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지만 다리가 10개가 안되는 ,다리가 모자란 오징어이므로 음슴체.
지난 화요일 아침의 일이였슴.
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며 집으로 걸어오는 중이였슴
마치 내 얼굴처럼 하늘이 꾸릉꾸릉해지며 비가 쏟아지듯 내리고 있었지만 어제 다운받은 UEHARA YUI의 따끈따근한 야구동영상 감상할 생각에
호롤롤로 룰루랄라 해가며 열씸히 걸어가고 있는데
앞쪽에서 7~8살쯤 되보이는 꼬맹이가 우산도 없이 비를 흠뻑 맞으며 고개를 숙인체 걸어오고 있는게 보였슴.
마치 그 모습이 초등학교 학예회때 나랑 포크댄스를 추기 싫다며 울음을 터트린 내 짝꿍덕분에 오징어로써의 정체성을 알아버리고
좌절하며 하교길에 비 맞으며 걸어가던 어린시절 내 모습이 오버랩되어 보이며 이 남자아이가 측은해졌음.
얼른 다가가 우산을 받쳐주며 말을 걸었슴.
"아가야 우산 안가져왔어? 엄마가 대리러 안와?'
순간 꼬맹이의 표정에서 "오징어다 ! 오징어가 말을한다 우왕ㅋ" 하는 표정과 "오징어 촉수괴물이 말을 걸었어 난 이제 잡아먹힘 으앙 ㅠ"
~이 동시에 보였으나 꼬맹이는 세상이 다 끝난듯한 목소리로
'엄마 없어요' 라고 내게 말했슴.
아...순간 내가 무심코 던진 말에 이 아이의 상처를 헤집은게 아닐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슴.
엄마가 돌아가신 걸까, 아님 가출하거나 이혼한 걸까 궁금했지만 그런걸 물어보는건 아이에게 무척이나 실례되는 일이니까 더 물어보지는 못했슴.
마음같아선 아이의 집까지 대려다 주고 싶었지만 진행방향이 정 반대였기 때문에
(사실 오징어 촉수 괴물이 아이를 납치한다는 오해를 받기 싫었기 때문에)
내 우산과 지갑에 있던 만오천원을 꼬맹이에게 쥐어주었슴.
한사코 거절하는 꼬마에게 '형이 너 착해서 용돈주는거야 맛있는거 사먹고 차조심해서 얼른 집에가렴'
라고 말해주고 비에젖은 머리 정돈해주고 궁디팡팡 해주고 보냈슴.
꼬맹이 보내고 나서 가방에서 모자 꺼내서 쓰고 후다닥 걸어가려는데
누가 우산을 똬악 받쳐주었슴.
응? 뭐지 하고 쳐다보니 왠 아가씨가 날 올려다 보며 우산을 대주고 있었슴. (181의 중대형 오징어임)
이 처자가 웃으며 '착한일 하셨네요 ' 라고 말을 걸었슴.
순간 여자사람이 내게 먼저 말을 걸었단 사실에 당황하여 무표정하게 '보셨어요 -_-? ' 라고 말함.
본인이 생긴게 좀 표정없게 생겼슴. 가끔은 우울해 보임. 군대에서 별명이 한니발 랙터였슴. 이미지가 비슷하다나 . 아무튼 표정이 좀 적음
아가씨 살짝 당황함. '아..네 뒤에서 오다가 보니까 우산하고 돈 주시더라구요'
'아 ~ 네 ' 하고 내 갈길 가려니까 이 처자가 말을 더 검.
'비 많이 오는데 저기 앞에서 (파리바게트를 가르키며 ) 비좀 피하고 커피좀 마실래요? '
'저 커피 안먹어요 카페인 과민증이 있어서요'
아가씨 표정 살짝 굳음. 하지만 꿋꿋하게 다시 말을 걸어주었슴.
'그럼 어디까지 가세요? 우산 같이 쓰고가요'
'지금 집가는 중인데요. 여기서 좀 멀어서요 . 혼자가는게 더 빨리가요 먼저 가볼께요 살펴가세요~~'
'아..네'
처자 표정이 굳어졌슴. 하지만 난 UEHARA YUI 야구동영상때문에 바빴슴. 집까지 뛰어옴.
하루 지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진짜 난 병신 이였슴...하...이건 뭐 철갑오징어도 아니고...
아 마무리 어찌 해야되지
ASKY.
ps.안산 한대앞역에서 푸른마을쪽으로 걸어가던 갈색 생머리 아가씨. 말걸어 줘서 고마웠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