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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best_391774
작성자 :
StarDream
★
추천 :
10
조회수 : 2884
IP : 121.182.***.180
댓글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9/29 21:08:24
원글작성시간 : 2011/09/25 12:43:00
http://todayhumor.com/?humorbest_391774
모바일
[펌][장편,브금]박쥐 - 17(完)
72.
동훈은 이를 꽉 물었다. 권총이 아닌 칼로 사람을 찌른다는 것은 상상 이상의 용기를 필요로 한다. 권총은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화약의 힘으로 총알이 튀어나가 사람을 죽이지만 칼이라는 것은 직접 자신의 손으로 상대의 몸으로 파고 들어가는 느낌을 느낀다. 실제로 살인자들은 그 손맛을 잊지 못해 권총보다는 칼을 사용한다는 보고가 많다.
칼의 손잡이를 고쳐 잡는 그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동훈의 몸에 일환의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일환을 덮친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근육의 경련인가. 동훈의 뇌가 초당 몇 십만 번의 전류와 진동으로 오감에게 일환의 상태를 느끼도록 지시한다.
일환은 아주 조금씩 몸을 떨며 온 몸의 힘을 빼고 있었다. 마치 모든 걸 포기한 듯한 움직임. 하지만 동훈은 그런 행동에 속지 않는다. 일환의 등에 타고 올라앉은 채로 그의 머리카락을 잡고 고개를 뒤로 재꼈다. 그 순간 동석과 동훈의 시선이 일환의 얼굴에 못 박힌 듯 고정되어버렸다. 총알은 맞은 자리가 그사이에 아물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일환. 그가 울고 있었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일환의 얼굴은 묘한 동정심을 불러 일으켰다. 길게 자라버린 송곳니 사이로 뚝뚝 흘러내리는 눈물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외모처럼 괴물 같던 힘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지금은 단지 송곳니가 길게 난 58세의 늙은 남자일 뿐이다.
"어서 날 죽여! 지금이야. 지금이 아니면 안돼! 라미아는 라미아의 단검으로 쫓아내는 수밖에 없어. 어서 날 찌르란 말이야."
동석과 동훈은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아까와 같이 덤벼들 기세는 없다는 사실은 느꼈다.
"찔러. 그렇지 않으면 라미아가 돌아온다. 다시 악몽으로 사람들에게서 힘을 흡수해서 나에게 돌아 올거야. 총에 맞아 라미아가 방심한 틈을 타 겨우 흡수했던 힘을 모두 꺼내어 버렸는데...... 다시 힘을 회복해 숙주인 나에게 돌아오면 모든 것이 도루묵이 된단 말이다. 내가 없어져야해. 힘이 약해져서 나의 의지가 강해진 지금 내가 목숨을 잃으면 라미아는 더 이상 머물 숙주가 없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꺼야!"
일환의 입에서 흘러나왔던 수많은 피는 라미아가 흡수했던 피가 맞았다.
"어서 찔러!"
일환은 동훈에게 머리를 잡힌 채로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동훈은 일환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직감으로 알았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그를 죽여야 하는 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여기서 그를 죽이면 이 사건의 자세한 전모를 아무도 모르게 된다. 하지만 이대로 놔두면 일환의 말처럼 <라미아>가 다시 돌아와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게 된다.
"젠장. 최일환. 당신을 살인 미수혐의 및, 시체 유기 혐의로 체포하겠소."
동훈은 그동안 계속 허리에 차고 있던 수갑을 꺼내어 일환의 손목에 채웠다. 우선은 자세한 사건의 내막을 들어보기로 결정했다.
"소용없어. 날 죽이지 않으면 이런 일은 끝나지 않아!"
일환의 발악에도 동훈은 묵묵히 수갑을 채워 그를 지하실에서 데리고 나갔다. 동석은 아기를 한 손에 안고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
73.
"내가 젊었을 때였지. 여자랑 헤어지고 너무 괴로운 나머지 강에 뛰어 내린 적이 있어."
동석은 일환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대번에 알아챘다. 하지만 조서를 작성하는 동훈을 위해 잠자코 있었다.
"정말 어리석었지. 겨우 여자 때문에 자살 따위를 하다니...... 그땐 정말 죽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어."
일환은 잠깐 미소를 지었다. 곧이어 무표정한 얼굴로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강물 안에 빠져 들었을 때 나는 정말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어디선가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어왔어. 날 구해주겠다고 하더군.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나는 결국 죽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도움을 청했어. 그게 나의 실수였지. 그 후로 나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서서히 잠식당하기 시작한거야. 나 스스로도 이상하다고 여길 만큼 타락하기 시작했지. 그러다가 결국 나는 그 목소리의 지배 아래로 들어가고 말았어. 그리고 미친 듯이 무언가를 찾았지. 바로 라미아의 팔찌였어. 목소리의 주인공은 라미아였어. 라미아는 자신의 부활을 꿈꾸고 있었던 거야. 나는 그리스 유물 전시회를 빌미로 팔찌를 빼돌렸지......"
