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성. 프레임 싸움에서'만' 승리하다.
군가산점 이야기를 할 때엔 항상 우선적으로 조성되는 구도가 있으니, 바로 '남성vs여성'입니다.
남성들은 군가산점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을 소위 꼴페미, 혹은 그들의 편으로 규정하고 격렬히 규탄합니다.
그리고 또한 조성되는 구도가 있으니, '피착취자와 착취자'입니다.
군가산점에 반대하는 이들을 모두 다른 보상에도 반대하며, 공짜로 자신의 청춘을 착취하려는 이들로 보는 것이죠.
이는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 당시 매우 드라마틱하게 나타났습니다.
전원 군필 남성으로 구성된 재판관들의 만장일치로 위헌 판결이 내려졌으나 공격 당한 것은 엉뚱하게도 원고인 여성이었고.(보통 판결이 마음에 안들면 재판부와 판결문이 비판을 받죠.)
판결문에서 분명히 '합리적인 수단을 찾아야 할 것이다'라고 명시해 놨으나, 남성들은 '내 잃어버린 청춘은 누가 보상해줄꼬'를 외치며 여성 공격에 더욱더 몰두하였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보상에 대해 말하지만 정작 보상은 요구하지 않습니다.
(혹자는 한 술 더 떠서 보상에 대해 말하면 '그거 아마 안될거야' 라고 하더군요. 그쯤되면 화내는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일부러 해결을 하지 않으려 하는 듯한 이 태도는 10년이 훌쩍 넘은 세월 동안 단 한차례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들은 프레임 싸움에서는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그럼으로 하여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건 생각해 볼 문제겠지요.
2. 군가산점과 여성의 관계
질문을 하나 했습니다.
노동을 합리적인 보상 없이 부당하게 착취하려는 정부와,
합리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피착취자(남성)가 서로 충돌했습니다.
이때 잘못한 사람은 누굽니까?
그들이 답하더군요. '집에서 잠자던 여성'이라고.
정부는 보상 수단으로 여성이 가진 권리를 제시했고,
남성 또한 그에 휘말려 여성이 가진 권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혀 관계 없는 제 3자의 권리를 주네 마네 하고 있는 꼴입니다.
문제는 '부당성'인데 그것을 해결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까지 그것을 요구 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웃는 것은 정부 뿐이겠죠.
군가산점에 한하여 이는 정부와 남성의 문제이지, 여성은 전혀 무관합니다.
만약 헌법과 법률상의 '병역'에 대한 재정의가 논의된다면, 여성에 대한 건은 그 때 나와야 합니다.
또한 그것은 매우 절실히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현재 병역법은 남녀평등을 심각히 침해하고 있습니다.
의무의 불평등은 곧 권리의 불평등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회에서의 남녀평등 문제로 매우 뚜렷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군대를 가는 남성'이 '군대도 안가는 여성'에 비해 우위에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국가가 법률로 하여금 그것을 옹호하고 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렇듯 군가산점과 '군대와 여성'은 관점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군가산점이 착취-피착취 구도의 문제라면, 군대와 여성은 남녀평등의 문제입니다.
'여자도 병역의 의무를 져야한다!'라는 것은 필히 논의되어야 할 사항임에는 틀림 없으나, 군가산점 문제에서 나올 주장은 전혀 아닙니다.
3. 군대와 임신
개인적으로 아메리카노는 투썸플레이스가 제일 괜찮더라구요.
4. 군가산점의 실체
가산점이라는 단어에 많은 이들이 혹합니다.
가산점이라 하니 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점수를 부여하며 뭔가 자신에게 이익이 될 것같은 느낌이 드는 거지요.
그러나 군가산점의 혜택은 전체 제대군인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매우 놀랍게도(!) 제대군인 중에서도 공무원 시험 응시자라는, 매우 극소수에게만 주어집니다.(이 역시 헌재에서 지적한 사항입니다.)
