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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best_391677
작성자 :
StarDream
★
추천 :
10
조회수 : 2174
IP : 121.182.***.180
댓글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9/29 14:32:46
원글작성시간 : 2011/09/20 15:01:35
http://todayhumor.com/?humorbest_391677
모바일
[펌][장편,브금]박쥐 - 11
40.
동훈은 기력이 없다. 온 몸에 힘이 빠져 눈꺼풀조차도 뜨고 있기가 힘들다. 가슴도 답답하다. 무엇인가가 압박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알 수 없는 고통이 말초신경을 통해 대뇌를 자극한다. 어디가 아픈지, 어디가 간지러운지 알 수가 없다. 신경계가 뒤섞여 버렸다. 차라리 아예 모든 신경계가 끊어져 버려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쁜놈. 살인자.』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남자다. 아직은 아이티가 난다. 동훈은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사실 빠르게 움직이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향한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살인자!』
동훈의 눈앞에서 <살인자>를 계속해서 주절거리는 것은 자신이 권총 오발로 사망시킨 19세의 소년이었다.
"무슨 소리야. 나는 살인하지 않았어!"
동훈은 스스로를 설득하려 애썼다. 자신은 살인을 한 것이 아니다. 업무상 과실이었을 뿐이다.
『과실? 웃기고 있네. 나의 이마에는 아직도 이렇게 총알 구멍이 남았어.』
소년은 동훈에게로 순식간에 이동해 왔다. 마치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곳을 날아 온 것 같다. 소년은 자신의 머리에 난 상처를 확인이라도 시키듯 이마를 동훈의 눈앞에 가져다 대었다. 실제로 소년의 이마에는 총알 만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구멍의 저쪽이 보였다. 총알에 완전히 관통 당한 모양이다.
『난 겨우 19살이었어. 니 까짓게 내 인생을 송두리째 날려버렸어. 우리 부모님들이 슬퍼하는 마음을 니가 알아? 이 살인자야!』
"아니야. 나는 경찰로서의 의무를 다 했을 뿐이야!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쳤는지 알기나 해?"
『그래. 그 사람들의 목숨은 가치 있지만 나 같은 쓸모 없는 인간의 목숨은 사라져도 상관없는 것이라는 얘기야? 사람의 목숨도 차별대우 받아야 한다는 건가?』
"아니 그렇지 않아. 사람의 목숨은 같은 거야. 나의 실수였어. 하지만 그 실수는 이미 사죄했다."
『사람을 죽여 놓고 사죄하면 끝이란 말인가? 이기적인 놈.』
동훈은 할 말을 잃었다. 더 이상 변명할 말이 떠오르지가 않는다.
『너 같은 놈은 죽어야해. 너 같은 살인마가 경찰을 해선 안 돼. 이 더러운 놈.』
소년은 동훈에게 계속해서 책망을 가한다. 한번 말문이 막히자 동훈은 계속해서 소년의 말을 끊임없이 듣는 수밖에 없었다.
『너의 오발로 내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어. 나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오신 부모님들은 그 날 이후로 단 한번도 웃음을 지으신 적이 없어. 어머니는 우울증에 걸리셨고 아버지는 매일 같이 술로 하루 하루를 겨우 보내고 있어. 넌 나 뿐 아니라 한 가정을 완전히 파괴 해버린 거야. 내 앞에 펼쳐져 있던 수 십년간의 시간들은 누가 보상해 줄꺼지?』
소년의 눈에는 눈물이 계속해서 흐른다. 애처러운 표정으로 동훈을 쳐다본다. 동훈의 마음이 적지 않게 흔들린다. 한 소년의 삶과 한 가정의 행복을 모두 파탄 내어 버렸다.
동훈은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년은 자신의 상황이 서러운지 머리를 만지든 말든 상관 안한다.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고만 있다.
"그래…… 내가 경찰을 계속할 자격이 없지……"
동훈은 결국 소년의 말에 긍정한다. 자신의 더러운 과거를 속죄하는 의미에서……
"미안하다."
『그렇지. 그래. 너 같은 놈은 차라리 죽어야지. 죽어야지. 죽어야지.』
동훈의 사과의 말을 들은 소년이 갑자기 지금까지와 다른 표정을 짓더니 곧 모습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동훈은 자신의 눈에 무언가가 끼인 듯한 느낌이 들어 옷소매로 몇 번 문지른다. 하지만 소년은 계속해서 일그러졌다. 그리고 점점 일그러짐이 심해져 그 형태를 알아 볼 수조차 없을 때였다.
