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처음 글을 올리네요;;
우선~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 쓰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오랜만에, 약 2달 만에 토요일에 휴식을 맞게 되었습니다.
취미가 방정리(! 근데 왜 늘 더러울까) 인지라
오늘도 흐르는 땀과 함께 방을 정리했어요.
오늘 꽂힌 건 CD였습니다.
옛~날 옛적에 구워놓은 CD들을 일일이 확인해가면서
1테라짜리 외장하드에 옮겨 넣으면서
CD들을 오전 내내 버렸습니다.
음악도 있고, 애니도 있고, 사진도 있고, 오피스2007 같은 것도 있고 그래요. ㅋㅋ
그러다가 제가 사랑해 마지 않은 "베르사이유의 장미 CD" 세 장을 발견했어요!
네, 그 베르사이유의 장미요. "나는 장미로~ 태어난 오스카~"
(일본판은 "와타시와~ 바~라~노~" ㅋㅋ)
어릴 때 방송했을 때는 "저게 뭔 소리야~"하고 안 봤는데 커서 보고 엄청 충격을 먹었던 작품이죠.
다른 CD들처럼
외장하드에 저장하고 CD는 버리려는데...
이게 도저히 버려지질 않더군요.
화질은 구리지만 엄청 힘들게 구한 거거든요. ㅜㅜ
옛날에, '동키호테' 라는 파일 다운로드 프로그램이 있을 때 간신히 구했는데요
무려 KBS판이랍니다.
비디오한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제가 더 사랑한 오스카의 성우는 "정경애"씨였거든요.
오스카/앙드레 성우가
비디오판은 서혜정/장세준
KBS판은 정경애/백순철
씨입니다.
게다가, KBS판 오스카 성우 정경애님과, 비디오판 앙드레 장세준씨는 실제 부부이기도 하셨어요.
너무 멋지지 않나요! ㅠㅠㅠ
정경애씨는 "빨강머리 앤"의 성우로도 워낙 유명한 분이시죠.
서혜정씨는 "세일러문"의 세일러 마스,
케이블에서 인기를 끌었던 "롤러코스터", 특히나 X파일의 "스컬리" 역으로 유명한 분이시구요.
CD를 버려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하다가 한 4편 정도 연속으로 때렸습니다.
시력을 잃어가는 앙드레.
페르젠에 대한 마음을 접은 후 '진짜 남자'로 살기 위해 근위대를 떠나는 오스카.
아... 여기에 또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성우 분들이 많이 나옵니다.
SBS판 슬램덩크의 강백호, 슬레이어즈 try의 바르가브, 웨딩피치(케이블판,MBC판)의 이그니스 등으로 유명한 홍시호씨가
오스카가 근위대를 떠나 위병대로 갔을 때 그 곳의 실세인, 거친 남자 '아랑' 역할이셨더군요.
제가 진짜 팬이랍니다.
비록 조연 "로자리" 역할이긴 했지만 피치 덕후인 제가 사랑해 마지 않는
김혜미씨 목소리도 오랜만에 들을 수 있었어요. 바로 MBC판, 케이블판 "피치"의 성우셨거든요.
MBC에서는 성우를 따로 자막으로 내보내지 않아, 제가 이 프로 저 프로 보면서 일일이 알아낸 분들입니다. ㅋㅋ
X파일의 영원한 "멀더"이자, 에스카플로네의 알렌, 이규화씨도 여기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더군요.
베르사이유의 장미에선 혁명 세력의 생주스트 역할이셨더라구요.
이 외에도 뭐 김준씨, 최덕희씨... 네, 뭐 쟁쟁하신 분들이 많이 함께 하셨습니다.
그렇게 신나게 보고, 무한도전 추격전도 보고.
와, 오늘도 광희 잘하대요. 심박수 100 레이스! 마지막에 대박이었는데(스포 주의). ㅋㅋ
그리고 오유에 들어왔더니 세상에,
베오베에 20년전 일본 만화 수준이라면서 공각기동대가 올라와 있더군요~!
덧글 보면서 추억에 잠겨 신나게 덧글을 달다가
베르사이유의 장미에 나오신 건 아니시지만,
강수진씨, 홍시호씨, 강희선씨, 김일씨, 김승준씨, 구자형씨, 이정구씨, 안지환씨 이런 분들에 대해서 생각했어요.
(-수정- 위 분들 각각에 대한 내용과 자료를 쓰다 보니 주제와 벗어나 글이 너무 길어져서 그 부분은 삭제 했어요. ^^;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본격적으로 다른 게시물에서 얘기해 볼게요.)
저도 요즘 인기 많으신 성우 분들은 이제 잘 몰라요.
하지만 중학생 때까지는 저 역시 성우가 꿈이었어서 어제일처럼 기억해요.
아무튼 그러다,
문득 다시 정경애씨과 장세준씨가 생각났어요.
사실 두 분은 지금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거든요.
안타깝게도 옛날에 괌에 KAL기 추락 사고가 있었을 때
함께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그게 언제였더라. 여름이었는데.
하면서 '괌 KAL기'를 검색하는데
1997년 8월 6일이었네요.
8월 6일?
오늘이 며칠이었더라?
내가 휴무를 이번주에 6일에 썼는데...
8월 6일?
.
.
.
오늘이잖아?????????
.....
의식의 흐름은 여기까지입니다.
네. 이 글은 사고로 고인이 되신 정경애/장세준씨를 같이 기억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팬으로 남기는 글이구요.
더불어서 KAL기 사고의 희생자 분들의 명복도 다시 한 번 빌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실 진짜 열성적인 팬에 비하면 저는 '그냥 팬'에 가깝지요.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스스로를 팬이라고 자처해 온,
주변의 애니 덕후들과 성우 덕후들에게 자주자주 두 분을 기억해달라고 말하던 제가
오늘이 그 날이라는 걸 알았는데 그냥 지나갈 수 없었어요.
워낙 여성 성우 중에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분이기도 했던 분이 정경애씨였어요.
정경애씨과 장세준씨를 생각하면 늘
오스카와 앙드레가 떠올라 마음이 저밋했는데
이렇게라도 오늘을 기억하게 되어서 왠지 맘이 더 짠하네요.
오늘이 가기 전에 꼭 글을 올리려고 좀 급하게 씁니다.
능력이 된다면 동영상 조금 편집이라도 해서 올릴텐데;
유튜브에서도 정경애씨 목소리는 검색이 잘 되지 않는군요.
하필 (슬프게도) 앙드레의 죽음 장면만 있어서 링크만 연결해 둡니다.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해 준 기품있고 상냥했던 목소리가 오늘따라 무척 그립네요.
성우 정경애/장세준 씨 뿐 아니라
모든 재능있는, 인간적인, 정의로운, 안타까운 그날의 희생에 명복을 빕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