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 게시판 |
베스트 |
|
유머 |
|
이야기 |
|
이슈 |
|
생활 |
|
취미 |
|
학술 |
|
방송연예 |
|
방송프로그램 |
|
디지털 |
|
스포츠 |
|
야구팀 |
|
게임1 |
|
게임2 |
|
기타 |
|
운영 |
|
임시게시판 |
|
옵션 |
|
또 왔어요!
댓글에서 한 분이 택이가 바라보는 시점이랑, 셔츠에 대한 해명도 있었음
더 괜찮을 것 같다구 하셔서
일하면서 틈틈히 써봤는데 너무 길어졌네요..
어쨌거나 이로써 저의 지극히 퍼스널한 19,20화로 만족 하렵니다 ㅋㅋㅋ
응팔아 이젠 정말 안녕 ㅠㅠ
-----------------------------------------------------
내가 왜 울었는지 모르겠다.
아니,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정환이의 고백때문인지,
아니면 택이 때문인지
모든게 혼란스럽다.
일단은 마음을 가다듬고 술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택이는 온데 간데 없었다.
“저기요.. 혹시 여기 앉아있던 남자, 나갔나요?”
“네. 한참 전에 나갔는데요?”
“아.. 감사합니다.”
술집에서 나와 두리번 거리며 택이를 찾았지만
택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딜 간거야 대체..
술 마시고 운전하면 안 되는데.
[30분 전 택이 시점]
“나 갈거야. 잡지마. 잡으면 죽어. 택이 너도,”
“덕선아-“
덕선이는 막무가내로 술집을 나갔다.
안 그래도 마음 복잡해 죽겠는데..
우선, 정환이랑 단판을 지어야 겠다.
그때도 지금도,
김정환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기사다.
승부사를 어디에 두어야 내게 유리한지,
전혀 모르겠다.
덕선이가 나가자 마자 입을 열었다.
“정환아. 너가 나 때문에 덕선이 포기한 거 알아.. 근데 내가 보기엔 그건 핑계에 불과해. 나는 표현했고 넌 하지 않았어. 난 내 방식대로 최선을 다 했고, 넌 도망치다 싶이
덕선이를 덩그러니 놓아두고 사천으로 갔어. 이제와서 덕선이한테 표현하는 건, 덕선이만 힘들게 할 뿐이야,”
최대한 냉정하게 말했다.
정환이가 나로 인해 힘들어 했던 것도 알고
그 동안 덕선이를 밀어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선을 넘지 않은 정환이 잘못이다.
용기를 내지 않은 그의 잘못이다.
나로 인해 덕선이를 포기 했다는 것은,
사랑보다 우정을 택한,
정환이의 선택이고 그에 따른 책임과 결과는
정환이의 몫이다.
“어. 핑계야. 덕선이 곁엔 항상 너였어. 나는 항상 한 발 늦었었지. 그래서 난 둘의 행복을 빌었어. 너라면 충분히 덕선이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나는 사천으로 떠났고, 덕선이와 연락도, 만나지도 않았다.”
기다렸다는 듯, 정환이는
지난 기간동안의 묵혀있던 무엇인가를 꺼내듯
덤덤하게 나에게 말했다.
그리곤 얘기를 이어 나갔다.
“근데 힘들더라. 미칠 말큼. 곁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좋을 만큼 덕선이가 더욱 더 절실해지더라. 그래서 알았어, 덕선이 없으면 안돼 나는.”
예상했던 대로다.
그 동안의 시간이 무색해질 만큼,
정환이의 눈빛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정환이도 나만큼 덕선이가 절실하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근데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덕선이때문에 안되겠다. 데리러 갔다온다.”
내가 뭐라 대답할 새도 없이,
자기 할 말만 하고 술집을 나갔다.
가만히 앉아있다가
곧 바로 따라 나갔다.
저 먼 발치에서 정환이와 덕선이가 보였다.
