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 그대로 옮깁니다
------------------들러붙은 여자 5편 "호텔" --------------------------
724 ホテル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3:48:58 id:kot+y6db0
지상 20층에 위치한 호화스러운 호텔 룸.
예쁜 인테리어가 장식된 이 방에 어울리지 않는 두 남자.
한 명은 공포로 떨고있고, 한 명은 머리를 감싸쥐고 괴로워 하고 있다.
나와 존이다.
우리들은 적의 강함에 큰 타격을 입었다.
내 마음은 절망감으로 가득했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방법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존, 서민대출도 좋고, 사채도 좋아...
돈을 빌려서 200만엔을 만들어올테니까, 사장님에게 제령을 부탁해줘..."
존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무리예요, 형님. 사장님은 한 번 말한건 절대로 굽히지 않습니다.
저에게 제령을 하라고 말 한 이상,
설령, 제가 죽거나, 형님이 죽더라도 사장님은 손대지 않을꺼예요."
나는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지금 장난하냐!! 내 목숨이 걸려있다구!!!"
"형님"
"200만이 부족하면, 300만이라도 만들어올께!!
그러니까 좀 도와줘!!!"
"형님!!"
존이 소리를 지르며 일어섰다.
"저를... 믿어주세요"
725 ホテル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3:49:38 id:kot+y6db0
"너를... 믿으라고...?"
존은 진지한 눈으로 나를 봤다. 그 날카로운 눈빛에 나는 당황했다.
"나는 형님을 지킬겁니다. 내가, 형님을 반드시 구해낼겁니다.
그러니까, 저를 믿어주세요. 나는 형님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었어요.
설령, 내가 죽더라도.... 형님은 반드시 내가 구해냅니다."
나는 곤혹스러웠다. 이 녀석, 왜 이렇게까지 하는거지..?
"니가 그렇게까지 나를 지키고 싶어하는 이유가 뭐야? 너도 위험하잖아."
존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들은 제령을 할 때, 대상자의 수호령의 힘을 빌립니다.
즉, 형님의 아버님이시죠.
형님의 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존이라는 이름... 형님이 예전에 기르던 개랑 같은 이름이던데요.
아버님, 웃으셨어요.
나는 정에 약하니까, 형님의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아버님께 영향을 받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지금은... 형님이, 진짜 저의 형처럼 느껴져요..."
"너.."
"형님을 지키고 싶어하는 아버님의 마음은 진짜예요.
아버님은 돌아가시기 직전에 형님과 따님, 부인을 생각하셨습니다.
미안하다. 그런 마음으로 가득했어요.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아버님을 형님과 가족을 필사적으로 지키고 계신겁니다.
나는 그 마음에 부응하고 싶어요."
그것을 들은 나는 다리가 후들거려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존이 내 어깨를 잡았다.
"나를... 믿어주세요"
내 어깨를 잡은 존의 손은, 따뜻했다.
726 ホテル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3:50:19 id:kot+y6db0
깊은 밤. 나는 잠들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게 되는 것이 무서웠다.
"존, 아버지는 괜찮은거야? 그 여자랑 싸우고 계시는거잖아?"
존은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대답했다.
"그 여자는 형님만이 아닌, 형님의 가족에게도 손을 대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형님을 지키는건 제게 맡기시고,
아버님은 가족들을 지키는데 전념하고 계십니다."
나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맙소사... 그 여자, 내 가족에게까지...."
"괜찮습니다. 아버님이 지켜주실거예요"
나는 컵에 담겨있던 물을 마셨다.
"저기, 존. 내 수호령이 아버지라는건, 대충 알것같아.
근데, 너의 수호령은 없는거야?"
그게... 너, 가족이 없다고 했었잖아..."
"있어요. 제 수호령은 사장님이예요"
"뭐라고? 사장님은 살아있잖아"
"수호령이나 악령이나 살아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상관없어요.
그냥 영혼이라고 하면, 죽은 사람을 떠올리겠지만, 틀려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악령은 자신의 감정이나 의지에 의존해서 존재하고,
수호령은 따뜻한 기억에 의존해서 존재합니다.
제 안에 사장님의 따뜻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 안에서 사장님이 형성되어
내 수호령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겁니다.
이건 나만이 아닌, 일반 사람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나는 컵에 담긴 물을 바라봤다.
이 녀석을 만나고서는 불가사의한 얘기만 듣게 되는군.
728 ホテル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3:51:00 id:kot+y6db0
갑작스런 초인종 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나는 깜짝놀라 소파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이런 시간에 누구지?"
존이 일어서서 현관으로 향했다.
"야, 괜찮은거야!? 그 여자 온 거 아냐!?"
존은 미소지으며 "괜찮아요" 라고 대답했다.
현관문을 열자 사장이 서 있었다.
사장은 방으로 들어와 소파에 앉더니 담배에 불을 붙였다.
"상태는 좀 어때? 청년 노숙자씨.."
하아... 아직도.. 왠지 이 사람에게는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존이 유리잔에 와인을 따라 사장에게 건냈다.
"이렇게 밤 늦게, 무슨일이세요, 사장님?"
"아, 니가 메일로 보낸 기회서 말야.. 읽었어. 줄거리는 나쁘지 않았어"
"감사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착각을 하고 있어"
"착각?"
존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뭐, 어쩔수 없지. 나조차도 조금 전에서야 눈치챘는걸.
네가 깨닫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어떻게 된 겁니까? 사장님?"
사장님은 재떨이에 담배 재를 털었다.
긴박한 분위기가 방안에 가득했다.
