마도 5:5일 것이다. 그렇다면 직원은 자기가 붙인 추가마진의 50%를 인센티브로 가져가게 된다. 따라서 추가마진을 많이 붙이면 많이 붙일수록 직원은 더 많은 수입을 가져가게 되므로, 최선을 다해서 상담에 임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매장 직원들이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견해이다.
그러나 고객의 입장에서는 사장과 직원이 어떻게 이익을 나눠먹는가까지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고객이 매장의 이익분배 시스템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얼마나 낮은 가격에 물건을 구할 수 있는가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직원이 기본마진만을 포함한 원가에 물건을 내 놓을까? 절대 아니다. 그렇게 팔아봐야 자기에게 떨어지는 것이 없다. 사장이야 기본마진을 챙기니까 문제가 없지만, 직원의 입장에서 보면 한시간 상담해서 원가에 넘기는 것은 글자 그대로 '죽 쒀서 개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직원은 다만 얼마라도 추가마진을 붙인다. 따라서 고객은 직원과 흥정하면서, 직원이 붙이는 추가마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노력하여야 한다. 결국은 고객의 주머니에서 나간 돈이 직원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므로, 고객이 직원의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는 마당에, 그 액수가 적다고 미안해 팔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악착같이 깎아야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매장의 가격시스템과 이익분배시스템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물건값이 싼 매장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사장이 애초에 물건을 싸게 들여올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 둘째 사장이 기본마진을 적게 먹을 것, 셋째 직원이 추가마진을 적게 먹을 것. 이 중에서 애초에 들여온 물건값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결국 고객은 마진이 적은 매장을 찾거나, 아니면 매장을 찾아서 마진을 낮추는 협상을 하여 물건을 구입하는 방법을 취해야 한다.
덧붙여서 말하자면, 만일 매장이 이 시스템대로 움직인다면 직원과 협상하기 보다는 사장과 협상하는 것이 유리하다. 사장과 직접 협상하게 되면, 추가마진 중에서 직원 몫은 지불하지 않아도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본마진을 줄인 가격에도 물건을 구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순전히 이론적인 것이므로, 이를 위해서 노력할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이 귀찮다면, 다리 품을 좀 더 팔 각오를 하면 된다. 구경삼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아무래도 싸게 파는 집이 보이게 마련이다.
### 캠코더 구입 방법 : 매장의 기본적인 상술에 대한 이해 - 올바른 해석
매장에서 자주 듣게 되는 말들이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를 아는 고객은 드물다. 그냥 말해주는 대로 듣고, 대부분 그대로 믿는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확실한 바가지 밖에는 돌아오는 것이 없다. 바가지를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걸러서 들어야 한다. 여기서는 다른 부분에서 다루지 않은 몇 가지 말들을 정리해 본다.
= 겉 : "많이 아시네요. 다 아시면 저희도 얘기하기 편하죠."
= 속 : "알면 얼마나 알겠어? 요건 모를거야."
매장은 고객보다 한 수 위다. 많이 안다고 추켜세우는 가게라면, 비장의 카드를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우쭐해 져서 방심하고 있다가는, 보란 듯이 뒤통수를 맞는다. 이 후에 이루어지는 상담은 보통 '선수끼리 소모적인 논쟁 하지 말고, 잘 해 보자'라는 식으로 이루어 지는데, 매장은 선수인지 몰라도, 고객은 절대 선수가 아니다. 어설프게 걸려들면, 역시 바가지다.
= 겉 : "이 제품이 좋은 제품입니다."
= 속 : "이 제품을 팔면 우리 가게에 마진이 많이 남습니다."
매장은 '판매'의 프로이지 '캠코더'의 프로가 아니다. 실제로 캠코더의 성능과 조작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특히 용산이나 테크노마트 쪽은 더 심하다. 기계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좋은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마진 이외에는 이유가 없다. 매장의 입장에서 본다면 마진을 많이 남겨주는 제품이 좋은 제품일테니 이것은 거짓말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다만 그 말을 들은 고객이 자기 입장에서 '성능이 좋은 제품'으로 착각하도록 하는 점이 문제일 뿐이다.
= 겉 : "얼마 예산하고 있으세요? 맞춰 드릴께요."
= 속 : "어디 얼마나 울궈먹을 수 있는지 봅시다."
고객이 A모델을 지목하면, 매장은 가격을 부르는 것이 상식인데, 어쩐 일인지 가격에 앞서 예산을 물어본다. 그리고 친절하게 맞춰 주기까지 한다는데, 과연 그럴까? 만약 고객이 50만원에 맞춰 달라면 맞춰 줄 수 있을까? 예산을 밝히고 그 매장에서 구입하고 돌아서면, 최소한 예산을 전부 쓰거나, 대개는 조금 더 쓰게 된다. 예산이란 고객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 금액이므로, 매장에서 150만원을 쓰겠다는 고객을 설득해서 120만원만 쓰게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예산은 절대로 밝히면 안된다.
= 겉 : "저희 사장이 이 상가에 매장 세 개 가지고 있습니다."
= 속 : "요즘 장사 안되잖아요? 매장을 세 개나 운영하려니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고객님께서 좀 더 퍼 주셔야지 저희도 먹고 살죠."
은근히 자신들의 규모가 크다는 것을 자랑하는 매장이 있다. 그것은 '우리는 규모가 커서 조금씩 남겨도 되기 때문에, 여기서 사는 것이 가장 저렴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매장의 규모와 판매 가격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어차피 매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품 자체의 가격은 거의 일정하고, 그렇다면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매장에서 얼마의 마진을 붙이는가에 달렸으며, 매장에서 붙이는 마진폭은 사장과 직원의 마음이지 매장 규모와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 물론 경기가 좋을 때라면 큰 규모의 매장이 박리다매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말은 꼭 틀리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오히려 한 매장에서 생긴 적자를 다른 매장에서 보충하려고 한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 겉 : "이 상가 사람들도 저희 매장에서 물건 떼어 갑니다. 어딜 가도 여기보다 더 쌀 수는 없죠."
= 속 : "이 상가 사람들이 여기서 물건 떼 가는데, 매장에서 떼어 가는 것보다 싸게 드리면 욕먹지 않겠어요? 어차피 다 마찬가지입니다."
말 그대로다. 상가 내에서 물건을 푸는 매장에서, 다른 매장으로 넘기는 가격으로 고객에게 판매한다면 바로 칼 맞는다. 그냥 지나가는 말이려니 하는 것이 현명한 해석이다.
= 겉 : "재고가 없습니다."
= 속 : "손님이 원하는 가격에는 팔지 않겠습니다. 딴 데 가서 알아보세요."
상가 내에 그 물건이 있는 이상, 재고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팔 생각이 있다면 되도리를 붙여서라도 판다. 재고가 없다는 말이 나오면 더 이상 이 매장과는 가격협상이 안된다는 것으로 보면 된다. 미련 없이 떠날지어다.
### 캠코더 구입 방법 : 매장의 기본적인 상술에 대한 이해 - 찍고 돌리기
매장을 누비면서 황당한 꼴 안당하려면, 기본적으로 "찍고 돌리기"를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서 보자.
