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가 나이 40에 취직했습니다
마누라와 결혼하고 직장에 못나가게 했었습니다.
내가 혼자 먹여살릴 자신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곱게 자라고 걱정없이 살아온 마누라가 거친 사회속에서 상처받으면서 살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나혼자 고생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마누라에게 정말 너에게 맞는,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게 평생 걸리더라도 찾으면 성공한 인생이니까 찾는 동안 내가 모든 걸 밀어줄테니 학교를 다니고 싶으면 다니고 뭐든지 해보면서 너에게 맞는 일을 찾아보라고 충고했습니다
마누라는 그래서 이거 찔끔 저거 찔끔 해보면서 지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중앙박물관에서 하는 박물관 대학을 다녔습니다
거기서 역사와 유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좋아했습니다
그러더니 준학예사 자격증을 따고 싶다는 겁니다
그래서 같이 공부하면서 자료를 이리저리 찾아다 줬습니다
결국 첫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준학예사라는게 시험만 합격하면 자격이 나오는게 아니라 시험에 합격하고 실무경력이 1년이상 되어야 자격증이 나옵니다.
그래서 경력인정이 되는 기관에 취직하기 위해 이리 저리 찾아 봤습니다.
하지만 이력서에 학교 졸업한거 말고 뭐 하나 쓸거없는 마누라는 취직하는거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마누라에게 자원봉사라도 좋으니 일단 박물관에 붙어있으면 정보도 얻고 기회도 생길 수 있다고 자원봉사라도 하라고 했고 지방의 박물관에서 자원봉사를 한 3년 하다가 서울로 다시 이사오면서 그만두고 뭘 할까 생각하던 중 우연히 중앙박물관에서 인턴 모집을 하는 공고를 보게되었습니다
게다가 인턴은 경력인정도 되어서 인턴이나 하면서 자격증이나 받아놓으라고 했습니다. 자격증이 생기면 취직하기 조금은 더 쉬어질테니까요
인턴도 되기는 힘들꺼라고 생각하면서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마누라가 지원한 부서에서 1명 뽑는데 놀랍게도 2명 지원해서 1명은 면접을 안와서 마누라 혼자서 면접을 보았습니다.
나이가 많아서 되기 힘들꺼란 생각을 하는데 오히려 그부서에서는 시킬 일이 나이가 좀 있음 생각하고 있어서 바로 뽑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돈도 안주는 인턴을 열심히 했습니다. 1년만 하면 자격증이라도 생길 수 있으니까
열심히 하다 보니까 그부서에서 계약직을 뽑는다고 지원하라고 하더랍니다
지원해서 합격하였습니다.
아무 경력도 빽도 없는데 어떻게 어영부영 계약직이지만 취직이 되었습니다.
물론 마누라 연봉은 제연봉에 거의 1/7 밖에 안되는 계약직이지만 마누라가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마누라가 상처받는 일 없이 즐겁게 일할 수 있기만 바라고 있습니다.
마누라가 첫월급 타면 맛있는거 사달라고 해야겠어요
여러분들 축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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