729 ホテル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3:51:40 id:kot+y6db0
사장은 와인이 담긴 유리잔에 입을 댔다.
레드와인이 들어있는 잔을 유연하게 다루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좀 전에, 이 청년 노숙자씨의 도플갱어가 나타났다는 거지?"
"네, 제게도 강제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제한테도 손을 댔던것 같습니다."
존은 분한 얼굴을 했다.
"나는 니가 실습을 시작할때, 안정장치로 청년노숙자씨에게
미리 방어벽을 쳐놨었어. 만일을 대비해서 말야.
하지만 그걸 돌파했고, 그 뿐만아니라 녀석은 도플갱어까지 만들어냈다.
내 판단으로, 그 지저분한 여자에게 그런 힘은 없었을 터.
위화감을 느꼈니, 존?"
"확실히 저도 놀랐어요. 설마 사장님의 방어벽이 뚫릴 줄이야...
위화감이라면... 뭔가가 있는건가요?"
사장은 담배를 깊게 들이마셨다.
"그 지저분한 여자가 중심이긴 하지만, 본체는 아니라는 거야.
나조차도, 조금 전까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본체는 깊은 곳에 있다.
아마도, 그 녀석은 죽은 사람이 아닌, 살아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아.
게다가 실력이 좋은 사람이지. 우리가 생각했던 거 이상으로 뿌리가 깊다는게 문제야."
나는 아무말 없이 애기를 듣고 있었다. 점점 터무니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본체쪽은 나에게 맡겨. 이 놈은 청년노숙자씨가 의뢰한 범주를 넘어섰어.
무보수로 일하는건 싫지만, 할수 없지. 방치하면 너무 위험해.
다만, 지저분한 여자랑 세 명의 남자는 존, 네가 책임지고 제령하도록.
알겠어? 정령(浄霊:영혼을 정화한다)은 하지 않아도 돼. 제령하는 것에만 전념해.
알겠어, 존?"
사장은 그렇게 말하고는 유리잔의 와인을 유연한 손놀림으로 다 마셨다.
730 ホテル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3:52:21 id:kot+y6db0
사장이 방을 떠난뒤, 다시 나와 존. 둘 만 남았다.
떠나기 전 사장은 이런말을 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아버지 성묘를 가도록 해. 쓸쓸해 하고 있었어.
그리고, 좀 자도록. 눈밑에 다크써클 좀 봐."
그러고보니 요즘 너무 많은 일이 벌어져서 제대로 아버지의 성묘를 가지 못했다.
이 소동에서 무사히 살아남는다면, 아버지의 성묘를 가야지.. 난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소파에 앉아 잠시 넋을 놓고 있었다. 어쩐지 너무나 지쳐버렸다.
잠드는 것이 무서웠지만, 밀려드는 졸음을 이길 수가 없었다.
어느샌가 잠에 빠져들었다.
나는 어딘가의 빌딩 옥상에 서 있었다.
"여긴 어디지?"
심야의 빌딩 옥상. 차가운 바람이 불어 왔다.
"존!? 이봐, 존!!?"
큰소리로 존을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던 중 옥상 구석에 뭔가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 순간,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나는 힘없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바닥에 쓰러진 나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구의 남자가 내려다보고 있다.
"뭐야.. 너...?"
남자는 쪼그리고 앉아 나의 머리카락을 잡았다.
"발버둥 치치마. 왜 고분고분하게 죽지 않는 거냐."
남자의 뒤쪽으로 *여자와 의사, 경찰관, 간호사의 모습이 보인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다.
731 ホテル ◆lwkwoo9iyu sage 2009/06/17(水) 23:53:02 id:kot+y6db0
[ 나조차도, 조금 전까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본체는 깊은 곳에 있다. ]
나는 사장의 말을 떠올렸다.
이 녀석이군. 나는 직감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네 놈이냐!!!! 네 놈이 나를!!!!"
남자가 내 얼굴을 바닥에 세게 내리쳤다. 내 머리에서 미지근한 것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나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용서할 수 없었다. 어떤일이 있어도, 나를 이 소동에 말려들게 한 이 놈을 용서할 수 없다.
"네 놈만은.... 네 놈만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
남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네가 나를 용서하고 말고가 아니지. 너를 죽일지 살릴지가 내 손에 달렸는데.
귀찮은 남자(원문에는 오카마;)를 잘도 끌어들였더군. 나도 무지 열받았어. 폭발 직전이야.
이제는 네 가족까지 죽이지 않으면, 여동생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고...
순순히 죽었으면 좋았을 걸, 일이 곤란해졌어."
남자는 이를 악물고, 그렇게 말했다. 나는 남자의 멱살을 잡았다.
"가족에게 손대는것 만큼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남자는 내 팔을 뿌리쳤다.
"네 아버지도 똑같은 말을 하더군. 부자가 고집도 정도껏 부려야지.
이제 됐어. 나도 진심으로 너를 죽이고 싶어졌다."
내 뒤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그곳에는 내가 있었다. 도플갱어였다.
[ 형님, 녀석과는 절대로 접촉해서는 안됩니다!!
접촉하면 나도 사장님도 형님의 목숨을 구해줄 수 없어요!! ]
나는 전력으로 달렸다.
---------------------들러붙은 여자 6편 "도망"--------------------
740 走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21:21 id:j0e1jdqw0
나는 전력으로 도망쳤다.
치사율 100%라는 도플갱어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
믿고 의지할 존은 없다. 주변에 있는 건 적 뿐이다.
