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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39617
    작성자 : 달비부위
    추천 : 43
    조회수 : 1970
    IP : 211.36.***.244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7/12/14 23:40:50
    http://todayhumor.com/?love_39617 모바일
    마약중독자를 사랑했었다.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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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재판 전까지 구속을 대신해서 병원에 있던 애였다. 재판이 어디까지 진행되는지 알 수 없던 나는 어떤형태로 퇴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나한테 약판 사람 잡혔데, 아빠가 이제 재판 받을거라던데 어떻게 된거?"

     "검사가 판매책 잡고 수사종료 한 뒤 이제 소장 작성하나보다. 재판 받을거야 너... 불구속으로 수사 받는대신 여기 입원한거고.  근데 왜 재판으로 넘어가는데 니가 퇴원하는진 모르겠다. "

     "퇴원하면 아빠가 일주일동안 청주 다녀오자던데? "

     "칭따오? 재판받는 사람이 다녀올 수 있나? 거기다가 마약사범인데? 중국에?" 

     "몰라... 오빠가 우리 아빠랑 통화할레?"

     "미쳤냐? 내가왜..."

     "오빠는 언제 퇴원해?" 

     "나야 자의로 입원했으니 내 맘이지."

     "언제까지 할건데..." 

     "글세... 두 달은 채우려고.."

     "그럼 나 퇴원하고 중국다녀온다음 .... 오빠 만나러 올까?"

     "면회가 허락되겠냐."

      "오빠... 오빠 자작나무 심어진 흡연장에서 담배피지? 내가 거기 놀러갈까? 오빠 외출시간에?"

     "나보러 도곡동에서 여기까지 온다고? 두 시간 얼굴보기도 힘든데?"

     "그럼 어떻해?"

     "몰라...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네... 그 때 생각하자." 

     당시에는 창피하지만 바늘과 실처럼 같이 다니느누것을 병원 식구들도 치료진도 당연히 생각할 때였다. 입원 6개월 동안 단 한번도 치료프로그램에 들어가지 않았던 꼬맹이도 니의 권유로 몇가지 프로그램에 참석했고 치료진은 긍정적인 관계로 생각했는지 별다른 터치를 가하지 않았다. 

     그리고 퇴원이 다가오던 어느날... 
     
    "오빠 나 아빠가 거짓말하는 걸지도 몰라. 아빠 가끔 그러거든..."

     "......"

     "다른 병원 대려가는거 아닐까?"

     "여기서 잘 지내는데 왜? 거기에다 여기가  국립이라 시설도 대우도 제일 좋은데?" 

     "몰라... 그냥 그런 기분들어..."

     "너무오래 여기 있다보니 불안한거겠지"

     "오빠 진짜 오빠도 여기 나가면 아무하고도 연락 안할거야? 오빠 연락처 나 줄거지?" 

     현실이 다가왔다. 병원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연민하며 위하다... 이제는 그 밖을 생각해야 할 때였다. 

     14살의 나이차... 
    이혼남 그리고 알콜중독자...
    마약전과자... 그리고 중독자...
    한 명은 서울에 살고 다른 한 명은 먼 지방...

     괜히 좋아했어..... 
    무식한 애를... 문란했던 애를.... 
    버릇도 없는 앤데... 그런 앤데.... 괜히....
    괜히... 나주제 좋아해서는...

     퇴원 전날 현실적인 가능성만큼 작디 작은 종이 쪼가리에 내 휴대폰번호를 적어 건냈다. 소중히 간직하면 보관할 수 있고 소흘하면 잃어버리기 딱 좋은 크기로....

     퇴원날은 설레이는지 아침 일찍일어나 있었다. 무슨 말을 하면 어색할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멀리서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 전 날 그애가 내게 한 말을 곱씹었다.

    "오빠 아빠가 퇴원하면 하루 자고 4박5일로 다녀온데... 그럼 담주 월요일에 나 한국오니까 화요일에... 남자환자 외출시간 맞춰서 흡연장에 가 있을께... 그날은 사복입고 나와라? 알았지?

     그리고... 혹시... 내가 연락 되지 않으면.... 나 다시 약하는 줄 알고... 기다리지마..."라고 말한 뒤 헤어졌다. 

     퇴원하던  때  병실에 있던 내게 찾아와 
    "나 갈께....."라고 말했고
    "응 나가서 잘해..."라고 말하고 아주 짧은 포옹을 하고 헤어졌다. 

