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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베를 무조건 100% 나쁘게만 생각하지는 않는 입장입니다.
일베에서 하는 주장을 들어볼 때에는 기본적으로 일베를 이해하려는 입장에서 들어보려 하는 편이지요. 사실 까놓고 얘기해서 일베를 포함한 보수라고 해서 그들의 주장이 모두 궤변인 것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인정할만한 주장들도 있고, 배울만한 점도 있어요. 우리나라에 보수들의 숫자도 하나 둘이 아니고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도 하나 둘이 아닌데, 어떻게 그것들이 전부 엉터리일 수 있겠습니까. 보수들의 얘기 중에도 당연히 귀담아 들을 말이 있지요. 그게 사실입니다.
다만 그 사실은, 많은 분들이 "인정하기 싫기 때문에 애써 부정해온 사실"이라기보다는 "너무나 당연한 기본이기 때문에 하나마나한 얘기나 마찬가지라서 굳이 따로 전제하지 않은 사실"이겠지요.
더구나 보수는 10여년 전부터 "보수는 팩트를 중시한다" 라는 내용으로 서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보수끼리 모여 보수놀이를 할 때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납니다.
1. 보수가 팩트를 중시한다.
2. 그러니까, 보수의 반대편에 있는 진보는 팩트를 중시하지 않는거다.
3. 팩트를 중시하지 않는거니까 감성팔이를 하는거다.
4. 감성팔이를 하는거니까 진보는 옳지 못한거 아니냐.
이런 논리구조죠.
사실 팩트를 추구하고 팩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것을 소홀히 한다면 그 쪽이 더 문제있는 것이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보수의 "팩트에 근거한 주장"이 실세계에서 큰 설득력을 발휘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팩트를 중시하며 팩트와 진실을 숭상한다니까 이론적으로 생각해보면 정말 좋은 일이고 본받을만한 주장이어야 하는데, 실제 현실이 그렇지가 않습니다. 아무래도 실생활에서 떳떳이 자기 이름 걸고 내놓고 말하기에는 난감하고, 주장하는 사람 스스로도 차마 내놓고는 말 못하는 내용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팩트의 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얘기하려면 작은 책 한권이 나올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것 2가지만 얘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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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act와 Truth의 혼동
어떤 사람이 아주 웃긴 개그프로를 봐서 정신없이 웃고 있고, 다른 사람이 그 웃는 모습을 계속 촬영하는 중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웃는모습을 계속 찍은 뒤 그것을 한프레임 한프레임 따로 떼어놓고 관찰하면, 한 장면 정도는 우는 듯한 모습이 나오기도 합니다. 사람 얼굴 근육이라는게 그러니까요. 이 "우는 모습"이 fact고, "이 사람은 웃는 중이다"라는 사실이 truth라고 보면 됩니다. 이 사진 한장을 근거로 "이 사람은 우는 중이다"라고 주장하는게 보수 스타일이죠.
사실 "우는 모습 한장면"도 "fact 장면"이라고 인정하기에는 약하고, "fact라고 우기면 할말없는 장면" (어쨌든 찡그리는 듯한 느낌의 표정이 생긴건 맞으니까) 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지만.
김연아가 점프하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을 보면, 웃음이 터져나올 정도로 일그러진 얼굴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입은 꽉 다물고 눈은 콱 치켜뜨고 볼에는 힘이 들어간 엽기얼굴이 나오죠. 그러나 이 얼굴을 근거로 해서 "김연아는 이런 모습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면, 거기에 찬성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2) 팩트만 있지 로직이 없는경우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해서, 저번에 실제로 보았던 (그러나 워낙 극단적인 경우라서 차마 보수들조차도 많이는 얘기하지 못한) 사례를 얘기하겠습니다.
- IMF의 주범은 김대중이다.
- 1997년 11월 22일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 임창열 IMF구제금융 정식요청 발표
- 1997년 12월 18일 김대중 후보, 제15대 대통령에 당선
- 1997년 12월 24일 정부, IMF 구제금융 협상에 대한 신청을 발표
- 1997년 12월 25일 IMF 및 주요 선진국 자금 조기지원 발표
- 김대중이 당선되고 나니까 IMF 체제가 시작됐다.
- 따라서 IMF의 주범은 김대중.
딱 봐도 뭔가 말이 안되죠?
그런데 저 주장을 꺼낸 보수들은 ("모든 보수"라고는 말 않겠습니다) 저 주장을 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팩트와 논리에 의거한 아주 이성적인 생각을 했다고 굳게 믿습니다. 진짜로 그렇게 믿으며, 진짜로 스스로 대견해 하고 뿌듯해 합니다.
왜?
최소한 저 위에 적힌 사실들은 맞거든요.
인과 관계와 전체적 이해는 따지지 않고 그냥 "발생된 사실"만 가지고 얘기하면, 저 1997년 말의 사실들은 정말로 명백히 맞는 얘기들입니다. 당시 신문들을 찾아봐도 확실합니다.
"어쨌든 김대중이 당선되고 난 뒤에 IMF가 온건 맞으니까, 김대중이 IMF의 주범 아니냐"라는 주장은 그래서 그들에게는 진리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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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생각하기를, 저번의 국정원 직원 셀프감금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보수언론 및 보수측에서는 당시 국정원 댓글직원이 문을 닫아걸고 밖으로 나오지 않은것을 가지고 "문재인 후보측에서 어린 여자애를 감금하였다"고 주장했는데, 이 말을 하면서 속으로 부끄러워하지 않고서 정말 내가 옳다는 확신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최소한 그 국정원 여직원이 자기 방에 들어가 밖으로 안나오고 있었던건 맞거든요. 그리고 문재인 후보측에서는 철수를 명하지 않았고, "그러니까 문재인 후보측에서 그 여직원을 감금한게 맞지 않느냐. 어떠냐 나의 이 이성적인 논리!" 이것이 바로 보수의 사고구조인 것이죠.
즉, 하나의 사건이나 현상을 보고 이해하는데 있어서 시각의 촛점 및 사고구조가 약간 다르기 때문에 보수와 진보가 서로 얘기가 잘 안 통한다는 것이죠.
원하는 팩트만 선별적으로 취사한다거나, 팩트에 대한 조작을 가볍게 생각한다는 특징도 있고요.
이런게 어떻게 사회적으로 공감과 지지를 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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