빌딩의 좁은 옥상.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
나는 출입구의 손잡이를 돌렸다. 자물쇠가 잠겨있었다. 꿈쩍도 않는다.
뒷쪽에는 내가 있다. 나하고 접촉하면 내가 죽는다.
"이봐이봐, 이제 그만하지!? 자꾸 번거롭게 할꺼야!!"
거구의 남자가 안달하며 소리친다.
나와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 나는 이 때,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도망치는 방법을. 도움받을 방법을.
나는 옥상의 펜스를 타고 넘었다.
"이건 꿈이다. 꿈일 뿐이야. 현실이 아니야."
나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눈앞에 나락이 펼쳐져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높다.
뒤를 돌아보니 내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 때,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여자가 비웃기 시작했다. 내 안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살아야돼. 나는 절대로 죽지 않아. 반드시 살아남을꺼야.
나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뛰어내릴꺼야. 이곳에서 뛰어내려주겠어.
"어이! 확실히 여기는 현실이 아니지만 말야!
떨어지면, 나름 아프다구! 그거 견딜 수 있겠어?!"
거구의 남자가 내게 물었다.
"절대로 너만은 용서하지 않을꺼야"
나즈막히 마지막 말을 던진 채, 빌딩의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742 走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22:02 id:j0e1jdqw0
극한의 고통. 그것을 표하는데, 이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빌딩에서 뛰어내린 나는 다리부터 떨어져서, 땅에 머리를 쳐박았다.
마치 개구리처럼, 참담할 정도로 지면에 찰싹 달라붙어 내 주변으로 붉은 피가 퍼져간다.
의식을 잃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극한의 고통이 뚜렷이 전해져 온다.
죽어가는 개구리가 숨을 헐떡이며 경련을 일으키듯이, 내 몸은 간헐적으로 꿈틀거렸다.
뿌옇게 흐려지는 시야의 끝에, 빌딩의 출입구에서 나오고 있는 내가 보였다.
"오지....마...."
꺼져들어가는 양초처럼 나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이것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저항이었다.
나는 가차없이 다가와, 바로 눈앞에까지 왔다.
내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몸은 아픔에 지배당하고, 더 이상 도망칠 수도 없다.
나는 또 하나의 나를 있는 힘껏 노려봤다. 나는 나에게 졌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또 하나의 내가 웅크리고 앉아, 내 등에 손을 대고 "차-ㅈ아냈다" 라고 했다.
내가 스며들듯이 내 몸속으로 들어왔다.
완전한 동화(同化). 녀석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감각.
나는 나에게 녹아들어, 내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 순간, 존이 도플갱어에게 접촉하면 반드시 죽는다. 고 했던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어둠이 온 몸에 퍼져간다. 나는 끝났다. 끝난거야.
마음이 갈갈이 찢어지는 듯한, 지독한 어둠속에 나는 내팽개쳐졌다.
패배의 감정이 내 안을 가득 채웠다.
몽롱했다. 살 수 있다는 희망 같은 건 이제 조금도 남아 있지 않다.
이런 세상에 있어봤자 뭘 어쩔 수 있겠어. 죽는게 나아.
그저, 죽고 싶다. 정말로 그것 뿐이었다.
아무래도 좋다. 죽을 수 있다면 끈이든 석유든 아무거라도 좋으니 나에게 줘.
자살하고 싶어. 죽게 해줘. 시키는대로 다 할께. 그러니까 나를 죽게 해줘.
나는 도플갱어에게 완전히 지배당하고 있었다.
743 走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22:46 id:j0e1jdqw0
"형님"
아침. 존이 부르는 소리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나는 주변을 살폈다. 호텔 룸. 여기는 내가 있던 호텔 룸이다.
나는 온몸을 만져봤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존이 커피를 가져왔다.
"괜찮아요, 형님?"
나는 분명히 도플갱어와 접촉했다. 하지만 지금은 죽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 살아있는건가? 난 아직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혼란스러우신것 같은데 이제 괜찮습니다, 형님
이제서야 저도 봤습니다. 그 녀석이 형님의 적인거군요."
존의 말에 나는 놀랐다.
"어떻게...된거야, 존?"
"형님에게는 죄송하다고 생각했지만,
형님의 방어벽을 일시적으로 약하게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적의 본체는 형님에게 손을 댔습니다. 노리던 대로말이예요."
난 존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 그 녀석을 일부러 불러들였다는 거야?"
"네. 형님이 미끼가 되어주셨습니다.
물론, 형님의 안전이 최우선인만큼,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놓고, 실행했습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나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744 走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23:27 id:j0e1jdqw0
나는 커피를 단숨에 들이켰다.
"잠깐만, 그러니까. 존, 나를, 어떻게 했다는 거지? 설명해줘. 뭘 했다고?"
존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적은 형님에게 도플갱어를 사용했습니다.
이건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해요. 적은 상당히 실력이 뛰어납니다.
하지만, 사장님은 이렇게 추측하셨어요.
[ 적은 자신과 동등한 능력을 가진 사람과 만난 적이 없다. ]
형님에 대한 음습하고 적극적인 접근으로 볼 때,
적은 a급의 능력을 갖고 있지만, 경험이 적은 인간이라고 추측했어요.
그래서 함정에 걸려들었지요.
적이 형님의 도플갱어를 사용한다면, 이쪽도 형님의 도플갱어를 사용한다.
적도 자신외에 도플갱어를 만들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전혀 의심도 못하더군요."
존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도플갱어? 어디가? 어느 부분이? 뭐가 도플갱어라는거야?"
