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진여객 버스기사 240명 중 단 1명이라도 메르스에 감염됐다면 어쩌려고 저러는지…. 버스기사들이 보통 하루에 17시간씩 근무합니다. 기본적으로 면역력이 약해요. 거기다 운전하는 내내 손님들을 대면해야 하고요. 지금처럼 방치하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2차 가해자가 될 수 있어요.”
3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앞에서 민주노총 경기본부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상현 공공운수노조 협진여객지회장의 말이다. 경기도 평택 소재 협진여객에서는 메르스로 인한 두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김 지회장은 “고인은 21일까지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퇴원해 22~23일 정상 출근했고, 다시 발열증세가 나타나 24일이 돼서야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았다”며 “이 기간 동안 고인과 접촉한 수많은 사람들이 전혀 격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지회가 회사에 버스 운행중단을 요구했지만, 회사측은 ‘회사 망하게 만들겠다는 얘기냐, 허위사실 유포하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버스 운행을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240명에 달하는 버스운전자들은 보건소에서 나눠 준 마스크만 착용한 채 지금도 시민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민주노총 경기본부는 “쌍용자동차와 협진여객을 포함한 도내 사업장에서 메르스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경기도가 메르스 공포의 진원지가 됐다”며 “그럼에도 정부와 경기도는 모르쇠와 주먹구구식 행정, 늑장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본부는 특히 “협진여객 사망자가 접촉한 버스회사 노동자가 최소한 수십 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기도지시는 즉각 현장을 방문해 실태를 파악하고, 해당 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경기본부는 이와 함께 “노동조합과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민간합동비상대책본부를 경기도청에 설치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