『죽어야 하는 너를 내가 삼켜주지……』
갑자기 소년의 목소리가 아닌 요사스러운 여자의 목소리가 동훈의 귀에 메아리 쳤다. 동훈은 갑자기 돌변한 상황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른 데를 쳐다볼 필요는 없지.』
소년이 일그러저 이상한 형상을 띠던 물체가 갑자기 또다시 일그러져 무엇인가로 또 바뀌어져 갔다. 마치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처럼 보인다.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나체 여인의 상반신이 보인다. 아직 상반신의 밑은 일그러져 있는 상태다.
『나에게 좀 더 다가오라.』
아름다운 여인이 동훈을 불렀다. 동훈은 무언가에 홀린 듯 천천히 그쪽으로 걸어간다. 조금씩 걸어 아름다운 여인의 품에 안겼다 라는 생각이 들 때 동훈은 어느새 자신의 의식을 인지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41.
동석은 방안에 있다. 사방이 붉은 색으로 도배되어 있다. 마치 피가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섬칫하다. 나가는 문을 이리저리 찾아보았지만 문이라고는 어디에도 없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천장도 둘러본다. 한참을 이리저리 눌러보고 조사하던 동석은 자신이 지금 문이 없는 붉은 방안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여기가 어디지?'
문을 조사하느라 계속 방을 돌아 다녔더니 다리가 아프다. 동석은 한쪽 구석의 벽에 등을 대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완전히 폐쇄된 공간인데도 그렇게 두렵지 않다.
『동석……』
누군가가 동석을 부른다. 목소리의 근원지가 어딘지 확실치가 않다. 바로 귀 옆에서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어디선가 먼 곳에서 소리쳐 부르는 듯도 하다.
"누구세요?"
동석은 결국 궁금함을 못 참고 상대방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나는 당신의 여자.』
알 수 없는 내용의 대답. 동문서답이다.
"누구세요? 장난치지 마시고 이리 나오세요!"
상대방이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한 동석은 큰소리로 상대방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보세요! 어디 있어요! 어서 나와요!"
『난 어디에도 있어……』
점점 알 수 없는 말만 귀에 들려온다. 붉은 벽 탓인지 쉽게 흥분하게 된다. 사실 동석은 그렇게 다혈질은 아니다.
"장난치지 말고 어서 나오라니까요!"
더 이상 상대방을 부르는 것에 지쳤는지 이제 짜증난 말투가 배어 나온다.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다.
쑤욱!
그때 갑자기 바닥에서 무엇인가가 튀어 올라왔다. 붉은 색 벽지가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마치 사람의 손이 붉은 고무 장갑을 낀 형태다. 처음에는 두 개가 튀어나오더니 점점 그 수가 늘어난다. 동석이 일어서서 방의 구석으로 도망치는 동안 모두 6개의 팔이 바닥에서 튀어 나왔다. 마치 동석을 찾는 듯 팔들은 튀어나온 채로 이리저리 움직였다.
『어디로 가. 이리로 와. 이쪽으로.』
팔 여섯 개가 동시에 동석을 향해 손짓한다. 그 움직임에서 요염한 여인의 진한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동석은 잠시 그 현란한 동작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바라본다. 단지 좌우로, 아래위로 움직일 뿐인데도 그것들이 조화를 이루어 자신을 부르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저 손들에게로 다가서고 싶다. 저 손들에게 만져지고 싶다.
『이쪽으로……』
동석은 다시 한번 들려오는 유혹의 목소리에 잠시 망설이다가 튀어나와 있는 여섯 개의 팔 근처로 다가선다. 그리고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만져본다.
동석의 손끝이 여섯 개의 팔 중 하나의 팔의 손에 닿는다. 마치 민감한 곳이 만져진 듯 동석의 손이 닿은 팔이 갑자기 흠칫하며 놀란다. 하지만 곧 그 팔은 동석의 손에 휘감기며 마치 애무를 하듯 동석의 손과 팔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단지 손과 팔이 만져지고 있을 뿐인데 굉장한 쾌감을 느낀다.
눈을 감는다. 아니 저절로 눈이 감긴다. 마음의 풍요로움이 호르몬으로 바뀌어 대뇌피질을 살살 자극한다. 아득하다. 동석에게 지워져 있는 현실의 삶이 아득해져 간다.