나는 여전히 존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형님께서 적이 만든 빌딩 옥상에 서있던 시점부터
형님은 사장님이 만든 도플갱어였습니다.
의식이 없는 인형이라고 의심받을 수 있어서, 절반정도는 형님의 의식을 넣었습니다.
형님에게는 무서운 경험을 하게 해드리고 말았지만,
덕분에 저와 사장님이 보고 있다는 걸 전혀 들키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아, 맞다. 사장님이 본체인 남자를 찾으러 가셨습니다.
이제부터 탐정의 실력을 보일 차례네요."
저기, 뭘 하면 한다고 미리 말 좀 해줘.
745 走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24:09 id:j0e1jdqw0
낮. 나는 한장의 식빵을 앞에 두고 난처해하고 있었다.
요즘들어 잘 먹지도 못 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욕이 전혀 없다.
지금의 나는 식빵 한 장 조차 손대지 못하고 있었다.
"저기, 존. 아까 사장님이 본체인 남자를 찾으러 갔다고 했었지?"
스파게티를 꾸역꾸역 입에 넣으며 존이 대답했다.
"네. 사장님은 아침 비행기로 홋카이도에 가셨어요."
"홋카이도?"
"사장님이 그 남자에게 침입해서 행방을 확인했습니다.
아마도 지금쯤 그 남자, 겁먹고 떨고 있지 않을까요.
절대로 사장님한테서 도망칠 수 없거든요."
"존. 녀석은 역시 살아있는 사람이었어?
그런 짓을 사람이 할 수 있다는거야?"
존은 스파게티를 다 먹어치우고는 카레라이스도 먹기 시작했다.
"저도 놀랐어요. 사장님 이외에 그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그런 실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방치되어 있었다니 정말 무서워요."
존은 카레라이스를 다 먹어치운 다음에 돈까스 덮밥을 먹기 시작했다.
"존. 너무 많이 먹는거 아니야?
식욕이 없는 나에게는 존이 먹는 모습은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앞으로 할 작업은 체력이 필요하거든요. 지금 먹어두지 않으면..
아, 저녁까지는 사장님이 본체의 남자를 묶어놓을 꺼예요.
드디어, 클라이막스입니다. 형님."
그렇게 말한 존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식빵에 버터를 바르고, 입에 밀어 넣었다.
----------------들러붙은 여자 7편 "빛"------------------
748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30:46 id:j0e1jdqw0
클라이막스. 존은 그렇게 말했다.
사장이 본체인 남자를 묶어두고, 존이 나의 제령을 한다.
즉, 그 여자와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된 것이다.
나는 토할 것 같았지만, 억지로 위에 밥을 집어 넣었다.
더 이상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다. 난 이 놈들에게만큼은 지고 싶지 않았다.
저녁.
존은 나를 침대에 눕혔다.
"지금부터 어떤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마음만큼은 지면 안됩니다, 형님."
존의 말에 나는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만이라면 나는 절대로 저런 놈들에게 지지 않아.
존은 시계를 보면서, 심호흡을 하고 "이제 곧 시작이예요" 라고 했다.
"형님, 이번에 제 핸드폰이 울리는 때가 신호예요.
저는 단숨에 형님에게 침입할겁니다.
후원을 잃은 여자가 격력하게 날뛸지도 모릅니다.
제가 형님이 있는 곳에 도착할 때까지 버티셔야 합니다."
나는 존의 손을 잡았다.
"그래, 믿어"
존은 곧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존의 핸드폰 벨소리가 방안에 울려펴졌다.
751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31:26 id:j0e1jdqw0
정신이 드니, 나는 본 적이 없는 양옥 같은 건물 안에서
목제 의자에 묶인채로 앉아있었다.
눈 앞에는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
나는 건물 안을 살폈다. 무척 오래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양옥의 내부는 꿈인것 같은 위화감이 있었다. 확실히 이전보다 약하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존이 나를 구하러 온다. 그렇게 믿고 있다.
뒷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 여자....인가?"
그러자 뒷쪽의 인기척은, 스윽- 하고 내 목에 팔을 감아왔다.
나는 확신했다. *여자다.
"니가 왜 이런짓을 하는지, 지금은 아무 상관없어.
나는 너한테서 도망치는 방법만을 생각했어. 정말로 무서웠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친구가 생겼어.
이제, 니가 무섭지 않아"
*여자가 강하게 나를 끌어안았다.
"같이 있고 싶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살아있고. 너는 죽었어. 이 사실은 절대로 달라지지 않아.
너에게는 내가 모르는 너만의 욕망이 있겠지.
하지만, 나는 거기에 응할 수 없어. 나는 살아있으니까."
나와 *여자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여자는 나에게 꼭 달라붙은채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752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32:08 id:j0e1jdqw0
울고있는 *여자에게서 예전같은 기분나쁜 느낌이 없었다.
*여자의 목소리는, 전에 들었던 목소리와 똑같다.
확실히 *여자가 맞았다.
그런데도 불가사의하게 느껴질 정도로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나는 이상했다. 후원자를 잃어 날 뛰지 않을까 싶었는데
* 여자는 내게 달라 붙어, 조용히 울고 있다.
"너.... 혹시....."
나는 거기서 말을 멈췄다. 더이상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그 때, 양옥의 현관문이 조용하게 열린다.
거기에는 존이 있었다.
"형님, 마중왔습니다."
존은 그렇게 말하며 계단을 올라, *여자를 노려봤다.
*여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에게서 팔을 풀고 존을 지나쳐 조용히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 아래에서 멈춘 *여자는, 천천히 뒤돌아 나를 바라봤다.