서둘러 다가가고 있는데,
덕선이가 울기 시작하더니
정환이가 안는다.
뿌리쳤지만
이내 포기하는 덕선이가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난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난 분명 덕선이가 정환이를 잊은 줄 알았는데,
이제는 내게 조금의 여지가 생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보다 덕선이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신발 끈이 풀려져 있어도
집에 도착할 때 까지 모르는 내가,
바둑빼고는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는 내가
덕선이 만큼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알 수 있다.
덕선이의 모든 것을 아는 나는,
차라리 지금 이 순간에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이고 싶다.
하지만,
덕선이는 지금
4년전 그때로 돌아가 있다.
나는 그대로 발 길을 돌렸다.
.
.
.
.
.
.
.
[택이 시점 끝]
“아.. 택이 집에 들어왔어요? 네..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안녕히 주무세요 아저씨. ”
툭-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말 한마디 없이 집에 들어가서 연락도 안 하고..
술 마시고 운전은 어떻게 하고 들어간 거야?
휴..
택이랑은 내일 만나서 얘기하고..
일단은.. 정환이..
전화 해야 겠지?
근데 지금 한 시가 넘었는데..
자는 거 아닐까?
기다린댔으니 전화는 해야겠는데..
전화하면 무슨 말을 해야하지?
갑자기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 기분이었다.
조심히 전화기를 들었다.
철컥.
“택이는?”
“집이래. 나 혼자 왔어.”
“어. 피곤할 텐데 잘 자.”
“뭐야 전화하라며, 그게 다야?”
“어.”
“..너 나 좋아하는 거 맞아?”
“반지 줬잖아.”
“아 맞다! 반지!! 술집에 두고왔는데!!”
“죽을래?”
“지금, 지금 가면 있지 않을까??”
“됐어. 거기 일찍 닫아. 얼른 자”
“미안..내일 내가..”
“자라. 좋은 말할 때”
“…응.”
철컥.
반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두고 선
자리를 박차고 나왔으니..
정환이가 챙겼을 줄 알았는데.
하긴..
오늘은 너무 정신이 없었다.
근데 내가 왜 지금 걱정하고 있는 거지?
반지를 잃어버리던 말던,
내가 고백을 받아준 것도 아니고.
아니지..
나한테 준 거니까 내가 잘 챙겼어야…
아 몰라몰라!
머리 아퍼 복잡해.
잠이나 자자.
…….
“내 신경은 온통 너였어.”
“나 너 진짜 좋아.”
“사랑해”
…. 잠이 올리가 있나.
“야. 성덕선.”
이불을 뒤척이고 있는데
옆에서 자고 있던 언니가 말했다.
자는 줄 알았는데..
“..왜.”
“나 선우랑 사귄다.”
“.. 근데?”
“몇 년만에 다시. 안 헤어질 거야 이제.”
“…어쩌라구.”
“너도 좋아하는 사람있으면 만나. 혼자 속 끓이지 말고.”
“뭐래..”
“그래야 인생이 편하다.”
“내가 다 알아서 하거든..”
“한 마디만 더 해라.”
“……”
“자.”
[2015년]
“이거 에요 이거. (반지를 가리키며) 이거 그때, 술집에 두고 와서 잃어 버린 줄 알았는데,
남편이 나중에 이걸 들이밀면서 저한테 청혼 했다니깐요? 나도 미쳤지, 뭐가 좋다고 냉큼 받았는지 모르겠네요. 이 투박한 걸.”
인터뷰 하고 있는데,
남편이 들어온다.
“뭐야? 먼저 하고 있었어?”
“응, 너가 청혼한 얘기 하고 있었어.”
“아, 너가 눈물 콧물 쏟았던 그날? 너 그날 진짜 못생겼었는데.”
“죽을래?”
“아내가 무슨 얘기 했어요?”
“무슨 얘기는, 이걸로 청혼 받았다고 한탄 중 이었지.”
“다이아 반지 사주니까 도로 가져가서 환불 해놓고는.
