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total&no=13929613&page=1 같은 사람 이야깁니다.
우리 관계는 제삼자가 보기엔 별반 다르지 않았을 거다. 우린 여전히 같이 집에 가고 점심을 먹었지만, 둘만 있는 곳에선 뽀뽀와 달콤한 말들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우린 그 날 이후로 잠자리는커녕 키스조차 하지 않았다.(나는 당시엔 뽀뽀와 키스를 구분하지 않았다) 당신이 별로 하고 싶은 기색을 비치지 않았기도 했지만, 서로의 열정이 빨리 식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신이 물놀이 1박 여행을 가자고 했을 땐 적잖이 놀랐다. 사귄지 겨우 백일이 조금 넘었는데 벌써?
수영장은 즐거웠다. 시선처리가 좀 어려웠던 거만 빼면. 그녀를 보기엔 신체변화가 왔고, 다른 사람을 보면 혼났으니까.
숙소에 돌아와서 나는 당신보다 먼저 샤워를 했다. 당신이 씻는 사이 저녁을 차려 놀래 주고 싶었어. 헌데 당신은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 나는 조금 더 기다리라고 말하러 방으로 올라갔지. 나는 분명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 샤워 가운만 걸친 모습은 예상 밖이었다. 새하얀 앙가슴과 몸의 곡선이 그대로 보였고, 나는 실례했다는 듯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다. 깜짝 놀라 뒤를 돌자 당신이 울고 있었지. 나는 얼른 당신을 보듬어 달래며 왜 우는지 물었다.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왜 너 자꾸 나 밀어내?'
이해할 수 없었다. 밀어내다니? 더 가까이 못해서 안달인걸. 볼을 잡고 엄지로 눈물을 닦아주며 나는 다시 물었다.
'그때 한강에서도 그렇고 키스도 안해주잖아...'
한강. 아직도 기억난다.저녁에 같이 한강에 간 적이 있었다. 같이 피자와 술을 마시고, 별도 보려고 했었지. 당신은 돗자리에 엎드려 있었고 내가 배달원에게서 피자를 받아 왔었는데, 참새처럼 반기며 일어나는 당신의 가슴골이 훤히 보였었다. 그때도 난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밤이 늦어가며 당신은 술에 취했고 내게 오늘 같이 있고 싶다고 했다. 나도 그러고픈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술에 취하면 맘에 없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 걸 알기에, 또 만에 하나 내일 당신이 오늘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기에 어르고 달래어 집에 보냈지.
집 앞에서 당신은 내게 뽀뽀를 해주고 왜 키스를 해주지 않느냐 물었다. 거기에 나는 비싼 남자라 답했고. 그게 반쯤은 장난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 일이 맞냐고 묻는 내 말에 당신이 훌쩍이며 털어놓은 말들은....음, 우는 사람 앞에서 할 말은 아니었지만 정말로 귀여웠다.
당신 말에 따르면 대부분은 의도한 일이었다. 당신은 뽀뽀에서 진도가 더 이상 나가지 않고, 그나마도 내가 많이 해주지 않자 여러가지 '신호'를 보냈다고 했다. 옷 야하게 입기, 술마시고 흐트러진 모습 보이기, 그리고 오늘 일에 이르기까지. 헌데 내가 거기에 유혹되긴 커녕 저런 반응을 보인 거다. 그렇게 속상함이 쌓여 터진 거고. 돌이켜 보면 나는 '같이 하자!' 정도로 확실한 신호를 기다리던 것 같기도 하다.
여기까지 쓰다 보니 안쓰러운 기분이 들었어야 정상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땐 솔직히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나는 터지려는 웃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미안하다고 했지만(솔직히 얼마간은 새어나왔던 것 같다) 내 표정을 본 당신은 당연하게도 입을 삐죽였다. 나는 그 삐죽이는 입에 키스했지. 그 날 이후 내가 해준 첫 키스였다. 뒷일은 굳이 묘사할 필요는 없을 거다. 저녁을 좀 늦게 먹었다고만 해 두자. 이 이야기를 읽은 누군가는 쑥맥이라고 할 거고, 누군가는 신사적이라고 할 거다. 뭐, 첫 연애였고, 난 이십대 초반이었으니까. 하지만 내 생각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스킨십, 특히 잠자리의 경우엔 확실한 의사 표현이 필요하다. 둘 중 누구도 강요하기는 싫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