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교훈 제2회-이론보다 실기가 중요
읍참마속이란 말이 있다. 울며 마속을 베었다는 뜻이다. 왜 제갈공명은 그토록 중요한 가정 수비를 왜 하필이면 마속 같은 사람에게 맡긴 것일까?
사실, 마속은 이론에는 밝은 사람이었다. 제갈공명이 남만정벌을 나설 때, 적을 진정으로 굴복시키려면 마음을 굴복시켜야한다고 조언을 했던 사람이 바로 마속이었다. 그래서 제갈공명은 칠종칠금으로 맹획의 마음을 굴복시킨 것이다.
제갈공명은 이런 마속을 장차 후계자감으로까지 생각할 정도로 무척 아꼈다.
그런데, 제갈공명이 미처 생각을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마속이 이론에만 밝지 실기에는 어둡다는 것이다. 유비는 죽기 전에 마속은 말만 앞서지 행동이 미치질 못하니 중용하지 말라고 분명히 조언을 했었다. 그러나 공명은 이 유언을 지키지 않았다.
어쩌면 공명은 유비의 유언은 지킬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공명이 만류를 했는데도 유비는 관우의 원수를 갚는다고 오를 정벌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켰다가 이릉에서 숲을 따라 진을 친 것 때문에 육손의 화공에 대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공명은 이 사실 때문에 유비에게 크게 실망을 해서 유비 같은 사람의 유언은 지킬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가정 수비를 맡게 된 마속은 이론에만 치중해서 높은 곳에 진을 치려한다. 병법서에 높은 곳에 진을 쳐야 유리하다고 나와있기 때문에 그래야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실전 경험이 많은 왕평은 물을 확보하려면 낮은 곳에 진을 쳐야한다고 했다. 그러나 교만한 마속은 왕평의 말을 듣지 않고 높은 곳에 진을 쳤다가 결국 가정을 잃고 만다.
마속의 이론보다 왕평의 실기가 중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제갈공명의 북벌계획에 치명타가 되고야 말았다.
전국시대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진과 조가 전쟁을 할 때, 조에는 명장 염파가 있었다. 진은 염파에 대해서 헛소문을 퍼뜨렸고, 조는 이 헛소문을 믿고, 염파를 파직한 후 조괄을 대장군직에 앉혔다. 그런데, 조괄은 이론에만 밝지, 실기에는 어두운 사람이었다. 결국 조는 진에게 대패하고 만다.
이론과 실기는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그래도 둘 중에 하나를 뽑아야한다면 당연히 실기다. 이론은 실기를 익혀가면서 천천히 익혀도 되지만, 실기는 이론부터 다 배운 다음에 익히려면 늦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술을 천시하는 유교적 악습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론을 더욱 중시한다. 그래서, 실기를 가르치는 직업학교 보다는 이론을 가르치는 대학이 더욱 크게 활성화되어있다.
사실,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기 때문에 장래희망이 학자인 학생들만 가야하는 곳이고, 그냥 취직해서 돈버는 게 목적이라면 모두 직업학교로 가야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능력보다 학벌을 중시하는 잘못된 풍토 때문에 대학으로만 몰리고 있다. 고교생의 대학 진학률이 80%라니... 누가 보더라도 이건 미친 나라다.
독일처럼 직업학교를 활성화시켜서 마이스터를 양성해낼 생각은 하지 않고 엉뚱하게 대학교육에만 열을 올린다.
사실 회사의 간부직도 평사원 노릇을 오래 해본 직업학교 출신 중에서 뽑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학만 다녀서 직업 실기가 어떤 것인지는 알지도 못하는 인간을 간부직에 앉힌다. 이러니 될 리가 없다. 세계무대에만 나가면 밀리는 것이 당연하다.
대한민국이 교육열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건 자랑거리가 아니라 수치거리다. 왜냐하면 대학민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마속 같은 인재만 잔뜩 길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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