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렸을 때, 라이온 킹이란 늪에 깊히 빠져, 비디오테이프와 VTR이 열이 나도록 재생하고, OST 카세트테이프를 늘어지게 듣던 시절이 그리워서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옛날을 회상하며 가끔씩 보곤 한다. 거의 모든 대사와 음악은 이제 가볍게 외우는 정도, 지금 돌아보면 얼핏 백번정도 보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최근에 본 것을 마지막으로, 평소에 보던때와는 다른 느낌이 와닿았는데, 그것을 지금 적어보고자 한다.
아마도 여태까지 동심의 시선으로 시청했던 나의 멘탈이, 어른의 시선으로 바뀌어서 그러게 아닌가 싶다.
당연히 스포주의. (아직까지도 라이온 킹을 안본사람은 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만.....)
1. 두 가르침의 모순
심바가 스카에 의해 프라이드 랜드에서 쫒겨난 후, 정체성에 대한 고통과 방황의 삶을 맞이해야하는 시기에 '하쿠나 마타타'(스와힐리어로 '문제 없다'라는 뜻)란 문구가 등장한다. '지나간 일들은 바꿀수 없으니 잊어라'라는 티몬과 품바의 가르침은, 심바에게 닥친 위기를 윤택한 삶을 위한 기회로 탈바꿈해준다. 그 상황에 심바에게 절실히 필요한 가르침이기도 했다.
이 후, 아버지의 환영을 본 심바는, 또 라피키에게 ' 과거를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 단, 노력이 필요할 뿐'이란 조언을 듣는다.
위 두가지 가르침이 패러독스를 심어주는데, 스토리 자체는 암묵적으로 '후자가 옳은 선택'이란걸 심바를 통해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듯 하다. 이 혼란스러움을,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표현해내는 디즈니가 어찌보면 가증스럽기도 하다. 능력이라고 해야되나.......
2. 스카에게 필요한 공정성
무파사가 집권할 당시와, 심바가 귀환해 탈환한 프라이드 랜드는, 파릇파릇하고 동물들이 뛰노는 대지, 곧 젖과 꿀이 흘러넘치는 땅으로 표현 되었다. 반대로 스카가 무력왕위를 행사할 때는 모든 식물은 말라 비틀어 죽고, 동물들은 다들 떠나가거나 죽은 것으로 시각화 된다.
그저 어린아이 시각으로 이해하자면, 무파사와 심바는 능력이 좋은 왕, 스카는 국가운영능력이 떨어지는 왕이 되는것이다.
실제로 동아프리카에서 몇년을 가까이 거주한 본인 경험을 바탕으로 스카를 대변을 좀 하자면, 기후 시나리오인데......
라이온 킹의 배경이 되는 케냐와 탄자니아를 포함한 동아프리카는 남반구이기 때문에, 12월~2월이 여름이고, 6월~8월이 겨울이다,
다만 남반구 아프리카의 겨울엔 눈 대신 비가 많이 올뿐.....
한여름엔 때양볕이 강하기 때문에, 사바나 초원엔 거의 모든 풀들이 심각히 마르거나, 자연방화로 타 죽는다. 먹을 식물이 없어지면,
파릇한 풀을 찾아 초식동물들도 남쪽으로 떠나가고, 초식동물 떼를 따라 육식동물들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꼭 심바가 정권을 잡아서 프라이드랜드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변했다고 표현하기엔 기후변화를 염두했을때, 차별을 부추긴다고 본다.
만약에 심바가 왕좌를 되찾으러 온 시기가 시기적으로 9월~10월 사이라면, 심바는 굳이 노력하지 않고도 프라이드 랜드를 녹색지대로
만든것이 된다. (아니, 녹색지대로 변한 프라이드 랜드에 심바가 올라섰다는게 맞는 표현일듯하다.)
그러니까 역으로 생각해서, 확률 상 스카가 왕위를 계승했을때가 3월~4월이었다면, 프라이드랜드가 '죽음의 땅'으로 시각화된것을
그저 스카의 탓으로 돌리기엔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스카가 계속 정권을 잡았어도 파릇파릇한 시기가 충분히 올 수있는 시나리오이기 떄문이다.
3. 티몬과 품바가 보유하고 있는 능력치
런타임으로만 볼 때, 무파사와 스카보다 영상량이 많다. 라이온킹의 임팩트 강한 서두와 흥미진진한 말단을 생각해보면, 비교적으로 지루할수도 있었던 중반부분을 거침없이 캐리해 나간다. 개그코드라는 베일에 가려진 이 둘이 전하는 메세지는, 라이온킹에 등장하는 그 누구보다도 중요한 가르침을 지니고 있다.
목숨을 걸고 본인들을 잡아먹을수도 있었던 사자새끼를 거둔 그들의 판단에는, 양육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다문화를 받아들이는 용기, 또 그 댓가가선사하는 혜택을 그대로 보여준다.