고객이 A모델을 마음에 두고 여러 매장을 돌며 A모델의 가격을 알아보고 있다. A모델의 실제 원가는 90만원, 기본마진은 10만원이라고 하자. 그러면 매장이 제시하는 원가는 100만원이고,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120-130만원을 부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X매장에서는 80만원을 부른다. 고객은 싸다고 생각하지만, 혹시나 싶어서 몇 군데 더 돌아다녀 본다. 그러나 어디에도 80만원보다 싼 곳은 없으므로 결국 X매장으로 돌아온다.
고객은 A모델을 "찍어서" 가격을 물었고, X매장은 원가 이하의 가격을 "찍고" 고객으로 하여금 계속 매장을 "돌아다니게" 하였다. 결국 고객은 X매장의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고 생각하고 X매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X매장에서도 원가 이하에 물건을 팔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장시간 상담 끝에 결국은 다른 모델로 "돌려서" 판매한다. 이것이 "찍고 돌리기"이다.
"찍기"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하나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찍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매장이 원가 이하의 가격을 "찍는 것"이다. "돌리기"는 세 가지 의미를 가진다. 고객은 다른 매장을 "돌아다니다가" 결국에는 다시 그 매장으로 "돌아오고", 상담을 받은 끝에 다른 모델로 "돌아선다".
결국 "찍고 돌리기"는 "매장에서 특정한 모델을 찾는 고객에게 절대로 나오지 않을 원가 이하의 가격을 불러 두고, 고객으로 하여금 여러 매장을 다 돌아다녀 보아도 이 집만큼 싼 곳은 없다는 확신을 가지게 한 후, 결국에는 자기 매장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기술"이며, 이 기술에 걸린 고객이 매장으로 돌아오면, 고객이 원하는 모델을 "돌려서" 그 매장에 마진이 많이 남는 모델을 팔아버린다.
만일 돌렸던 고객이 돌아와서 그 모델을 그 가격에 달라고 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찍고 돌리기에 걸려든 고객이 매장으로 돌아온 경우를 보자.
- "아저씨, A모델 주세요. 아까 80만원이라고 했죠?"
= "아, 예. 일단 들어와 앉으시죠. (어디엔가 전화를 건다) 죄송합니다만, 그 모델은 지금 재고가 없네요."
- "그럼 그냥 여기 진열대에 있는 거라도 주세요."
= "그건 고장난 겁니다. 헤드가 나갔어요. 그냥 장식만 해 둔 거죠. 일단 다른 모델이라도 원하는 것 말씀해 보세요. 잘 해 드리겠습니다."
여기서 계속 상담이 이어지면, 역시 확실한 바가지다. 찍고 돌리기에 당한 고객의 입장에서는 이미 A모델에 대해서는 이 매장이 상가에서 가장 싼 곳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므로 A모델이 아닌 다른 모델도 최저가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인데, 그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우에 따라서 찍고 돌리기는 실제로 고객이 돌지 않고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즉, 80만원이라는 말에 고객이 그 자리에서 산다고 말해도 일단은 들어오라고 한 후에, 전화를 걸고, 재고가 없으니, 다른 모델을 보자고 한다.
만약 매장에서 원가 이하를 찍고 돌린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물건 보여달라고 하고 사겠다고 하면 된다. 당연히 보여줄 수 없으며, 이리저리 말을 바꿔서 상담으로 유도하려 할 것이다. 매장에서도 가능하면 쉽게 팔려고 하지, 누가 한 시간씩 떠들고 싶겠는가? 이미 모델이 결정되고 가격흥정도 끝난 마당에 굳이 들어와 앉으라고 하는 것은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파에 앉을 필요도 없이, 그냥 다른 가게로 가는 것이 상책이다.
### 캠코더 구입 방법 : 매장의 기본적인 상술에 대한 이해 - 빤짝이
환불과 관련된 매장의 상술에 "빤짝이"라는 것이 있다. 매장 측에서는 찍고 돌리기는 해도, 빤짝이는 안한다고 주장하지만, 확인된 바 없으니 어떻든 주의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보자.
고객이 A모델을 두 시간의 상담 끝에 150만원에 구입했는데, 알고보니 A모델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130-140이면 충분히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당연히 고객은 화가 나서 매장을 찾아가 환불을 요구한다.
= "손님, 좋습니다. 환불해 드릴께요. 하지만 손님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내수모델 사가셔서 쓰시다가 이제와서 환불해 달라시면 저희들은 그 물건 어떻게 합니까? 다음에 오시는 분한테 이 가격 받고 팔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 "그래도 저는 더 싸게 판다는 곳이 있으니까 그리로 가겠습니다."
= "제가 지난 번에 찍고 돌리기 말씀 드렸죠? 이것도 그겁니다. 가 보시면 물건 없다고 합니다. 장담합니다. 일단 손님께서 가셔서 한 번 이 모델 그 가격에 사 보세요. 그 가격에 사 오시면 제가 전액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 "좋아요. 그렇게 하죠."
고객은 X매장을 나와서 Y매장으로 향한다. 그와 동시에 X매장의 또다른 직원이 고객의 뒤를 따른다. 고객은 Y매장의 진열대 앞에서 Y매장 직원과 흥정을 시작한다. 이 때, 뒤에 서 있던 X매장의 직원은 Y매장의 직원을 향해서 싸인을 보낸다. 물론 고객은 알아채지 못한다. 주변에서 봐도 아는 동료가 인사한 것으로 밖에는 안보이니까. 가제는 게 편이므로, Y매장의 직원은 말을 바꿔서 가격을 높여 부른다. 결국 고객은 그게 돌리기 였나 보다 하고 X매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고객은 찍고 돌리기가 아니라 빤짝이에 당한 것이다.
이에 대응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 "어떻든, 처음에 환불을 약속했으니까, 그냥 환불해 주시죠."
더 싼 곳이 있다는 것을 고객이 증명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환불은 마지막 10원까지 다 받도록 한다. 짜투리의 얼마를 떼고 받을 필요는 없다. 전액 환불은 고객의 당연한 권리이다. 안되면 그 자리에서 얼굴 붉힐 필요 없이 상가 상우회 등에 신고하면 된다.
### 캠코더 구입 방법 : 매장의 기본적인 상술에 대한 이해 - 상담(1)
고객에게 있어서 상담은 무의미하다. 고객에게 필요한 것은 흥정일 뿐이다. 일단 이 점을 명심하고 들어가자.
상담이란 말 자체가 바가지의 출발점이다. 상담은 뭔가 모르는 사람이 잘 아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므로, 고객이 매장에서 상담을 받는다는 것은 시작부터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것에서 다름이 아니다.
매장의 상담을 통해서 올바를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도 천진난만하기 그지없는 발상이다. 상담은 고객에게 캠코더에 대한 정보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고객으로 하여금 더 많은 돈을 쓰도록 설득하는 과정일 뿐이다. 매장은 상담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담의 성패에 따라서 마진이 1만원이 되느냐, 아니면 30만원이 되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매장의 친절한 상담에 고마움을 느끼는 고객이 있다면, 그는 이미 바가지를 쓸 준비가 된 것이다. 상담에는 상담료가 따르기 마련이다. 한 시간을 설명하면 한 시간 어치의, 두 시간을 설명하면 두 시간 어치의 마진을 넣는다. 그러므로, 상담은 짧을수록 좋고, 아예 없는 것이 최상이다. 매장은 적어도 상담에 있어서는 고객보다 우월하므로, 고객의 입장에서는 협상(가격절충)이 아닌 상담은 가능한 피해야 한다.