동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여섯 개의 팔 사이에 누워있게 되었다. 아까보다 훨씬 더 많은 터치가 이루어진다. 손과 팔뿐 아닌 전신을 마사지 당한다. 적지 않은 쾌감이 한번에 몰려온다.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다.
얼마동안을 그렇게 쾌감을 느꼈을까…… 동석이 누워있는 자리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움직이지는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의 몸이 약간씩 떠오른다. 동석은 알 수 없는 변화에 약간 놀랐다. 하지만 그것은 그만의 기우. 그의 몸을 떠오르게 만든 것은 아리따운 알몸의 여성 3명이다. 이제는 단순히 손으로 애무하는 수준에서 그치지가 않는다.
'아…… 마치 꿈만 같다.'
동석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쾌감에 자신이 마치 꿈속에 있는 듯 했다. 꿈이라면 영원히 깨고 싶지 않다.
'꿈?'
무언가 이상하다. 꿈이라는 단어가 쾌락에 빠져 허우적대는 동석의 뇌를 천천히 각성 시켰다.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현실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악몽들, 빈혈 사망자, 최일환, 라미아……
'그래. 나는 최일환이 쓰러진 뒤 흘러나오는 노란빛에 닿았었다. 그리고 갑자기 졸음이 밀려왔지.'
동석은 현재 상황이 모두 일환의 소행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몸을 움직여 여자들에게서 빠져 나오려 했다. 하지만 그게 여의치가 않다.
『깨달아 버렸군……』
아까의 목소리가 동석에게 들려온다.
"난 이런걸 원치 않아!"
『훗…… 가증스러운 놈. 여자들의 품에 안겨 쾌락에 빠졌던 것은 네가 아니란 말이냐?』
여자들의 애무가 거세어진다. 남자들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다. 남자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모두 알고 있다. 동석은 자신이 상상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쾌락을 계속해서 느낀다. 뒷통수가 저릿저릿 하다. 여자들 잠시 애무를 중단한다. 안타깝다. 계속해서 쾌락을 느끼고 싶다.
동석은 자신도 모르게 여자들의 애무에 정신이 혼미해져 갔다. 물론 이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너의 현실에서의 생활을 생각해 봐라. 나는 너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욕망을 알고 있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서 힘든 삶을 계속 하고 싶은가?』
쾌락에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려온다.
『너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기억해라.』
동석의 머리에 저절로 자신의 괴로운 현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다.
그는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해 많은 기대아래 신문사에 들어갔으나 말단 기자로 귀퉁이 기사나 계속해서 썼다. 더군다나 시간이 흐를수록 주위에선 동석의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빈정거림만 가득하다. 힘겹다.
『계속해서 이 꿈속에 남아 쾌락을 즐기고 싶진 않은가?』
여자들의 애무가 다시 시작된다. 민감해진 몸을 그녀들이 만지기 시작하자 경련이 일어난다.
'그래…… 내가 기자 생활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 걸까?'
동석은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그는 초등학교부터 기자가 되려고 마음먹었었다. 물론 기자라는 직함에 대한 막연한 존경심에서 생긴 꿈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자신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사회의 불신감, 모호한 대중의 생각을 기자가 되어 없애 버리려는 생각이 그의 기자가 되고자 하는 꿈의 원천이 이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꿈속에서 그동안 자신이 이루어 왔던 일들에 대한 회의가 든다.
'무슨 소용 있단 말인가?'
아무리 내가 기자 생활을 열심히 해도 나 스스로의 만족일 뿐 그동안 아무도 나를 인정해 준 적이 없다. 괴로웠다. 부모님들이 그렇게 날 믿어 주시고 도와 주셨는데……
'부모님!'
갑자기 동석은 부모님의 얼굴이 머릿속에 꽉 들어찼다. 세상에 나의 존재를 있게 해주신 부모님. 동석은 자신의 존재가 없는 부모님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빠져나가야 한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동석은 천천히 온몸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꿈속에서 계속 머무르는 게 어떤가?』
귓가에서 이미 익숙해진 목소리가 질문을 건네 온다. 하지만 동석은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할 필요가 없다. 계속해서 그 목소리와 대화를 하게 되면 꿈속으로 더더욱 빠져 들어가게 된다. 점점 현실을 잊고 꿈에 신경을 집중하게 되어 결국 꿈에서 벗어나게 될 수 없을 것이다.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여자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려 애쓴다.
'깨어나자. 이건 꿈이다.'
동석은 마음속으로 크게 소리쳤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이구리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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