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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길 에서 만난 널 보고
너도, 나도 둘다 멍 하니 서 있었지.
더듬더듬 말 처음 배운 꼬마처럼 어색한 인사를 했지.
정말 몰라 보게 예뻐졌더구나.
20살때 덜 빠진 젖살이 다 빠져서 그런지 날씬한 몸매와,
삐뚤삐뚤 한 아이라인 대신 세련된 화장법과,
정말 멋진 옷차림과... 많이 변했구나.
잘 지냈냐, 커피 한잔 할래?
라는 나의 말에 넌 정말 어색하게 웃더구나.
바쁘다고...
20살에 초등학교 동창회 에서 오랜만에 만나
둘이 눈 맞고, 만난지 4개월 만에 임신 이란걸 했었지.
번회가 한 커피숍 에서 손 꼭 잡고 벌벌 떨며
임신테스트기를 하러 화장실 갔다가 펑펑 울면서 나온 널 보고
솔직히 철 없던 마음에 좋아 했었어.
그 당시의 난 너무 철이 없었으니까.
단지 사랑 이란것만 알고, 책임감 이란 걸 전혀 모르던 나이 20살.
그렇게 너희 부모님과, 우리 어머니께 알리고
결혼을 하네 마네, 낙태를 하네 마네 난리가 났었지.
우리 어머니는 기독교라 무조건 낙태 반대를 하셨고,
너희 집은 내가 군대조차 안다녀와 나이가 너무 어려 반대를 하셨지.
물론 내가 재수생 이고, 니가 대학생 이라는것 조차 포함해서.
현실을 전혀 직시 하지 못한채
나 역시 낙태 하라는 너희 부모님을 원망 했었어.
하지만 난 외동아들에, 아버지 조차 없이 홀 어머니와 살다보니
당연히 집은 커녕 식 올려 줄 형편조차 안되었고.
철 없는 나이에 너희 집이 좀 사는데도
결혼을 반대 하는게 정말 이해가 안갔어.
니네 집이 잘 사는데 그까짓 집 좀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나중에 군대 갔다와서 돈 많이 벌어서 갚으면 되는데...
하는 초딩틱한 생각으로 말야.
결국 넌 아이를 지우게 되었지.
기독교라 낙태 반대 고집을 피우는 우리 엄마 때문에.
낙태 비용 조차도 너희 집 에서, 너희 어머니가 우시면서
나한테 돈을 주셨지.
아이를 지우고, 회복실 에서 링게 맞는 널 보면서
그때서야 내가 한 짓이 눈에 보이더라.
잠든 널 보면서 정말 펑펑 울었었다.
링겔 다 맞고 집에 바래다 주러 가는 길.
우리 엄마 한테 전화가 왔었지.
소리 고래고래 지르면서 막 애 지우고 나온 너 한테
사탄이니, 악마니, 살인자니 정말 말 심하게 하셨어
너도 그게 지지않고 우리 엄마 한테 쌍욕 하면서
정신병원 가라고 소리 질렀지...
그래 우리 엄마,
아버지 예전에 바람 나셔서 이혼 하고,
가족 이라고는 나 하나만 보며 살으셨어
그래서 널 많이 미워 하신것 같아,
기집애가 까져서 혼전에 애 가졌냐고,
싹수가 노란 년 이라고 니 앞에서 빈정 거리셨으니...
나한테 집착도 많이 하셨지.
그 당시엔 너한테 이해해 달라고 했지.
근데 니가 그렇게 소리 지르고, 엄마를 정신병자로 몰아갔을때...
나도 모르게 니 뺨을 때렸어.
그래, 나도 내가 미친놈 인걸 알아.
내 아이 막 지운 여자 뺨을 때렸으니.
그렇게 넌 아무말도 없이 택시를 타고 가버렸고.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 되어 버렸구나.
벌써 5년 전 인가?
다음날 바로 핸드폰 번호도 바꾸고,
너희 집 앞에서 하염없이 널 기다리다가 너희 오빠를 만났지.
정말 말 그대로 개 패듯이 맞고...
니 친구들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서 똑같이 욕설만 내뱉더구나.
결국 나이가 차서 군대를 가버렸고.
널 잊었는지 알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대후, 다른 여자를 만나도 니가 너무 생각나
혼자가 된 지 벌써 26살...
핸드폰 번호라도 알려 달라고 했지만.
넌 나에게 정말 차갑게 말 하더구나.
그 일 이후로 다른남자 만난적도 없고,
혹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다면 아이 지운거 다 밝히고 만날테니
걱정 말라고.
이게 무슨 뜻이니?
니 눈엔... 내가 헤어진 전 여친 쫓아다니며 해꼬지 하는 놈 으로 보인거니.
그런거 아니라고, 정말 나중에 시간나면
꼭 한번은 다시 만나서 사과하고 싶다는 나에게
넌 또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 하더구나.
난 죽을때 까지 안보고싶다고...
하지만 죽어서는 널 볼수있어 다행이라고.
지옥 이란게 있다면 너와 함께 할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나중에 죽어서 지옥에서 보자고...
그 말 듣는순간 정말...
눈물이 나더구나.
20살때 사랑하고, 널 아직도 못 잊어서 살아가는데..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린걸까 하고.
난 정말 니가 보고싶었고,
철 없는 지난 날을 사과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여전해서 이렇게 글 을 쓴다.
혹시라도 니가 봐주길 바라는 마음에...
제발, 우연히 라도 이 글을 본다면
나에게 기회를 줬으면 해.
아니, 차라리 나에게 욕 이라도 한마디 해줬으면 해.
핸드폰 번호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곳 이라 안되겠고
20살때 우리 같이 했던 싸이..
그 싸이 주소를 기억 한다면,
기억하지 못한다면 사람찾기 검색 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우리 아직 못 한 말도, 하지 않은 말도 많지않니?
그러니 단 한번만 이라도 나에게 연락해줬으면 좋겠다.
제발 부탁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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