국가에서 매년 수십만명의 남성 공무원을 필요로 하는 것 같지는 않으니,
극소수인 그들을 위하여 다수 남성들은 자신을 희생해가며 봉사해주는 꼴이 됩니다.
즉, 군 가산점은 군필 남성들에게 주는 헤택이 아니라 남성 공무원 시험 응시자에게 주는 혜택이라는 겁니다.
이는 군가산점에 대한 피해자가 여성과 장애인 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군필 남성까지 포함한다는 것을 매우 뚜렷히 보여줍니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습니다.
5. 정부의 의도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을 보다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옵니다.
'...아무런 재정적 뒷받침없이 제대군인을 지원하려 한 나머지 결과적으로 여성과 장애인 등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을 초래하고 있다...'
즉, 문제의 원인은 돈 안쓰고 코 풀어 보자는 정부의 수작에 있음을 지적한 것입니다.
또한 판결문에는 다음과 같은 문단도 있습니다.
'...지원책으로는 취업알선, 직업훈련이나 재교육 실시, 교육비에 대한 감면 또는 대부, 의료보호 등을 들 수 있다. 이 법 제4조, 제10조, 제11조, 제12조, 제13조 등은 장기복무제대군인에 대하여 이러한 지원조치를 제공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지원조치를 제대군인에 대하여도 여건이 허용하는 한 어느 정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합리적인 지원책이 될 것...'
현재 적용되고 있는 해결책 등으로 '군가산점의 대안'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입니다.
즉, 폐지하고 나몰라라~가 아니라 군가산점은 폐지하되 합리적이고 위헌 소지가 없는 보상책 마련을 주문한 것이죠.
그런데도 헌재의 의견을 싸그리 무시하고 이 문제 많고 말 많고 쓸데 없는 것을 은근슬쩍 들고 나오는 의도는 매우 뚜렷합니다.
어차피 남녀간의 싸움이 되므로, 무산이 된다 하더라도 욕은 정책을 발로 짠 자신들이 아니라 여성이 먹을 테니 손해 될 것은 없다는 것이죠.
게다가 통과가 되면 남성을 돈 한푼 부담 없이 매우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그러나 자신들에 대한 불만은 없이 부려먹을 수 있게 되니 더더욱 좋아지는 것이구요. (이 경우에도 역시 비난은 여성들의 부담사항)
정말 감탄이 나오는 개수작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국방의 의무를 우습게보면 저런 장난질을 하는 건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국방의 의무를 들어 흔히 '신성하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진정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의무를 이행한 사람들을 이런식으로 대할 수는 없습니다.
6. 나아가야할 길
문제는 정부에서 제공했으니 해결 또한 정부의 몫입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그걸 거부하고 또다시 온 국민을 우롱코자 하니 국회를 통하여 압박을 하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국회도(정확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을 비롯한 우파정당들) 그것을 해결할 생각이 없으므로, 결국 우리가 직접 이슈화 하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국가가 국민의 의무를 존중할 줄을 모르니, 직접 나서서 가르쳐야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하여 쓰여야 할 사회적 에너지를 남성vs여성에 쏟아 붓고 있으니 해결이 될리 없습니다.
서로에게 상처만 남는 싸움은 이제 그만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현재 논의가 되고 있는 군가산점의 대안은 많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예시로 든 '취업알선, 직업훈련이나 재교육 실시, 교육비에 대한 감면 또는 대부, 의료보호'뿐만이 아니라 국방세 납부 형태로의 여성에게의 병역의무 부과, 각종 세제혜택,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각종 혜택 부여 등등 수없이 많죠.
그 중에서 무엇이 가장 합리적인지 사회적 논의를 통하여 모색하고,
그와 동시에 여론화로 하여금 정부와 국회의 압박하여 실현해 내야 합니다.
의무는 존중받고 의무의 이행이 손해가 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입니다.
다만, 상식이 존중 받는 사회가 될 지 그것이 무시 되는 사회가 될지는 우리의 몫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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