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5가 아니라 아이폰4S가 나왔다는것이 오늘의 이슈인듯 하다.
(나야 뭐...아이폰4 약정이 아직도 일년이나 남았으니 5가 나와도 그림의 떡이었지만;)
4S는 그 자체로 보면 나쁘지는 않은 스펙에 만족할만한 가성비를 가진 제품이 될 것 같다.
800만 화소에, 듀얼코어에, 레티나에...사실 그 가격에 그만하면 됐지.
단, 아이폰만 아니었다면.
첫번째 문제는 지금까지 아이폰은 스펙만 놓고 봐도 하이엔드/프리미엄 제품으로 여겨져 온
사용자 경험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새 아이폰은 언제나 최상위 시장을 타겟으로 타 업체의 플래그십들에 조금도 밀리지 않는 스펙을
주력제품으로 내세우며 항상 최고 수준 스펙을 놓친적이 없다. (이는 3GS 발매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번엔 처음으로 하이엔드 시장이 아니라 미드엔드 시장에 적합한 스펙이 나왔다.
이것이 원래 계획대로 6월에만 나왔어도 이런 말을 듣지는 않겠지만
가공할 속도로 진보하는 스마트폰 시장은 단 몇달만에 1.2G~1.5G 듀얼코어를
흔한 존재로 만들어버렸기에 1G듀얼코어는 아무런 이슈가 되지 못한다.
800메가픽셀 카메라가 갤럭시S2보다 좋은 카메라라고 홍보하는 대목은 오히려 개그다.
갤럭시S2의 발매일이 4월달이었으니 그런 비교는 7월 이전에 끝냈어야 했다.
지금은 그 역시 이슈거리가 되지 못한다.
스마트폰 시장은 단 1년 사이에 4보다 훨씬 좋은 스펙의 제품이 평균이 되어버릴정도로 발전했다.
결국 경쟁무기로 들고 나온것은 가격 하나뿐인데...
명품 브랜드는 질을 양보하고 가격을 내리면 오히려 판매량이 내려간다.
이것은 지금까지 아이폰을 아이폰으로 완성시켜주었다고 해도 무방한 최고급 프리미엄의 이미지가
드디어 손상되었다는것을 의미한다.
두번째는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4S가 나올 기미는 이미 충분히 보였지만, 언론도 소비자도 5에 대한 관측을 놓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 그정도로 변화된 제품이 나오지 않으면 안될 시기였다는 말과도 같다.
타사의 모든 스마트폰 제품이 4인치 이상으로 출시되고 있는것은, 그것이 소비자들이 원하는것이기 때문이다.
(타 제조사들도 바보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사이즈를 맞추는데에는 오히려 더 능할수도 있다.)
레티나를 유지하면서 4인치이상의 화면을 제작하는데 애로사항이 많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레티나를 포기하면? 아이폰4에서 지금까지 내세우던 장점이 사라지고 평범한 LCD를 쓸 수 밖에 없다.
이래서는 타사처럼 AMOLED로라도 차별점(굳이 장점은 아닐수도 있지만)을 만들 수 있는 이슈메이킹이 사라지고
디스플레이가 오히려 퇴보했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레티나를 무기로 홍보했는데 그 다음 제품에서 LCD 커졌다고 레티나가 사라진다면 그러고도 남는다.)
애플은 사용자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자신들이 생각해서 주는것에 대한 최강자이다.
반면, 사용자들이 원하는 요구에 대해 맞춰가는데에 있어서는 취약한 면모를 보였다.
지금까지는 새로운 경험을 계속 제공했지만 앞으로는 이미 점점 쌓여가는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맞춰주지 못한다면
충실한 사용자라도 타사의 제품에 대해 슬슬 고려해 볼 시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디자인이 거의 완전히 동일하다는점이다.
이래서는 들고 있으면 이것이 4인지, 4S인지 분간할 수 없을정도다.
4S를 사서 가지고 있어도, 친구가 "우와~이거 샀네? 나 좀 보여줘"라고 할 일은 없다는것.
(인정하자, 이것도 비싼 돈 주고 최고급 스마트폰을 샀을 때 누릴수 있는 사용자 경험중 하나다.)
비싼 커피숍에서 소비자가 커피를 주문해서 테이크아웃하러 나갈때는,
그 소비자가 원하는 경험에는 컵에 담긴 맛있는 커피뿐만이 아니라 난 이런 것을 마시는 사람이라는것을
표현하기 위한 (좋게 표현해서 '문화를 구입한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컵에 담긴 가치도 존재한다.
"좋은 원두를 써서 맛이 좋아졌습니다" 하면서 이전과 동일한 컵에 담아주고 500원 더 받는 커피와
1000원 더 내도 컵에 번호붙여주고 시그니쳐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커피가 있다면...
물론 소비자에 따라 추구하는 만족감은 다르겠지만,
후자의 방식을 계속 사용하던 커피전문점이라면 단골도 계속해서 그런것을 원할 가능성이 높은데,
어느날 갑자기 전략이 바뀌면 단골 손님은 굳이 새 커피를 마셔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할수도 있다.
(혹, 가격이 안올랐으니 이 설명은 무효-라고 하실 분이 계시다면...
커피는 시간이 지난다고 가격이 내려가지 않지만 스마트폰은 감가상각이 크다는점을 생각해주기 바란다.)
네번째로, 지금까지의 애플의 중저가 시장 공략 전략이 바뀌었다는 부분도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도 애플은 하이엔드 시장만 공략하지 않았다.
새 아이폰이 나오면 기존에 있던 아이폰은 기능 한두가지를 빼거나 변경한 후 중가로 가격을 낮춰
시장에 재공급했다.
그런데 이번에 4S가 중가로 시장에 나왔다. 그럼 4는?
지금까지대로였다면 4는 가격을 낮춰서 다시 팔 수 있었다.
하지만 4 발매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일년간 스마트폰의 스펙상승속도는 그것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버렸다.
새로 발매한 4S가 중가시장에 적합한 제품이 되어버릴정도이다.
더 이상 스펙이 자꾸 이슈가 되면 애플은 끌려다니다 진다.
애플이 아무리 빨리 제품을 기획해도 OEM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비로소 본궤도가 돌아가기 시작한
제품생산 전통의 강자들은 애플보다 빠르게 고스펙 제품을 내놓을 역량이 있다.
그렇다고 스펙싸움을 피하면 경쟁사들이 스크럼을 짜고 전략적으로 고스펙에서만
돌아가는 일부 앱을 제작하여 그것을 무기로 하이엔드 제품군에 장벽을 쌓아버리는 상황이 나온다.
안드로이드 앱마켓은 이제 애플 앱스토어만 가능할것 같았던 그것이 가능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스티브 잡스라는 일기당천의 장수가 존재할 때는 이 난국을 돌파하는것이 가능했다.
잡스는 이런 모든 논란을 무위로 만들만큼
'역경을 딛고 일어선 스토리텔링', '천재만이 가질수 있는 아우라', '말 한마디를 이슈로 만들수 있는 스타성'
모두를 갖추고 있었기에
"그래도 내가 만든게 맞아" 일갈로 논쟁을 종식시킬 유일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티브 잡스가 없다.
애플은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