"어떻게 팔찌를 빼돌렸습니까? 그런걸 눈치 못 챌 리가 없을 텐데......"
동석이 질문했다.
"하하하. 그런 간단한 일을 왜 못하나. 이미 보았겠지만 나는 이 나라에서 대통령만큼 힘을 과시 할 수 있어. 돈이 전부인 나라지. 원하면 돈을 주면 모든 게 해결돼."
일환의 대답에 동석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문화재까지도 돈에 팔아넘기는 나라라니......
"어쨌든...... 나는 그렇게 해서 점점 나의 의지를 잃은 채로 라미아의 부활을 준비했어. 성일병원 원장과 모든 얘기가 통했지. 투자지원을 유치해준 다니까 유력한 산모까지 추천해 줬어. 그 산모의 아기를 제물로 바치기로 한거지......"
동석은 자신의 몸이 분노로 덜덜 떨리는 사실을 감지했다.
'일환이 지은 죄도 이루 말할 수 없이 크지만 병원 원장의 죄는 더욱더 크다. 살아 있는 아기를 팔아넘기다니......'
"난 죽어야하네. 라미아는 숙주가 없으면 부활하지 못해. 부활하기 위해서는 몇백년의 시간이 필요하지. 그 동안이라도 안전하기 위해서라도 날 죽여야 해. 내가 죽어야 비로소 모든 것이 일단락 되는 거야. 알았나?"
일환의 말은 굉장히 호소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동훈은 조서를 대강 마치고 일환을 구치소에 집어 넣었다..
"이걸 어떻게 보고하지. 누가 믿어 주냐 이말이야."
74.
- 신 동아일보 -
대기업 Wempti사의 회장 '최일환' 자살!!
살인미수, 시체유기 혐의로 경찰에게 잡혀 조사 중이던 Wempti사의 사장 최일환 씨가 구치소 안에서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세한 사건 경위는 아직 경찰에서 공개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의 사망으로 Wempti사의 주가는 크게 하락할 듯하며......
"후우......"
동석은 자신이 쓴 기사를 읽고 신문을 구석으로 던져 버렸다. 그렇게 큰 기사를 쓸 기회가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발로 뛰고 애를 썼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젠장......"
동석은 다시 외투를 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디가?"
편집부장이다.
"취재하러 갑니다!"
신경질적으로 대답하고 큰소리를 내며 문을 닫았다.
75.
동훈은 몇 일간 자신이 시달렸던 기억을 되살렸다. 온몸의 힘이 쪽 바질 정도로 피곤한 날들이었다. 이미 나이가 먹을 대로 먹었다. 이제 현장에 매일 나가는 건 무리일지도 모른다.
담배를 한대 꺼내어 물까 하다가 휴게실로 향했다. 갑자기 쏟아지는 졸음 때문이다.
76.
동훈은 나비를 쫓고 있었다. 마치 아이가 된 듯한 기분이다. 주변에는 벚꽃 잎이 휘날리고 있다. 따뜻한 봄 날씨.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이 정겹다. 앞서가는 나비가 팔랑거리며 이리저리 알 수 없는 문자를 그렸다. 옆으로 누운 8자를 그리기도 하고 가끔은 급격히 빠른 동그라미를 그리기도 했다. 한참을 이리저리 뛰놀던 나비는 꽃을 하나 발견하고 그 위에 살포시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날개를 접었다 펴며 꽃의 향기를 음미했다. 기회다. 동훈은 천천히 나비에게 다가가 양쪽에서 손을 펼쳐 가운데의 나비를 노렸다.
그리고 타이밍을 맞추어 양손을 빠르게 오므렸다. 잡았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기쁘다.
동훈은 잡은 나비를 확인하기 위해 손을 펼쳤다. 나비는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손위에 앉아있다. 눈을 가까이 가져가 나비의 모양을 살폈다. 순간 눈이 따갑다. 눈에 꽃가루라도 들어간 느낌이다. 손등으로 눈을 살짝 비볐다. 하지만 여전하다. 아니 더 심해져서 눈앞이 안개로 가려진 듯한 느낌이 든다. 나비를 들고 있던 손이 무거워졌다. 잠깐의 생각 후 나비를 버리기로 결정했다. 손을 이리저리 털었다. 그러자 나비가 날아올랐다.
푸드득!
나비의 날개 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커다란 박쥐였다.
-끝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이구리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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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5 14:38:32 220.66.***.100 KOREA酒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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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21:08:24 121.167.***.212 힝속앗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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