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떤 분의 글에 댓글로 달았다가 푸르딩딩해졌던 썰인데
시간이 많아 글을 새로 써 봅니다. ㅎㅎ
다들 아시겠지만, 요즘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 근처에 사는 성추행범의 정보가 우편으로 배달됩니다.
저에게는 초등학생 조카(여아)와 유치원생 조카(남아)가 있는데
언니네 집 - 초등학교 - 저희 집
이런 구조의 동네라서 평소에 무척 가깝게 지냅니다.
제가 조카들을 무척 예뻐해서 자주 놀아주고,가끔 학교 앞으로 데릴러 가기도 하지요.
하루는 학교 후문으로 조카 아이를 데릴러 갔는데 슬러쉬를 사 먹으면서 걸어 가고 싶다 하여
근처 분식집에서 슬러쉬를 사 주고 같이 걸어 가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조카네 집 가는 길목에는 공원+놀이터의 주민휴식터가 있는데
구석진 등나무 벤치 쪽에 여자아이들 대 여섯명, 자전거 타고 왔다갔다 하는 남자아이들 두어명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한 노인이 있었고요.
대수롭지 않게 흘끗 보고 가려는데 얼굴이 뭔가 인상이 안 좋고 술에 취한 사람 같아 지긋이 바라보니
우편물에 나왔던 성추행범이 아니겠어요???
우편물 사진에는 환갑을 넘은지 얼마 안 된 정도로 보였는데 실제로 보니 더 나이들어 보이고 눈동자는 시뻘건 게 영 인상이 좋지 않더군요.
그리고 참, 그 우편물에는 피해자의 연령이나 성별도 기재되어 있는데, 어린 여아들을 상습적으로 추행한 아주 파렴치한 쓰레기였죠.
가까이 가서 들어보니
몇 살이냐, 몇 학년이냐, 이리 와 봐라, 가방에는 뭐가 들었냐, 어디 가냐
등의 질문을 하며 아이들 곁에 가까이 가려 하고 , 자신의 벤치 옆에 앉으라고 하고 있더군요.
제가 오기 전까지 몇 분동안 그러고 있었던 건지, 혹은 우연찮게 그 아이들이 지나가는 찰나 제가 목격한 건 진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우물쭈물하고 있었고 그 영감탱이는 손을 휘휘 저으며 또 웅얼웅얼대며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었습니다.
아마 아이들은 우편물을 못 봤거나 봤어도 사진과는 사뭇 달랐기에 그냥 동네 술주정뱅이 할아버지쯤으로 생각한 모양이더군요.
저는 화가 나서 울그락불그락한 얼굴을 하고 아이들에게 가서
"얘들아. 너네 다 ㅇㅇ 학교 다니지? 여기 있는 이 사람은 너희들같은 어린 아이들의 몸을 만지려다가 경찰서에 여러 번 갔다 온 사람이야.
너희들 성추행, 성폭행 이런 말 들어 본 적 있지? 여기 있는 이 사람은 그런 짓을 하려다가 경찰에게 벌을 받은 사람이야.
앞으로 공원이나 길에서 마주치면 절대 상대하지 말고 그냥 가. 혹시 너희들을 욕하거나 기분나쁜 말을 하더라도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냥 무시해.
알겠지? 그리고 친구들한테도 다 얘기하고. 알겠지? "
하고 얘기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다가가서 이래저래 말을 하니 반가워하는 눈치였습니다. 아이들이 착해서 어른이니 무시하고 쌩하고 지나 가지는 못 하고 그냥 우물쭈물하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너네가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모르는 사람들이 도와달라고 하면 '저는 학원가야 돼서 못 도와드리니 제가 큰 길에 가서 다른 어른을 불러 올께요.' 하고 지나 가.알겠지?"
하고 오지랖을 조금 더 발휘하여 알아듣게 얘기한 후 그 영감탱이에게 다다다다 쏴댔습니다.
"아니 당신은 그 나이 쳐먹고도 그러고 싶어요???
에?????
왜 그러고 살아요????
요즘 세상이 좋아져서 감옥갔다온 사람들 컴퓨터로 두들기면 이 동네 저 동네 다~~~ 나와요.
당신 영감탱이 모르는 사람 이 동네에 없을 것 같아요????
성추행도 세 번이나 했던데 어????
여자애들한테????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애들한테 뭐 하는 짓이에요??
애들이 힘없고 만만해 보여요???
요즘 애들이 얼마나 똑똑한데 어?
그 여자애들 사이를 얼쩡대면서 추근대려고 그래요????
아니 당신 아랫도리 설 힘있으면 폐지라도 주워서 밥이나 빌어먹고 살아요. 예?????
영감탱이가 쪽팔린 줄 알아야지 원.
젊었을 때 쓰레기로 살았으면 늙어서는 그래도 인간 비슷하게라도 살다 죽어야 되는 거 아닌가???
나 같으면 저승갈 때도 쪽팔릴 거 같은데???
다음에 또 만나면 노인이고 나발이고 아니 당신은 노인대우 해줄 필요도 없고 내가 아주 당신 얼굴에다 흙을 뿌려버릴 테니까.
내가 아주 이 동네에서 유명한 싸움닭이야.
나한테 또 걸리면 그 애들 부모한테 다 신고하고 당신 그 자리에서 경찰에 신고할 꺼야. 여기서 지구대 2분도 안 걸려.
알겠어???"
라구요. 거의 저렇게 토시 안 틀리고 말했던 것 같네요. 화나면 말이 잘 나오는 편이라...ㅋ
그 영감탱이는 "왜 나한테 지랄이야" 라는 식으로 궁시렁거리면서 어슬렁어슬렁 자리를 뜨더군요.
그 이후로는 우리 동네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게 2년 전 얘기였네요.ㅎㅎ
* 글을 마치기 전에
1) 중간에 폐지줍는 얘기는 폐지 줍는 분들 비하하는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닙니다!
2) 아무리 그래도 어른/노인한테 심한 거 아니냐 는 댓글은 없길 바랍니다. ㅠㅠ
3) 사이다이긴 한데 그러다가 험한 일 당하면 어쩌시려구요 ㅠㅠ - 저는 웬만한 장정들보다 근력이 좋고 아귀힘이 센 여자입니다. ㅎ
성추행범은 다 늙은 노인이었구요 ^^
읽어 주셔서 감사해용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