여자의 얼굴에 나는 놀랐다.
예전과 같은 불길함은 없고, 깨끗한 얼굴이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녀의 안타깝고 슬픈 표정이 내 눈에 강하게 남았다.
여자는 발길을 돌려, 뒤돌아 보지 않고 현관 밖으로 사라져갔다.
"어떻게 된거지, 저 여자...."
상상한 전개와는 너무 다르지 않은가.
"그 여자의 후원자도, 그 세 명의 남자도 사라졌습니다.
더 이상 승산이 없으니 단념한거겠죠.
그 여자도 형님안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우리가 이겼어요."
존은 이 싸움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내 안에 환희는 없었다.
754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32:49 id:j0e1jdqw0
존이 나를 의자에 묶어놨던 도구들을 분리했다.
의자에서 일어선 나는 몸이 신기할 정도로 가벼웠다.
나와 존은 함께,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현관의 끝에는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희망의 빛이었다.
우리들은 현관 밖으로 나갔다.
그 때, 시선의 한 구석에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아버지...."
아버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정하게 미소지으셨다.
내 눈에서는 도저히 멈출 수 없을 것 같은 눈물이 쏟아졌다.
아버지의 상냥한 얼굴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 앞에서 아이처럼 소리 높여 울었다. 정말 아이처럼...
"형님"
나는 존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지상 20층에 위치한 호화로운 호텔 룸. 우리는 돌아왔다.
"아... 너무나도 긴 악몽을 꾼 기분이야
그래도..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다. 존, 고마워."
"아니예요. 저만이 아니예요. 사장님과 아버님도 열심히 하셨습니다. 물론, 형님도요.
그 미끼 작전 때, 형님은 적의 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빌딩에서 뛰어내리셨죠.
현실이 아닌걸 알고 있다해도, 보통은 못 뛰어내립니다.
게다가 적의 본체를 향해 계속 몰아 붙이셨잖아요.
그건, 형님이 용기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예요"
"아니, 나는....."
나는 곧 입을 다물었다. 혼자였다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한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755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33:30 id:j0e1jdqw0
"저기, 존. 그 여자 말인데..."
존은 나에게 커피를 내밀었다.
"무슨말을 하고 싶으신지 알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저도 그 여자에게 침입했었으니까...
그치만, 걱정 안하셔도 되요. 전부 끝났습니다."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창 밖에 펼쳐진 야경을 바라봤다.
안타까운 마음을 떨치기 위해, 나는 야경을 눈에 새겼다.
그 후, 나는 안심한 탓인지, 고열로 병원에 입원했다.
3일 정도 고열에 시달린 후, 나는 기적적으로 회복했고,
부러져있던 왼팔의 뼈도, 의사가 눈을 동그랗게 뜰 만큼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최악이었던 컨디션도 완전히 회복해, 나는 예전같은 건강한 몸을 되찾았다.
입원중, 존이 몇번이나 문병을 왔었다.
이 녀석은 정말 좋은 놈이다.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일들속에서 존과 만난 것만은 신에게 감사하고 싶다.
다음 날, 나는 다시 사장님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변함없이 히스테릭한 사장님은
"말만 말고, 고마우면 돈을 내라고!!"
뭐,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으니 괜찮다.
그리고 사장님은 "꼭 아버지께 성묘하러 가!" 라고 했다.
나는 오래간만에, 가족과 함께 아버지께 성묘를 하러갔다.
768 光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0:47:18 id:j0e1jdqw0
오랜만에 온 아버지의 무덤은 흙 먼지로 뒤덮여있었다.
나는 미리 준비하고 있던 청소 도구를 꺼내, 정성스럽게 아버지의 무덤을 닦았다.
"가족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닦았다.
어머니도 여동생도 필사적으로 무덤을 청소하는 나를 바라보며
왜 그렇게 열심히 청소하는지 이상하게 생각하는 듯 했다.
나는 두 사람에게도 청소도구를 건내고, 함께 청소를 끝냈다.
기분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다.
그 후, 우리들은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오래간만의 단란한 가족 나들이었다.
식사 후에 나는 화장실에 들렀다. 입구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는, 빌딩의 옥상이었다.
놀란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내 시선 끝자락에는 그 소동의 본체인 남자가 펜스에 기댄채 담배를 물고 있었다.
"오랜만!"
가벼운 인사를 하며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다가오지마!!!"
나는 소리쳤다.
"하하, 무섭네. 그렇게 소리 안질러도 돼. 딱히 뭘 하려고 온 건 아니니까."
남자는 계속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무슨짓을 하려고!!! 대체 뭐하러 온거야!!?"
소리치는 나를 무시하고 남자는 내 앞에 서더니, 뜻 밖의 말을 꺼냈다.
"일의 전말을 알고 싶지 않아?"
-----------------------들러붙은 여자 8편 "전말"----------------
786 顛末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19:48 ID:j0e1jDQW0
"일의 전말이라고?"
남자는 나를 조롱이라도 하는 듯,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 그 오카마 사장의 허락을 받았으니까."
남자는 내 가슴에 주먹을 날린다.
그러자 남자의 주먹은 아무런 느낌없이 내 가슴을 통과해버렸다.
"봤지. 나는 너한테 아무짓도 할 수 없다.
그 오카마가 너를 완벽하게 지키고 있으니까.
내 능력도 오카마에게 제어당하고 있지.
지금 나는 오카마에게 거기를 잡혀있어서 꼼짝도 못 해."
나는 뒷걸음질쳤다.