- "캠코더 사려고 하는데요, 어떤 모델이 좋아요?"
이건 글자 그대로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미는 격'이다. 스스로 상담에 들어가서 필연적으로 바가지를 쓰게 되는 정해진 수순이 기다리고 있다. 앞서서 집에서 모델을 결정하고 나서야 한다고 한 이유도, 결국에는 상담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일단 모델이 결정되면 남은 것은 가격 협상 뿐이다. 고객이 모델을 이미 결정하고 있다면 상담을 건너 뛰고, 곧바로 협상에 들어간다. 그러나 상담을 통해서 모델이 결정되고 난 후에 가격 협상에 들어간다면, 그것은 더 이상 협상이라고 할 수 없다. 이미 고객은 상담을 통해서 정상적인 판단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판단력의 상실정도는 상담시간에 비례한다. 더불어 상담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냥 일어나기 미안해 진다. 상담은 매장의 최대의 무기이며, 일단 상담이 시작되면 고객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바가지를 각오하지 않을 수 없다. 고객에게 있어서 상담은 무의미하다. 고객에게 필요한 것은 가격협상, 즉 흥정일 뿐이다.
겪어 보면 알지만, 캠코더의 경우 상담시간이 한 시간을 넘기는 것은 예사이다. 한 시간 이상을 마주 보고 앉아서 이런저런 설명을 듣다가 보면, 테이블 위에는 이미 두 세 대의 캠코더가 배터리 돌려가며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가격이 맞지 않는다거나 또는 테이프 하나 더 안준다고 그냥 나가기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고객이 칼자루를 쥐는 유일한 순간은 바로 협상을 할 때인데, 상담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고객은 협상의 칼을 휘두르기가 부담스러워 진다. 그러나 상담을 건너뛰고 곧바로 협상으로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 "A모델 얼마예요?"
= "125만원에 드릴께요."
- "그럼 A모델 주세요. 참, 테이프 하나 더 주실 수 있죠?"
= "손님, 가격 다 알고 오셨잖아요? 이거 125만원이면 거저 드리는 겁니다. 진짜 하나도 안 남아요."
- "그래요, 그럼 다음에 올께요."
이미 125만원이라는 가격에는 마진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그 매장에서 마진을 5천원 줄이고 테이프를 하나 끼워 줄 것인가인데, 이 매장에서는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객은 마진을 5천원 더 낮춰서라도 팔고자 하는 매장을 찾으면 된다.
그 매장을 떠난다고 고객의 입장에서 손해날 것은 전혀 없다. 이 매장에서 125만원에 줄 수 있다면, 다른 매장에서도 그 가격이 가능할 수 있다. 붙잡으면 테이프 하나 얻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다. 까짓거 다리 품 조금 더 팔아서 최대한 뽑겠다는 것이 고객의 기본 자세임을 명심해야 한다.
어떻든, 장사에 있어서 매장은 프로이고, 고객은 아마추어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고객이 매장의 사정을 봐 줄 필요는 전혀 없다. 고객은 고객의 본분을 다하여, 원하는 제품을 최저의 가격에 구입하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상담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 캠코더 구입 방법 : 매장의 기본적인 상술에 대한 이해 - 상담(2)
인터넷 등을 통해서 모델을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실물을 보지 않은 상황이라면 섣불리 구매하기가 어렵다. 즉, 상담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것이기도 하지만, 실물을 만져보기 위해서는 한 번쯤은 거쳐야 할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실물 탐색용 상담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단 집을 나서기 전에 대충 몇 가지 모델을 결정하고, 각각의 모델들에서 직접 확인할 사항을 점검한다. 그리고 절대로 오늘은 구매하지 않을 것임을 다짐한다. 이젠 상가에 나가서 매장을 돌면서 한 매장에서 하나씩 만져본다. 이것이 기본이다.
- "저, A모델 사려고 하는데요. 좀 볼 수 있을까요?"
특정 모델을 사려고 하는데 일단 실물을 보고 싶다고만 말한다. 절대로 가격에 대해서는 말하면 안된다. 혹시라도 매장에서 먼저 가격을 부르면, 알았다고 하고 다른 매장을 찾을 것을 권한다. 그 이유는 조금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 "예, 들어오시죠. 근데, 꼭 A모델로 하시는 이유라도 있으세요?"
- "예, 저한테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 "어떤 일에 쓰실 건데요?"
첫 질문은 매장에서 상담을 시작하기 위해 던진 것이다. 여기서 말려들면 알아보고자 하는 모델은 만져보지도 못하고 시간만 잡아먹는다. 일단 '나한테 딱이다'라는 식으로 모호하게 넘어간다. 그러면 다시 용도를 묻는다. 여기서도 용도를 대답하면 안된다. 용도를 대답하는 순간 '그런 거라면 A모델보다는 B모델이 낫죠'로 시작해서 장황한 설명이 이어진다. 대답 대신 쓰윽 A모델을 잡는다. 그러면 매장에서는 일단 A모델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나중에 일어나기 곤란하다. 신속하게 집에서 생각해 온 것들을 확인한다. 크기, 무게, 액정의 화질, 각종 버튼과 스위치의 위치 등등등. 해 보면 알지만 캠코더 스팩 중에서 실제로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은 몇 개 안되고, 미리 생각해 둔 내용만 확인하는 데는 1-2분이면 족하다.
고객이 모델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동안, 매장은 다른 물건으로 넘어가려는 시도를 한다.
= "A모델만 보시면 괜찮아 보이죠. 근데 한 번 B모델이랑 비교해서 보세요."
하나 정도 내 놓는 것은 그냥 둬도 된다. 혹시 B모델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내친 김에 재빠르게 확인한다. 그러나 두 개, 세 개를 내 놓으려고 하면 끊어야 한다. 물론, A모델에 대한 확인이 끝나도 끊어야 한다.
- "저는 A모델로 하고 싶거든요. 가격이 어떻게 되죠?"
= "저희가 100만원까지 드릴 수 있습니다."
- "그래요? 비싸네요."
= "얼마까지 알아보셨는데요?"
- "여기 처음인데요, 생각보다 많이 비싸군요. 예, 알겠습니다. 다음에 또 오죠. 고맙습니다."
시작할 때 가격을 묻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격은 매장을 떠나기 위한 수단이다. 가격이 어떻게 되든 무조건 비싸다고 한다. 그러면 매장에서는 '얼마를 예상했느냐, 얼마까지 알아봤느냐, 예산이 얼마냐' 등등을 물어보는데, 대답할 필요 없다. '여기가 처음인데 생각보다 비싸서 가보겠다'고 하면 그만이다. 여기까지 5분안에 끊어야 한다. 5분 넘어가면 일어나기 미안해 진다.
물론 매장을 떠나려는 순간에는 매장의 집요한 설득이 이어진다. 일일이 대답하지 않는 것이 빨리 끝내는 방법이다. 그저 '알았다, 고맙다, 또 오겠다'는 평범한 말만 하고 신속하게 매장을 빠져나가면 그 뿐이다.
이제 조금 떨어진 매장으로 가서, 또 다른 모델을 확인한다. 원하는 모델을 다 확인 했으면, 일단 집으로 들어가서 생각을 정리하고 모델을 결정해서 다시 나와서 구입한다.
