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 빵 터져서,, 다음 아고라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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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열어 봐서는 안 되는 게 두 가지가 있다 . 한 가지는 중학교 2학년 아들 녀석의 두 번째 서랍.
그 서랍은 얼마 전부터 굳게 닫혀 있다. 그냥 그것은 내 중학교 시절을 돌이켜 보면 금방 답이 나오기에
별로 궁금하지도 않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바로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의 휴대폰이다. 작년인가 딸아이의
휴대폰을 한번 열어 봤다 메인 화면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이 휴대폰을 나를 제외하고 열어본 당신은 3년간 재수가 없을 지어다’ 그 이후로 진짜 재수가 없는 거
같아서 판도라의 상자 정도로 여겼다.
일요일 오후 시험기간이라 학원에 가는 아들 녀석을 바래다주라며 아내가 성화다.
“버스로 몇 정거장 된다고 그냥 가라 그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내가
“일요일까지 공부하는 아들 녀석 불쌍하지도 않아? 잔말 말고 튀세요~~” 더 이상 대꾸했다가는
뻔한 결말이 나오기에 차 키를 찾는데 지나가던 딸아이가 아내에게 이런 말을 한다.
“엄마는 아들을 강하게 키워야지...왜 아빠를 강하게 키우려고 그래요?”
국민학교 2학년 때 노량진극장에서 봤던 ‘엄마 없는 하늘아래’를 본 이후 내 눈앞이 이렇게 뿌옇게
흐려지긴 첨이다. 나도 모르게 딸아이를 뒤에서 와락 안았다.
이 부녀간의 빽 허그로 딸아이는 아내로부터 방청소 불량이라는 되도 않는 죄목을 뒤집어쓰고
오늘 하루 휴대폰 압수란 벌칙을 받았고 나는 아들 녀석의 손을 잡고 현관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밤늦은 시간 우연히 화장대 위에 놓여 진 딸아이의 휴대폰을 발견했다. 하루 종일 금단현상에 안절부절
했을 딸아이를 생각하니 다시 한 번 가슴이 저려왔다. 오랜만에 보는 딸아이의 휴대폰을 한번 열어봤다.
물론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걸 알지만.....그러다 문득 혹시 딸아이의 1번 단축키가 궁금했다. 혹시 아빠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으로 1번을 길게 한번 눌러봤다. 잠시 후 화면에 뜬 세 글자에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
[경...찰...서] 얼른 닫았다. 학교에서 시켰는지 자기가 알아서 했는지 아무튼 참 기특하다. 이로써 딸아이의
단축 번호 1번은 알았고 다음으로 궁금한 게 아빠인 내 명칭이 뭐로 입력 되어있는지 궁금했다. 내 휴대폰
으로 딸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딸아이의 컬러링 곰세마리가 흘러나오고 딸아이 휴대폰에 화면이 밝아
왔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네 글자는....
[보.....호.....자....2]
동사무소 등본도 아니고 무슨 난데없는 보호자 타령인지....그것도 1번도 아닌 2번.....
아내의 휴대폰도 찾아서 딸아이에게 전화를 해보려고 통화 내역을 눌러보니 딸아이로 보이는 명칭이
보인다. 이것도 또 가관이다.
[개념 상실 초딩] 아내의 휴대폰에 딸아이 명칭이다. 일단 눌러 봤다. 다시한번 딸아이의 휴대폰이
밝아지며 예상했던 문구가 뜬다.
[보호자1] 이 보호자 시리즈가 어디까지인지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상황을 참지 못하고 난 부모님 방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올해 81세 되신 아버지의 휴대폰을 아버지에게 쥐어주며 손녀딸한테 전화 한번
해보라고 했다. 아버지가 단축번호를 길게 누르시고 다시 밝아지는 딸아이의 휴대폰 화면에는 다섯 글자가
떴다. [큰...보호자4] 이로써 [큰보호자3]의 정체는 걸어 보지 않아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아내의 휴대폰에 딸아이가 왜 개념 없는 초딩으로 등록 되어 있는지 조금은 알거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확인할 게 있었다. 시험공부하고 있는 아들 녀석에게 다가가 부탁을 했다.
“동생 휴대폰으로 전화 좀 해봐” 귀찮다는 듯 아들 녀석이 휴대폰을 건네며 4번 누르면 된다고 한다.
4번을 길게 눌렀다. 다시 밝아진 딸아이의 휴대폰 화면에는 딱 두 글자만 떴다.
[2...촌]
내가 [1촌 2]가 아닌 게 천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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