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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397417
    작성자 : 사일런트힐
    추천 : 42
    조회수 : 4024
    IP : 131.123.***.0
    댓글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10/19 00:21:03
    원글작성시간 : 2011/10/18 00:26:03
    http://todayhumor.com/?humorbest_397417 모바일
    (자체중복) 태종 이방원과 사관과의 신경전



    태종 1권, 1년(1401 신사 / 명 건문(建文) 3년) 3월 18일(정축)

    개국공신인 정도전과 지 형제들 죽이면서까지 왕이 된 이방원.
    얼마나 기쁘겠는가.. 좌우의정 불러서 연회를 열고 무장들 불러서
    사냥하면서 왕이 된 기쁨을 만끽함.
    어라.. 그런데 옆에 웬 이상한 놈이 붓이랑 종이들고 따라다님.

    옆의 내관에게 저게 대체 뭐냐.. 라고 물으니까 사관이라고 함.
    옆의 다른 신하는 거들면어 저게 사관의 임무임. 이유를 묻지마셈. 이럼



    태종 1권, 1년(1401 신사 / 명 건문(建文) 3년) 3월 23일(임오)

    그 뒤로 며칠이 지났음..
    태종이 몇몇 신하들에게 물음.
    며칠 전 사냥나갔는데, 왜 사냥하는 데까지 사관이라는 놈이 따라오냐고..

    그러니 사관은 원래 임금이 하는 일을 기록하는 거니 당연한 거셈.
    임금을 가만히두면 게으르고 마음대로 행동할텐데, 그걸 누가 말림?

    임금이 두려워하는 건 오로지 "하늘과 사관의 기록뿐"
    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함.
    이후 태종은 자신의 행동을 조심하려고 노력함.



    태종 1권, 1년(1401 신사 / 명 건문(建文) 3년) 4월 16일(갑술)

    사관의 궁궐내 입장을 공식적으로 허락해달라 부탁함.
    이제 막 왕이 된 태종. 기분 째지는데 그러지 뭐.. 하면서 쿨하게 허락함



    태종 1권, 1년(1401 신사 / 명 건문(建文) 3년) 4월 29일(정해)

    그러나 보름도 안 되서 문제가 생김. 
    이놈의 민인생이라는 사관이 왕의 개인 집무처인 편전 출입을 요청함.
    그런데 거부됨. 민인생 몰래 숨어서 들어감.

    태종이 그걸 보고 너 대체 어케 들어왔냐고 물음.
    허락 안 해줘서 숨어들어왔다고 함.ㅋㅋ

    태종 기분 안 좋지만.. 점잖케 편전에 들어오지 말라고 명함.
    그러자 사관도 지지않음. (감히 그 이방원에게...)
    편전이라도 대신들에게 일을 아뢰고 경연도 하며 업무를 보는 곳인데,
    사관이 없다면 대체 뭔 수로 기록하냐고 반문함.

    아직은 너그러운 태종.
    허허.. 그러면서 편전은 자신이 쉬어야하는 곳이니 들어오지 않는 게 당연한 거고
    네가 대궐 밖에 있더라도 내가 하는 말 들을 수 있으니까
    밖에서 쓰라고 함.

    이에 민인생도 지지 않음. 자기가 여기 없어도 하늘이 위에 있다면서
    태종에게 경고하고 사라짐.



    태종 2권, 1년(1401 신사 / 명 건문(建文) 3년) 7월 8일(을미

    태종이 편전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또 웬 이상한 놈이 자길 몰래 엿보고 있음-_-;;
    저게 누구냐고 물으니까 또 그놈의 사관 민인생임.
    더이상 참을 수 없는 태종. 불같이 화를 내고 육아일(한달에 6번 있는 공식적인 업무일)
    이외에는 사관의 입궐을 금지시킴.



    태종 2권, 1년(1401 신사 / 명 건문(建文) 3년) 7월 11일(무술

    생각할 수록 괴씸한 민임생. 태종 즉위 반 년만에 귀양가게 됨 ㅠ.ㅠ...




    태종 5권, 3년(1403 계미 / 명 영락(永樂) 1년) 3월 27일(갑진)

    2년 뒤 태종은 드디어 사관의 공식적 궁궐입시를 허가함.
    전에 그런 건 내가 사관 입시를 꺼려서가 아니라 그놈들이 하도 무례하고 그런 거라 그런거다..
    라며 핑계댐.



    태종 7권, 4년(1404 갑신 / 명 영락(永樂) 2년) 2월 8일(기묘)

    사냥나갔다가 말에서 자빠 굴러 떨어진 태종. 쪽팔려 죽을 거 같음.
    그래서 이걸 사관에게 알리지 말라고 명함.

    그리고 사관은 "임금께서 사관에 알리지 말라고 명했다"라고 적음 ㅋㅋ




    태종 8권, 4년(1404 갑신 / 명 영락(永樂) 2년) 9월 16일(갑인)

    춘추관(기록을 담당하는 부서) 기사관들이 편전 입시는 필요하다며
    그 필요성을 열심히 설명하지만 당연히 태종에게 거부당함.