이건 좀 야비하고 치사한 방법이라고 욕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 방법을 써먹은 매장은 웬만하면 108만원이면 구하는 JVC의 915KR 완빡을 128만원 부른 곳이다. 나는 20만원 바가지의 위험이 도사리는 곳에서 5분 정도 내 실속을 차린 것 뿐이다. 단지 그것 뿐이다.
### 캠코더 구입 방법 : 매장의 기본적인 상술에 대한 이해 - 상담(3)
피치못하게 상담을 시작한 경우라면 최대한 빨리 끝내고 일어서는게 좋다. 혹시라도 상담에 들어가게 된 경우를 대비하여 상담의 전형적인 패턴을 분석해 보자.
상담은 크게 세 가지 케이스로 나뉜다. 첫째 돌리기를 맞고 돌아온 고객과의 상담, 둘째 돌리기 당하고 있는 고객과의 상담, 셋째 돌리기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상담이 그것이다.
돌리기를 맞고 돌아온 고객과의 상담은, 고객을 처음 결정한 모델에서 '좋은 제품(앞서 살펴본 바 대로, 좋은 제품은 곧 매장에 마진이 많이 남는 제품이다)'으로 돌리는 것에서 출발한다. 일단 돌리고 나면, 상담의 일반정석을 따르게 된다. 돌리기는 "왜 굳이 그 제품을 사세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한 것은 아시죠?"로 뒷말을 이어간다. 여기서 '-한 것'은 여지없이 처음 선택한 모델의 단점이다. 예를 들어보자.
= "왜 굳이 소니로 하시죠? 소니는 본체 충전식이라 열이 많이 나는데, 디지탈 기기가 열에 약한 건 아시죠?"
= "왜 파나소닉으로 하시죠? 파나소닉은 전부 밀수품인건 아시죠?"
= "왜 샤프로 하시죠? 샤프는 액정만 좋았지 화질은 그만큼 안나오는 건 아시죠?"
= "왜 JVC로 하시죠? JVC는 캠코더 만든지 얼마 안되는 회사인 건 아시죠?"
이런 말이 서너 번 반복되면, 고객은 '내가 뭔가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알았구나'하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어둠에서 구원해 준 매장 직원에게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주로 소니를 취급하는 곳에서 파나소닉을 씹는다면, 주로 파나소닉을 취급하는 곳에서는 소니를 씹니다는 점이다(꼭 그런 것은 아니고, 예를 들면 그렇다는 것이다. 아래 상담의 일반정석을 보면 감이 올 것이다).
매장 직원이 제품의 단점을 지적해 주는 것은 고객을 어둠에서 종국적으로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어둠으로 밀어넣기 위한 수단으로 잠시 건져낸 것일 뿐이므로, 결코 고객의 입장에서 고마워해야 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정신 바짝 차리고 경계해야 할 일일 뿐이다.
돌리기 당하고 있던 고객이 상담을 하게 되는 경우는, 돌던 도중에 "얼마에 보고 오셨어요?"라는 질문을 받고 알아본 가격을 대답하면서부터 시작된다.
- "A모델 얼마예요?"
= "얼마에 보고 오셨어요?"
- "90만원요."
= "이 매장 다 돌아다녀 보세요. 그거 90만원에 못사요. 혹시 사시면 저한테도 연락 주세요. 제가 5만원 그냥 드릴께요. 그 가게에서 물건 보셨어요? 못 보셨죠? 그냥 90만원이라고만 얘기했죠? 그거 원가가 110만원이예요(당연히 여기서도 원가대로는 안 부른다. 혹시 A모델을 자기네 가게에서 산다고 하면 팔아야 하니까)."
- "그래요?"
= "그럼요. 어떤 장사꾼이 밑지고 팔겠어요. 원가 이하로 부르는 걸 '찍고 돌린다'라고 하는데요, 아무리 다녀봐도 그만한 가격이 없으니까 다시 그 가게로 돌아가면 그 물건 없다고 그러고 다른 좋은 물건 소개한다고 해 놓고 엉뚱한 물건 비싸게 팔아요."
- "그렇군요."
= "어차피 그 물건 그 가격에 못 삽니다. 나중에 그 가게 다시 가봐야 헛수고니까, 그런 비양심적인 가게 가서 사시느니 차라리 들어오셔서 저희 물건 보시죠. 원가 밑으로는 못 드려도 원가에 드릴 수는 있습니다."
여기서 Y매장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면 상담이 시작된다. 이 경우 고객은 Y매장에서 돌리기를 까발려 주었다는 고마움을 안고 상담에 들어가게 된다. 역시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것이다. 이후의 과정은 돌리기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상담의 케이스와 대동소이하게 진행된다. 전형적인 예를 들어보자.
= "자, 혹시 생각하신 물건 있으세요?"
- "A모델요."
= "그건 원가 110에 판매가 125입니다. 저희가 최대한 115까지 드릴 수 있습니다. 저희도 좀 남겨야죠."
- "음, 그래요?"
일단 여기까지 보자. 아직도 고객의 마음속에는 돌리기의 여파가 남아있다. 즉, 고객은 Y매장에서 부른 A모델의 가격을 X매장에서 돌리기 당한 가격인 90만원과 비교한다. 따라서 115만원의 가격을 비싸다고 생각하며 머뭇거리기 마련이다
여기서 한 번의 분기점이 있다.
일단 A모델이 Y매장이 추천하는 이른바 '좋은 제품'이어서 Y매장에 마진이 많이 남는 것이라면 곧바로 일반정석으로 들어간다. 그게 아니라면 B모델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객이 먼저, "그럼 B모델은 어때요?"라고 말했다고 해 보자. 만약 B모델이 Y매장의 '좋은 제품'이라면 역시 일반 정석으로 가게 되고, 그렇지 않은 것이라면 위에서 살펴본 "왜 굳이 그 제품을 사세요?"의 공격을 거쳐서 '좋은 제품'으로 유도한다. 만약 고객이 먼저 B모델을 말하지 않는다면, 매장에서 자신들이 추천하는 '좋은 제품'을 내 놓으면서 일반 정석으로 들어간다.
상담의 일반 정석은 매장에서 추천하는 '좋은 제품'이 어느 모델인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① 좋은 제품이 소니인 경우 : 정품인 점, 지명도, 제품의 품질, A/S를 강조한다.
= "파나소닉은 거의 내수거든요. 뭐 성능이 좋으면서도 싸다고 그러는데, 어차피 내수용품이 다 밀수인건 아시죠? 그거 보따리장수들이 일본에서 사서 박스 풀고 옷가방에 쑤셔 넣어서 갖고 들어온 겁니다. 게다가 일본어라 보기도 불편하죠, 고장나면 어디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죠. 문제 터지면 어쩔겁니까? 내수가 더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뒷날을 생각하면 역시 정품이죠."
= "조금 비싼 면이 있지만, 그래도 소니 아닙니까? 우리나라에서 소니 모르는 사람 보셨어요? 괜히 샤프 같은 거 들고 다니면 무슨 전자수첩 들고 다니는 줄 안다니까요."
= "캠코더 한 두 푼 짜리도 아니고, 한 번 사시면 몇 년 씩 쓰시는 건데 이왕이면 좋은 것으로 하셔야죠."