심바에게 직접 보여주고 가르치면서, 선생으로써 지녀야할 가르침의 태도, 더 나아가 우정이 가질수 있는 의리의 힘을 전해주는 이 듀오는, 디즈니가
암묵적으로 선사하고있지만, 제일 과소평가되는 사회,도덕, 그리고 인권학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중에 심바가, 티몬과 품바의 품을 떠나게 되는 상황에서도, 그의 의사를 존중하며 행운을 빌어주는것으로도 모자라, 그의 뒷바라지를
'우정'이란 타이틀 하나로 조건없이 해주는 것을 보면, 흔히 '자식농사'의 여부를 따지는 한국정서와는 또 다른 태도를 선사해 주기도 하는것 같다.
(엄밀히 따지자면 티몬과 품바가 친부모는 아니지만, 먹여주고 키워준 부모노릇을 한 장본인들이니......)
4. "네가 누군지 기억하라"의 메세지가 품은 뜻
스카와 하이에나가 정말로 의도된 '악'이란 뜻을 잘 전달했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악당의 환상을 품게해준 스카는 옛날부터 '나쁜놈'보단 '꽤멋있는놈'이었다. 후반부엔 '스카가 거짓으로 우리를 선동했다'는 것을 알게된 하이에나들이 별 고민없이 바로 화염속에서 스카를 공격하는 것을 보고, 얘네들은 '의외로 단순하며 원래 심성은 착한(?)놈들'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따라서 진짜 공포스럽고, 무서운 선전은 스카와 하이에나가 아니라고 본다.
무파사가 심바에게 런타임내내 가르치는 '네가 누군지 꼭 기억하라' 와 '넌 내 아들이다'가 피와 종족의 중요성, 곧 민족주의를 강조시킨다.
어떤 시각에서 볼땐 '특정민족우월주의'라는 굉장히 위험한 사고발상을 아이들에게 심어준다고 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렸을적 나도
그걸 너무 이유없이 당연시 여겨왔고) 따라서 디즈니가 시각상 묘사하고자 했던 히틀러와 나치는 스카와 하이에나들이 아닌, 이념상의 무파사와 심바인것이다.
티몬과 품바가 심바에게 나름 본인들 목숨을 걸고(?) 가르쳤던 다문화의 혜택을 다시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리는 꼴이다.
심바는 본인 스스로는 티몬과 품바와의 삶을 택했지만, 무파사, 날라와 라피키가 심바에게 '너에게 정해진 삶'을 계속 '강요'하고 있다.
여기서 시청을 하고있는 어린아이들이 이것을 당연시 여기게 되면, 디즈니는 비윤리적인 삶의 정당화를 선전하는데 성공한것이다.
5. 형제간의 고뇌에 대한 설명 불충분
한 가족인데도 불구하고, 불화스러웠던 무파사와 스카의 오리진 스토리가 없이 시작한다. 예를 들어 해리포터의 스네이프 교수를 예로 들자면악역이나 또는 우리가 흔히 악역이라고 생각되는 캐릭터에 대한 앞/뒷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내용의 이해력과 판단력을 부여한다. (스네이프 교수의 경우는 마지막에 너무 극단적인 면책부를 선사해 반감을 사기도 했지만.....)
하지만 라이온 킹은 이를 배제하고 시작부터 선(무파사)과 악(스카)을 구분지어 놓았다. '미녀와 야수'를 예외로한 모든 90년대 디즈니의 내용이 그렇듯이......
누가 아는가 ? 스카의 음흉함과 사악함이 옛 과거의 형제간의 트라우마로 인한 결과일수도 ??
실제 사자들 무리 습성상, 두마리 이상의 숫사자가 새끼를 낳으며 공존하다는것이 불가능하다는걸 염두했을때, 스카는 핍박을 당연시 여기며
자라왔을 확률이 높다. 외모부터 다르다는걸 유추해보면, 배다른 부모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낄정도의 차별을 받으며 성장을 했을것이다.
6. 심바와 날라의 혼인 여부 - 인간의 시각인가? 아님 짐승적인 삶의 존중인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사자 무리는 (특히 암사자가 다산을 하는 경우의 무리) 숫사자가 2마리 이상 존재하기 힘들다.
그리고 그 증거가 포착된다. 초반에 무파사와 사라비가 새벽 동틀녁까지 자고있는 장면 그 찰나엔 암사자들이 떼를 지어 아랫목에서 뒤엉켜
자고 있다. 이 암사자들 중 사이에 날라의 엄마도 끼어있을 확률이 높다못해 거의 확정이다. 그렇다면 심바 외에 날라도 무파사의 딸로 간주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무파사가 날라를 신생아때 물어 죽였을테니까 말이다 (디즈니 만화상 그것을 표현했을리 만무했겠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피날레가 심바와 날라가 왕과 왕비로 끝나는걸 보면(레,....레니스터 ????) 디즈니가,
사자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인간적인 사회세계보다는, 현실적인 사자무리의 사자생이란 표현을 택하지 않았나 싶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심바가 주연인 이 에니메이션을 아들사상주의란 잣대로도 충분히 비판할수 있을것 같다.
보면 볼수록 새롭게 느껴지는 영상미와, 비하인드 스토리마저 매혹적인 에니메이션이 아닌가 싶다.
나름 이 글을 쓰면서, 픽션이고 에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진실과 현실의 잣대를 모든 각도에서 들이댈순 없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쓰는걸로 마무리를 했다.
내가 '또 느낄수 있는 점인데, 아직 못느끼는 점'이 있으리라 믿기에, 또 주기적으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