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온라인뉴스 펌입니다.
용산 상인회 “억울하다…기자가 약 올린 것”
뉴스가 나가자 상인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자가 해당 직원에게 3일간 찾아와
'약’을 올렸다고 항변하고 있다. 해당 업체는 인터넷 사진동호회인 ‘SLR클럽’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며 그 직원의 진술 내용입니다.(용산 사태)’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21일부터 23일까지 기자가 찾아와 물건을 살듯 하면서 직원을 조롱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저희 상우회에서는 어차피 터질 거 터졌다고 결론 내고 이번 기회에 획기적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차라리 정화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용산전자단지 진흥사업협동조합 이덕훈 조합장도 2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기자들이 계획을 세우고 고의적으로 약을 올린 것”이라며
“잘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용산상가 내의 7천여개 점포 가운데 그런 곳은 50군데도 안될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 조합장은 또한 “용산이 원래는 그러지 않았는데 불경기가 계속해서 이어지자 이런 점포가 간혹 발생했다”며
“일부 점포의 문제를 용산 전체의 문제로 확대 해석해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누리꾼 Scott은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만,
여전히 용산에 대한 믿음은 바닥입니다. 말씀대로 제대로 정화하시길”이라고 답글을 달았다. 누리꾼
‘초록의 밤’도 “구매자가 그러한 몹쓸짓을 해도 서비스업을 하는 판매자로서는 손님께 그런식으로
대하는것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라며 “우리나라 최대상가인 용산의 서비스업 태도의 질이
그만큼 떨어져 있다”고 꼬집었다.
사건 후 용산, 호객행위, 강매 줄었지만
30일〈한겨레〉취재진은 용산 전자상가를 직접 찾았다. 여느 때나 마찬가지로 전자상가는
활기에 넘쳐 있었다. 처음 찾은 곳은 컴퓨터 부품으로 유명한 ‘ㄴ’상가였다.
상가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일절의 호객행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상점에 들어가
“컴퓨터를 조립하러 왔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강매나 불친절한 태도는 없었다.
부품에 대해 꼬치꼬치 따져 물어도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수준이었다.
“왜 이 상가는 호객행위를 안하느냐”고 물었다. 직원은 “컴퓨터 조립하러 오는 손님들이야
다들 전문가니 호객행위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초보자들일 경우
대기업의 제품을 선호하고 직접 부품을 조립하는 사람들은 미리 사전에 인터넷을 통해
꼼꼼히 부품과 가격을 점검하니 ‘용팔이’문제가 생길 리가 없었다.
이덕훈 조합장도 “컴퓨터는 거의 문제가 없는 상태고
일부 디카나 엠피쓰리 판매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음에는 용산에서 가장 최근에 생긴 ‘ㅇ’ 상가의 디카매장을 찾았다.
평소에 이곳은 호객행위가 심해 걸어 다니기도 번거로울 정도인 곳이다.
하지만 뉴스가 터진 탓인지 눈에 띄게 호객행위 자체가 줄었다. 간
간히 몇몇 상인들이 “찾으시는 것 있으세요”라고 말을 걸어왔다.
한 매장에 들러 “아빠백통(최근 인기있는 캐논의 망원줌 렌즈의 애칭) 얼마예요”라고 물었다.
처음 돌아오는 대답은 “카드요, 현금이요?”라는 말이었다. 금지된 행위이지만
카드로 결제시 더 높은 요금을 요구하는 ‘관행’은 그대로였다. 카드로 하겠다고 하자 5%를 더 지불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냥 가격만 알아보려고 했다”고 하자 상인의 얼굴이 그새 변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엔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카메라 렌즈후드(덮개)를 사러 왔다고 했다.
제시한 가격은 평소 인터넷에서 알아본 가격보다 비싼 가격이었다.
“인터넷보다 비싸네요”라고 하자 직원은 기가 막힌다는 듯 쳐다보며
“그럼 인터넷에서 사세요”라고 쏘아붙였다.
전자사전을 사러왔다는 한 시민을 만나보았다. 김아무개(27·여)씨는
“처음에 샤프 제품을 사러 왔는데 직원이 자꾸 다른 제품을 권하면서 더 좋다고 하는 바람에
결국 포기하고 안샀다”며 “요즘 동대문 시장에서도 옷 입어보고 마음에 안들어 사지 않아도 직원들이
불친절하게 하지 않는데 용산은 상대적으로 비싼 전자제품을 파는 데도 친절하지 않은 것 같다”
고 말했다.
엠피쓰리 플레이어를 사러왔다는 이형석(23)씨는 “막상 와보니 인터넷보다 더 비싼 것 같고
자꾸 이것저것 끼워 파는 느낌이 들어 사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장 취재결과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한, 컴퓨터 부품이나 전문가급 카메라의 렌즈부분은 상대적으로
‘용팔이식 행위’가 덜했고, 일반인들이 많이 찾는 엠피쓰리 플레이어, 소형디카의 경우
아직도 용팔이식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용팔이’ 피해 안당하려면?
‘용팔이’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일단 사전에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꼼꼼히
가격을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인터넷에서 나온 최저가보다 직접 용산상가를 방문했을 경우에
값이 싼 것이 일반적이다. 상당수 상가는 직접 인터넷 가격비교를 고객에게 확인시켜준 뒤 자신들의
가격이 ‘합리적’이라며, 구입을 권한다. 또한 사고자 하는 모델을 확실하게 정하는 것이 좋다.
어떤 상품을 구입할지 어정쩡한 소비자의 태도는 판매자에게 유리한 상품을 ‘엉겁결에’ 사게 되는
경우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용산 등 전문전자상가에서 다수의 누리꾼들은
“용산에 가는 교통비와 상인들과 입씨름 할때 느끼는 스트레스를 생각한다면
그냥 인터넷 쇼핑을 이용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누리꾼 ‘bill’은 “용산 상인들이 ‘불경기’를 탓하기 전에, 왜 많은 고객들이
용산을 외면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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