= "캠코더는 들고 다니면서 찍는 것 아닙니까? 이리저리 다니다 보면 충격 먹고 그러면 잔고장이 나는 수가 많죠. 어정쩡한 물건 사시면 찍는 날보다 수리 맡기는 날이 더 많아요. 그런 면에서 소니라면 고장도 잘 안나고, 고장이 나도 확실한 A/S가 되죠(확실하게 될 리 없다는 것은, 이곳 안티 소니 코리아 운동을 보시면 알 것이지만, 어떻든 매장에서는 이렇게 얘기한다)."
② 좋은 제품이 파나소닉인 경우 : 주로 소니와 비교하면서 장점을 내세우는데(이 과정에서도 앞서 설명한 '-한 것은 아시죠'의 전술이 주로 사용된다), 소니와 동급이면서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 대용량 배터리가 기본으로 나온다는 점, 아답터 방식이 아니라 충전기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 "이 모델의 사양을 보세요. 이 모델과 대응하는 소니 모델이 XXX이거든요. 가격 알아 보셨죠? 소니 XXX는 000만원 합니다. 똑 같은 스펙인데도 이렇게 차이가 나죠. 같은 성능의 제품인데 뭐하러 비싼 돈 주고 소니 것을 삽니까?"
= "소니는 기본으로 요만한 배터리 나오는거 아시죠? 근데, 그걸로는 한 시간도 못 찍습니다. 어차피 대용량 배터리 하나 더 사야되죠. 그게 00만원합니다. 파나소닉은 기본 배터리가 대용량이예요. 그걸 생각하시면 답이 나오죠."
= "소니 모델은 본체 충전식인건 아시죠? 핸드폰도 충전하면 열 나잖아요? 근데 캠코더 배터리는 용량이 커서 충전할 때 열도 장난이 아니거든요. 디지탈 장치는 열에 쥐약인거 아시죠? 본체로 충전하다보면 무리가 가고 아무래도 안좋죠. 그래서 소니 애들은 별도로 급속충전기를 00만원에 팔아요. 그런데 파나소닉은 원래부터 충전기 방식입니다. 급속충전도 되구요."
③ 좋은 제품이 샤프인 경우 : 액정, 광학줌 능력, 모델에 따라서 기본옵션으로 제공되는 프린터를 강조한다.
= "액정은 샤프가 제일인거 아시죠? 액정TV는 샤프가 꽉 잡잖아요? 화질 한 번 보세요. 색감이 살아있지 않습니까?(실제로 샤프의 액정은 최고이며, 척 봐도 소니의 TRV-30보다 색감이 뛰어나다. 그러나 액정에서 보는 것과 모니터에 연결해서 보는 것과, 찍어서 보는 것은 모두 다르다)"
= "뭐, 100배, 400배, 700배 하는 것은 다 디지털 줌인데요. 컴퓨터에서 그림 확대하면 깨지는거 아시죠? 디지털로 당기면 화면 다 망가집니다. 화질 안깨지고 당기는 것이 광학 줌인데, 보통 다른 회사 제품은 10배, 12배 그렇습니다. 샤프는 26배까지 광학으로 당기죠. 26배면 야구장 외야에서 당겨도 포수까지 깨끗합니다(물론 이건 상당한 과장이다)."
= "일단 디지털 카메라 기능으로 찍으시구요. 여기에 연결해서 뽑으시면 스티커 사진으로 나옵니다. 겨울에는 설악산 배경으로 찍고, 여름에는 경포대 배경으로 찍어서 핸드폰에 붙이고 다니시면 환상이죠."
④ 좋은 제품이 JVC인 경우 : 정품인 점,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는 점, 라이트 내장형이라는 점 등을 강조한다.
= "파나소닉이나 샤프는 거의 내수모델을 쓰죠. 그거 A/S나면 골치아픕니다. 소니 A/S 좋은거 아시죠? JVC도 정품 수입품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A/S됩니다."
= "이정도 성능에 이만한 가격이면 부담없이 쓰시기에 최고죠. 솔직히 화소수 올라가 봐야 TV로 재생해 보면 눈으로는 별로 차이를 못 느끼거든요. 특별히 전문적으로 작업하실 거 아니면, 이정도 가격에 이정도 성능이면 무난합니다. 나중에 더 전문적인 작업을 하시려면, 이것은 애들 주시고 새로 좋은 걸로 장만하시는 게 좋죠. 괜히 지금 비싼 걸로 사 봐야 기술 익힐 때 쯤이면 이미 구형 모델 되어 있을 텐데 굳이 그러실 필요 있습니까?"
= "어두운 데서 제대로 찍으려면 라이트 따로 구입하셔야 하는데, 그게 또 00만원은 주셔야 됩니다. 근데 이 모델은 라이트가 아예 내장되 있죠. 게다가 오토예요. 어두우면 알아서 켜집니다. 무지하게 편하죠."
매장의 말은 그저 말일 뿐이다. 완벽한 제품은 고가에 거래된다. 최고의 제품의 유일한 결점은 가격인 것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완벽한 제품에서 기능이나 스팩을 줄여나가는 방법 밖에는 없기 때문에, 완벽한 제품에서 어떤 기능을 남기고 어떤 기능을 뺐는가에 따라서 그 모델의 장단점이 생긴다.
핵심은 내가 얼마의 예산 범위 내에서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가를 명확히 하고 그에 맞는 모델을 구입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약간의 단점이 있더라도 그것은 가격이 낮은 점이 커버해 준다. 그 단점이 내가 사용하는 목적을 크게 해치지 않는다면 구입해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 캠코더 구입 방법 : 가격 협상의 기술 - 최저 가격 알아내기
지금부터 소개하는 내용은 '게임이론'에 바탕하여 용산 매장들의 실태에 맞게 재구성된 것이며, 실제로 용산에서 검증된 방법이다. 이 방법을 충실하게 적용한 친구는 파나소닉 NV-C7을 풀셋에 가방, 삼각대, 테이프 두 개를 합쳐 105만원까지 주겠다는 매장을 단 15분만에 확인했다. C7을 가지고 실전을 연습해 보자.
일반적인 경우부터 보자. 보통의 고객은 C7으로 결정하고 매장에 나가서 몇 번 물어본다. 대부분은 135-140을 부른다. 이것이 확인되면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 "C7 얼마예요?"
= "얼마에 보고 오셨는데요?"
일단 여기까지가 기본이다. 그리고 대개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 "135만원이요."
= "그래요? 저희 가게에서 사시면 130까지 드릴 수 있어요."
여기서 고객은 약간 갈등하지만 대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아, 예. 좀 더 둘러 보고 올께요."
그리고 다음 가게에 가서 이 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다가 어느 선에 이르면 이런 말이 나온다.
= "125만원. 더 이상은 안됩니다. 그 이하로 파느니 안팔고 말아요. 우리도 먹고 살아야죠."
고객은 다음 매장에 가서 가격을 더 내려서 불러본다.
= "120만원이요. 이거 원가입니다."
이런 대답이 몇 번 반복되면 고객은 120만원이 하한선임을 확신하고 그 가격에 C7을 구입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는 C7을 풀셋 완빡에 가방, 삼각대, 테이프 두 개를 합쳐 105만원까지 주겠다는 매장을 단 15분만에 확인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실제로 해 보면 알겠지만, 이 방법으로 C7을 구하러 다니면 120-125만원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 거기에 악세사리 몇 개를 교환 또는 추가하면 다시 130만원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이 기대하고 있겠지만 사실은 별 것 아니다. 뒷받침되는 이론이 심오해서 그렇지, 실전에서 바가지 쓰지 않기 위한 궁극의 협상기술의 핵심은 단 한 문장이다.