     며칠 뒤... 평소 잠궈두는 외부 비상계단이 열려있어 쳐다보았더니 수간호사님이 공기를 환기시키고 있었다. 수간호사님이 나를 불렀다.

     "답답할텐데 이리오세요. "

     "아 나가도 되나요?"

     "예 이리 오세요."

     "예 그럼..."

     "추석이라 다를 집에 갔는데... 조용하고 쓸쓸하죠?"

     "지금은 식구들 얼굴 보기가 불편해서...."

     "그래도 열흘이나 되는 연휴라 답답하실텐데... 학생간호사들도 없고.. 교육 프로그램도 없고.."

     "집에서 보내준 책 읽고 있어 괜찮습니다."

     "00 퇴원하니 쓸쓸하죠?"

     괜히 창피해서 얼굴만 붉힐 뿐 대답하지 못했다.

     "00 처음에 병원에 왔을 때 아무도 말 못걸었어요. 간호사가 말만 걸면 욕으로 받아쳤고 , 집에 전화해 울면서 풀어달라고 말할 때를 빼곤 한번도 나오지도 않았고요. 얼마전까지도 간호사들은 그아이에게 말도 걸지 못했어요.
     치료프로그램에 대려와줘서 고마워요. 6개월이나 있었는데 한두번이라도 참여 했으니 다행이네요. 갈 때는 고개숙여 인사까지 했어요."

     "아 예...."

     "언제 퇴원할지는 맘이겠지만.... 여기 지내보니 아시겠죠? 다들 단골인거... 서로 잘 알고..."

     "예..."

     "다시는 오지 마세요.  성공적인 케이스로 주치의랑 담당의도 기대하고 있어요."

     "예..."

     "00은... 여기 더 입원할 수 없었어요. 여기는 국립이다보니 국비지원이 많아요. 환자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많고... 그래서 입원 횟수는 제한이 없지만... 연속해서는 두번 밖에 입원연장을 할 수 없어요. 두달 씩요. 이건 공개된 정보라 말해주는거에요. 00은 6개월을 채우고 퇴원한거에요."

    "네에...."

    "은단 한통 드릴까요?"





     명절에 집에가지 못한 일부 환자들은 매일 홀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끔 그녀의 이야기도 나누었고  분명히 일주일 안에 다시 입원할 거라고 웃으며 입을 모았다. 그리고 내게 걱정하지 말라며 실없는 농담을 걸었다.

     그애가 퇴원하고 약속한 그 날이 오는동안 나는 퇴원을 결심했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에 딱 한 번, 한 번은 다시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약속한 그 날이 되었다. 그애가 사준 옷을 입고 바지도 신발도 사복으로 갈아입고 외출증에 사인하고 밖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흡연장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동안 왠지 그애가 오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애는 오지 않았다...

     나는  납득할 수 있었다.  아무 근거없이...

    그리고 다음날 퇴원했다.










     병원을 톼원할 때 내게는 하나의 옵션이 있었다. 

     치료의 연속성을 위해 외래진료를 계속 서울에서 받을지... 고향에 있는 협력 병원에서 받을지 결정하는 것이었다. 

     며칠 생각해보고 예약전화를 드리겠다는 말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바로 다음날부터 일에 매진했다. 내가 돌아오길 기다리던 일감이 밀려 있던것이다. 다행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서울로 전화를 걸어 진료예약을 한 뒤 한 달만에 병원을 찾았다. 주치의와 상담을 한 뒤, 약을 타고 그 흡연장으로 가보았다. 외출시간이.아니라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그리고 침울해진 체로 고향에 돌아왔다. 그리고 세 번째 외래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한 날...

     중독병동의 남자간호사님과 마주쳤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지금 아니면 물어볼 기회조차 없기에 창피함을 무릅쓰고 물었다. 

      "혹시... 00 다시 입원했나요?" 

     간호사님은 웃으며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약속한 그 날 찾아오지 않은게....

     지금도 연락하지 않는것이....

     정말 그애가 말한 이유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애가 의심한대로 다른 병원으로 갔거나...

     차라리 죄값을 치르기 위해 나올 수 없는 상태였으면 한다. 

     제발 다시는 약에 손을대지 않았으면 한다.



     오늘도 폰에 02가 찍힌 전화가 온다. 

     예전이었으면 가차없이 끊어버렸을 전화를 오늘도 미련하게 받고 있다. 

     매일 6시 30분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자재를 차에 싣고 일터로 나간다. 

     요즘은 버스커버스커의 i beleve가 귀에 감긴다.


     오지 못할거란걸 알고 있어...

     앞으로도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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