근데 그거 동룡이가 달라던데? 이따가 가지러 올거야.”
“무슨 개똥같은 소리야? 동룡이를 왜 줘?”
“몰라 변태잖아 걔. 몇 십년 전부터 탐낸다. 그냥 줘”
“미쳤어? 절대 안돼.”
- -잠시 인터뷰 중단 할게요.
“말했다. 절대 안됀다고. 이건 내 자식도 못 줘.”
“시원이가 들으면 섭하겠다.”
“그나저나, 택이네랑 동룡이네 몇 시에 온데? 음식 준비해야 되는데.”
“몰라. 뭘 준비해 애들 오는 거 한 두번 이냐. 캐더링 시켜 캐더링. “
“저번에 택이네 초대 받았을때 음식 안 먹어봤어? 소영씨 음식 솜씨 장난 아니잖아.. 질 수 없어. 당신이 좋아하는 갈치조림이랑 함박 스테이크랑.. 또 뭐하지?”
“꼬막. 너희 어머님께서 해주시던 거. 꼬막도 해줘.”
“아 그거 양념 만들기 귀찮은데.. 알았어. 인터뷰 끝나고 장 보고 오자.”
“오케이~”
- 인터뷰 재개
“아.. 중간에 서로 엇갈린 거요? 글쎄요.. 아 맞다. 그때 아마 셔츠 때문이었을 거에요. 제가 생일선물로 남편한테 분홍색 셔츠를 선물 했는데, 글쎄 그걸 떡하니 자기 형한테 준 거 있죠? 입고 나가는 걸 제 눈으로 봤다니까요. 얼마나 화가 나던지.. 자존심 상해서 그 일은 여태까지도 남편에게 꺼낸 적 없어요."
“형한테 준 적 없는데?”
“발뺌 하지마. 다른 건 몰라도 이건 내가 똑똑히 기억해. 옛날에 정봉오빠가 그 분홍 셔츠입고 만옥이랑 데이트 나가는 거 내가 봤거든!”
“그거 옛날에 만옥이가 형한테 준 건데. 니가 준 건 내가 가지고 있어.”
“무슨 소리야? 한 번도 너 입는 거 본 적 없는데?”
“아무리 그래도 내가 핑크를 어떻게 입냐. 그거 입고 훈련가리?”
“됐어, 한 번도 너 입는 거 못 보고, 그러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지.”
“나를 뭘로 보고, 너가 준 선물을 아무한테나 막 줬을 거라고 생각하냐?”
“아니.. 너가 한번도 얘기해 준 적 없잖아! 당연히 오해하지!! 있으면 가져와봐, 보여줘봐 한 번!”
“됐어. 언제적 옷을 지금 어디서 찾냐. 인터뷰나 계속 해.”
“사람 성의를 봐서라도 한 번은 입어줬어야지. 갖고 있었으면서 어떻게 20년이 넘게 한 번을 안 입냐?
보나마다 어따가 갖다 쳐박아두고 어딨는지도 모르겠지. 됐네요.”
“...저, 담배 한 대만 피고 올게요.”
"하여튼, 저 사람은 최소한의 예의란 걸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어요. 다른 건 잘만 입고 다니면서, 어떻게 그래요? 참나.
그래도 만옥이가 준 거 라니까, 20년 묵은 체증은 좀 풀리네요. 근데 기집애, 언제 같은 걸 몰래 사서 줬데?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웃음)
"
.
.
.
.
.
.
.
.
.
.
.
.
[며칠 후, 공군 사령부]
“중령님, 늘 궁금 했었는데… (벽에 걸려있는 분홍 셔츠를 가리키며) 저건 왜 항상 안 입으시고 저기에 걸어 두세요?”
“첫 선물.”
“네?”
“첫사랑한테 받은 첫 선물이라. 입기 아까워서.”
“우와...근데 사모님이 아시면 화내시겠어요.”
“어. 엄청 화낼 거야. (피식 웃는다)”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