- "C7 얼마예요?"
= "얼마에 보고 오셨는데요?"
- "제가 얼마에 보고 왔든, 이 가게에서 주실 수 있는 가격이 있을 것 아닙니까? C7 얼마까지 주실 수 있으세요?"
이게 전부다. 더 줄여보자.
- "C7 얼마에 주실 수 있으세요?"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직접 해 보는 것이 가장 실감난다. 이 방법을 쓰면 아예 시작부터 120-125만원에서 출발한다. 일단 여기서는 이론적인 설명을 하기로 하자.
고객은 일반적으로 '매장은 최대한의 마진을 남기려 한다'고만 생각한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1원만 남아도 판다. 10만원을 남기는 것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어떻든 1원은 남은 것이니까 매장으로서는 판매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기본적으로 매장 직원은 최대마진을 추구한다. 그러나 어떤 조건이 되면 최대한의 마진을 남기고자 하는 노력을 포기하고, 오히려 최소한의 마진만을 남기고라도 팔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조건을 만드는 것이 최저 가격을 알아내는 기술의 핵심이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이 조건은 정보의 차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즉, 고객이 직전 매장에서 얼마의 가격을 알아보았는지를 말하지 않을 때에만 이 조건은 실현될 수 있다.
고객이 직전 매장에서 제시한 가격을 이 매장에 공개하면, 이 매장에서는 직전 매장이 제시한 가격을 기초로 약간만 내리면 된다. 동시에 이 매장에서는 고객이 이 매장을 떠나 다른 매장에 가서도 이 매장에서 부른 가격을 공개할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직전 매장의 가격이 공개되면, 모든 매장은 거기서 약간씩을 빼면서 가격을 부를 것이고, 그 가격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더 이상 내리지 않을 것이다.
고객은 계속해서 직전 매장에서 부른 가격을 공개하고 다닐 것이고, 직전 매장에서 일정 비율 이하로 추가마진을 포기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은 다음에야 어느 매장에서도 자진해서 일정 비율 이하로 추가마진을 남기지는 않을 것이며, 고객이 알고 있는 가격대가 공개된다면 모든 매장은 다른 매장도 자신과 같이 생각하고 행동을 할 것을 신뢰할 수 있으므로, 결국 자연스럽게 기본마진에 얼마의 추가마진이 더 붙는 선에서 가격이 형성될 수 밖에 없다. 직전 매장에서 제시한 가격을 계속 말하고 다니면, C7은 120-125만원에서 더 이상 내려가지 않는다.
그러나 고객이 직전 매장에서 제시한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매장에서는 직전 매장에서 얼마를 불렀는지 알 방법이 없다. 그와 동시에 직전 매장 또한 그 전의 매장에서 얼마를 불렀는지 몰랐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매장에서는 직전 매장이 통상 받을 수 있는 일정 비율을 추가마진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이 매장에서도 불확실한 정보 때문에 최대한의 마진에서 줄여오는 방향에서가 아니라, 최소한의 마진을 늘려가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는 마당에, 다른 매장이라고 해서 그렇게 하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고객이 직전 매장에서 제시한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이 매장에서는 이번 흥정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부담을 갖게 된다. 혹시라도 직전 매장보다 높게 부르면 만사 꽝이지 않은가? 그런데 직전 매장에서 부른 가격을 알 길이 없으니, 최대한 낮게 부를수록 거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이 상황에 처해서 모든 매장이 추가마진을 일정 비율 이하로 접고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직전 매장에서 제시한 가격을 말하지 않는 것은 가장 빠르게 일반적인 최저 가격까지 내려가는 확실한 방법이다. 직전 매장에서 제시한 가격을 말하지 않는다면, C7은 120-125만원의 가격부터 시작한다.
그 이후에는, 조금씩 정보를 흘려도 된다. 즉, '이미 이정도 마진까지 내려간 매장이 있다, 만약 이 매장에서 마진을 조금만 더 낮춘다면 여기서 살 수도 있다'는 뜻을 넌지시 비추는 것이다. C7의 가격이 낮아지기 시작한다. 120, 118, 115, 110, 108, 105만원.
한 매장에서 처음과 비교해서 상당한 만큼의 마진을 포기하고 들어갔다고 해도, 굳이 거기서 구입할 필요는 없다. 물론 매장으로서는 최대한 접었는데도 그냥 간다면 싫은 소리를 하겠지만, 그럴 때는 한 마디만 더 하면 된다.
- "처음 알아본 가격에서 30만원이나 떨어졌는데, 아저씨 같으면 지금 상황에서 덜컥 사시겠어요?"
이 방법은 내수 제품에 대해서는 거의 완벽하게 위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가격이 매장과 고객 모두에게 완전히 공개되어 있는 수입 정품의 경우에는 요구되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그다지 큰 효용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얼마인가'를 묻는 것보다는 '얼마까지 줄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 최저 가격에 접근하는 보다 빠른 길인 것만은 분명하다. 수입 정품을 취급하는 곳들도 매장에 따라서 들여오는 가격이 제각각이며, 빽마진을 얼마나 포기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다 다르기 때문에 의외로 상당한 가격 편차를 보인다.
"내가 알아본 가격과 상관 없이, 매장에서 줄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하라"는 방법을 사용하면 대개는 매장에서 제시할 수 있는 최저의 가격이 나온다. 그러나 모든 매장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일단 '재고가 없다'는 매장이 있다. 앞서 살펴 보았듯이, 그것은 '당신과는 더 이상 흥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말이 나오면, 곧바로 이동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끝까지 직전 매장의 가격을 확인하려는 매장이 있다. 대개는 이런 식이다.
- "C7 얼마예요?"
= "얼마에 보고 오셨는데요?"
- "제가 얼마에 보고 왔든, 이 가게에서 주실 수 있는 가격이 있을 것 아닙니까? C7 얼마까지 주실 수 있으세요?"
= "그렇게 말씀하시면 거래가 안되죠. 용산 많이 다녀 보셨으니까, 잘 아실 것 아니예요? 여기 하도 장난치는 사람 많아서 말도 안되는 가격가지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어서 그래요. 얼마까지 알아보셨는데요?"
남이야 장난을 치던 말던, 자기들이 줄 수 있는 가격만 부르면 되는데 뭐 그리 복잡한게 많은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매장이 이런 말도 안되는 얘기를 꺼내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직전 매장의 가격을 알아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그것은 곧 최대한 남기고 팔아보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가 '재고 없음'의 경우보다는 쉽다.
- "찍고 돌리는 건지 아닌지 정도는 저도 구별할 수 있어요. C7 얼마까지 주실 수 있으세요?"
C7을 풀셋 완빡에 가방, 삼각대, 테이프 두 개를 합쳐 105만원에 주겠다는 매장이 바로 이런 식이었다.
매장의 속성을 생각하면 아무리 마진을 줄였다고 해도 최소한의 기본마진은 남겼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거기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추가마진이 거의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물론 추가마진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매장의 이익분배 시스템을 고려한다면 추가마진이 없었더라면 아예 팔지를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까짓거 기본마진이야 어차피 매장도 먹고살아야 하는 거니까 고객의 입장에서 접어줄 수 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추가마진을 거의 지불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바가지 없이 최저가격에 도달했다고 보는데 무리가 없다.
