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 저를 제외하고 정확히 19명과 함께 빅버드를 찾았습니다.
평소 일요일 함께 공을 차는 조기축구회 동호인들과 함께였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표가 15장 밖에 없었던 관계로
저는 11시20분경 빅버드 매표소에 줄서서 기다린 끝에 모자란 5장의 표를 살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평소 축구에 아주 관심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천둥번개나 치나 전혀 아량곳 않고 일요일 오전이면 언제나 운동장에 모여 공을 차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성향에 대해 정확히 말하자면 이들은 유럽축구와 국대 축구에 관심이 많으면서
K-리그는 관중도 없고 느리고 재미도 없다는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분당과 용인의 죽전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인데
제가 놀란 것은 어제 경기장을 함께 찾은 사람들 중 단 한사람도 빅버드나 탄천을 방문해 본적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내심 쾌재를 불렀습니다. 제 경험상 어제의 경기는 이들에게 K-리그에 대한 선입견을 고쳐줄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 2시가 경기시작 시간이라고 거짓말을 한후 1시에 팔달구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어제같이 지옥같은 교통상황에서도 모두들 제시간에 경기를 볼 수가 있었습니다.
비록 선의의 거짓말에 대한 욕을 조금 먹기는 했지만 모두들 싫어하지는 않는 눈치였습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이들은 역시나 제 예상대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K-리그에 대한 기존의 잘못된 모든 인식을
송두리째 바꾼 후 집으로 돌아 갔습니다.
경기장 근처에 도착한 이들은 한결같이 빅버드 주위의 요란법석한 분위기에 압도 당했는데
오늘 혹시 맨유랑 경기하느냐?는 농담조의 반응도 나왔고
국가대표 경기가 아니라 국내리그에도 이런 현상이 일어난단 말이냐며 한결같이 믿기지 않는다는듯 놀라움을 표시했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자신이 잠실 야구장은 아들이랑 3~4번 가서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해 보았는데
언제나 썰렁한 관중석으로 경기하는 줄 알았던 국내축구 경기가 실제로는 이런 것이었냐는 반응을 보인이도 있었습니다.
이 양반은 오늘 케톡에서 잠깐 논쟁거리가 되었던 것과 똑같이
여기가 야구장이 아니라 축구장이냐며 웃으며 저에게 묻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이들의 반응이나 농담섞인 질문에 굳이 자세한 대답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들에게는 단지 그동안 언론이 얼마나 축구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는지와
오늘은 조금 특별한 케이스긴 하지만 수원 경기장에는 평상시에도 주말경기가 있는 날에는
야구보다 많은 2~3만명의 관중들이 꾸준이 경기장을 찾는다는 부연설명만을 하면 그것으로 족했습니다.
이미 이들은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었기에 그외 설명들은 구태여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들과 함께 밖에서 가볍게 맥주한잔을 한 후 3시경에 경기장에 들어갔는데 이들은 경기장에 들어가서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축구전용구장의 아름다움에 또 한번 감탄사를 연발했으며 꽉찬 관중석과 열띤 경기장 분위기에
이들은 마치 설악산 단풍구경을 온 시골 노인네 마냥 기뻐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저는 이미 제가 오늘 의도했던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판단되어 무척이나 기뼜습니다.
그런데 저를 놀라게 한 것은 경기후 이들이 보인 반응이었습니다.
아니 K-리그가 이렇게 타이트하고 스피드했었나? 압박이 너무 심해 도무지 치고 들어갈 공간이나 틈 자체를 주지 않네.
공이 순식간에 이리갔다 저리 갔다 하는게 꼭 유럽축구 보는것 같다. 라는게 이들의 전반적인 경기 관전평이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K-리그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였으며
K-리그에 대해 얼마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몸소 체험했다 했습니다.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아무리 말로 설명해 보아야 그저 소귀에 경읽기일뿐
이렇게 한번이라도 직접 보게 하는것이 그저 짱땡입니다.
저는 이것으로 족했습니다.
경기후 분당으로 돌아와 이들과 저녁겸 소주 한 잔을 들이키는데 왜그렇게 술맛이 좋던지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가 않았습니다.
참으로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cf.1) 오늘 함께한 20명중에 가족단위가 3가족이었는데 경기 후 나오다 10월 8일 전북전 광고를 보더니 저에게 묻더군요. 저경기는 어떠냐고? 그래서 설명해 주었습니다. 전북이 현재 k-리그 1위팀이고 아직 경기가 12일과 8일중 결정이 안되었지만 만약 8일 주말로 결정된다면 저경기도 최소 3만명은 올 빅매치라고 말이죠. 그랬더니 모두들 그날도 꼭 다시 오겠다고 하더군요. 제가 가지고 있던 5장의 연간회원권을 그자리에서 바로 빼앗겼습니다. 8일은 성남경기가 있는 날이기도 하지만 제 아들놈 운동회날이기 때문이지요.
cf.2) 어제 경기장을 찾았던 사람들은 40대 가장들로서 10만원도 하지 않는 연간회원권에 경제적 부담을 전혀 느끼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입장시 나눠 주었던 2012년 연간회원권 안내문을 보더니 그거 한장에 일년에 있을 30게임 정도를 모두 볼 수 있다고 하니 벌써 4명이 총11장의 연간회원권을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저에게 피력했습니다. 최소한 내년 수원은 신규회원 11명은 늘었습니다.
- 아이러브사커 성남탄천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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