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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여 년 전이다. 내가 갓 대학생이 된 지 얼마 안돼서 서울에 올라가 살 때다. 광화문 돌담길 길가에 앉아서 소개팅을 주선하는 노인이 있었다. 여친을 만드려고 소개팅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줄 수 없느냐고 했더니, "여친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시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었다. 더 깎지도 못하고 잘 주선해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검색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보는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이내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좋은데 자꾸만 더 재고 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전화번호 달라고 해도 못 들은 척이다. 차 시간이 바쁘니 빨리 해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사실 차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할 지경이다. "더 재지 아니해도 좋으니 그만 전화번호달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되나." 나도 기가 막혀서 "내가 좋다는 데 무얼 본다는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차 시간이 없다니까."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 의뢰하시우, 난 안 하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차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해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폭탄을 만난다니까. 연애란 제대로 해야지 아무나 만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노트북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곰방대에 담배를 담아피우고 있지 않는가. 나도 고만 지쳐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 노인은 또 검색하기 시작한다. 저러다가는 남는 여자는 없어질 것만 같았다. 또 얼마 후에 마우스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다 됐다고 입대지원서를 내준다.
차를 놓치고 다음 차로 와야 하는 나는 불유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노인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눈덮힌 조그만 교회당을 바라보고 섰다. 그때, 그 바라보고 섰는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노인다워 보이고 부드러운 눈매와 흰 수염에 내 마음은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
집에 와서 입대지원서를 내놨더니 누나는 잘 생각했다고 야단이다. 늦게 가는 것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누나의 설명을 들어보면 미필은 서툴러서 남자다운 느낌을 받기 어렵고, 늦게 군대 다녀온 복학생은 능글맞고 부담된다. 요렇게 꼭 알맞은 복무일자는 좀체로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나는 그 노인을 찾아가서 추탕에 탁주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백일휴가 나와 상경하는 길로 그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노인은 와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오늘 오유에 들어갔더니 어린 친구들이 모솔타령을 하고 있었다. 전에 부사관으로 말뚝박을까 하던 생각이 난다. 사회에 있는데 여자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선 보자는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대학가면 여친생긴다"니, "군대 다녀오면 여친생긴다"니 애수를 자아내던 그 소리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문득 10여 년 전 소개팅 주선비 먹고 튄 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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