C7의 경우를 놓고 판단해 보자. 처음에 모르고 왔다고 말하면 130-140만원 정도를 부른다. 계속 돌아다니면 120-125만원까지 내려간다. 그러다가 비장의 무기를 사용하면 결국 105만원에 살 수 있다. 이 105만원은 기본마진과 최소한의 추가마진이 포함된 금액이다. 바가지 쓰는 게 별 것 아니다. 최소한의 추가마진 이상의 추가마진을 지불하는 것이 곧 바가지 쓰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에 135만원을 부른 가게는 추가마진으로 30만원을 더 붙인 것이고, 120만원을 부른 가게는 15만원을 더 붙인 것이다. 말이 좋아 추가마진이지 결국은 바가지 아닌가? 그렇다면, 만약 처음 가게에서 덜컥 C7을 140만원에 구입했다면 바가지가 도대체 얼마인가?
### 캠코더 구입 방법 : 가격 협상의 기술 - 마지막까지 쥐어 짜기
지금까지는 최저 가격을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가격을 협상을 통해서 하나라도 더 얻어내야 한다. 너무 야박하다고? 절대 아니다. 아직은 충분한 마진이 남아 있다. 매장에서 그 가격에 팔기로 했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협상은 No로부터 시작하라는 말이 있다. 매장이 부르는 가격에 Yes를 하는 것은 곧 협상의 종료를 의미한다. 따라서 매장이 부르는 가격이 적당하다고 생각해서 그냥 산다면, 그것은 협상을 하지 않은 것과 같다. 적어도 협상이라고 한다면 한 번은 No 해야 한다. 그러므로 협상의 시작은 반드시 No가 된다. 매장이 얼마를 불러도, 시작은 무조건 No이다.
정보의 부족을 이유로 매장이 상담을 통해서 가격을 부풀릴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협상에 있어서는 돈 내는 고객이 왕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사면 그만이다.
- "테이프 하나만 더 주시죠?"
= "손님, 이거 완전히 최저가에 드리는 겁니다. 더 이상 이러시면 곤란하죠."
- "그래요? 그럼 테이프 하나 더 주는 데 찾아보죠, 뭐."
딱 이렇게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패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너무 냉정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냉정한 사람 되고 손해 안 보는 것이, 마음이 따뜻한 봉이 되어 매장에 돈 퍼 붓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나은 선택이다. 이 협상에서 고객이 요구한 것은 마진을 5천원만 줄여달라는 것이었고, 매장은 그렇게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협상은 결렬이다. 고객은 5천원 줄여주는 가게로 가면 된다. 앞서 C7에서의 테이프 두 개는 이 협상의 과정에서 얻어낸 것이다.
협상의 종료는 곧 대금의 지불을 의미한다. 따라서 모든 협상은 현금을 건네기 전에 혹은 카드를 긁기 전에 완료되어야 한다. 실제로 현금을 건네준 후 또는 카드를 긁고 싸인하면서 그 때 테이프 하나 정도 더 달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한다.
- "돈까지 줬는데, 테이프 하나 쯤은 더 얹어 주겠지."
그러나 매장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한다.
= "볼 장 다 봤다. 그만 일어 나라."
물론 말은 다르게 한다.
= "손님, 물건을 거의 공짜로 가져가시면서 더 부탁하시면, 저희는 뭐 먹고 삽니까? 다음에 오실 때, 소모품은 원가에 드리겠습니다."
물론 절대 그럴 리 없다. 거의 공짜로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적어도 자신들이 판단하기에 충분한 마진을 남겼으니까 판 것이다), 소모품도 원가에 주지 않는다.
명심, 또 명심. 원하는 것을 모두 말하고, 그것이 모두 충족된 후에, 결재해야 한다. 그 매장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충족시켜 주지 못하겠다면, 과감하게 떠나야 한다. 더 있어봐야 시간낭비다. 생각이 있으면 떠나는 고객을 잡을 것이고, 떠나도 잡지 않는다면 앉아서 사정해 봐야 더 해 줄리 만무하다. 냉정한 선택만이 바가지를 막을 수 있다. 그것이 고객의 자세이다.
### 캠코더 구입 방법 : 제품의 선택 - 내수vs정품
아마도, 캠코더를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고민해 보았을 문제이다. 내수로 할 것인가, 아니면 수입 정품으로 할 것인가? 애석하게도, 정답은 없다. 그것은 오로지 사는 사람의 선택이다. 여기서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으로 대신하기로 한다.
(1) 내수와 정품은 제품에 차이가 있는가?
본체만을 기준으로 하면, 아무런 차이가 없다. 내수든, 정품이든 완전히 같은 제품이다(이 글을 쓴 다음에 알게된 바에 따르면, 최저조도와 디지털 줌의 배율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내수용은 본체 외부의 글씨와 기능을 작동시킬 때 액정에 나타나는 표시가 일본어이며, 정품은 영어라는 점이 유일한 차이다. 같은 모델명을 가진 제품이, 내수는 20배 줌이고 정품은 10배 줌이라거나(디지털 줌에서는 차이가 있다), 내수에서는 3.5인치인 액정이 정품에서는 2.5인치라거나 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기본 악세사리에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내수가 정품보다 기본 악세사리의 사양이 높다. 즉, 정품에는 소형 배터리가 기본이지만, 내수에는 중형 배터리가 기본이다. 내수에는 충전기가 기본으로 딸려 나오는 경우도 많고, 메모리 카드의 용량도 조금 더 높은 편이다. 이것은 관세를 낮추기 위해서 주변 사양을 낮춰서 제품을 수입하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것이다.
(2) 내수는 밀수인가?
내수 제품은 정식 수입절차를 거친 물건은 아니므로 엄밀히 말하자면 밀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동일한 제품인 데다가 이미 내수 제품에 대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A/S 등 사후 처리 시스템도 상당부분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3) 내수는 중고인가?
이 부분은 상당히 미묘한 부분이다. 일단, 매장에 내수 제품이 들어오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일반인이 일본여행에서 사 온 캠코더(아니면 그와 유사한 경로로 가지게 된 캠코더)를 그 매장에 중고로 파는 경우, 둘은 매장에서 직접 일본에 나가서 캠코더를 사 오는 경우.
전자는 당연히 중고다. 문제는 후자다. 전자의 경로로 매장에 들어오는 캠코더의 숫자는 지극히 제한되어 있을 것이므로, 매장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내수 캠코더는 매장에서 일본에 직접 나가서 구입해서 들여온 것(또는 그 일만 전문으로 하는 업자에게서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매장에서 아끼아바라 등지에 나가서 신품인 일본 내수 제품을 박스채 사서 들여온 경우를 보자.
