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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어느 기사의 씁쓸한 문구가 떠오른다."수능에서 국사를 선택하는 학생이 7년째 줄어들고 있다" 슬프지만 그럴법하다고 생각했다.5년의 역사 인생은 내게 인고의 시간이었다.어쩌면 칠판을 들여다보는 일보다 시계를 흘끔대는 것이 더 잦았을지도 몰랐다.누런 때깔의 겉표지만 봐도 징글맞았다.나는 국사를 싫어하는 무수한 학생의 하나였다.이런 과목을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책정했으니 어느 누가 국사를 집어들겠는가. 분명 국사는 응시자에게 그리 탐탁지 않은 문제지다.두껍고 불편하며 외울 것은 산더미 같고. 국사를 외우는 것이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결격 사유가 되어버린 이상 학생들은 이 과목을 쉽사리 선택할 수가 없다.안타깝다.국사를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이며 불편하고 지루한 배움으로 치부하게 하는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가.
무한도전의 TV 특강 특집은 그래서 남달랐다.다소 부산하고 친근한 이미지의 예능인을 선생님으로 내세워 기존의 고리타분한 교육 방식을 뒤집어엎었다.교사가 된 무한도전의 멤버들은 무엇보다 재미있는 가르침을 나누고 싶어했다.지루하지 않은 국사 시간을 만드는 것. 그게 바로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맡겨진 숙제였다.재미. 그리고 진정성이다.
무한도전 특강의 미덕은 역사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기억시켰다는 점이다.안중근 의사의 선혈을 손가락 마디마디에 심어두고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의 불편하지만 응시해야 할 시간을 목격했다.교사가 직접 체득하여 돌아온 이 값진 감정은 고스란히 아이들의 영양분이 되어 돌아갔다."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안중근 의사의 고결한 용기는 아들에게 수의를 지어 보내며 정의를 지원한 모성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몰랐다.유재석이 강의 말미에 읽은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에 아이들은 울었다.
"저흰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 그래서 무한도전을 떠올렸다.그녀의 말에. 인기 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에 게스트로 출연한 시크릿 그리고 전효성은 한껏 고무되어 있었다.시크릿의 리더인 그녀에게 모처럼 신곡을 들고 행진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출연은 꽤 즐거운 이벤트였으리라. 그 들뜬 기분이 좀 과했다.티비가 아닌 라디오라고 해도, 생방송 도중의 인기 방송에서 어느 특정한 집단의 문제적 놀이를 가감 없이 끌어들였다.'민주화' 그것은 인터넷 용어도 2013년의 신조어도 아니다.전효성은 과연 개성을 존중해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 이 결코 상응할 수 없는 두 개의 말이 전하는 괴리감을 이해하기라도 할까.
단어의 뜻을 몇 개 이해하지도 못하던 그 어린 시절 친구와 입씨름을 하다 무기처럼 던지는 말이 그거였다."민주주의 국가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거 한다는데~"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허락해준 개념이 바로 민주주의다.이 고결한 단어를 전효성은 개인의 개성을 억압한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했다.억압의 세월을 살아왔던 우리들에게 민주화,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단어 이상의 가치를 전한다.그것은 기억이고 역사고 아픔이며 환희다.이 소중한 단어를 전혀 상반된 개념의 부정적인 의도로 장난칠 수 있는 이 아이돌의 곪아버린 역사관이 무섭다.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이다.도대체 너는 무한도전에서 무엇을 배웠느냐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4일 남긴 어느 날이었다.
그럼에도 무한도전은 전효성을 편집하지 않았다.무한도전은 지난 회차가 그랬던 것처럼 꿋꿋하게 전효성의 얼굴과 말을 티비 앞으로 실어 보냈다.유달리 리액션이 큰 전효성은 윤봉길 의사를 소개 받을 때 그랬던 것처럼 침략의 역사 앞에서 큰 감흥을 받은 태도를 보였다.고개를 끄덕이고 심지어 필기까지 하며. 유달리 큰 리액션의 전효성을 발견할 때마다 한 번씩 스쳐 지나가는 의문을 어찌할 수 없었다."도대체 너는 이 시간에 뭘 배운 거니."
유독 디테일에 강한 김태호 피디지만 꽤 많은 공을 들인 에피소드라는 것을 구석구석 쓸고 닦은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체감할 수 있었다.2주 분량의 특집에 마지막 방송 분량을 5.18에 맞춰 그날의 의미를 더욱 견고히 했다.무한도전에서 그리 환영하지 않는 떼거지 아이돌 게스트조차 남다른 쓰임새로 쓰여졌다.이 정도의 애를 쓴 방송을 어느 아이돌의 구설수에 흠집 낸다는 것이 김태호 피디 또한 즐거울 리 있었겠는가. 네티즌의 편집 요구를 떠나 그저 개인의 괘씸죄만으로도 덕지덕지 모자이크를 붙여 내보내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많은 이들이 전효성의 얼굴이 나올 때마다 너는 도대체 뭘 배운 거니 따위의 야유를 퍼부을 테니까.
기존 예능에서 아이돌의 부족한 상식이란 그저 조롱거리에 불과했다.허나 무한도전은 어른의 당면 과제로 받아들이게 했다.재미가 없다고? 그럼 재미있게 가르치면 된다.장난을 치며 스타 골든벨의 흉내를 내던 아이들이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 앞에 눈물을 흘렸다.적어도 이 프로그램에서만큼은 아이돌의 부족한 상식이 놀림거리가 되지 않았다.
비록 전효성의 민주화 대란은 야유를 낳았지만 어느 아이돌은 깨우침을 이야기했다.카라의 한승연은 직접적으로 무한도전을 거론하며 배움의 중요성을 설파한다."5월 18일, 오늘같이 의미 깊은 날 무한도전 보며 지난주에 이어 모자란 역사공부 하고 있어요! 여러분들도 보시길 바래요!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이렇게 살 수 있게 해 주셔서!"
25살의 윤봉길 의사가 자결을 각오하고 도시락 폭탄을 던졌을 때 25살의 아이돌 전효성은 역사를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어쩌면 무한도전은 편집을 거부하면서까지 그녀에게 가르침을 주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그녀가 민주화라는 말을 희롱할 수 있는 자유마저도 지난 역사가 일으켜 세운 민주주의 때문이라고. 전효성을 편집해도 관념은 남아 흐른다.어쩌면 무도가 편집하지 않은 전효성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이 던진 진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국사를 배우는 것이 손해라고 생각하게 하는 대한민국 교육의 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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