"나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남자는 어디에선가 의자를 꺼내더니, 걸터앉았다.
"아까도 얘기 했잖아? 일의 전말이라고.
어째서 나랑 여동생이 너를 노렸는지. 왜, 죽이려고 했는지.
너한테는 들을 권리가 있다."
확증은 없었지만, 나를 해치려는 의도는 없어보였다.
확실히 나도, 이 소동의 동기와 이유를 알고 싶다.
내 마음 속에 있는 안개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좋아. 그럼 얘기해 봐. 일의 전말을."
"그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일부러 찾아온 보람이 있지."
그렇게 말한 남자는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 발로 비벼 껐다.
788 顛末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20:30 ID:j0e1jDQW0
"처음으로 너를 만난 건, 니가 오토바이로 오타루에 왔을 때야.
뭐라고 하지, 투어링이었나? 너는 그걸 하러 왔어.
나는 마침 일이 있어서 오타루에 갔었고.
그 때, 여동생 나나코가 너를 택했다.
왜냐면, 나나코에게는 니가 부러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마치 빛에 꼬여드는 벌레들처럼 나나코는 너한테 이끌린거지."
나는 곤혹스러웠다.
"어째서, 나야. 뭐가 부러웠다는거야"
"니 안에 존재하는 따뜻한 가족이 보인거겠지.
그게 나나코는 부러웠던거다.
우리집은 말야, 한마디로 말하면 시궁창, 그 자체였다.
특히 나나코는 생전에 그 빌어먹을 아버지한테 학대를 받았다.
입 밖으로 꺼낸다는게 역겨울 정도야. 친아버지가 딸을 성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건.
게다가 아버지는 극단적인 사디스트였다. 잔인한 일이지.
그치만, 나도 잘한 건 없다. 괴로워하는 여동생을 못 본척 했으니까.
어머니는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여동생에게 나는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걸 저버린거지.
귀찮았어,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나나코는 절망적이었겠지. 혼자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어."
"자, 잠깐 기다려봐"
나는 남자의 이야기를 끊었다.
"기분 나빠졌나? 그렇겠지. 시궁창 얘기니까. 무리도 아니지."
남자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들고, 입에 물었다.
좀 전까지 사람을 조롱하듯 비웃던 남자의 얼굴은, 심해(深海)처럼 차가운 표정이었다.
나는 얘기 내용보다 이 남자의 표정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789 顛末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21:10 ID:j0e1jDQW0
"계속해도 되겠어?"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한 남자의 얼굴을 보지 않도록 조심했다.
"나나코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전부 묵살됐다.
아버지는 쓰레기지만, 정신과 의사로 엘리트였다.
경찰에도 협력하고 있었고, 경찰서의 간부와도 사이가 좋았다.
나나코는 찾아갔던 경찰관들에게 인격적으로 모욕을 당하고 돌려보내졌다.
다시 절망에 빠진 나나코는 정신을 놓아버렸고, 병원에 입원하게 됐지.
그것도, 아버지의 병원에 말야.
거기서도 나나코는 학대를 받았다.
아버지는 경찰에 찾아간 나나코를 용서하지 않았어.
나나코의 담당 간호사에게 지시해서, 매일같이 폭행하게 했다.
믿겨져? 그걸 시킨게 친 아버지라는게.
나나코는 자살했다.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모르는 로프로 목을 매서..
그 때, 나는 처음으로 울었어."
나는 아무말 없이 남자의 얘기를 들고 있었다.
남자의 가족과 내 가족. 정반대의 가족이었다.
"나나코는 자살 한 뒤, 이 세상을 헤매다가 나에게로 왔다.
나나코에게는 재능이 있었지만, 나같은 능력은 없었다.
그래서, 나에게 복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협력하라고 말이지.
물론, 나는 그 얘기를 거절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나나코가 죽고나서, 처음으로 느낀 감정을 거역할 수 없었다.
나는 나나코를 사랑하고 있었다.
790 顛末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21:58 ID:j0e1jDQW0
"나는 나나코에게 협력해서, 아버지와 경찰관, 그리고 간호사를 죽였다.
나는 그걸로 나나코가 만족할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어.
내가 가진 영혼에 대한 지식은 어중간 했던거다.
거듭 복수를 한다고해도 나나코는 이미 죽었다.
내 눈앞에 있는 악령이 된 나나코는 나나코이면서 나나코가 아니야.
단순한 원한 덩어리였다. 원한 덩어리가 만족하고 사라지는 일따위는 절대로 없다.
나는 낙담했다.
아버지를 포함해 세 명이나 죽였는데, 그저 나나코의 모습을 한 악령이 커져갈 뿐이었다.
그 때, 니가 나타났다.
단지 복수의 원한 덩어리였던 나나코가 너에게 이끌렸다.
나로써는 놀라울 뿐이었다. 어쩌면, 이라는 말도 안되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나나코는 죽었다. 살아있는 사람과는 함께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나를 죽이려고 했던거야? 장난치지마"
"그래,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어리석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희망이었다.
너와 있으면 나나코는 본래의 나나코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냥 죽이는거라면 너는 언제든지 죽일수 있었을 텐데.
어째서 바로 죽이지 않은거지? 어째서, 그렇게 빙 돌려서 일을 만들었냔 말이야."
나는 남자에게 따져 물었다. 남자의 표정에 변화는 없다.
"단순히 바로 죽이면 영혼은 이 세상에 머물지 않는다. 바로 사라져버리지.
괴롭히고, 막다른 곳으로 몰아넣고, 죽고싶게 만들면
영은 이 세상에 강한 원한을 남기게 되고, 긴 시간을 머물게 된다.