일단 내수는 정식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으므로, 관세(부가세, 특소세 등등을 통틀어 관세라고 표현하기로 한다)가 붙지 않는다. 대신에 매장에서 일본에 나가는 비용과 매장의 마진이 포함된다. 어차피 정품의 가격에도 수입 회사의 마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므로, 내수와 정품의 가격차이는 관세와 일본 출장 비용의 차이만큼이 될 것이다.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위와 같은 경로로 매장에 들어온 내수 제품은 보다 싼 가격에 보다 빵빵한 악세사리를 갖춘 것이므로, 가격과 성능 모든 면에서 정품보다 경쟁력이 있다. 그것이 신품인 내수 제품이라면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생각해 보자. 매장은 밀수를 한 셈이다. 밀수 하다가 세관에 걸리면 개피본다. 그에 대한 위험수당 또한 내수 제품의 가격에 포함되지 않을까? 게다가 내수 제품의 기본 악세사리가 정품보다 나으므로 정품과 동일한 가격에 판매한다고 해도 팔릴 제품을 굳이 10-20만원씩이나 싸게 내 놓을 이유가 있을까?
* * *
일본에서는 잡지에 중고 캠코더의 상태와 가격을 표시한 광고가 실린다. 캠코더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공식적 중고시장이 형성된 전자제품이다. 그 잡지에는 판매되는 제품에 대해서 신품, 신동품, 극상품, 상품 등의 꼬리표를 단다. 신품은 빡스를 뜯지 않은 새 제품을 말한다. 신동품은 신품과 같은 제품, 그러니까 말하자면 사서 빡스만 풀었지 일주일도 채 쓰지 않은 제품을 말하고, 극상품이나 상품은 사용은 하였지만 상태가 아주 양호한 제품을 말한다.
(이상 *** 표시 부분은, 용산의 모 매장에서 물건을 팔면서 다른 가게는 이런 식으로 장사하는데, 자기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설명해 준 내용을 옮긴 것임을 밝힌다. 나도 그 잡지를 직접 보았다.)
* * *
사정이 이와 같다면, 답은 나온다. 일부 매장은 일본에 나가서 내수 제품의 신품을 빡스채 사서 가지고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일본에서 중고 제품을 사 가지고 들어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품보다 10-20만원 정도 싸게 판다고 하여도 정품보다 훨씬 많은 마진을 남길 수 있을 것이고, 후에 중고라는 크레임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그래서 싸게 팔지 않았느냐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아도 고객의 입장에서 중고품을 구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당장 나부터도 캠코더를 애지중지한다. 먼지 하나만 묻어도 블로어와 청소용 솔로 닦아내고, 혹시 기스갈 새라 항상 주의하면서 들고 다닌다. 액정을 펼 때나, 뷰파인더를 들어 올릴 때, 배터리를 교환할 때도 조심조심 또 조심한다. 그리고 누구나 그럴 것이다.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나의 캠코더는 항상 어제 산 듯한 외형을 유지하도록 말이다.
결국 내수 제품이 중고인가 하는 문제는 매장의 도덕성에 맡겨야 할 문제이다.
### 캠코더 구입 방법 : 제품의 선택 - 중고 캠코더 구별법
여기서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중고 캠코더 구별법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1) 외형
외형만 가지고 중고 캠코더를 구별해 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신의 눈'이다. 이른바 '메끼를 올린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거 장난이 아니다. 본체의 코팅이 거의 다 벗겨진 제품이라도 일단 '메끼만 올려주면' 삐까뻔쩍 새 제품이 된다. 우리나라의 '메끼 기술'은 단언코 세계 제일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구별을 해 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캠코더 하단 부분이나 글자가 새겨진 부분이 비교적 취약한 부분이다. 약간 거칠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경우에 따라서는 메끼 상태가 약간 불량하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2) 동작부분
정품을 구입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지만, 처음 개봉한 캠코더는 모든 게 뻑뻑하다. 액정을 펴는 것도, 뷰파인더를 올리는 것도, 카메라/비디오 스위치를 돌리는 것도, 모두 뻑뻑하다. 상당히 뻑뻑하다. 부드럽게 잘 돌아간다면, 그것은 누군가가 열심히 열었다 닫았다 했다는 증거다.
또 배터리 착탈부분은 배터리를 장착할 때면 어쩔 수 없이 비벼야 하는 부분이고, 따라서 기스가 갈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곳의 기스 상태로 중고 여부를 가린다고 하는 사용자도 있다.
(3) 설정부분
캠코더의 '메뉴'로 들어가 보면 몇 가지 설정을 조절해 둘 수 있다. 만약 그 설정이 공장 초기값과 다르다면 그것은 누군가 사용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이 중에서 가장 확실한 것이 '날짜/시간 표시'이다. 신품 캠코더는 날짜와 시간이 셋팅되어 있지 않다. 대개는 --:--:--와 같이 되어 있거나, 아니면 80-01-01 12:00:00와 같이 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나의 경우, 처음 캠코더를 구입하려고 매장에 나갔다가, 내수 신품이라고 하는 말에 혹해서 거의 협상 끝내고 마지막에 한 번 촬영해 보겠다고 들었는데, 액정에 정확하게 오늘 날짜와 시간이 찍히는 것을 보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던 경험이 있다.)
또 하나 구별할 수 있는 설정이 디지털 줌이다. 보통 캠코더는 광학줌과 디지털 줌을 모두 지원하는데, 초기 설정은 광학줌만 쓰도록 되어 있다. 사자마자 디지털 줌이 돌아간다면 이 역시 누군가가 쓰던 것이라고 보면 된다.
포토 촬영이 되는 모델이라면, 포토 촬영의 공장 출하 해상도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공장 초기값은 640x480인데, 처음 찍자마자 1024x768 해상도로 촬영된다면 누가 만지지 않고서야 어찌 가능한 일이겠는가?
하지만 이 방법들은 더 이상 쓸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미 게시판에 이 글이 올라온 이상 매장 사람들도 이 글을 볼 것이고, 그들이 'reset' 버튼 한 번만 눌러 주면 모든 설정이 공장 초기값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혹시 게으른 매장이 있다면 모를까.
(4) 배터리
가장 확실한 것은 배터리다. 알다시피 배터리는 소모품이며,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수명이 짧아진다. 처음 개봉한 중형 배터리는 액정 열고 촬영할 경우 두 시간 반 정도 간다. 20-30분 정도의 차이라면 무시해도 좋겠지만, 한 시간 정도 밖에 못간다면 확실히 중고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또 신품 배터리는 어느 정도 잔량이 남아 있다. 물론 이 잔량은 상당히 빨리 소모되지만, 하여간 남아 있다. 배터리를 꽂았는데 완전방전 되어 있다면 그것은 무지하게 오래된 신품이거나, 아니면 누가 사용한 배터리라고 보는 것이 무난하다.
혹시 매장에서 제품을 사는데, 배터리만 새 것으로 교환해 주려 한다면 한 번 의심해 볼만 하다. 그것은 기본으로 따라오는 중형 배터리가 한 시간도 못 갈 정도로 오래 사용한 것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방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수 모델을 산 내 친구의 경우, 매장을 나서면서 촬영하려 하였으나 배터리가 완전방전되어 촬영하지 못했고, 집에 와서 만충전 시킨 배터리를 가지고도 테이프 하나를 다 찍지 못했다. 열받아서 매장을 찾아가서 항의하니까 매장 직원 말이, '배터리도 워밍업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얼마 안가지만 쓰면 쓸수록 오래갈 겁니다'하더란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개소리라 아니할 수 없다. 결국 그 친구는 환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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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끝까지 정독했지만..
읽기 귀찮으신 분들은 중간에 "찍고돌리기","빤짝이","최저가격알아내기"와 마지막부분에
중고를 판별하는 팁정도만 가볍게 읽으면 되실듯..추천누르는거 잊지마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