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꽤 오랫동안 누굴 만난 적이 있는데,
되게 나쁘게 헤어졌어요.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좀 지저분하게.
처음에는 솔직히 별로 관심없는 친구였는데, 저한테 계속 친절하게 대해주고,
많이 좋아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만났던 친구거든요.
처음에는 무진 잘해주고 난 너밖에 없어, 란 말을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준 친구라
제가 참 많이 믿었고, 서서히 좋아하기 시작해서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거기에 빠져서
진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을 정도로 제가 정말 빠진 친구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연락도 뜸해지고, 전화 안받기는 부지기수, 문자 안하는 건 당연한 일,
어느 날은 아예 연락 한번이 안되고 지나가는 날도 허다하고, 아무튼 그랬습니다.
그러고 나서 헤어졌지요. 근데, 그냥 난 이제 너랑 안 맞는 것 같다 하고 헤어졌으면
제가 남자에 대한 이런 트라우마도 안 가졌을텐데.
이 사람이 저랑 헤어지기 좀 전부터, -한 몇달정도를-
그니까 연락이 점점 줄어들고, 정말 이 사람이 날 좋아하는 게 맞나? 란 생각이 들고,
같이 있음에도 제가 더 외롭고 힘들고 암튼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할 무렵부터,
자꾸 관계를 요구하는 거에요.
뭐 혼전 순결을 지켜야한다, 남편을 위해 아무랑도 하지 않겠다,
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혼전 '순결' 이란 말을 싫어해요, 그리고 제 처음을
'남편' 을 위해 지켜야한다는 말도 좀 우습구요.-
그래도 저는 절 사랑하는 것 같지 않아하는 사람이랑, 그리고 제가 별로 원하지 않는데도,
뭔가 뺏기듯이 혹은 질질 끌려가듯이 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물론 남자도 그렇겠지만, 여자는 어떤 것이든 '처음' 이란 단어에 대한 환상이 있잖아요.
첫키스도 키스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도 맞지만, 분위기, 상대방, 장소 등등,
좀 더 로맨틱하고 예쁜 기억을 가지고 있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단 말이에요.
키스도 그랬는데, 하물며 제 처음을 싸구려 모텔방이나 심지어는 디비디방같은 곳에서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가 듣기로는 남자들은 여자가 좀 많이 빼지 않으면, 그냥 아 오케이 싸인인데
내숭떠나보다, 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그 부분에서만큼은 제가 좀 강하게 나갔죠. 그건 싫다고.
그래서 결국 헤어졌어요. 난 너랑 한번 해볼려고 만났다, 란 소리까지 들었어요, 마지막엔.
근데 니가 그렇게 죽어도 싫다니, 너랑 만날이유없어, 하고 헤어졌죠.
제 자랑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어디 나가면 예쁘다란 소리도 많이 듣고,
괜찮은 아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데, 그래서 저에 대한 자신감이나 자존감도 굉장히 높은
사람이었는데, 제가 정말 순수한 열정 다 받쳐서 좋아했던 사람이 저를 그런식으로 깎아내리는 걸
들으니, 아 남자는 다 이런 건가, 란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그 친구랑 헤어지고 다신 누굴 안만나겠다, 정말 남자에게 있어서 그 부분이 중요한 거라면,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때 누구를 만나든지, 혹은 그냥 결혼할 사람이랑만 만나야겠다,
뭐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근데 그게 사람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났거든요.
근데, 자꾸 예전 일이 생각이 나서 불안해요. 곧 또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난 이사람은 정말 좋지만, 진짜 놓치고 싶지도 않고 가능한한 오래오래 함께이고 싶은데,
아직은 처음이 무서워요. 아니 무섭다기보다, 제가 싫은 건 그거에요.
키스든 뭐든 중독이란 게 있잖아요. 한번 하면 계속 하게 되고, 거의 그것만 하게 되고,
그런데 만약에 그렇게 하고 나면, 데이트는 무조건 그 코스를 해야할 까봐,
전 아직 영화도 보러다니고 싶고, 재밌는 공연이 있다면 그것도 보러다니고 싶고,
뭐 그렇거든요.
아 그렇다고, 지금 현재 있는 이 친구가 저에게 요구를 해오는 건 절대 아니지만, -아직은요.-
그래도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괜히 불안키도 하고, 우울해지기도 하고.
뭐 그래요.
그냥 한가지 물어보고 갈게요.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누구는 여자가 진짜 너무 좋고 사랑하니까 하고싶어지는 거라고, 오히려 그런 거에 관심 없는 남자는
널 여자로 보는 게 아니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못 참는 건 다 남자들 거짓말이고, 널 정말 사랑하면 함부로 못한다고도 하고.
어떤 게 맞는 걸까요.
왠지 이 사람이 조금 넘어섰다 싶으면, 제가 남자는 다 똑같구나 하고 괜한 실망을 하게 될까봐,
아. 그것도 좀 무섭네요.
에이. 몹쓸 옛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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