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평생을 싱글로, 솔로로 살아야겠다 마음먹었는데 이게 생각했던 것 처럼, 금연처럼 쉽지가 않다.
오늘은 너무나 많은 만났던 이성들, 만나고 싶었던 이성을 단시간에 만났다. 나의 의지가 굳기 못 했던 것에 대한 시험이었을까?
햄릿의 그 고뇌보다 더 복잡했노라 자신있게 주장 할 수 있을 만큼 내 고뇌는 극에 다달았다.
시험일까...정도일까...내 발언은 흔히 내뱉는 단어였을까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난 진심이렀을까. 분명 가장 강하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시달리는(?) 나의 본모습은 무엇일까? 미소가 너무 예쁘다 흔할 수도 있는데...그저 스쳐지나가고싶다.
★ 꽃향유。 (2012-08-25 00:25:00)   추천:0 / 반대:0                 IP:        
gp917 제가 공익출신이라 군대에 대한 배경지식이 약한게 안타깝네요.
살면서 한 번 쯤은 죽음의 문턱에 다가가는 경험을 하곤 한다.
물론 그러한 경험이 없이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파릇파릇한 20대의 시절에 죽음의 그 절벽 끝에 당도해봤다.
죽음이 가까이 다가온다는 것은 영화처럼 실루엣이 보이는 것이
아니고 지극히 현실적인 순간이면서 불안한 미래를 예감하는
순간이다. 때는 20살 남들보다 빠른 시기에 군대에 들어간 나는
GP에서 근무를 서게 되었다. 누구나 다 최전방에서는 근무하기를
싫어했지만 인생은 뺑뺑이였기 때문에 그렇게 큰 불만없이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하늘이 유달리 화창하던 가을 날 선임과 나는
초소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예수가 볶음밥을 보면서 뭐라고 했게?
누가복음!이라는 선임의 우스개 소리를 들으면서 말 그대로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그러다 아침에 먹은 김치 볶음 밥이 잘못되었는지
배가 야시꾸리하게 아파왔다. 화장실까지 갈 정도의 여유가 없던
나는 선임에게 사정을 했고 근처 풀 숲에서 두리번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나무들과 풀만 무성한 곳에서도 나는 용변을 잘 보기 위한
핫 플레이스를 찾고 있었고, 그러다 썩어가는 나무 옆에 희끄무레한
종이가 보였다. 종이를 주으려고 허리를 굽이는 순간 어디선가 내
귀를 찢는 듯한 총성이 들렸고 바로 옆에 있던 썩은 나뭇가지는
총알의 파편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때 내 몸의 모든 세포들은 경직되어
움직이지 않았고 안색은 파래졌으며 이제 끝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총성은 들려도 내가 있는 쪽으로는 다시 총알이 오지 않았고
나는 순간적으로 x됬다라는 생각과 함께 그 종이를 들고 죽을
힘을 다해 초소로 뛰어갔다. 그렇지만  아픈 배는 이런 상황을
알아줄리 없었다. 아래로는 뜨뜨미지근한  그 무엇이 나오면서
초소를 향해 뛰었고 선임은 이미 통신을 마친 후에 전투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단순한 북한군의 도발로 일은 마무리 되었고 나는
대변도 못참는 똥쟁이와 근무지 이탈로 경고를 받게 되었지만
썩은 나무의 박혀있을 그 총알로부터는 무사했었다. 징계를 받은 후
주머니에 꼬깃꼬짓 박혀있던 종이를 꺼내보았다. 나의 목숨을
살려주게 해준 그 종이는 무엇인가. 세월의 흔적으로 색은 조금
바랬지만 지워지지 않은 글들과 흰색종이에 살색이 생각보다 많이
보이는 종이였다. 이달의 맥심걸 no. 917 이라는 소개와 함께
입은 듯 안 입은 듯한 옷을 걸친 여인이 그 종이에 숨쉬고 있었다.
누군가의 성적인 욕망이 나를 구한 것을 생각하면 우습기도 했지만
그래도 신성시되기까지 했다. 나는 그 종이를 다시 곱게 접어 가슴팍
주머니에 수호신이라도 되는 듯 보관을 하면서 군 생활을 이어갔다.
그렇게 전역을 하고 평소에 알던 유머사이트를 가입하려는데 막상
딱히 떠오르는 아이디가 없었다. 제대를 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 것일까
문득 전역복에 숨쉬고 있을 그 종이가 떠올라서 있가 거침없이
아이디 창에 타자기로 타이핑을 치고 가입을 마무리 했다.
아이디 : GP917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