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대학교 새내기임

학교에 친한 형이 한 명 있었는데

그 형이랑 학교 외부에서 하는 어떤 민간 자격증 수업을 들으러 가게 됨.

사실 수업 자체는 아주아주베리베리 만족. 강사님이 전 서울대 교수였는데 강의도 잘 하셨고 괜찮았음.

문제는 그 수업을 주관한 곳이 어느 교회였는데, 나랑 같이 수업 들은 그 형도 그 교회 사람이었음.

그리고 그 수업 듣는 사람들 상당수도 그 교회 사람이었음...

근데 그 때까지는 수업도 괜찮았고 사람들도 좋아서 그냥저냥 친해지고 잘 지냈음

나보다 열 살씩 많은 형들도 막 있으니까 그 분들한테 인생 상담도 좀 받고 그럼.

학교에서 자주 보고 밥도 먹고 그랬음..커피도 얻어먹고

그러다가 거기 아저씨 한 분이 어디서 좀 보자고 해서 가보니까 교회였음.

나한테 성경을 가르쳐 주겠다고 함

난 조금도 의심하지 않음. 어차피 기독교인들인 건 알고 있었고, 그 아저씨가 이상한 사람 같지도 않았고,

결정적으로 교회 다니라, 신앙을 가지라 강요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ㅇㅋ했음

성경 한번 읽어보고싶기도 했고.

처음에는 아주 그럴싸했음. 난 성경이 문학, 역사, 철학적으로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을 했지만

과학을 갖다대면 중학생 판타지 소설 수준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아저씨가 풀이해준 성경은 과학적으로도 좀 말이 되었음.

예를 들면 성경에서 누구가 어디 야만족이랑 전쟁하는데 해가 지려고 해서, 어두우면 야만족들이 밤눈이 좋아서 유리하니까 '태양을 멈추게 해달라고 기도를 올리고, 정말 태양이 멈추었다.' 라고 성경에 적혀있는 것을, 실제 태양이 멈춘 게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그 사람들의 신앙과 열망이 해가 지기전에 승리할 수 있게끔 한 힘이 된 것이고, 하느님이 그렇게 되게끔 이끌어주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설명해주는 거였음.

근데 갈수록 이 사람들 이상해짐

삼위 일체 얘기할 때부터 꼬임

지금 기독교에서 가르치는 삼위일체는 잘못된 거라고, 로마에서 거수로 결정한 '인간 기준의' 삼위일체이며,

진짜 삼위일체의 뜻은 그런 게 아니라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각각 따로 존재한다고 함.

하지만 하느님은 유일신이라고, 셋의 하나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 그 뜻이 일체라고 삼위일체라 함...

근데 각각 따로 존재한다는 말은, 각각 별개의 인격체라는 것이고

유일신이라는 것은 유일한 절대적 존재라는 뜻 아님?

....

난 여기서부터 멘붕하기 시작

이걸 그 목사님한테 여쭤봤는데 계속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아빠 아들 엄마인데 한 가정을 이루고 있어서 그 가정이 하나라고

그런 소리만 계속 반복을 해서 그때부터 좀 꼬임.

본인 학교는 기독교 학교라서 성서 수업이 교양필수였음. 그 수업에서 교수님이 하느님은 유일신이고 발현되는 위격이 성부성령성자로 세 가지다.

라고 했는데 난 그 말을 H2O가 수증기, 물, 얼음으로 존재하지만 H2O는 H2O이다. 이런 느낌으로 받아들였음.

이게 아빠엄마아들 가정 나부랭이보다 한 백만배 정도 그럴싸했음.

그리고 이 목사님은, 원래 성경에 나오는 말들은 다 비유적인 표현이라고.

그걸 성경의 내용을 기반으로 풀어야 한다고 계속 얘길 하면서 무슨 예수님이 구름타고 온다 이런 게 말이 되냐고

구름타고 오면 인공위성에서 젤 먼저 포착하지 않겠냐. 구름이란 건 '사람의 몸'을 비유한 거다. 이런 식으로 계속 기존 교회들을 깠는데

갑자기 강한 드립을 던진 게 처녀잉태는 사실이라고 함;;

예수가 죄가 없는 깨끗한 몸으로 나와야 했기 때문에 남자의 정을 통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부의 힘으로 처녀잉태하여 예수가 나왔다.

본인은 생물학도임

물론 새내기라서 전공을 한 학기밖에 안 배웠음 하지만 생물 덕후임

어떻게 XX 염색체만 가진 여인네 몸에서 Y가 창조되는 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음

목사님은 믿음으로 넘어가야 하는 문제라고 함

게다가 막 인간은 하느님의 짝으로 창조된 거라면서, 사람이 죄를 모두 씻으면 하느님의 신부가 된다고 그럼.

그리고 하느님한테 계속 기도하고 답을 구하다가 영력?이 열리면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수도 있다면서

무슨 NASA에서 달에 물이 있다는 걸 발견하기 전에 자기들 교회에 총 회장 목사님이 그걸 아셨다고

성경에 그렇게 적혀있었고, 하느님이 그렇게 말해서 알고 있었다고.

여기까지만 구라를 쳤으면 ㅇㅋ 했을텐데 그게 신기해서 나사에서 목사님을 찾아왔다고 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봐서 성경에 적혀있다고 대답하셨다고 ㅋㅋㅋㅋ 그땐 너무 웃겼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어디 큰 교회도 아니고 관악구 봉천동ㅋㅋㅋㅋㅋㅋㅋ 존나 쪼그만 교회 목사님 말씀에 놀라서 무려 나사에서 찾아옴

그러다 동성애 얘기가 나왔는데 정신병이라고 함.

내가 아니라고 동성애는 유전적인 경우가 많다고, 동성애 유전자를 찾는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니까 절대 아니라고.

동성애는 어릴 때의 가정환경이 불우하거나 남중 남고 이런 테크트리를 탄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겨서,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정신병이라고. 그리고 그런 게이와 레즈비언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만은 선천적으로 동성애 성향을 띄는 경우가 좀 있는 것 같다. 성경에서도 죄의 유전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렇게 얘길 함...

내가 획득 형질은 유전될 수 없다고 하니까 니가 식견이 좁다면서 왜 유전이 안 되냐고 니가 뭘 그리 많이 아냐고 교만하다면서 인신공격함

빡쳐서 이제 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