니가 영겁의 세월을 나나코와 함께 있어주기를 바랐다."
남자의 말에 나는 온 몸이 떨렸다.
791 顛末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22:43 ID:j0e1jDQW0
"홋카이도에서 돌아온 너는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중상을 입었다.
그것도 내가 했다.
니가 다니던 회사의 인사부장 뇌에 침입해서, 해고 통지서를 쓰게한 것도 나다.
왼팔의 골절만 치료가 늦어졌지? 그것도 내가 했다.
그 외의 일들도.... 참 많은 짓을 했군."
나는 떨리는 주먹을 꼭 쥐었다.
"때려도 돼. 화를 참는 것은 전 샐러리맨의 서글픈 근성인가?"
나는 남자의 왼 뺨에 주먹을 날렸다. 남자가 의자에서 굴러떨어졌다.
"뭐, 한 방정도는 각오했으니까..."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의자를 원래 자리에 놓고는 걸터 앉았다.
나는 분노로 온 몸이 뜨거워졌다.
"진정하라고 해도 무리일테지만, 끝까지 얘기를 들어.
나는 너에게 감사하고 있다"
"감사...!!?"
"네가 마지막으로 나나코와 함께 있을 때 말이야.
그 때, 나는 오카마의 부하에게 묶여서 마루에 엎드려 있었다.
오카마가 마지막을 잘 봐두라고 해서, 나는 너희들을 보고 있었다.
그 때...... 나는 눈앞의 광경을 의심했다. 나는 기적을 보고 있었다.
단순한 복수의 원한 덩어리였던 나나코는 거기에 없었다.
너도 봤지? 그 나나코가 진짜 나나코다. 생전 모습 그대로의 나나코였다.
나는 울었다. 기적을 앞에 두고 나는 아이처럼 울 수 밖에 없었다.
빛을 보면 달려들던 벌레 같던 나나코가 처음에는 너에게 끌렸을 뿐이었다.
그것이 어느샌가, 정말로 너를 좋아하게 되버렸던거야."
792 顛末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23:34 ID:j0e1jDQW0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너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지?"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얼굴에서 차가운 표정이 사라져있었다.
나는 마지막에 본 그 여자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문득, 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느껴졌다.
"울어주는건가.."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너는 다정한 남자로군. 그런 일을 저지른 나나코를 위해서 울어주다니.
너는 정말로 강한 놈이다. 나는 너의 용기에 계속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족의 사랑을 받는, 행복한 남자다.
지금에서야 나나코의 마음이 이해된다. 우리들은 애정에 굶주려 있었어.
정말로 니가 부럽다.
나나코는 생전에 누군가를 좋아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금이 아니고, 나나코가 살아있을 때 너와 만났더라면......
너같은 용기가 나에게 있었다면, 일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나는 울었다. 그 여자를 떠올리며 울었다.
그 여자는 적이다. 그 여자가 나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는 잊지 않아.
그래도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남자는 의자에서 일어서면서 하늘을 바라봤다.
"나도 나나코도 사람들을 지독하게 괴롭혔다. 천국에는 갈 수 없겠지.
나나코도 지옥에 떨어졌어. 녀석은 다시 태어나도, 다시 괴로운 인생을 살겠지.
그래도 말야, 만약, 네가 그 아이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 때는...."
남자는 나에게 등을 돌렸다.
".....제 멋대로 하려는 것도 정도가 있지...."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그의 등에서 슬픔이 짙게 묻어나고 있었다.
---------------들러붙은 여자 9편 "마지막, 그리고~" [완결]--------------------
━━━━━━━━━━━━━━━━━━━━━━━━━━━━━━━━━━━━━━━━━━━━━━━━━━━━━━━
이 글을 퍼오면서....
평소에 제가 자주 방문하는 토끼님의 블로그에 약 1주일전쯤부터 "들러붙은 여자"의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었습니다.
이 글을 읽어가며 저는 1주일간 토끼님께서 번역해서 올려주는 글만을 기다리며
즐거운 한주를 보냈었다지요..ㅎㅎㅎ
너무나도 재미있는 글이기에 다른 많은 분들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곳 게시판에도
업어다(?!) 나릅니다..
이 글은 토끼님께서 회사 일이 끝나는대로 집에와 고생고생해가며 번역한 글입니다.
모두들 이 글을 읽어가며 재미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며
읽으신 후 조그마한 감동과 재미를 느끼셨다면, 토끼님께 조그마한 응원이라도 남겨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번역하신 토끼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inopapa 오셔서 많이 많이 댓글이라도 남겨주세요^^
토끼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
번역 : 난폭토끼님
출처 :
http://blog.naver.com/inopapa 811 終始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55:36 ID:j0e1jDQW0
나는 일의 전말을 알았다. 나는 울어주는 일 밖에 할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남자와 그 여자의 슬픈 과거. 내가 모르는 가족의 이야기가
내 가슴에 상처를 내고, 눈물 흘리게 하고 있다.
나는 그저 슬펐다.
"그럼 갈께"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나로부터 멀어져갔다.
"이제 너는 어떻게 할꺼지?"
내 물음에 남자는 발을 멈췄다.
"나에게는 처음부터 수호령 같은건 없었다.
내 몸은 내가 지켜왔지.
하지만, 나는 이제 능력을 봉인할꺼야.
내가 너를 괴롭게 한 것 처럼, 이번에는 내가 괴로워할 차례다.
이제 너와는 만날 일 없어.
