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시 광주에 북한군은 있었습니다. 이건 부정할 수 없어요. 시민군에 들어오려고 한 기록도 있고, 이번 채널A 보도나 여러 저서(최정운 저 '5월의 사회과학'에 상당히 구체적으로 나와있습니다), 탈북자들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북한군의 존재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욕하시기 전에 제 이야기를 좀 더 들어주세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남북간의 체제경쟁이 한창이던 그 시절에 우리나라 전체를 통틀어 간첩 없는 곳이 있었을까요? 특히 광주같은 대도시에 말입니다. 북한군 특수부대가 몰래 침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해도, 원래 암약하던 간첩 수백명 정도가 북한군 역할을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광주에 북한군이 없었다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중요한 건 북한군이 있었냐 없었냐가 아닙니다. 북한군의 존재는 민주화운동의 의의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아니, 오히려 더 정당성을 얻을 수도 있죠. 당시 시민군들도 간첩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서로 감시하고, 시민군 지도부에 간첩이라고 체포해 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러한 '간첩의심자'들을 '계엄사'에 넘긴 기록도 있어요. 이것만 봐도 시민군의 성격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은 남한에 커다란 소요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어떻게든 이용하려 했을 겁니다. 하지만 북한군, 간첩들은 시위 지도부에 스며들지 못했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실패했습니다. 그들이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공산주의 체제를 선전했다든가, 다같이 북한으로 가자고 했다든가, 아니면 나라를 뒤엎어버리자고 선동을 했나요? 북한의 시도는 시민군의 민주주의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의해 내부에서 걸러졌습니다.

 지금 광주 북한개입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도는 자명합니다. '광주는 북한군이 개입해서 일으킨 일이다. 따라서 민주화운동으로서의 정당성이 없고, 단지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려는 폭동일 뿐이었다.'라는 주장을 펴려는 거죠. 이에 대해 무조건 북한군은 없었다라고 반박하면 그저 빌미를 줄 뿐입니다. 북한군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 이중고에 시달리면서도 최초의 목적을 잊지 않고 민주화를 위해 싸운 광주 민주화운동의 의미는 오히려 그래서 더 대단한 겁니다.