    태종 9권, 5년(1405 을유 / 명 영락(永樂) 3년) 6월 14일(무인)

    사관이 제대로 입시를 못하니까 이제 일반 신하들까지 걱정됨.
    왕을 압박하기 시작함. 
    사관의 임무는 사시를 적는 것인데, 지금 경연 이외에는 공식적으로
    참관이 허락되지 않으니 유감이다. 이럼

    태종.. 싫지만 밑에서 자꾸 압박하니 어쩔 수 없이 허락함.




    태종 19권, 10년(1410 경인 / 명 영락(永樂) 8년) 4월 28일(갑자)

    한동안 잠잠한듯 했더니만 편전에 또 이상한 놈이 서성임.
    웬놈이냐.. 하니까 이번엔 사관 최사유임. 
    태종 이제 슬슬 지쳐감... 여기에 춘추관 관련 사람들이 있으니까
    너 없어도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그들이 적을 거니 제발 좀 그만 좀 와라....

    라고 하며 조계 이외에 경연청, 광연루등은 사관이 들어오지 못하게 명함.




    태종 20권, 10년(1410 경인 / 명 영락(永樂) 8년) 10월 29일(임술)

    신하들이 상소 올림.

    왕이 있는 곳은 사관이 있는 게 당연한 데 사관이 잘못 좀 했다고
    아예 나오질 못하게 하니 왕의 좋은 말씀과 정치가 후세에 전해지지 못할까 염려된다..
    라고 함. 

    이에 태종은 몇몇 이상한 놈들 때문에 정지시켰는데,
    그래도 옛 법도도 중요하니 다시 억지로 허락함.




    태종 24권, 12년(1412 임진 / 명 영락(永樂) 10년) 7월 29일(임자)

    그렇게 2년이 지났음. 태종이 문뜩 편전에서 업무보는데 옆의 신하에게 물음.
    사관이 편전에 들어올 수 있게 된 게 언제부터냐고.. 신하는 경인년부터라고 함.
    웬지 태종이 또 이상한 짓 할까봐 신하 근심하기 시작함.




    태종 24권, 12년(1412 임진 / 명 영락(永樂) 10년) 8월 26일(무인)

    아니나 다를까 한달 뒤에 태종은 사관이 이런저런 잘못을 했다 들먹이면서
    사관이 입시하지 못하게 명함.



    태종 24권, 12년(1412 임진 / 명 영락(永樂) 10년) 10월 24일(병자)

    신하들이 다시 태종 압박하기 시작함.

    그러나 이젠 태종도 지지 않음.
    난 사관들이 미워 죽겠으니까 다시 이런 거 청하지 말라하면서 거절함.



    태종 24권, 12년(1412 임진 / 명 영락(永樂) 10년) 11월 20일(신축)

    이제 더 많은 신하들이 사관의 입시를 허락해달라고 압박함.

    그러니까 태종도 자기 입장을 밝힘.

    예전 사관 민인생은 경연 때 병풍 뒤에서 숨어서 엿듣고
    내연으로 몰래 숨어 들어오고 내가 사냥 나갈 때는 복면까지 쓰고 몰래 따라오는데,
    이딴 걸 어케 용서하냐고함.
    얼마전엔 또 사관이 허락도 없이 내전으로 들어왔음.
    하며 허락 안 하겠다고 함.



    태종 24권, 12년(1412 임진 / 명 영락(永樂) 10년) 12월 6일(정사)

    신하들 더 심하게 압박함.
    옛법을 폐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며 사관 입시를 허락해
    임금의 쿨함을 보여달라고 요청함.



    태종 25권, 13년(1413 계사 / 명 영락(永樂) 11년) 1월 16일(병신)

    태종.. 이제 백기 들었음.
    그래. 너희들 맘대로 해라. 라고 함. 이 뒤로 태종도 포기했는지
    사관과의 충돌은 태조실록 편찬 문제 이외에는 개인적인 마찰은 없음.

    --------------------------------------------------------------------


    겨우 7품에 해당하는 일개 사관이 일본에서 닌자나 할만한 일을 하고
    왕과 신경전을 벌이며  만들어진 것이 조선왕조실록임.
    조선이 얼마나 기록덕후인지 볼 수 있는 점.

    원출처 : http://sillok.history.go.kr/main/main.jsp

    사일런트힐의 꼬릿말입니다
    인터넷 어딘가에서 그런 말을 봤다.
     
    '영화 하나가 잘만들었니 못만들었니로
    티비 토론을 할만큼 세상에 큰 논란이 없었던
    그 때가 그립다.'

    대통령부터 정치권, 헌재까지..
    모든 사건, 모든 발언 하나하나가 비상식적이기만하고
    민주주의와 다양성이라는 단어들이 너무나 가볍고
    가치가 없게 느껴진다. 

    이 나라엔 진보와 보수가 있는 게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만 남아 있다는 이 느낌이
    군사정부를 겪지 않았던 내 세대에겐
    너무 낯설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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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1/10/18 09:41:19  211.109.***.9  야매개발자
    [4] 2011/10/18 10:32:14  121.160.***.222  까만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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