결국 내가 가야 할 곳은, 여동생, 아버지와 같은 곳이다."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나는 레스토랑의 화장실에 돌아와 있었다.
812 終始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56:17 ID:j0e1jDQW0
화장실의 세면대앞에서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을 씻었다.
나는 그 남자의 말을 떠올렸다.
[ 결국 내가 갈 곳은 여동생, 아버지와 같은 곳이다 ]
그 가족에게 구원은 없는 것인가.
사람이 한 번 길을 벗어나면 원래의 자리로는 돌아올 수 없는 것인가.
나는 세상무상을 느끼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나는 가족들이 기다리는 테이블로 갔다.
행복한 모습. 그 가족은, 이런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걸까..
내 가슴은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야, 뭘 그렇게 멍하니 서있어"
누나의 목소리에 나는, 나로 돌아간다.
"아, 미안. 생각할게 좀 있어서"
"아까부터 계속 니 핸드폰 울렸었어.
왠지 받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뒀어"
나는 핸드폰을 봤다. 부재중전화 기록이 5건이나 남아있다.
존이었다.
무슨 일이지. 나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형님이세요?"
"응, 무슨일이야, 존? 부재중전화가 5개나 들어와있던데, 급한일이야?"
"아뇨. 제가 형님께 급한 일이 있을리가 없잖아요.
사장님이 당장 사무실로 오시라고.."
"사장님이?!"
나는 전화를 끊고 가족들에게 사과한 뒤, 레스토랑을 나왔다.
사장님을 기다리게 하는 것 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
813 終始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56:58 ID:j0e1jDQW0
전력으로 달려서, 사장님이 기다리고 있는 탐정 사무실에 도착했다.
"무...무슨.... 하아....하아.... 일이예요, 사장님... 하아...하아...."
사장님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껐다.
"하아하아, 라니 기분나뻐! 먼저 숨 좀 돌려, 바보!"
내 눈앞에 물 한잔이 놓였다.
"형님, 드세요"
존이었다.
"아... 고마워, 존"
존은 상냥하게 미소지었다.
나는 존이 준 물을 한 번에 들이키고, 숨을 가다듬었다.
"이제 괜찮아? 우선, 이 서류를 훑어봐."
사장에게 건내받은 서류를 봤다.
거기에는 내정 통지서 라고 쓰여있었다.
"이게... 뭡니까, 사장님?"
나는 갑작스럽게 받은 서류와 그 내용에 당황했다.
"보면 몰라? 너를 우리 회사에 채용한다는 얘기야.
너 아직 무직이잖아? 내가 널 고용해줄게"
사장님의 말에 놀란 나는 존을 쳐다봤다.
존이 웃는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814 終始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57:39 ID:j0e1jDQW0
"에!? 아, 기뻐요!! 근데... 어, 어떻게 된거예요, 사장님? 갑자기..."
"당황했나보네?"
사장님이 요염하게 웃었다.
"사실 말이야. 너의 적이었던, 그 남자에게서 부탁받았어"
"그 남자!?"
나는 놀랐다. 그 남자가 사장에게 부탁을 했다고?
"나도 놀랐어. 우리 회사의 계좌에 갑자기 1000만엔이나 보내놓고
너를 고용해달라고 부탁하더라구.
최소한의 속죄라고 생각했겠지, 아니면 니가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고.
1000만엔이나 있으면, 그 어떤 초보라도 일류로 키울수 있어.
나는 흔쾌히 승낙했어. 그 마음을 받을지 말지는 네가 결정하는거지만"
나는 망설임없이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고개를 숙였다.
"너는 영적인 능력이 없으니까, 탐정으로 고용할꺼야.
미리 말해두지만, 쉽지만은 않을꺼야. 각오해두라구!"
사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존도 웃고 있었다.
나는 탐정이 되어 살아가기로 했다.
815 終始 ◆lWKWoo9iYU sage 2009/06/18(木) 01:58:20 ID:j0e1jDQW0
내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다.
탐정의 길을 걷기 시작한 나에게는 여러가지 사건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것은 클라이언트의 이야기.
기밀사항이라 여기에는 쓸 수 없다.
그 소동으로 나는 강해질 수 있었다.
지금도 가끔, 그 여자가 생각난다.
그 여자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괴로워하고 있겠지.
만약, 다시 그 녀석과 만난다면..... 그 때, 나는......
그 아이를 도와주고 싶어.
[ 번역 : 난폭토끼 ]
아........... 훈훈한 결말이군요.
제가 무서운 스레를 찾아다니면서 이 글을 실화로 생각하고 있었던건 착각이었습니다.
이 스레의 제목은
[死ぬ程洒落にならない怖い話を集めてみない?]
장난아니게 무서운 이야기를 모아보지 않을래?
였습니다. 예. 실화가 아니란거지요. ㅎㅎ;;
혹시 이런 스토리의 영화가 개봉되거나 드라마 정보가 들어오면 토끼에게 제보해주세요.
빛의 속도로 삭제들어갑니다 ㅋㅋ
저에게 재밌는 글을 고르는 여러분의 센스를 하나씩만 나눠주세요.
제가 10배로 재밌게 번역해서 돌려드리겠습니다.
덧글로 같이 놀아주신분들, 칭찬해주신분들 고마워요~ 최고최고!! ^ ㅅ^)b
앞으로는 단편 괴담도 많이 올리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계속 놀아주세욘~ > <
번역하신 토끼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inopapa 오셔서 많이 많이 댓글이라도 남겨주세요^^
출처
http://blog.naver.com/inopapa 번역
난폭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